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2 2017 =========================================================================
#322
“사랑이 넘어지면 아야! 하니까, 조심해야 된다. 알겠지?”
“응! 오빠!”
“나는, 나는? 나는 오빠?”
“우리 소망이도 조심해야 돼. 알겠지?”
“응! 소망이 잘 뛰어! 이것 봐!”
“어, 어? 아니, 소망아 잘 뛰라는 게 아니라... 그래. 소망이 파이팅!”
정신없이 뛰어노는 동생들과 벌써부터 장난꾸러기임을 드러내듯 잠시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동생들로 인해 집안은 시끌벅적 그 자체였다. 그래서 진땀 꽤나 빼게 됐다. 혹시나 동생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다 다칠까, 요람에 누워있는 동생들의 울음이 다른 심각한 증세의 표현일까 싶어서 말이다.
“작은 엄마 슈퍼맨이야?”
“어? 뭐... 슈퍼맨이지. 몇 살 차이 안 나는 나랑 소담이도 누나한테 거의 키워지다시피 했으니까.”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소망, 희망이 그리고 우정, 용기, 믿음까지 여섯 아이들을 손수 돌보는 작은 엄마가.
“사람 쓰지? 애 여섯을 어떻게 혼자 돌봐?”
“안 그래도 애 돌보는 데 사람 쓰고 있어. 두 명.”
“두 명 가지고 될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집안일은? 원래 집안일 해주시는 분 계셨는데?”
“누나가 음식은 자기가 하고 싶다 해서 그분은 이제 집 청소만 도와주시지.”
그렇게 한참동안 대화를 나눴다. 두 눈은 여전히 동생들에게로 향해있었는지라, 제대로 된 대화라 보기 힘들었지만.
“집 좋다. 좋아. 나는 언제 이런 집에 살아보냐?”
“뭐래. 지금도 살고 있잖아. 여기보다 규모는 작아도 서울 집도 비슷하잖아?”
“바다가 안 보이잖냐. 이런 여유도 없고.”
“뭐, 그건 그렇지만.”
실컷 뛰어놀다 지친 것인지, 나란히 잠에 빠진 여동생들과 남동생들을 데려간 작은 엄마 덕에 그제야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요즘도 많이 바빠?”
“항상 바쁘지. 이제 곧 주총도 있고 다음해에는 아레나도 완공되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적인 사안으로 화제가 넘어가버렸다.
“쉬러 와서 일 얘기하는 게 조금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안 그래?”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일과 관련된 대화라 해도 누군가와 편하게 해변과 정원을 바라보며 말을 주고받는 것만 해도 행복이 느껴졌으니까.
“아레나 내년 11월 말쯤에 완공될 거야.”
“11월? 내년?”
“사성 물산 쪽 얘길 들어보니까, 12개월 정도 앞당겨질 것 같다더라.”
다다음해 11월 초에 완공될 예정인 아레나 공사가 한두 달도 아닌 12개월이나 앞 당겨진다는 점에서 깜짝 놀라게 되었다. 들어간 돈도 돈이거니와 아레나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공사가 빠르게 됐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반길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 돼? 몇 개월도 아니고 1년이 앞당겨진다는 게? 아니, 내가 이상한 건가?”
“호텔백제가 1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레나에 사성물산이 허투루 공사를 할 것 같아? 아무리 계열사로 분리되어있고 실질적으로 호텔백제가 사성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해도 아직까지는 범 사성계열이야. 피로 이어진 관계니까 말이야.”
“음...”
“관련 자재들 조달도 완벽하고 인력, 관련 시설들도 최대로 투입하고 있어. 너도 전에 한번 봤잖아. 그때도 공사 진행률이 꽤 빨랐다며?”
“그렇긴 한데...”
“그리고 두바이 건설 사업에서 아직 알짜배기는 튀어나오지도 않았는데, 시행사인 씨마르사에게 트집 잡힐 일은 절대하지 않을 거야. 뭐, 그러니까 그 쪽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래도 태현 형의 설명을 듣다보니, 그런 걱정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긴 범 사성계열에 속한 호텔백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고 또 두바이 쪽과 연관된 공사인데 부실공사를 하진 않았겠지.
“임대매장 수만 해도 100개가 넘고 음악, 예술 공연 그리고 스포츠 쪽 행사까지 합치면 수익이 꽤나 쏠쏠 할 거야. 지역의 랜드 마크가 돼서 공실률만 줄일 수 있다면 말이야.”
“잘 돼야 할 텐데. 무리해서 투자한 만큼. JS도 10%지분 맞추려고 무리 했잖아. 맞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큰 규모의 사업인 만큼 걱정할 만한 꺼리가 부실공사와 관련되어서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미래를 봤을 때 꼭 필요한 지분 매입이었어. 네 지분이 조금 깎였지만 어쨌든 넌 여전히 50%지분을 가지고 있고 JS, 포이보스가 있는 만큼 아레나를 운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없어. 반면에 지분조정으로 이해관계자가 많아져서 시너지 효과도 막대할 거고 주변 ‘승냥이’로부터의 방어력도 높아졌지. 손해 볼 것 없고 이득만 가득한 윈윈 계약이었어. 그쪽도 우리 쪽도.”
“그래도 그 모든 게 손실이 나면 빛바래지는 거 아냐?”
“마냥 그렇게만 볼 수는 없어. 우리들이 얻을 수 있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니까.”
“응?”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이미지?”
“랜드 마크 건물이 될 아레나에 투자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될 거 너도 알고 있지?”
“그거야...”
“각 소속사마다 공인 숍부터 전용부스를 설치해서 자의적으로 운용할거야. 너 같은 경우는 네 역사박물관 허, 참.. 살아있는 사람한테 역사박물관이라니... 어쨌든 JJ E&M이랑 호텔백제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리고 농구팀, E-SPORTS 관련 시설도 들어서면... 명실상부 복합 랜드 마크로서 아레나가 자리 잡게 되는 거지. 한류월드 테마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말이야.”
뭔가 복잡한 설명들을 태현 형으로부터 들었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그 걱정이 사라지질 않았다. 이런 걱정이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만큼 나보다 배운 것 많은 태현 형이나 관리사님 그리고 아레나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기에 다 잘 될 것이라 믿기는 믿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태현 형의 말을 곱씹던 내게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 것은.
“어?”
“봄비가 내릴 때면 우리 사랑은 새싹처럼 언제나 푸르러 질 수 있나요. 우리의 사랑이 포근했다면 이제는 더욱 뜨겁게 날 사랑해줘요......”
내가 만든 노래의 클라이맥스부분을 지금 이 순간 듣게 될 줄은 몰랐는지라 나도 모르게 의아함이 튀어나왔다.
“휴우... 애들 깰까봐, 개 쫄았네. 알람 맞춰놓은 걸 깜빡했네.”
물론 형은 이를 잠든 애들을 깨울까봐 조마조마한 반응으로 본 듯 했지만.
“형이 이 곡을?”
“어? 너도 이 노래 좋아하냐?”
“어, 어? 어... 뭐, 그렇지.”
“기가 막히다니까? 프리티 스타 보는 맛에 산다. 요즘에.”
“뭐? 형... 형은 JS 아이돌만 좋아해야지. 이거 진짜 스파이아냐?”
“인마. 그냥 이건 기호 차이야. 내 개인의 기호. 그리고 우리 소속사 연습생 한 명도 이 그룹 소속인데 뭐가 스파이냐?”
“크흠... 이 곡이 꽤 유명한가봐?”
“그렇지. 곡도 유명하고 가수도 유명하고.”
“곡이 유명하단 말이지?”
“어? 곡도 유명하고 가수도 유명하다니까?”
“곡이 유명....”
“뭐래.”
잠시 이성을 잃었다. 소녀들의 꿈을 위해, 오로지 소녀들을 위해 만든 곡이 공개 된지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노래하나는 기똥차게 만드네. 만들어.
“엄청 이슈였잖냐. 이 작곡가 정체 방송 끝나고 지금까지도 안 밝혀져서.”
“그래?”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고 이슈도 충분히 끌어서 공개하는 게 프로그램에 더 좋을 텐데 끝까지 공개 안하던데? 하긴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발표를 안 해서 더 이슈가 된 것 같더라. 진짜 끝까지 공개 안 할 줄은 몰랐는데, 지금까지 공개 안 해버리니까, 대중들이 궁금해 죽는 거지. 아주.”
그런데 한참 좋았던 기분이 일순간 가라앉아버렸다.
“근데 요즘엔 이 가수들 때문에 미치겠다.”
“뭐?”
“정확히 말하면 가수들 때문이 아니지. 뒤에서 더러운 짓하고 있는 놈들이 문제지.”
태현 형이 이내 건넨 말로 인해.
*
[강지혁이 할리우드 영화에? 독립영화계에서 떠오르는 신성으로 유명한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첫 상업영화 ‘미스터 지’의 주인공으로서 액션 연기에...... 제작비 740억 원의 대규모 블록버스터에... 하지만 할리우드 기준으로 740억 원이 블록버스터라 치기엔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연출력이 상업영화에서도 통할지가......]
[최대 수용인원 10만 명에 달하는 강지혁 아레나! 당초 예상되었던 완공시기인 2019년 11월 10일보다 1년 앞서 완공되다? 사성 물산 측 曰 “새로운 신공법과 함께 자재조달, 인력, 관련 시설 투입에 본사의 모든 역량이 투입된 만큼 공기를 대폭 축소시킬 수 있었고...... 부실 공사가 아닌 100년, 200년을 두고두고 존재할 수 있는 아레나가 될 것임을 확신......”]
“후우... 그래서 기어코 빼내가겠다고?”
“그렇다는 데요?”
“하아...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단체숙소에도 입소 안 시키겠다고 그러더니!”
최후통첩을 받아서일까. 프로젝트 데뷔 제작진들의 얼굴을 어둡기 그지없었다. 데뷔곡 ‘슈퍼스타’가 음원차트 최상위권, 음악방송 1위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프로젝트 그룹이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지연이 빠져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피쉬앤칩스 연습생들이나 스타라이트 연습생까지도...”
“다른 연습생들은? 더 빠져나갈 사람은 없고?”
“아무래도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아 다른 연습생들의 소속사는 자사 소속 그룹의 론칭을 포기한 듯 합니다. 게다가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 소속사도 있으니까요.”
“그럼 10명 중에 4명이 빠지는 건가? 휴식기에?”
“네... 아무래도 막을 수는...”
10명의 소녀들 가운데 4명의 소녀들이 그룹 활동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현실과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제작진들의 입에 삐쩍 마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안석준 CP님은 어디 가셨나? 아까부터 안보이시네?”
그래서일까. 문득 제작진들의 대표인 안석준 CP가 눈에 보이지 않음을 그들은 꽤나 뒤늦게 파악하게 되었다. 그것도 때마침 회의실로 들어오는 안석준 CP로 인해.
어쨌든 그런 안석준 CP의 얼굴이 근래 들어 볼 수 없었던 밝음으로 가득 차있자, 그 이유를 모름에도 제작진들의 얼굴에 일말의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 이내 들려온 안석준 CP의 말에 그 희망이라는 감정을 일순간 경악으로 바꿔야 했지만 말이다.
“어? CP님 어디갔다 오셨어,”
“다음 분기 앨범은 6명 체제로 간다. 소속사 개별 활동 때문에 빠질 연습생들은 빠지라고 그래.”
“네?”
“네?”
다짜고짜 6명의 인원으로 프로젝트 그룹의 활동을 이끌어가겠다는 안석준 CP의 말에 제작진들 모두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첫 데뷔무대 기준으로 1년 동안 프리티 스타 공식 활동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우리 측에 관리 권한이 있다... 각자 소속사 활동 하라고 그래. 정규 앨범으로 활동할 마지막 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합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전하고.”
“CP님!”
“김여정, 정지연, 선우희, 유지나 모두 고정 팬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지만 아예 앞으로의 활동 거의 대부분을, 그것도 개별 소속사들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 마지막 분기 정규 앨범 활동을 제외하고 해당 소녀들의 활동을 배제하겠다는 말까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제작진들의 침묵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강대강으로 나가면 반발이 클 겁니다. 여론은 저희 쪽 편이지만, 소녀들이 빠지면 아무래도 프로젝트 그룹이...”
“괜찮아. 고정 팬들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무조건 우리가 유리한 싸움이니까. 그리고 이건 다음 분기 활동 곡이야. 안무는 안 짜여져 있으니까, 안무 팀 섭외하도록 해. ”
“네? 다음 분기 활동 곡이요?”
“누가...? 아직 섭외 안 된 것 아니었어요?”
“섭외 됐어. 방금.”
“방금이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검증은 해봐야... 다른 작곡가들 곡도 들어보고...”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실력은 최고니까.”
그러나 그런 제작진들의 걱정 섞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안석준 CP의 얼굴은 자신감이 가득했고 그의 말은 단호했다. 무엇을 믿고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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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디다스님 후원쿠폰 9 장 감사합니다.
xiahaaa님 후원쿠폰 2 장 감사합니다.
선작, 코멘트, 추천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아... 테블릿 때문에 고생좀 했습니다.
오늘 저녁 컴퓨터가 배송된다고 연락왔으니, 그때까지만 버텨보겠습니다 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