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38화 (338/502)

00338  2018  =========================================================================

#338

“아레나 첫 공연은 지혁이 네가 하는 걸로 우리끼리 합의 봤어.”

“네?”

한동안 10만 명 규모로 공연을 할 리 없을 거란 동혁 삼촌의 말은 모두 나를 위함이었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꿈 아레나 자체가 지혁이 너랑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 지혁이 네가 삼촌들 생각해서 아레나 이름 꿈으로 정한 것 같아서 우리들끼리는 그렇게 하기로 합의 봤다.”

솔직히 정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지라 적잖이 당황했다.

아레나 이름을 꿈으로 정한 이유에 방금 전 동혁 삼촌 말마따나, 다른 투자자들을 위한 배려가 포함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일 뿐이었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거절하려 했다. 당분간은 가수로서 활동할 생각이 없었고 다음 작품으로 피터 제이크 감독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그럴 여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삼촌들은 이 모든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한 듯 했다. 내가 가수로서 꿈 아레나에 설  날이 근시일이 아닐 것을 말이다.

“어차피 첫 공연만 그런 거고 나머지 행사나 시상식 같은 경우는 정상적으로 운영 될 거야. 당장 이번 12월 연말 시상식 행사 관련해서 장소 섭외 요청이 꽤 올 테니까.”

“그리고 단독 콘서트도 10만 명 규모로 치러지는 공연만 네가 처음이 될 거야. 2만 5천명, 5만 명, 7만 5천명 규모 공연은 완공 동시에 섭외를 받게 될 거니까. 뭐, 지금도 말 들어보니까, 이미 섭외 문의 전화들이 꽤 오고 있다더라.”

그래서 나 또한 계속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더욱이 10만 명 규모 음악 콘서트만 나로 인해 지체될 뿐, 다른 분야, 다른 규모로 아레나가 사용되는 경우 별다른 제한을 가하지 않겠다는 삼촌들의 말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삼촌들이 진짜. 나 몰래 언제 이런 것들까지 생각해둔거야? 사람 감동하게.

*

[그럼 꿈 콘서트는 내년부터 정례화 되는 건가?]

[네, 제 생각에는 연말쯤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레나가 실내 홀인만큼 겨울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름이나 봄 때하면 굳이 실내 구장에서 할 이유가 딱히 없을 것 같아서요. 잠실 주경기장도 있고...]

[뭐, 괜찮긴 한데. 그건 일단 완공 식 치르고 다시 한 번 얘기 나눠보자.]

아무래도 일행 중에 동혁 삼촌이 가장 연장자이다보니, 일과 관련해서는 동혁 삼촌과 많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뭐, 그밖에 얘기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고루고루 삼촌들과 나누었지만 말이다.

“다음 작품 준비하는 것 같은데, 잘 돼가?”

“어? 어. 대본 살펴봤는데 예감이 좋아. 내가 맡을 배역도 마음에 들고. 뭐, 3부작이라서 제작비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삼촌들과 저녁 겸 간단히 술도 곁들인 다음날, 이번 한국행의 또 다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석현 형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게 되었다.

“그래? 어떤 작품인데?”

“판타지 영화야.”

“판타지?”

그나저나 석현 형이 듣기에도 내 다음 작품이 판타지 영화라는 것이 꽤나 의외인가보다. 저렇게 운전을 하는 와중에도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으니까.

하긴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아직까지 판타지 장르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어디까지나 마이너에 속한 장르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샘플용 대본만 훑어본 내게는 있었다. 제작비와 그에 어울리는 연출력 그리고 연기력만 더해진다면 이 영화는 마냥 마이너 장르에만 국한 될 영화가 아니라는 확신이 말이다.

“내가 맡을 배역은 1부작에서는 거의 안 나올걸. 등장부터가 영화 중후반부터 나오니까.”

“뭐? 그런데 네가 그 영화를 왜 해? 너도 이제 잘나가는 할리우드 스타인데, 판타지 영화에 그것도 주연도 아닌데 참가한다고?”

“그래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게 느껴져서 좋아. 1부작에서 나에 대해 살짝 흘리듯 묘사되는 게 있는데... 뭐, 어쨌든 주연 급 조연이니까. 괜히 그런 주연 급 조연이라고 하진 않았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번 주연에서 밀려나면 조연되는 거 시간문제다?”

뭐, 이미 몇 번 들어본 얘기를 다시금 듣게 된 것이라, 대응 또한 보다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어. 그리고 이제 영화 한 편 찍어본 초짜인데, 밀려날 게 있어?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 하게 됐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어서 좋긴 한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볼래. 나이가 젊을 때 아니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들이 많은데, 시작도 전에 너무 많이 재보면 그 기회들 다 놓칠 것 같거든.”

주연에서 한 번 밀리면 안 된다는 말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만나는 한국 사람들마다 이 얘기를 내게 건네는 통에 이제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내 선택의 이유를 흘려보낼 수 있게 되어버렸으니까.

“지혁이 네가 그렇다면야...”

어쨌든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차는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서 말이다.

“활이 필요해. 그것도 우리나라 전통 활이.”

“아! 그래서...”

“응. 그래서 지금 구하러 가는 길이야. 이왕 구하는 김에 제대로 된 걸로 구하고 싶어서.”

이곳에 오기 전 피터 제이크 감독에게 영화 캐스팅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한 만큼 나름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준비라는 것이 바로 활을 구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뭐, 따지고 보면 굳이 직접 활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 피터 제이크 감독이 원하는 활은 기존 서양 활과는 달리 동양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활이었고 이는 제작 사 측에서 선정한 소품 업체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물품 가운데 하나였으니까.

“활쏘기도 배워야 하는데, 양궁이랑 많이 차이 날까?”

“뭐, 나야 모르지. 어? 지혁아. 다 온 것 같다. 저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맡을 배역 자체가 작품의 주 무대인 중앙 대륙이 아닌, 동부 대륙에서 머나먼 시기에 건너온 일족의 리더 인만큼 확실히 하고 싶었다.

피터 제이크 감독 또한 최대한 민족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온 그림을 원했기도 하거니와, 이왕 그의 작품에 참가한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도 컸기 때문이다.

“형, 일단 여기 있어.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정말? 형이 같이 안 가도 되겠어?”

“주변이 전부 나무인데, 뭘. 여차하면 전화할게.”

뭐, 그런 걸 다 떠나서 만들기 까다롭다는 국궁을 단시일 내로 구할 수나 있을 지나 모르겠지만.

*

“석 달?”

“어, 최소 석 달이래. 그것도 재료들 구하고 다듬고 하는 시기까지 합치면 1년 정도는 걸린다네.”

단시일 내로 전통 활을 그것도 무형 문화재인 궁시장에게 얻어 보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무리였다.

“그럼 그건 뭔데?”

“아, 이거?”

그래도 마냥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한 궁시장 분이었지만 이내 손녀분이 등장함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고 말았으니까.

“이건 연습용으로 쓰라고 빌려 주셨어.”

“빌려줬다고? 준 게 아니라?”

“그 분 손녀분이 있어서 겨우 얻을 수 있었어. 그리고 미리 재료 손질해놓은 것도 있고 해서 6개월 쯤 뒤에 세 네 개 정도 준비해주신대.”

내 또래로 보이는 손녀분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자, 궁시장 분을 비롯해 집안에 있던 분들 모두가 마당으로 뛰쳐나왔고 이내 똑같이 비명을 질렀던 그 순간이 떠올랐는지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궁시장 분만 영문을 모른 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꽤나 감명 깊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덕에 연습용 활과 화살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구하려고 했던 활도, 비록 여섯 달 뒤지만 받을 수 있게 되어 마냥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게 되었다.

“잘 됐네. 6개월 뒤면 아직 영화들어가기 전이잖아? 아닌가? 촬영 이미 들어간 후인가?”

“촬영 시작은 내년 1월 1일 부터인데...”

“어? 그럼?”

“뭐, 1부작에서는 중후반부터 나올 거라 실제로는 다다음해 초, 중반쯤 첫 촬영일거야. 나 같은 경우는.”

“뭐야, 그럼. 활 만드는 데 1년 걸리나 3개월 걸리나 별 상관없었네.”

“생각해보니 그렇네. 뭐, 그래도 사전에 제작사랑 연출팀한테 어떤 소품 쓸지 미리 말해줘야 돼서. 필요하긴 했어.”

그나저나, 손녀분이 알려준 활터가 집이랑 거리가 꽤 있던데, 본가에 활터나 하나 만들까나.

*

“괜찮아요. 제작진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게 국궁 쏘는 법을 가르쳐 줄 선생님도 구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완공 식을 하루 앞두게 되었다.

뭐, 완공 식 자체를 원래는 거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한류 월드 내의 다른 사업 부지들이, 예를 들어 호텔 백제의 한옥 게스트 하우스와 특급 호텔 그리고 JJ E&M의 신사옥과 같은 공사들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터라 아레나 주변은 아직까지 꽤나 황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시의 권유와 더불어, 아레나 내에 입주한 상업 시설 점주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생각이상으로 큰 행사가 되고 말았다.

투자자 신분인 JS, DH, 포이보스 뮤직 소속 아티스트 들이 총 출동한 팬 사인회와 고양시 농구단 선수들의 팬 행사들까지 대략 살펴봐도 굵직한 행사들이 두 개나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름의 설렌 마음을 품은 채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이내 걸려온 안석준 CP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제가 이번에 드린 곡이 댄스곡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내가 이번에 프리티 스타라는, 프로젝트 데뷔를 통해 만들어진 걸 그룹을 위해 준비한 곡 자체가 방금 전 내 말마따나 타이틀곡이 되기 힘들 것임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노래 자체가... 슬픈 분위기를 품고 있다 보니, 듣는 팬들에게도 그리고 프리티 스타 멤버들에게도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마지막 활동이라는 점과 더불어 소녀들만을 위해 이 노래를 만들다보니 지나치게 곡이 품고 있는 감정들이 편향되어버렸다. 솔직히 중간에 한번 엎을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러기엔 이 곡에 작곡가로서의 애착이 생겨버려 그러질 못했는데 이게 끝내 덜미를 잡혀버린 듯 했다.

“CP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프리티 스타가 마지막이지, 해당 멤버들의 아이돌 가수로서의 마지막이 아니니까요.”

뭐, 생각해보니 마지막 활동이라고 해서 마냥 마지막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노래를 부를 게 아니라 아예 신나고 걸 그룹에 어울리는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게 소녀들에게도 그리고 팬들에게도 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안석준 CP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비록 내 곡이 무대에서 한 번도 불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은 꽤나 커졌지만.

*

“아! 어떡해! 어떡해!”

“기분 나쁘셨겠지?”

“아마도?”

숙소로 들어온 소녀들의 입은 잠시도 멈추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전에 있었던 일은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고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 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맞아. 맞아. 오늘 새벽에 한국 왔다고 했었는데 여기 집으로 왔나봐!”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 명실상부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강지혁은 소녀들 모두를 흥분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로 강지혁이 연예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대단했고 공고했기 때문이다.

“아아아아! 어떡해! 선배님인데! 우리가 사생 팬 취급이나 하고!”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던데... 설마 알까?”

“모를 것 같은데... 강지혁 오늘 귀국했잖아. 그동안 계속 미국에 있었고... 영화 찍느라 바빴다니까...”

따라서 그런 강지혁을 사생 팬 취급한 지금으로서는 그 모든 게 오히려 덫이 되고 말았는지라 소녀들은 저마다 베개를 끌어안고 발버둥을 친다든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든지와 같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와... 마스크 벗을 때 봤어? 진짜 멋있더라.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영화 진짜 재밌다 던데... 보고 싶다.”

“역시 강지혁이라고 해도 그렇게 입으면...... 못 알아보겠더라. 하긴 사람들한테 정체 안 들키려고 그렇게 입은 걸 테니까. 역시...”

하지만 소녀들 모두가 그런 소동 아닌 소동에 휘말려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강지혁도 여기에 사는 거 맞나봐. 그것도 바로 위 층!”

“대박! 그리고 아까 그 직원분이랑 아는 사이 같던데? 원래는 여기 층에서 살았었나봐!”

강지혁의 집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그 집이라는 것이 자신들의 바로 위층에 있었다는 점까지는 몰랐는지라 어느새 이야기꽃을 활짝 피운 소녀들 사이로 이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가 있었던 것이다.

“힝... 나 무대 끝나고 화장 지웠었는데... 못생겨보였겠지?”

“근데, 진짜 마스크 벗고 누군지 딱 아는 순간 숨 막힐 뻔.”

어쩌면 티가 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소녀가 평소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면.

하지만 그 소녀가 평소 막내이자 프리티 스타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활약할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에 언제나 밝은 주인공이 그녀답지 않게 조용했는지라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민지야? 왜 아무 말이 없어?”

그래서 이는 리더답게 평소 멤버들을 잘 챙기는 임수진의 시선에도 띄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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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오늘 점심 ~ 저녁 사이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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