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28화 (328/502)

00328  2018  =========================================================================

#328

“여러분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서 그동안의 청순, 발랄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Girl Crush적인 모습을, 파워풀한 댄스 퍼포먼스와 섹시까지 겸비한 모습까지 담아내주었으면 하셨습니다. 따라서...”

트레이너들의 꽤나 강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준식은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시크릿 심사위원이 등장한 이래 이런 트레이너들의 불만어린 시선과 말들이 자신에게 쏟아진 적이 적지 않았기에 그 또한 나름 이 상황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트레이너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저기요. 아니, 우리들한테는 알려주라고요. 준식씨. 자꾸 이럴래요?”

“네, 네? 아, 저기...”

“준식 씨만 알고 있을 거에요? 진짜.”

“저도 모릅니다. 저는 그냥 제작진 측에서 건넨 멘트대로...”

“아니, 거짓말 말고요. 아! 진짜! 이리 좀 따라와 봐요! 그리고 안석준 CP 그 사람도 데려와요. 아니 그 사람 어디 있는 지 말해요. 우리가 지금 갈 테니까. 도대체 얼마나 잘난 사람이길래 이러는 거야.”

심지어 담당 책임자인 안석준 CP까지 불러 오늘은 기어코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를 알아내겠다는 듯한 트레이너들의 행동에 이준식은 결국 작업실을 끌려가다시피 나가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덩그러니 작업실에 남겨지게 된 소녀들 또한 마냥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 누굴까? 궁금해 죽겠네. 힝...”

“맞아...”

“우와... 곡이 너무 좋다. 그런데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까? 섹시...”

“일단 새연 언니랑 수진 언니 그리고 민지는 잘 할 것 같은데...”

“에? 나?”

“에이, 프로젝트 데뷔 촬영 할 때 다들 새연 언니 섹기 있다고...”

“지, 지영아!”

“네?”

“그런 말 하면 안 돼. 말조심 해야지.”

“아, 아! 죄송해요. 언니. 힝...”

그녀들도 트레이너들 못지않게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가 궁금했고 이는 어떻게 보면 트레이너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으니까.

“뭐야, 나는 왜 빼? 나 키도 제일 크고 다리도 완전 긴데!”

“넌 섹시를 아니, 연애 자체를 글로 배웠잖아. 헛 똑똑이 주제에, 풋.”

“그, 그럼 민지는!”

“너도 민지랑 목욕해봤으면서 뭘 물어.”

“하아... 스트레스 받아.”

“그나저나 진짜 궁금한데 너무하네. 우리들도 궁금한데... 트레이너 선생님들은 이제 알겠지? 치...”

“트레이너 선생님들한테 가르쳐 달라고 졸라볼까요? 이거 너무해요. 프로그램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안 알려주고...”

하지만 소녀들은 이내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에 더 이상 신경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여러분들의 이번 앨범 녹음은 4일 뒤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안무는... 여러분이 직접 만들게 될 것입니다.”

“네?”

“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이준식의 말이 소녀들 모두를 ‘시크릿 심사위원’ 따위에 신경 쓰도록 놔두지 않았다.

“시크릿 심사위원께서 본인의 사정 때문에 이번 곡의 안무는 저희 측에 일임하셨습니다. 따라서 저희 제작진 측은 본디 최고의 안무가를 섭외할 예정이었으나, 여러분들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보다 진심을 어필 할 수 있는 방도라 생각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저, 저희가 안무를 만들라는 말씀이신... 거죠?”

“어, 언제까지 만들어야 되나요?”

뜬금없이 안무를 창작해야한다는 이준식의 말은 소녀들을 패닉 상태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하다못해 경연 무대를 데뷔해 기존 곡에 창작 안무를 곁들이는 것도 아니고 소녀들 자신의 노래에 스스로 만든 안무를 곁들인다는 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리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여러분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안무는 녹음 후 일주일. 일주일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일주일이요?”

“헐... 너무 짧은데...”

더군다나, 안무의 준비기간이 마음 준비가 되지 않은 소녀들에게는 턱없이 짧게 느껴졌으니 오죽할까.

“프로젝트 데뷔 촬영 때도 이를 주제로 한 경연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여러분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질문 있으십니까? 없으신 것 같으니... 식사하시고 바로 해당 곡 숙지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소녀들에게 커다란 짐을 지운 이준식은 그저 자신의 말만 끝마친 뒤 작업실을 나섰다. 소녀들은 그저 멍하니 그런 이준식과 뒤따라 작업실을 나서는 제작진들을 바라만 봐야 했고 말이다.

*

[미스터 지! 돌풍을 일으키나? 본격적으로 홍보 활동이 시작된 가운데 선 공개된 티져 영상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심상치 않은 반응을...... 아시아 배우로서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으로 첫 영화 인생을 시작한 강지혁은 현재 영화의 마무리 촬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아침 내게로 전달된 하세이 신문을 보자, 미스터 지 포스터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벌써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기분은 처음 때와 다르지 않았다.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다? 독립 영화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첫 상업영화...... 가수로 유명한 강지혁이 주연이자 유일한 주인공으로 나선 가운데 과연 동양인이 주연인 이 영화가...... 강지혁이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배우라는 점...... 미스터 지의 선 공개된 티져 영상은 짧은 기간 동안 300만 뷰를 돌파하여......]

본격적인 프로모션 활동에 앞서 4월 깨부터 시작된 언론 홍보가 빛을 발한 탓인지, 수많은 신문들과 잡지들을 받을 수 있었다. 현지 배급사들의 배려 덕분에 말이다.

뭐, 비록 아직 유럽 쪽은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았고 프로모션 일정도 아시아 쪽보다 뒤쪽인지라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홍보가 뒤쳐진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일단 영화를 보게 된 다면 적어도 돈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노력했고 이는 제작진들과 다른 동료배우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작 내 나라인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기사도 볼 수 없었으니 오죽할까. 다른 지역에서의 미진한 점들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밖에.

[프로젝트 데뷔가 낳은 프리티 스타! 결국 6인조 유닛 활동으로 2분기, 3분기 활동을 이어나갈 듯...... 김여정, 선우희는 피쉬앤칩스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신생 걸 그룹 나인 테일에, 유지나는 스타라이트에서 최근 데뷔시킨 걸 그룹 라즈베리에, 정지연은 본인이 탈퇴하기 전 몸담았던 MAC ENTERTAINMENT의 사파이어에 합류하여 활동하게 될 것...... 높은 확률로 프리티 스타 유닛과 이들 그룹들이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반발이......]

[평창 동계 올림픽, 소치 다음으로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될 듯! 15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직, 간접적 경제 효과를 모두 합쳐도 10조가 안 돼!]

- 올림픽에서 얻는 수입은 TV중계권 판매와 ‘TOP프로그램’을 통한 공식 후원사 선정, 올림픽 휘장을 이용한 라이센싱 사업, 입장권 판매, 기념주화 등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가운데 TV중계권 판매와 공식 후원사 선정 등 두 가지를 쥐고 있다. 이 수입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주최 측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한국 포털 사이트를 장악한 기사들을 슬쩍 훑어보다 핸드폰을 배게 옆으로 던져버렸다. 물론 개중에는 내 구미를 당길만한 기사들도 몇몇 존재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소식을 담은 기사들이 전부였는지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 안에 있어? 나 잠깐 들어가도 돼?]

그런데 순간 트레일러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잠을 청해보려던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

사실 영화 자체가 주인공에게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추다보니, 나의 촬영 자체도 배우라고는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고작해야 장면들을 공유하며 호흡을 맞춘 배우라고 해봤자, 엑스트라를 제외하고 프란카 그리고 크리스, 파밀라가 전부였으니 오죽할까.

[죄송합니다. 미리 인사드리러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지금 내 트레일러로 찾아온 이의 얼굴에서 단번에 영화 속 배역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아니,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 조차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아직 제작발표회를 한 것도 아니고 첫 촬영을 본의 아니게 로케 촬영으로 시작한 만큼 이렇다 할 배우들끼리의 사전 모임같은 자리를 가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요? 하하! 이거 영화 촬영 끝날 때까지 얼굴 한번 못 마주할까 걱정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본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하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지혁 강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알렉산더 쿠퍼라고 소개한 선배 배우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드렸다.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겹치는 신이 아직까지 없는 배우이지만 그래도 그는 할리우드에서 나름의 명성과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였으니까.

[오호. 선배?]

[네?]

[이해하세요. ‘지’의 조국인 한국에서는 선배 연기자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한데요.]

[아, 그렇군! 그나저나, ‘지’라면 미스터 강의 애칭인가?]

[네, 뭐. 편하게 부르래서 촬영장에서는 모두 ‘지’라고 부르고 있죠.]

다행히 옆에 있던 프란카의 도움으로 분위기 자체가 어색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뭐, 누가 독일인 아니랄까봐, 그녀 또한 특유의 무뚝뚝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이 자리를 만든 것과 다름없는 만큼 평소처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촬영장에서 미스터 강의 칭찬이 가득해서 내가 욕심을 조금 부렸소. 아쉽게도 미스터 강과 나는 단 한 신을 제외하고는 만날 수가 없는데 그것마저도 6월 막바지에 일정이 계획되어 있으니 말이오. 하하!]

[아닙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하하! 이거 너무 예의가 바르군.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아. 하하!]

게다가 알렉산더 쿠퍼 씨는 얼핏 봐도 다이그 리넨만 감독보다도 나이가 많아보였는데 그에 걸맞지 않은 유쾌함과 호탕함까지 지녔는지라 분위기는 나름의 훈훈함을 간직한 채 유지될 수 있었다.

[편집 본을 보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왜 제작 스태프들이 미스터 강을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소. 흡사 내 젊은 시절의,]

이내 등장한 익숙한 목소리에 분위기 자체가 조금 심하게 가벼워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에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가 들으면 오해한다고요?]

[어? 크리스도 왔네요.]

[지!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나만 이렇게 쏙 빼놓고 모여 있으니 소외감이 드는 군.]

로케 촬영 후로 본적 없는 크리스의 반가운 얼굴과 목소리에 나 또한 얼굴 가득 담긴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비록 삼사일의 짧은 촬영동안 겨우 몇몇 신을 공유했을 뿐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크리스와 나의 사이를 재단하기엔 조금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으니까.

[에잇, 오늘은 미스터 강 얼굴이나 보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왔거늘, 네가 와서 분위기만 배렸군.]

[지! 보다시피 나와 저 영감은 미국에서 제법 많은 신을 공유했지. 그래서 아주 지긋지긋해. 아주!]

[에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에끼라니! 이 영감이! 나도 이제 50대인데!]

안 그래도 훈훈했던 트레일러 내 분위기가 이미 안면이 있는 듯한 크리스와 알렉산더 쿠퍼 씨의 콩트 아닌 콩트에 더욱 화기애애해져 그 후의 대화 또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대화들이 결코 불쾌하지 않았고 부담스럽지 않았음은 당연했고 말이다.

[우리는 보다 많은 신을 공유하게 될 것이니, 그때까지 기대해보겠소. 하하!]

[네?]

[후속편에서는 ‘지’와 나의 관계가 보다 본격적으로 그려질 테니 말이오. 뭐, 이 늙은이가 후속편이 제작될 수 있을 거라 ‘지’에게 기대를 걸어 봐도 되겠지요? 하하!]

뭐, 마치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트레일러를 나서며 후속 작을 언급하는 알렉산더 씨에 의해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감을 얻고 말았지만.

============================ 작품 후기 ============================

요핫님 후원쿠폰 3 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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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 박장현

녹턴 - 이은미

진짜 노래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뭔가 극과 극인데 감수성 폭발시키는 건 매 한가지인...

최재인 오 피터 감독에 판타지 영화면 반지의 제왕인가요. 이건 해야겠네요. (2017.04.15 16:54)삭제

-과연 그럴까요? ㅎㅎ

암천회류 잘보고갑니다 (2017.04.15 16:09)삭제

-항상 코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능력Skyey 흑흑 아직도 모르다니 (2017.04.15 16:05)삭제

-언제 알게 될까요? 작가도 궁금...

낙월희 배트맨 배트맨 알고이쒀 배트맨 (2017.04.15 13:47)삭제

-배트맨이라니... 그렇게도 가능하군요...흠...ㅋㅋㅋ 그리고... 저는 문피아 가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마셔요. 적어도 이 작품 완결은 이곳에서 꼭!

allrighteacher 잘 읽었습니다ㅎ (2017.04.15 13:47)삭제

-감사합니다. 얼라잇 티져님! 저도 잘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ooomi 트레이너들 자존심도 있늘텐데 너무 숨기는듯... (2017.04.15 13:42)삭제

-음... 그래도 계약상 정해진 것이니 만큼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ㅠㅠ

하하하오라 잘보고 갑니다 (2017.04.15 13:28)삭제

-감사합니다! 이벤트에도 막판에 정말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코멘트도 잘 남겨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라이몬드 잘보고 갑니다!!! (2017.04.15 13:28)삭제

-회장님 코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능력Skyey ㅋㅋㅋㅋ 언제쯤 나올까요 ㅋㅋ (2017.04.15 13:24)삭제

-뭐, 뭐가요??

디마프 잘보고 갑니다. (2017.04.15 13:24)삭제

-감사합니다.ㅋㅋㅋ 그런데 디마프님 코멘트를 볼때면 항상 드라마가 떠올라요. 드라마 제목중에도 디마프 있지 않았나요? 그 드라마 보진 않았는데 ost 중에 좋은 게 있어서 드라마 제목만 아는데...ㅋㅋ

공Blee 잘 보고 갑니다 작곡가 지혁인 거 언제 밝혀질지 ㅋㅋ (2017.04.15 13:24)삭제

-과연 언제 밝혀질까요? 저도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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