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9 2018 =========================================================================
#329
[프리티 스타! 데뷔 후 첫 1위 등극에 이어 활동 5주차인 오늘 음악뱅크 1위를 달성함에 따라 방송 4사 올 킬을 달성! 타이틀 곡 Bad Man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프리티 스타는 활동 3주차 때 같은 프리티 스타 멤버인 김여정, 선우희가 속한 나인 테일의 데뷔가 있었음에도 공고히 1등의 자리를 지키며...... 한편 프리티 스타는 오는 6주차 활동을 끝으로 2번째 싱글 활동을 마무리...... ]
[무슨 기분 좋은 일 있나?]
[네, 네?]
기사를 보다가 문득 들려온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말에 흠칫하고 말았다.
[아니 자네 얼굴이 계속 밝길래, 물어봤더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게 틀림없군. 도대체 뭔데 그러나?]
도쿄, 오사카에서 있을 프로모션 행사를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가 주연인 영화가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확 와 닿아서인지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잠깐 핸드폰을 꺼내 기사를 살펴봤는데, 그게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았다.
[최근에 제가 만든 곡이 꽤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 봐요. 방금 전 핸드폰으로 기사를 봤거든요.]
[오호! 최근에 곡을 만들었단 말인가? 그렇게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도? 이거 정말 괴물이군 그래, 괴물! 하하!]
[아... 휴식기 때 살짝 만든 거에요. 그리고 제가 부를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불렀어요. 한국의 가수가.]
설마하니 이 정도까지 잘해낼 줄은 몰랐기에 놀랐다. 기사들을 통해 내가 만든 노래 Bad Man의 안무를 프리티 스타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기에 더욱.
어쨌든 이와 관련된 얘기들을 간단히 다이그 감독에게 설명해주면서도 내내 뿌듯했고 프리티 스타 멤버들이 대견스러웠다. 제 아무리 좋은 곡을 주고 기회를 줘도 스스로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다면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함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이거 아시아 프로모션을 앞두고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난 걸 보면, 이번 영화가 잘 될 거라는 신의 계신인건가? 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모두 고생했는데, 그만큼의 성과는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걱정 말게. 내가 독립영화계에서만 활동했다 할지라도 상업 영화계에 대해서 무지한 건 아니네. 그런 내 감으로 보건대 이번 영화는 적어도 중박일세. 중박!]
[정말 그럴까요? 정말 다이그 말처럼 중박만 쳐도 좋겠어요. 진짜 다들 너무 열심히 했는데...]
다이그 리넨만 감독 또한 나 못지않게 긴장하고 들떠있는 듯 했다. LA에서 일본 도쿄까지, 가깝다고 볼 수 없는 거리를 이동 중임에도 그의 얼굴에는 잠이 온다거나 피곤하다거나와 같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케 풋티지 영상 편집을 마무리하셨네요. 풋티지 영상에 들어가야 할 신이 포함된 마지막 촬영이 조금 지연돼서 일본 프로모션 행사 때까지 편집 마무리하는 게 아슬아슬하다고 들었는데.]
[하하! 우리가 누군가! 3일 밤을 새서 풋티지 영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네.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게. 퀄리티 만큼은 최고라 자부하니 말이네. 하하!]
그렇게 기자회견, 풋티지 영상 관람 그리고 GV무대인사로 구성된 일본 프로모션 행사와 관련되어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누었다.
유럽 프로모션 행사부터 합류할 다른 배우들이었는지라, 아시아 프로모션에서 배우라고는 오로지 나뿐이었는지라 다이그 감독과 미리 준비할 게 꽤나 많았으니까.
[꺄아아악!]
[강 상!]
[꺄아아악!]
[오빠! 오빠! 오빠!]
10시간도 넘게 걸려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다이그 리넨만 감독 그리고 이번 프로모션 일정에 동행할 제작진들 몇몇을 맞이하러 나온 수 만 명에 달하는 일본 팬들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이거... ‘지’의 아시아에서의 인기는 정말이지 대단하군, 대단해! 아니,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너무 과소평가 했군. 이건 정말이지... 왕이나 다름없군. 왕!]
나를 보며 환호하는, 심지어 눈물, 콧물까지 내보이는 일본 팬들의 모습에 나를 바라보는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미리 고용한 경호원들과 공항 측에서 제공한 경찰 인력들의 도움까지 받아 공항을 빠져나가려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대, 이 정도 인력 가지고는 오늘 안에 공항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더욱이, 점잖기로 유명한 일본 기자들까지 경호원들 사이로 내게 마이크를 들이밀기 시작했으니 오죽할까.
[그래, 이 정도니 아시아 배급사들이 ‘지’가 주연이라는 말에 발 벗고 우리를 찾아왔던... 하하! 그렇군 그래. 이거 일본 프로모션 행사 후가 기대되는 걸? 이정도면...]
아니, 이 양반이. 지금 공항 빠져나갈 생각을 해야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
[일본 프로모션 일정은 당초 3박 4일로 예정되어있었으나, ‘지’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4박 5일로 재조정되었으며 전 세계 최초로 풋티지 영상 관람일정과 GV무대인사 그리고 기자회견 일정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오오오!]
[강 상이 직접!]
[일본 팬들을 위해 강 상이 적극적으로 요청을?]
내가 언제 일본 프로모션 행사 일정을 조절해달라고 했다는 것인지.
그럴 권한도 없거니와, 그럴 권한이 있다하더라도 결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배우이고 이는 어디까지나 제작사와 현지 배급사와의 사업적인 사안인 만큼 내가 간섭하는 것이 결코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물론 다이그 감독이 저런 거짓말을 입에 담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일종의 립 서비스 격으로 일본에서의 내 이미지 상승과 현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를 이용한 듯 했으니 말이다.
[절권도라는 무술 그리고 여러분에게 조금 생소하실 수 있는 칼리 아르니스라는 무술을 영화 촬영 전에 배웠습니다. 영화 촬영 도중에도 꾸준히 수련했고요.]
“すげぇ。。。”
어쨌든 다이그 감독의 의도대로 기자회견이 이루어진 홀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오로지 기자들만 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액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액션 영화임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핸드 핼드 기법부터... 자세한 사항은 GV 무대인사, 풋티지 영상 관람 행사 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여러분! 방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조금 허술했죠? 하지만! 감독님께서 긴장해서, 그래서 관련 내용을 까먹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절대!]
[지! 이러긴가?]
[하하하!]
[하하하!]
덕분에 기자회견에 훨씬 수월하게 임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 특유의 반응도 반응이거니와, 질문들 자체가 난이도 있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내가 원하는, 물어봐줬으면 하는 질문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세이 신문지를 비롯하여 몇몇 매체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며칠 전 보도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질문의 서두자체부터 무엇인가 불안함과 거리낌을 내포했는지라,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었다.
[일단 한국의 그 어떤 배급사도 저희 측에 연락을 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모션 일정 또한 이를 반영한 것이고요.]
[배급계약이 아직까지도 체결되지 못했다는 말은... 한국에서는 미스터 지가 상영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지금 상황만 따지고 본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 일본에 온 만큼 어느 정도 한국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것임을 예상했었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얼핏 기자회견 장을 둘러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뭐, 다이그 감독은 모두가 일본인인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팬들이 이를 원치 않을 뿐더러 대중들이 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런 지는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굳이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한국과 관련된 질문은 여기까지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미리 이런 상황을 예상한 만큼 준비한 대응으로 이 상황을 넘어가려 했다. 이내 들려온 익숙한 언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매일연예 김주신 기자입니다! 질문 한번만 받아주십쇼!”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만, 혹시 그 질문이라는 게 이에 어긋나지 않은 부분인가요?”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 행사를 위해 주최 측에서 여러 번 섭외 요청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때 지혁씨는 주최 측의 이러한 요청들을 매번 거절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유들이 하나같이 이번에 개봉하게 될 미스터 지의 촬영 스케줄과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은 시기에 지혁 씨는 국내 음원사이트를 통해 ‘중얼중얼’이라는 곡을 공개하셨는데,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말들이 꽤나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십쇼!”
일본 프로모션 일정에서 한국과 관련된 얘기를, 그것도 프로모션 활동과 전혀 관계없는 얘기들을 다루고 싶지는 않았는데 끝내 이와 관련된 얘기가 기자회견장에 퍼지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절로 굳어버렸다.
그것도 내 말을 아예 무시하듯, 질문을 다짜고짜 내게 건넨 저 얼굴 두꺼운 기자로 인해 말이다.
하아.
일본 프로모션 현장에서 그것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국어로 한국 기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게 현지 팬들과 기자들에게 얼마나 실례될 일인지 모르지 않았기에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도대체 평창 동계 올림픽과 제 음원 공개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무슨 상관이 있길래 국내에서 또 말들이 많은 겁니까? 도대체?”
“그동안 선 정규 활동, 후 싱글 활동을 고수하셨는데, 이번 해 상반기에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중얼중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에 이러한 지혁 씨의 행보를 영화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국민들이 많고 따라서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 섭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가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팽배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중얼중얼’이라는 곡을 음원으로 낸 것과 미스터 지 홍보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그동안의 행보와는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지혁 씨 말에는 증거가,”
“그래서 프로모션 일정 그리고 한국에서의 상영 계획이 없다지 않습니까. 더 이상 뭘 더 증명해야 합니까? 말씀해보십쇼. 김주신 기자님을 비롯한 한국 기자 분들.”
그래서 되도록 좋게, 빠르게 한국 기자와의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한국 기자의 무례함과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나 또한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못 들으셨습니까? 김주신 기자님? 뭘 더 증명해야합니까. 한국에서 상영 계획이 없습니다. 프로모션 일정도 없습니다. 여기서 뭘 더 증명 하냔 말입니까?”
설마하니, 내가 이렇게도 공격적으로 대응할 줄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회견 장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게 된 김주신이라는 기자는 입을 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오늘 기자회견은 일본 매체들뿐만 아니라, 저희 제작진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습니까? 오늘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고간 말들에 대해 최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말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대놓고 무례한 행동을 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무력해보일 정도였는지라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본 프로모션 일정인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 말아달라는 주최 측과 저의 요구를 무시하면서까지 질문을 하셨으면서도 정작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에 지금처럼 입을 다물고 계신 것까지 전부 녹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답해주십쇼.”
저렇게 말해보라고 하면 입을 꼭 다물 거면서, 뭘 믿고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인지. 나 원 참.
“도대체 뭘 어떻게 증명해야 합니까? 한국에서 상영도 하지 않고 프로모션 행사도 하지 않는데 음원으로 한 곡 발표했다고 그게 가수로서의 활동이, 홍보 활동이 되는 겁니까? 상영 계획이 없는데? 하아...”
어쨌든 더 이상 한국과 관련된 얘기를 기자회견 장에서 다루게 된 다면 오늘 이 자리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릴 것 같아 서둘러 마무리를 해버렸다.
“매일연예 김주신 기자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대한민국 내에 수없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딱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미스터 지’의 제작 사는 이번 영화와 관련해 한국 활동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일부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대중 분들께서 그러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김주신 기자님처럼 제 모든 행동들을 다짜고짜 영화 홍보나 개인의 이익으로만 해석하시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 질문에 대한 답변이 충분히 된 것으로 보아 이제 한국과 관련된 질문은 정말 받지 않겠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과는 달리 이미 내 기분은 제대로 잡쳐버린 상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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