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4 2018 =========================================================================
#324
[강지혁이 싱글을? 선 정규 앨범, 후 현지 싱글 앨범 활동을 고수하던 강지혁이 이례적으로 싱글 활동을...... 싱글 곡 중얼중얼이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음원을 낸 배경에...... 한편 강지혁은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영화 미스터 지의 촬영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혁의 신곡 중얼중얼의 파장은 언제나처럼 컸다. 특히나 항상 정규앨범으로 가수 활동의 시작을 알렸던 강지혁이었기에 더욱.
따라서 대중들은 이런 강지혁의 행위에 대해 각자의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 대중들의 행동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각종 언론들과 대중문화 평론가들이었고 말이다.
[영화 홍보 때문에 그런 거 아님? 보니까, 할리우드 영화라 해도 7백억 정도면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엔... 유명한 배우들 누구 출연했다는 소식도 없고.]
[강지혁이 배우로 아시아에서나 유명하지 솔직히 다른 데서는...... 미국에서는 강지혁 배우인줄도 모를 듯.]
[아시아 배우가 조연도 아니고 주연 맡은 것부터가 오버임. 6, 70년대 이소룡도 아니고.]
너무나도 의외인 행보였기에 사람들은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강지혁의 영화 출연에 그 이유를 찾으려했다.
[팬들 부담스럽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는 홍보하려고 저러네.]
[하긴 동양인 배우가 할리우드 주연하려면 무조건 아시아 시장은 먹고 들어가야지. 계약 사항에 한국 시장 잡으려고 어느 정도 프로모션 활동하라 적혀있을 듯.]
[님들 그거 알고 있음? 강지혁 평창 동계 올림픽 섭외 거절함. 근데 그러면서 영화 홍보?]
이와 같은 해석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고 또한 최근 일어난 강지혁에 대한 반감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강지혁이 팬을 윽박지르고 심지어 욕설까지 했다는 관련 논란은 전부 오해였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상에 퍼진 관련 영상과 상세히 이와 관련된 상황을 설명한 게시글로 인해.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강지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알게 모르게 자리 잡은 그에 대한 열등감을 뿌리 채 뽑아내지 못했기에 한국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내 그럴 줄 알았음. 강지혁 진짜 이미지 메이킹 천재라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돈이 사람을 만드는데, 방송에서 드러나는 그런 성격이 가능이나 함? 보나마나 한국에서 영화 홍보하려고 이슈 만드는 거지.]
[팬들이 관심 주는 건 싫고 영화는 많이 봐줬으면 좋겠고. 에라, 염치도 없는 놈.]
어느 순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부정적인 여론이 무색하게 강지혁의 신곡 ‘중얼중얼’은 3주가 지나도록 음원차트 1위의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
“미스터 지?”
“예, 그렇습니다.”
대기업 JJ 그룹의 계열사인 JJ E&M은 국내 3대 영화 배급사이다. 따라서 JJ E&M 영화 사업부의 상위 책임자인 그가 받아보고 있는 보고서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 영화부터, 누구라도 알고 있는 명화 그리고 신작 영화까지, 갖가지 영화들에 대한 배급 제안서가 가득 담겨 있었다.
“미스터 빈이라는 스파이 첩보 소설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스토리 면에서 탁월할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배급을 맡고 있는 Universe사에서 이례적으로 해당 영화의 배급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한......”
보고서 페이지 가장 상위에 자리 잡은 한 편의 영화가 그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했다. 외화임에도 너무나도 익숙한, 익숙할 수밖에 없는 한국인의 얼굴이 자리 잡은 제안서를 검토하는 것은 20여년 가까이 이 일을 진행해왔던 그 조차도 좀처럼 겪어보기 힘든 경험이었으니까.
“그런데 감독이 명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독립영화에서만 활동했을 텐데? 그리고 이렇다 할 배우도 없고? 주연이 동양인이라는 걸 커버해줄 만한 주조연 스타가 없잖아? 강지혁이 아시아에서나 배우로 유명하지, 할리우드에서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중국, 일본에 이어 필리핀, 인도 현지 배급사와 계약을 이미 확정지었고 중동 아랍 지역 현지 배급사와 협상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다이그 리넨만 감독이 독립영화에서만 활동하긴 했지만, 그의 연출력에 대한 영화계의 평가는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중국, 일본, 인도 빼고는 별 볼일 없어. 흠... ”
물론 단순히 한국인이 주연인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만으로 일을 진행하기엔 그가 지닌 안목과 경험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그 안목과 경험이 모두 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화시장 탑 10안에 드는 북미, 중국, 일본, 인도에서 벌써부터 현지 배급 계약을 맺었다면 영화자체가 흥행 요소를 지녔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한국까지 배급사가 확장되면...”
“흠... 유럽 쪽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시장규모 탑 10안에 국가들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영화의 주 로케 촬영지가 프랑스, 러시아인 것과 더불어 유럽 내에서 강지혁이 지닌 브랜드 파워가 상당한 것으로 보아 무리 없이 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지혁이 배우인 걸 유럽 애들이 알기는 알아?”
“그건... 하지만 주조연 역으로 캐스팅 된 프란카 프란테라는 배우가 독일 출신으로, 할리우드 진출 전 독일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는 점에서 독일 현지 마케팅이 용이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속옷 화보를 통해 섹시 스타로서 유럽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지혁이기에.......”
북미,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대한민국, 독일, 러시아, 호주.
아직 제작기간이 상당부분 남았음에도 전 세계 영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0여 개 국 가운데 1위 북미, 2위 중국, 3위 일본, 6위 인도의 현지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 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가 꽤나 순조로울 것이라는 점으로 볼 때 ‘미스터 지’는 흥행 참패의 가능성보다 손익분기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알리바이 문화그룹, 일본의 도카이 배급사와 같이 필리핀, 인도에서도 현지 최대 배급사와 연이어 계약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개봉 6개월 전에. 그리고 중동 아랍지역 최대 배급사인 UAE 픽쳐스와의 계약도 거의 마무리......”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최대 배급사와 계약했다는 것만으로 흥행이 좌지우지 된다면 우린 이미 돈방석이지. 안 그래?”
“그렇지만...”
“그리고 아직 유럽 쪽 배급사와는 구체적인 계약 성과가 없잖아. 그냥 예상일뿐이지. 뭐, 북미 배급사로 Universe이고 특별관리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은 꽤 호재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흠...”
해당 영화가 지닌 수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그가 발을 담고 있는 분야가 불확실성이 많기도 하였거니와, 개봉시기가 한국 영화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그런 것 다 떠나서. 한국 시장에서 추석 때 다른 쟁쟁한 작품들 제쳐놓고 이 영화를 주력으로? 이번 설 때 우리가 쓸 돈이 얼만지 알지? 아무리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소규모고 이름 없는 배우들 투성이라도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야. 아시아 시장으로 오면 우리가 써야 될 돈도 돈이거니와 신경 써야 될 게.... 하아...”
“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 내가 주도적으로 나대는 것은 힘들어. 신사옥 이전 건으로 인사이동도 그렇고 요즘 들어 회사 내부분위기도 어수선하니까...”
하물며 그가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설에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화가 따로 있었고 이와 별개로 회사 분위기까지 수상쩍었으니 오죽할까.
“어떻게 할까요?”
“흠...”
답은 뻔했다.
“일단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이 되었던 적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작비 7백억을 상회하는 영화의 주연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애국심 프로모션과 더불어 저희 상영관들을 이용한다면......”
“일단 이번 건은 미뤄두기로 하지. 이번 설 프로모션에 집중하도록 해. 설 때 국내 영화 안 내보내고 외화 내보낸다고 감독들이 징징거리고 있으니까, 그것도 신경 쓰고.”
“네?”
“안 나가고 뭐하나? 시간이 많이 남나보지?”
“아, 아닙니다.”
분명 매력적인 영화이고 제작비에 비해 호재가 꽤나 많았지만, 회사내부가 여러모로 어수선하다는 점에서 그가 지닌 역량이라는 게 또 다른 일을 추진할 정도까진 아니었는지라, 그는 그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공교롭게도 꽤나 유사한 때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가 JJ E&M과는 사뭇 달랐지만.
*
“평창 건은... 촬영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 쓰기 힘들어. 그건 삼촌도 알고 있잖아?”
LA 저택을 찾아온 민재 삼촌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주부터 집에 머물고 있는 재성 삼촌의 얼굴까지 어두워져 있었는지라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혁아 아레나 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지?”
“그거야...”
물론 삼촌들의 얼굴이 이렇게 어두워진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민재 삼촌을 이곳까지 직접 오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기에 더욱.
“두바이 왕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큰 일 날 뻔했어. 알고는 있지?”
“그래서 비위 거슬리지 않게 평창 일을 해야 한다는 거야?”
두바이 왕자의 도움이 생각이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강지혁 아레나를 두바이 시와 고양 시 자매결연의 상징을 여길 것! 한류를 사랑하는 아랍인들의 마음을 발판삼아, 한국인들 또한 아랍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지고 양 시, 더 나아가 양 국가, 문화 교류의 장으로.......]
덕분에 우리의 힘만을 이용했다면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아레나 사업에 이빨을 들이대는 승냥이가 누군지 보다 더욱 중요한,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를 알게 됐고 세상 든든한 방패를 얻었으니까.
“아레나 사업은 두바이 왕자가 공개적으로 움직여줘서 화를 피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은 아니야. 더러운 일이고 네가 알지 않았으면 했지만 이제와 마냥 숨길 일은 아니지.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고.”
“그래 민재 말이 맞다. 대한민국에서는 경제든 문화든 정치 쪽과 척을 지면 살아남기 힘들어.”
하지만 그로 인해 배후가 누군지, 앞으로 그 배후가 내게 어떤 보복을 가할 수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음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내 들려온 재성 삼촌의 말 때문에 더더욱.
“너 국내 활동 아예 안 할 거야? 당장 영화개봉하면 한국에 프로모션도 해야 할 테고 가족들도 한국에 있는데?”
몇 주 전부터 풀리지 않았던 퍼즐조각이 삼촌이 꺼낸 말에 거짓말처럼 풀려나가자 솔직히 다른 말들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일뿐이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레나 사업에서 보여줬던 그들의 집착과 더러움을 고려해볼 때 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건 아니잖아.”
“뭐?”
“나 매일, 매일 영화 촬영해야 하는 거 알지? 일찍 자야 돼. 그러니까, 복잡한 얘기는... 오늘은 여기까지. 삼촌들. 잘 자 삼촌들.”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고 당장 오늘도 고된 촬영을 마쳤고 내일도 그 촬영을 이어갈 것이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보며 삼촌들이 걱정과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
“다시 한 번 힘들다는 연락이...”
[쾅!]
“뭐라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촬영으로 인해 시간을 빼내기가 힘들다는...”
좀처럼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래서 도리어 주변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이가 최근 들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기립해 있던 사내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모습 또한 그 종류는 다를 뿐, 여전히 그가 모시는 이의 말과 행동은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라는 점을 최근 들어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각 배급사들이,”
“배급사?”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외화가 현지에서 유통될 시, 각 국의 수요에 보다 적합하게 공급하기 위해 또 프로모션과 같은...... 현재 배급사들이 해당 영화의 배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기고만장하군 그래?”
“죄, 죄송합니다. 저번 조치들을 더욱 더...”
“그런 쪽까지 내가 더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예? 예! 저번 조치들을 좀 더 강화시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지닌 신분과 재력 그리고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지 않았기에 그는 오늘도 참고 견뎌야만 했다.
그 자신이 하고 있는, 해야 될 일이 얼마나 추잡하고 파장이 클 일인지 모르지 않았지만, 이를 감내하지 않는 순간 눈앞 중년인의 적대적인 눈빛은 자신을 향할 테니까.
============================ 작품 후기 ============================
연휘가람님 후원쿠폰0 5 장 감사합니다.
z_z님 후원쿠폰 12 장 감사합니다.
일리오르님 후원쿠폰 10 장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려요! 추천 꾸욱!
원고료 쿠폰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모님 방금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드렸네요.
못 올린 분량은 내일이나 모레까지 채워넣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P.S 컴퓨터 설치했습니다. 전에는 테블릿으로 써서 눈이 너무아프고 손목도 아팠는데 화면도 크고 키보드도 꽤 괜찮아져서 너무 기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