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36화 (336/502)

00336  2018  =========================================================================

#336

[월드 배우 강지혁! 아시아 일정에 이어 유럽, 남미 일정을 마치고 내일 새벽 성남 서울 공항으로 입국할 예정...... 강지혁이 주연이자, 단독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9월 13일 개봉한 미스터 지는 현재까지 3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였으며 제작사측에 따르면 개봉 두 달 후인 3일 뒤 11월 13일까지 극장에서 상영될...... 한편 강지혁의 이번 입국은 4천억이 넘는 금액이 투자된 꿈 아레나의 완공을 위한 것으로 소속사 포이보스 뮤직 측에 따르면 이틀 뒤 있을 완공 식 참가 외 별도 활동은 없을 것으로......]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부터 인터넷 페이지를 가득 채운 내 기사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정보력이 좋았으면서 영화 개봉 전에는 왜 그리 비싼 척을 해댔는지. 나 원 참.

“강지혁씨!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 아레나 완공 식에 참석하시는 걸로 아는데, 별다른 방송 활동 계획은 없으십니까!”

일부러 새벽 시간대를 찾아 입국했는데 귀신같이 찾아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렸다.

“강지혁씨!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이번 귀국이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암시하는 겁니까!”

어차피 기자회견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있다하더라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바로 온 만큼 꽤나 피곤했는지라 지긋지긋한 파리들과 상대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

“고생했다.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경호원분들의 도움을 받아 생각보다는 빨리 공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짜 이러니까, 헬기를 사라느니, 집에 헬기장은 꼭 만들어야 된다느니 같은 소리를 마냥 허투루 들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하긴, 전용기도 샀는데, 헬기라고 못살까.

“오랜만이네. 형. 요즘 연애한다며?”

“어, 어? 뭐, 그렇지.”

“저번에 시사회 때 직접 말해주지 그걸 다른 사람한테 듣게 해? 섭섭해. 아주.”

“자식이. 네가 좀 바빴냐? 말 하려고 해도 말 할 수가 있어야지. 원.”

그래도 석현 형과 대화를 하다 보니, 꽤나 친숙하고 그리웠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는지라 공항에서의 불쾌감은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랬나? 쩝... 그나저나 안 피곤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낮 시간 때에 올걸 그랬네. 그때나 새벽이나 기자들 몰려있는 건 똑같네, 똑같아.”

“그래도 확실히 지금 때가 낫지. 기자들 수는 비슷해도 팬들 몰리는 건 확실히 차이날걸? 너 이번에 낮 시간에 왔으면 아주 난리 났을 거다. 난리.”

뭐, 이런 저런 불쾌감도 많이 느끼게 하고 실망도 많이 느끼게 한 한국이었지만 그래도 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에 나름 기대를 하게 됐다. 솔직히 마음 편히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은 LA 집이었지만, 그래도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무엇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었으니 말이다.

“잠실 집으로 가줘. 형.”

“응? 본가로 안 가고?”

그나저나 새벽시간대에 귀국한 게 딱히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괜히 머리 굴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생각해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닌 듯 했다.

공항이야 경호원분들 덕에 이미 빠져나와서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정작 애매한 시간대 때문에 본가에 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가면 애들 깨. 무슨 말인지 알지? 잠실 집에서 조금 쉬다가 날 밝으면 본가로 갈게.”

동생들이 6명이나 된다는 점 그리고 그 동생들 중 한명이라도 나 때문에 깨게 된다면 그때부터 집안에 깨어있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레 차를 잠실 집으로 돌리게 되었다.

“알겠다. 그때 그럼 형이 데리러 올게.”

“됐어. 어차피 차도 있는데, 그냥 직접 운전해서 갈게.”

“안 그래도 되는데. 형이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 밖에 없는데 그냥 형이 데려다 줄게.”

뭐, 어차피 네다섯 시간이면 날이 밝을 테니까. 그때 가면 되겠지.

*

“오빠! 희망이 왔어!”

“소망이도!”

“아니야, 사랑이가 왔어!”

“응? 엄마! 오빠가 눈을 안 떠!”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일까. 내 몸 위를 짓누르는 무엇인가로 인해 잠에서 깨버렸다.

“공주님들. 오빠가 많이 피곤하니까, 지금은 자게 해두자. 우리 공주님들 알겠죠?”

“응!”

“응, 엄마!”

“사랑이는 엄마 말 잘 들어!”

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몇 시간을 잔건지 모르겠지만, 꽤나 숙면을 취한 탓인지 몸이 굉장히 개운했고 그런 나를 깨워준 이들의 목소리가 날 행복하게 만들었으니까.

“아니야! 희망이가 더 잘 들어!”

“소망이가 제일 착해!”

“우리 동생들 오빠 보러왔어?”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란다는 말처럼 시사회 때 보고 겨우 몇 달 안 봤을 뿐인데 너무나도 자라있었다. 구사하는 말부터 겉으로 보이는 키와 얼굴까지도 전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절로 동생들을 한 아름에 껴안고 얼굴을 부비부비하게 되었다.

“어머! 미안해요. 애들이 오빠 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는데, 깨워버렸네요.”

“우와! 오빠! 오빠!”

“오빠다!”

“오빠 일어났다!”

“아니에요. 엄청 개운한 걸요. 저 꽤 많이 잤나 봐요?”

잠에서 깬 내가 동생들을 껴안자 작은 엄마가 미안한 듯 나를 바라보았는지라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동생들을 데려온 작은 엄마 덕에 마음의 묵은 때들이 순식간에 벗겨진 듯 홀가분했는지라 도리어 감사의 말을 건네도 부족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8시간을 내리 잤다니, 알게 모르게 해외 활동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가 꽤나 많았나보다. 비행기 내에서도 줄곧 자다 왔는데, 이곳에 와서도 8시간이나 잔 걸 보면.

“우리 예쁜이들. 오늘은 어린이집 안가요? 오늘 가는 날 아닌가?”

“오늘은 오빠 보러 왔어!”

“엄마가 안가도 된다고 했어!”

“응, 맞아, 맞아. 사랑이 오빠 보고 싶어서 왔어!”

어쨌든 눈을 떴을 때 동생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숨이 막힐 때가 많았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의 기분은 그에 못지않게 행복했으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동생들과 침대에서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비행기를 태워주기 조금 애매할 정도로 자라버린 동생들에게 힘든 척하지 않으려고 꽤나 애를 써야 됐지만 말이다.

“한국에 왔으면 바로 집으로 와야지. 청승맞게 왜 여길 먼저 와?”

“애들 깨면 어떡해. 그럼 바로 난리 통 될 텐데.”

다리에 힘이 빠질 때쯤 때마침 깨어난 남동생들을 보러 공주님들이 우르르 몰려가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삼촌이 내 옆에 턱하니 앉았다. 왜 여기로 바로 왔냐며 트집을 잡으면서 말이다.

“크흠... 뭐, 그건 그렇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수긍할 거면 뭐 하러 물어본 거야?

“아레나는 어때? 삼촌?”

“뭐가?”

자리를 거실로 옮겨 삼촌과도 얘기를 나누었다. 해외 활동을 전담하는 것이 JS ENTERTAINMENT여서 이를 빌미삼아 시사회 때를 기준으로 한 달 정도 붙어 다녔음에도 벌여놓은 일들이 많은 만큼 할 말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직접 봤을 거 아니야. 나는 작년인가? 제작 년에 한번 본 것 같긴 한데 그때는 뭐, 반도 완성 못했을 때니까. 그 후로도 사진으로는 공사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받긴 했는데, 실제로 보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

“멋있어. 그런 공연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될 정도로.”

그 대표적인 벌여놓은 일이라는 게 바로 꿈 아레나였다.

“그런 아레나 이름 앞에 우리 지혁이 이름이 딱 붙어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에휴...”

한류월드 내에 세운 아레나의 이름이 꿈으로 정해진 것은 다분히 나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 얘긴 이미 끝났잖아. 끝난 얘기가지고 왜 그래? 애도 아니고.”

솔직히 언론에서나 아레나 사업에 투자한 이들이나 전부 아레나의 이름을 기존 가칭인 강지혁 아레나로 하자고 했었다. 어쨌든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이자, 이미 한류 월드 내 아레나는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미지를 가져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내가 우겨서 꿈 아레나로 이름을 정해버렸다.

내 이름을 아레나 앞에 붙이는 게 조금 쑥스러웠기도 하거니와, 애당초 이 아레나 사업을 추진했던 이유를 나 한 사람에게 국한시키기 싫었으니까. 뭐, 주요 투자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연예, 문화 사업에 종사한 사람인만큼 특정인의 이름을 붙이는 게 조금 그래서이기도 했지만.

“동혁 형이랑 민재랑 해서 오늘이나 내일 쯤 저녁에 한번 볼 거야. 아레나 어떻게 운영할 건지, 그런 것도 말 하고 완공식도 코앞이니까.”

“응. 그럼 오늘 한번 가보자. 삼촌. 나 직접 한번 보고 싶어.”

“그래, 조금 있다가 한번 가보자. 일단 밥부터 먹고.”

어쨌든 너무 기대됐다. 꿈이라는 이름을 아레나에 지은 만큼, 이번 사업에 대한 꿈이 컸고 4천억이나 들어간 아레나가 얼마나 멋지게 완공되었을지 기대가 컸으니까.

“네 작은 엄마가 너 맛있는 거 해준다고 재료 엄청 많이 사왔어.”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밥부터 먹어야 할 듯 했다. 비행기 내에서도 잠을 자느라 기내식을 먹지 않았고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도 지금까지 줄곧 자느라 꽤나 허기가 졌으니까. 더욱이 요리연구가답게 음식솜씨가 매우 뛰어난 작은 엄마가 손수 맛있는 걸 해준다고 재료까지 사왔다고 하니 오죽할까.

그런데 진수성찬을 먹는 게 마냥 쉽지 많은 않은 듯 했다.

“여기 조리도구가 아예 없네요? 냄비랑 수저, 젓가락도 없고. 어떡하지... 조미료랑 양념장은 집에서 가져왔는데...”

나도 그렇고 삼촌과 작은 엄마도 깜빡했던 게 이 집이 1년 넘게 빈 집이었다는 점이었다. 하물며 평소 음식을 해먹지 않고 룸서비스만 시켜먹던 나였으니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금방 사올게요. 여기 밑에서 팔 거 에요.”

“그러고 가려고?”

“마스크 쓰고 가면 될 거야. 모자 쓰고.”

그래서 서둘러 옷을 대충 입은 뒤, 집을 나서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라면 10분 남짓한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었으니까.

*

그런데 서둘러 나오다보니 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11월 중순이 가을인 걸 감안하더라도 심히 추울 것 같은 반바지에 후드 티 하나 그리고 마스크와 모자까지.

딱 봐도 나 수상하다는 걸 광고하는 듯한 옷차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만큼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하아. 이렇게 된 이상 초스피드 장보기다.

“봉투 드릴까요?”

“네, 봉투주세요.”

“총 결제금액 44만 3500원입니다. 결제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카드 결제해주세요. 일시불로요.”

프라이팬 2개, 큰 냄비 3개, 접시 10개, 수저세트 10개.

빨리 사고 돌아가야겠다는 일념으로 보이는 대로 집어넣었는지라 생각 외로 빠르게 장보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비록 사람들이 나의 옷차림을 보고 조금 미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슬프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별로 산 것도 없는데 40만원이 넘네.

내가 산 게 이상한건지 아니면 원래 내가 산 게 비싼 물품인지 모르겠다. 이런 물건을 사본 적이라고는 연습 생 시절 본가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되었을 때. 대략 10년쯤 전의 일이었으니까.

“언니, 그러니까요...... 엄청 웃기지 않아요?”

“그러게. 어, 어?”

“어, 언니... 저, 저기.”

“응? 왜 그래? 헉...”

그런데 그렇게 영수증을 확인하다가 걷다보니, 실수로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버렸다. 내가 타야할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지금은 가지 않는 집에서 살았을 때 쓰던 그 엘리베이터를.

그래서 의도치 않게 걸어 올라가게 되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층에 내려서 말이다.

그나저나, 예전에 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이렇게 사람이 가득 찼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득 찼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열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들로.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해당 층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내리려했다. 안 그래도 옷차림 때문인지 자꾸만 나를 두렵다는 듯 쳐다보는 엘리베이터 동행자들의 눈빛이 꽤나 상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내가 내려야 할 층에 나머지 여자들이 동시에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이게? 아!

순간 떠올라버렸다. 나 엘리베이터에 타서 층수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내 느껴버렸다. 먼저 내린 이들의 눈빛이 두려움과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여, 여기까지 쫒아 오시면 아, 안돼요!”

“맞아요. 사, 사인해드릴 테니까 그만 쫒아오세요!”

“우리 매니저님한테 이를 거에요! 사인해드릴 테니까, 그만 쫒아오세요!”

이건 뭐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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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오늘 점심~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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