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33화 (333/502)

00333  2018  =========================================================================

#333

“예정보다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소화 하고보니 어느새 9월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이어서 시사회 행사를 준비하고 행하다보니 개봉을 하게 되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정신이 없었다. 내가 해야 될 일을 미뤄야할 정도로.

[아, 아닙니다. 요즘 한창 바쁘실 텐데, 저희가 그 정도는 이해해드려야죠.]

그래도 개봉 첫 주가 지나자 나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내게 쇄도하는 방송 섭외 요청이야, 나의 해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JS ENTERTAINMENT에서 알아서 할 것이고 나는 그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할 뿐이었으니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정말 축하드립니다.]

물론 방금 전 안석준 CP의 말마따나 이 여유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이었다.

[강지혁 주연 미스터 지! 개봉 첫 주인 9월 셋째 주 목요일에 개봉하여 단 3일간의 집계만으로도 북미 9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1위 등극! 북미 스크린 4323개에서 누적수익 59,215,365 달러를 달성! 벌써부터 600억 가까운 오프닝 스코어를 올려! 아시아인으로서 거둔 최초...... 전 세계 46개국에 수출하여 개봉 첫 주 3일 동안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낸 미스터 지는 한국에서는 상영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도 못했던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한 덕에 JS ENTERTAINMENT에서 나를 담당하는 전담팀이 따로 생겼을 정도로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북미 4323개관, 중국 2341개관, 인도 954개관, 일본 443개관 등 북미와 아시아지역에서의 미스터 지가 일으킨 돌풍! 유럽, 남미 지역에서도 꽃을 피우나! 9월 넷째 주 화요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유럽, 남미 지역 벌써부터...... 개봉 첫 주 3일 동안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올린 미스터 지는 벌써 투자 금을 전액 회수......]

[새로운 액션 영화의 장을 열었다! 멋지게 보이기 위한 액션이 아닌, 철저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전 세계가 나를 섭외하려고 안달이 난 듯, 임시로 LA 집에 꾸린 JS ENTERTAINMENT의 LA지부는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난리가 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기분 자체는 뛸 듯이 기뻤다. 나 때문에 며칠 째 야근을 되풀이하고 있는 JS ENTERTAINMENT 직원들에게는 미안할 말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과와 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내가 바쳤던 노력, 시간들이 더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니, 안된다니까? 우리 지혁이 클라스가 있지, 거기까지 어떻게 가? 우리 지혁이가 배우라고 배우! 글쎄 북미 박스오피스 1등 했다니까? 너도 알면서 뭘 물어? 인터넷만 키면 바로 쫘악 나오는 걸. 그래, 그래. 한국 스케줄은 안 할 거야. 우리 지혁이가 하고 싶다고 하기 전까진 한국 활동 올 스톱이야. 그래, 그래 암 그렇고말고.”

물론 동생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꽤나 수그러들었다고 생각됐던 삼촌의 조카바보 증세가 다시금 도졌다는 점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아! 뉴스에 나온 거? 그거는 초대 손님들 중에 몇 사람이 허락받고 찍은 거야. 어, 어. 지상파 방송사에서 말도 안하고 써서 법적으로 조치하려고. 암, 그래야지. 아니, 지혁이 한국 안 간다니까, 그러네? 우리 지혁이는 이제 글로벌 스타라고 스타! 하하하하하!”

안석준 CP와의 통화가 끝나고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삼촌을 바라보고 있자니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시사회 때 작은 엄마와 동생들까지 데려와 LA에 저택에 머무르더니, 이제는 아예 나와 관련된 해외 매니지먼트에 발 벗고 나서는 삼촌의 행동과 더불어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에게 내 자랑을 하는 삼촌의 모습은 조카 바보 중의 최고 바보였으니까.

“아레나 완공 될 때 오지 않겠냐고? 뭐, 그땐 시간되면 갈수도 있고. 어허! 지혁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그래, 그래. 한남 동에 집 짓는 거는 한국에서 살려고 만든 거 아니냐고? 에이, 이제부터 우리 지혁이는 파리에도 집짓고 영국에도 집짓고 그러고 살 텐데 그게 대수라고?”

어휴, 내가 못산다, 못살아.

그런 삼촌을 뒤로 한 채 서둘러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만 좀 자랑하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곧 나가야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

*

“여러분 저 왔어요.”

10여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영수를 시청자들은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비록 일주일이라는 기간보다 3일이나 지나서 개인방송을 켠 이영수였지만,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지 않을 팬들이었기 때문이다.

“네? 탔다고요? 음... 학진이가 자꾸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일광욕하자고 해서 그런가 봐요.”

뭐, 너무나도 오랜만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김학진과 본인의 개인방송을 통해 소식을 전달해줘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영수가 개인방송을 켰다는 사실이 사바나 TV판에 퍼지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왔다! 이영수 방송 켰다!]

[갓지혁이랑 친한 사이 인증 지렸다. 지렸어!]

[뉴스에서 학진님 개인방송 영상 함부로 쓴 거는 어떻게 됐나요?]

“그거 지혁이가 괜찮다고 했어요. 처음에 거기 집사님한테 학진이가 허락받고 찍은 거라서요.”

그렇게 순식간에 3만 명을 웃도는 시청자가 들어와 채팅을 치자, 이영수의 눈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간 본의 아니게 온라인상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화제를 불러 모은 주인공답게 어느 정도의 상황설명이 필요함을 그 또한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무단으로 도용한 거 지혁이랑 사바나TV에서 처리해주기로 했어요.”

[지렸다. 지렸어. 지상파 방송들도 무단으로 도용하는 폭군, 택진 방송 후덜덜하네...]

[영화는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맞다! 영화 어땠음? 재밌었음? 지금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다가 중국, 일본도 난리라던데...]

“LA 시사회에서 보고 왔는데 진짜 재밌어요. 한글 자막 있어서 보기 편했어요.”

[한글 자막? 지렸다. 그럼 한국에서도 상영하는 거 아님? 한글 자막까지 있으면?]

[오오오! 진짜 한국에서도 상영?]

“한국에서는 상영안한데요. 언론이랑 사람들이 자꾸 뭐라 해서요. 시사회에서는 지혁이가 한국 사람들 많이 불러서 한글 자막 특별히 제작한 거래요.”

이영수의 답변은 응어리져있던 팬들의 호기심을 녹여내는데 성공한 듯 했다.

꽤나 이슈가 되었던 김학진의 개인방송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행태와 관련된 얘기부터 화제의 영화 ‘미스터 지’와 관련된 얘기까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귀중한 정보들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뭐 홍보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 진짜 제가 본 액션 영화 중에서 최고였어요. 다시 보고 싶은데, DVD는 나올 수도 있다니까 사서 보려고요. 그런데 극장에서 보는 거랑은 다를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워요.”

[진짜 그렇게 재밌어요?]

[지금 난리 났다던데? 필리핀에 어학연수 간 친구들이 장난 아니라고 함. 액션이 차원이 다름.]

“학진이도 DVD나오면 산다고 그랬다고요? 아마 그럴 거에요. 진짜 재밌었어요. 아! 여러분 그거 알아요? 영화 제주도 나오는데.”

[DVD 나오는 건 확실한 거임? 한국은 DVD도 안 판다던데...]

[팔긴 팔걸요. 한글 자막이 아니라서 문제지.]

[그건 우리도 알아. 제주도 나온 거. 뭐... 나온 거 알아도 볼 방법이 없지만.]

[근데 제주도까지 나왔는데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임. 하아... 한국에서 개봉했으면 대박이었을 텐데...]

“지혁이가 한국 사람이어서 원래 그리스 해변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제주도에서 찍었대요. 그리고 시사회도 LA가 아니라 한국에서 하고 뭐 여러 가지 하려고 했는데, 다 무산됐네요.”

어느덧 이영수의 개인방송 시청자수는 10만 명을 돌파한 상태였다. 이는 평소 이영수의 방송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청자 수였다.

이영수가 제 아무리 사바나 TV에서 톱 50안에 꾸준히 드는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평균 시청자수는 1만 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혁이 얼굴 직접 봤냐고요?”

하지만 이영수는 그런 시청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자기 말만 할 뿐이었다. 평소 그의 성격을 드러내듯 말이다.

“지혁이가 너무 바빠서요. 얼굴 오래는 못 보고요. 시사회 끝나고 이틀 뒤인가? 그때 같이 수영했어요. LA 집 안에 수영장 있거든요. 오두막이랑 해서. 아! 사진 보여 달라고요? 잠시 만요.”

[지렸다! 사진 공개 타임임? 큰 손님들 지금입니다! 지금이라고요!]

[라이몬드님께서 별 풍선 8282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왔습니다후쿠요정님께서 별 풍선 146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뭐로할지고민하다님께서 별 풍선 48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진짜 성처럼 돼있어요. 나머지는 정원이고요.”

이내 이영수의 개인방송은 그가 지난 미국 일정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공개하는 것으로 절정을 맞이했다. 일일이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별 풍선과 시청자들의 유입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정원이 진짜 좋았어요. 저기 수영장은 비밀 숲? 그거래요. 테마가. 어때요? 숲속 호숫가 같죠?”

[지렸다. 지렸어. 말 그대로 성이네. 성...]

[하안숨님께서 별 풍선 4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hyukjin2님께서 별 풍선 147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나도 가보고 싶다. 진짜 좋겠다. 하아... 현자타임...]

“정원 중앙 분수대를 기준으로 십자가? 그런 형태로 물이 흐르는데, 저기 수영장은 아래쪽? 그 쪽에 숨겨져 있어서 지혁이가 자주 있는 곳이래요. 오두막에서 곡도 쓰고요. 보시면 주변이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곳에서는 안보여요. 그런데 신기한 게 저기서 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요. 산타모니카 해변이 다 보이거든요.”

[경치 뭐임? 경치 지렸다...]

[정원도 테마가 있네. 궁전이다, 궁전.]

[갓지혁 클라스는 진심 넘사벽이다. 넘사벽.]

“시사회 끝나고 파티 하는 데 진짜 유명한 사람 엄청 많았어요. 분수대 주변에 테이블이랑 그런 거 놓여있어서 영화에서 보는 그런 파티 했어요. 맛있는 것도 많았고.”

그렇게 그날 이영수는 개인방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시청자수와 별 풍선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겨우 한 시간 동안의 방송을 통해서.

*

“언니, 그러니까... 이게 우리들이 불러야 하는, 아니 불렀던 곡들?”

“응, 슬희야. 이건 우리 데뷔앨범 그리고 이건 정규 앨범이야. 나머지는 싱글 앨범들이고.”

유리아와 예린은 지금껏 TWINKLE이라는 그룹명으로 발매한 앨범들 모두를 가져와 병상에 늘어놓았다. 이 앨범들이 부디 슬희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게 우리가 첫 1위했던 곡이고 이건 가장 많이 1위했던 앨범이야. 어때? 기억나는 게 좀 있어?”

슬희가 눈을 뜬지 벌써 일주일 째.

처음 슬희가 의식을 찾자마자 그녀의 가족과 TWINKLE 멤버들 모두가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해 병실은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정작 슬희는 데뷔 준비 때문에 일찍 연습실에 가야한다며 태연스레 의식을 되찾았는지라, 그런 주변 이들의 눈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족들과 TWINKLE 멤버들의 놀람을 클 수밖에 없었다. 의식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기쁘고 신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던 그들이었지만, 이내 슬희가 자신들을 보며 혼란스러워하자 무엇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으니까.

[아마도 본인 스스로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봉인한 듯 싶습니다. 다소 허황된 얘기로 들리시겠지만, 해외나 국내에서도 드물긴 하지만 종종 발견되는...... 기억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답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의식을 찾고 일주일 정도면 기억을 되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의사의 소견을 듣고 난 가족들은 그래도 다행이다 는 듯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일단 의식이 깨어난 만큼, 살아만 있다면 그깟 기억이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 가족들의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TWINKLE 멤버들은 마냥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들 또한 슬희의 의식이 돌아왔음을 기뻐했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어버린 것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그녀들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건 슬희 네가 무대 도중에 마이크 안 나왔는데도 라이브로 훌륭히 마무리해서 팬들이 좋아했던......”

7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세월을, 가수로서의 활동 기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세월을 기억하지 못하는 슬희를 볼 때면, 가족들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아는 그녀들로서는 마냥 이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그래서 TWINKLE 멤버들은 그녀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오늘 유리아와 예린이 스케줄 때문에 오지 못한 다른 멤버들을 대신해 자신들이 발매한 앨범들 모두를 슬희에게 보여주려고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2010년 12월 18일 음악뱅크 무대가 우리 데뷔 무대였어. 이건 기억나?”

“우리 11일 날 데뷔무대 하기로...”

“아... 맞아. 원래는 11일 날 하기로 했는데, 일주일 정도 미뤄졌어.”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슬희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의 시간은 여전히 데뷔를 일주일 앞둔 연습생 시절에서 머무르고 있었으니까.

“우리 슬희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슬희는 데뷔 무대 때부터도 엄청 잘 했는걸?”

“정말요? 언니?”

그래도 유리아와 예린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가수로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 살아도 좋을 테지만 그게 진정 슬희를 위한 일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아! 우리 데뷔 무대 영상 보여줄까? 슬희야?”

“에? 지금 볼 수 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이튜브에 검색해보면 있을 수도 있,”

“잠시만. 언니가 스마트 폰을 어디다 뒀더라?”

“언니 아까 예린이랑 나 놔두고 화장실 갈 때 스마트 폰 가져갔던 것 같은데...”

“아, 맞다! 잠시만! 언니가 금방 다녀올게. 그나저나 예린이는 먹을 거 사러가 놓고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언니?”

“아! 내 정신 좀 봐. 잠깐만 기다려. 알겠지?”

그리고 그게 슬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그녀들의 최선이었으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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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저녁 먹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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