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6 2018 =========================================================================
#326
“같은 시기에 개봉 예정인 외화로서 강지혁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할 예정인...... 현재 북미, 일본, 중국, 인도 등 영화 시장 상위 10개 국 가운데 4개국과의 배급 계약을 마쳤고...”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사내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자꾸만 이와 관련된 설명을 요구하는 신임사장의 의도가 너무나도 훤히 드러났고 이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방향이었으니까.
“라이터 팔이 소년의 개봉 시기를 조정해보도록 하세요.”
“예, 예? 사장님 그건!”
이런 불길함이 마냥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이내 들려온 신임사장의 말에 그때만큼은 사내 또한 가만히 이를 수긍할 수 없었다.
“무슨 문제 있나요?”
“전임 사장님께서도 이 건에 대해서는 고심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처리를 이렇게 하신 것은,”
“아직도 이진호 부회장님이 JJ E&M의 사장인가요?”
“예, 예?”
이 물정 모르는 신임사장에게 한국에서의 기업 경영은, 특히 문화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영은 마냥 리더의 능력, 회사의 능력만으로 좌지우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려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늘부로 이곳의 경영권은 제게 일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영화사업부 쪽에게 있어 JJ E&M의 사장은 제가 아닌 이진호 전 사장인가 보군요.”
하지만 상황은 그가 바라마지않은 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강지혁이 주연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강지혁이 정확히 영화 내에서 어떤 역할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 현지 분위기, 나머지 상위 영화 시장 동태까지 전부. 아! 아예 이곳에 놓여있는 배급 계획서상 영화들 모두를 다시 알아오세요. 앞서 언급한 사항에 대해서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다른 배급사들 또한 이 점 때문에 배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진데 저희가 나서면,”
“제 말대로 하세요. 그 배급사들은 제작비를 투자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100억이 넘는 제작비에 이대로라면 추석 시즌까지 날리게 생겼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그렇지만...”
“단순히 손익분기 넘겼다고 안도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영화를 제작, 배급했을 때의 수익까지도 우리의 손실로 봐야 될 겁니다. 제가 경영하는 회사라면 말이죠.”
“사장님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이 부분은 파장이 클 겁니다. 아직 주주들이 사장님의 경영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혹시라도 회사가 화를 입게 된다면...”
“책임은 제가 집니다. 진호에게는, 아니 이진호 부회장님에게는 제가 따로 말하겠어요.”
그렇게 최후의 수단인 주주들을 핑계 삼으면서까지 이번 일이 불가피함을 어필해봤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신임사장의 눈빛은 사내가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단호했고 담대했으니까.
*
“아시아 배우로서 첫 영화 주연을 그것도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일단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가 주연을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기에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해당 배역이 가진 매력에 너무나도 푹 빠졌기에 더더욱...”
4월이 되자마자 촬영의 강도가 비교적 낮아졌다. 내 자랑 같아 말하기 그렇지만, 그동안 정말 열심히 촬영에 임했고 이로 인해 제작기간의 상당수를 까먹었음에도 어느 정도 촬영 스케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스케줄상의 여유를 채워 넣는 또 다른 일정으로 인해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처럼 계약이 완료된 배급사들의 요청에 의해 현지 매체들과 관련 인터뷰 시간을 가져야만 했으니 말이다.
“정규 3집에 이어 정규 4집 또한 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 구매량을 기록하며 지혁 씨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는데요. 혹시 아시는지?”
“네, 알고 있습니다.”
벌써 세 번째 맞이하게 된 일본 기자의 유창한 한국어 솜씨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나 또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을 갖췄지만 일본에서 나를 인터뷰하러 온다하면 줄곧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일본 기자를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일본 팬 분들이 정말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상대적으로 한국 팬들에 비해 지혁 씨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데요. 이점을 지혁 씨의 많은 팬 분들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나를 배려해서 그렇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이번 영화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방금 전 일본인 기자의 질문에 꽤나 큰 죄송스러움을 느꼈고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일본 현지 팬 분들을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해서요. 하지만 정규 4집 앨범의 첫 생방송 무대를 일본에서 가진 것과 같이 앞으로는 일본 현지 팬들을 위한 행사를 많이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팬들을 위한 현지 행사를 많이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깊어졌다. 물질적인 수치이기는 하지만, 일본 팬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나라인데도 현지 활동은 미미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오! 정말이십니까?”
그런 내 말에 너무나도 기뻐하는 일본인 기자를 보며 나 또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저런 모습이 일본인 특유의 예의상 행동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그의 행동이 진심인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보니 순간 말실수를 할 뻔했다.
“네, 안 그래도 이번 영화 아시아 프로모션에서 일본... 저기 잠시 만요.”
[감독님!]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말이 헛 나오자, 순간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이름을 자연스레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이그 감독을 이내 나의 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거 말해도 되는 건가요?]
[뭘 말인가? 인터뷰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나?]
[그게... 아시아 프로모션 일정에 대해서 살짝 말해버린 것 같은데요. 아니, 말하기 직전에 끊긴 끊었어요. 그런데...]
[아! 난 또 뭐라고. 하하! 그런 것쯤은 말해도 상관없네. 아니 반드시 언급하도록 하게. 하하! 어차피 일본 도카이 배급사가 요청한 인터뷰 활동이기도 하고 오늘 인터뷰는 촬영이 거의 마무리될 6월말쯤에 공개될 것이니 말이네.]
이거 걱정한 내가 꽤나 바보같이 되어버렸다.
자칫 일정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다이그 감독은 생각 외로 이 점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도리어 내게 이를 반드시 언급하라는 식으로까지 말했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나와 다이그 감독간의 대화를 조금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일본 기자에게 다시금 관련된 사안에 대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는 일본 기자에게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놀람을 선사하였다.
“아시아 프로모션에서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할 예정입니다. 때는... 7월 초쯤이 되겠군요.”
“그, 그게 호, 혼또, 아니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기자회견을 비롯해 풋티지 영상 관람 그리고 GV무대인사까지, 대략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 생각해보니, 일본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프로모션을 행하는 국가이겠군요. 아시아 프로모션이 다른 지역 프로모션보다 일정상 앞설 테니까요.”
“스, 스게!”
사실 이와 관련된 사안을 말하다보니, 나 또한 기분이 절로 좋아져버렸다. 일본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아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 프로모션 행사에서 일본에 신경을 많이 쓸 예정임을 건네는 게 그런 내 기분에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일본을 먼저 오신다는 말입니까?”
“음... 일단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 필리핀, 두바이에 프로모션 일정이 있다는 것과...... 따라서 제가 알기론 일본이 그 첫 번째 일정이라 알고 있습니다.”
“에? 그럼... 한국은 일정에 없는 것입니까?”
“그게... 아직 한국은 배급사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인 배급사 또한 없고요.”
“그럴 수가!”
다만, 아시아 프로모션 일정 가운데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할 때는 조금 씁쓸했다.
일본 3번, 중국 2번, 인도 1번, 필리핀 1번, 아랍에미리트 연합 1번.
4월 들어서 아시아 기자들을 대상으로 벌써 8번 가량 되는 인터뷰를 했을 진데 그 중 한국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그것도 아니면 기타 아시아인인지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내 자랑 같지만 아시아 배우로서 할리우드 영화 주연을, 그것도 단독 주인공을 맡았고 그 영화의 제작비가 비록 블록버스터 급은 아니더라도 700억이 넘는 규모일진데 내 조국인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무엇인가에 점점 확신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한국에서 논란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내게 잘못이 없다는 게 드러났을 진데 이다지도 이번 영화에 반응이 없다는 점은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니까.
[인터뷰 훌륭했네.]
[뭘요.]
[아직 촬영이 2개월 조금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인터뷰 요청이라니. 아시아 지역에서 ‘지’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인기가 대단하군! 이거, 가수로서도 대단한데 배우로도 이 정도까지! 솔직히 ‘지’가 배우로서 아시아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그 현실을 마주하니 그동안 내가 ‘지’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네. 하하하!]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한국에서는 프로모션 일정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일본이 프로모션 일정에 있어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들어서인지, 일본인 기자의 얼굴은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무척이나 밝았다. 그에 비례해 내 얼굴은 어두워졌고 말이다.
[한국 쪽에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나요?]
그래서였을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다시금 내게 다가온 다이그 감독에게 가장 먼저 한국 사정을 물어보았다.
[흠... 아쉽게도 그렇네. 우리 측에서도 ‘지’가 한국 사람인 걸 고려해서 모든 일정에 있어 한국 측 배급사를 고려하려했건만... 아쉽게 됐네.]
[그래요. 하하... 죄송해요.]
역시나였다. 다이그 감독의 대답은.
[아니네, 4월 말까지 연락이 없다면 우리 측에서 먼저,]
[아니요. 전혀 그럴 필요 없어요.]
[그게 정말인가? 하지만 한국은 ‘지’의...]
[도리어 제가 죄송해요. 제가 한국인인데,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요.]
한국인들 특성상 같은 나라 사람이 해외에서 조금의 유명세라도 갖게 되면 엄청나게 띄워주는 경향이 있다. 아니 그런 경향이 크다.
그래서 더욱 의아했고 부끄러웠으며 씁쓸했다. 주연 배우로서 영화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도리어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 괴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 이어진 사과 말에 다이그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나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 덕분에 아시아 시장에서의 배급, 유통 계약이 얼마나 순조로웠다고! 천억 이상 제작비를 써가며 만든 블록버스터였어도 이번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배급 계약을 빨리 확정지을 수는 없었을 게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정말이네!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쓰겠다고 했을 때 그렇게 반대했던 투자자 측에서도 지금에 와서는 ‘지’를 주연으로 발탁한 내 안목에 감탄하고 있단 말이네!]
이어진 다이그 감독의 말은 내게 있어 꽤나 큰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음... 한국 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빼놓기 힘든 영화 시장인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렇게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은 적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더욱 더 열심히 해볼게요. 몸이 부서지더라도.]
그래서 다짐하게 되었다. 다이그 감독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순 위로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그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기에 남은 촬영에 있어 내 모든 것을 걸고 서라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하하! 거기서 더 열심히 한단 말인가! 하하하! 이거 정말 괴물이군 그래. 괴물! 하하하! 이것이 바로 아시안들은 정신력인가! 하하하하!]
그리고 나를 저평가한 이들에게 후회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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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처음처럼 사랑하길 바라고 있어 - 에스프레소
노래 너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달콤한 노래인데, 한번씩 들어보셔요! 불금이랑은 안어울릴 수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