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9 2017 =========================================================================
#319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모인 이유. 혹시 알고 계신 연습생분 있나요?”
“아니요!”
“아니요!”
200명이나 됐던 연습생 수가 어느새 15명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모두를 향해 말을 하는 이준식의 시선은 그리 오래지 않아 모두를 훑어 볼 수 있었다.
“여러분은 이제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요. 며칠 뒤에 있을 생방송 라이브 무대를 기점으로 여러분들은 프로젝트 그룹에 합류하게 될 연습생과 데뷔의 문턱 코앞에서 방출되어야 할 연습생으로 나눠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이준식이 훑어본, 장충체육관에서의 마지막 생방송 라이브 무대만을 남겨놓고 있는 연습생 소녀들의 얼굴엔 허전함이 가득했다.
함께했던 수많은 이들을 떠나보냈기에 자신들이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 땀 흘리며 고생했던 이들의 마음속 존재감마저 완전히 떠나보낸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그런 소녀들의 복잡한 눈빛을 받고 있음에도 이준식은 자신의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게 그가 이곳에 서있는 이유이고 소녀들 모두를 부른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방출과 합류의 선택을 받기 전, 프로젝트 데뷔를 통해 힘써온 여러분 모두를 위한 곡을 선물하셨습니다. 시크릿 심사위원이자, 지난 3차 경연에서 Girlish Pop팀에게 곡을 선물해주셨던 작곡가 분께서 직접 말이죠.”
“시크릿 심사위원?”
“헐, 뭐야.”
“도대체 누구야? 궁금해 죽겠네.”
또다시 자신들의 앞에 등장한 시크릿 심사위원의 그림자에 소녀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소녀들의 이러한 웅성거림은 모두 근거 있는 반응들이었다. 단순히 숨겨진 심사위원이라고 하기엔, 그가 지난 3차 경연 때 보여준 능력과 영향력이 상상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녹음은 프로젝트 데뷔 시즌 1, 2의 보컬 트레이너이신 김수정, 세아 선생님께서 맡아주시겠습니다.”
“뭐야, 또 정체 안 밝히는 건가? 진짜 너무해. 이러다가 진짜 프로그램 끝날 때까지 안 알려주는 거 아니야?”
“설마... 아무리 그래도 끝날 때 되면 알려주겠지... 설마 그러겠어? 설마?”
“아, 궁금해 미치겠네. 진짜. 프로젝트 데뷔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 모르겠어.”
그렇게 프로젝트 데뷔의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끝까지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를 안 밝힐 수도 있다는 첫 화 때 이준식의 말이 지금껏 현실이 된 만큼 소녀들의 이러한 궁금증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해져만 갔다.
“경쟁을 떠나서 여러분 모두의 노력과 열정, 끈기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만들어주셨다고 하는데요. 그럼 이제 시크릿 심사위원께서 여러분을 위해 선물한 곡을 한번 들어보시죠. 제목은 ‘봄비가 내릴 때면’입니다.”
[포근했던 봄바람이 지나가. 하나둘 꽃향기에서 멀어질 때면 너의 따스한 사랑 식어갈 까 걱정 돼. 순간 지나가버릴 너와 나의 봄이 영원할 순 없는 걸까.]
곧이어 들려오는 낯선 멜로디가 홀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이에 집중했지만 말이다.
*
[... 따로따로 떨어지더라도 봄비는 하나가 되어 그대에게 기억되길 바라나봐. 새싹이 되어 포근한 그대의 사랑을 기다리나봐. Step by Step. I miss you more and more. 봄비가 내릴 때면.]
“우와 노래 진짜 좋다.”
“랩도 있는데? 대박. 진짜 기대 안했는데.”
“가사가 진짜 와 닿는 것 같아... 저번 Girlish Pop팀 경연 곡도 그렇고... 노래 진짜 좋다...”
“진짜 누굴까? 이 정도면 완전 신인 작곡가는 아닐 텐데... 그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랩 파트가 후반부를 장식하는 것으로 시크릿 심사위원의 선물 곡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연습생들의 잠들어있던 입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봄과 함께 시작된 여러분의 기나긴 여정이, 여기서 끝이 아님을. 여름이 되어도 여러분을 응원해주는 분들의 사랑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부른다면 가사와 멜로디에 몰입하는 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는군요. 시크릿 심사위원 분께서 말이죠.”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이 되기까지 이제 단 하나의 관문만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들을 위해서 만든 곡임을 여실히 드러내듯,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되어 벌써부터 이 곡에 대한 욕심을 얼굴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 말이다.
“각 지면에 체크된 개인 파트는 우리 수정 선생님과 세아 선생님께서 미리 나눠주셨는데요. 1시간 뒤, 녹음이 있을 예정이니 음악을 듣고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연습생 분들 하실 수 있겠죠?”
“네!”
“네!”
따라서 소녀들의 입은 벌써부터 방금 전 들었던 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고작 1번 들어본 게 전부지만, 듣는 순간 자신의 곡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까.
*
“바보. 숨기지 말아줘. 그래야 내가 용기를 내니까.”
그를 만날 때면 미친 듯이 두근거리던 심장의 원인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확신을 하지 못했었다. 한 번도 누군가를 볼 때 이런 설렘을 느껴본 적 없었기에 더욱.
“나 오늘부터 그대에게 반해도 되나요?”
그래서 그에게서 반지와 청혼을 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었다. 자신의 신분이 아이돌이기에, 자신을 생각해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는 그에게 도리어 용기를 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지, 진심이야. 나도.”
그래서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게 되었을 때, 앞으로의 나날들이 행복으로 가득 찰 거라 예상했었고 자신했었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엄청난 용기를 재물삼아 얻어낸 첫사랑인 만큼 그와 자신의 사랑만큼은 당연히 영원할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오빠...”
“귀엽네? 우리 슬희?”
“치... 내가 누난데...”
“너무 좋다. 깨어났을 때, 네가 옆에 있어서. 눈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너라서.”
“나도...”
한동안은 그 예상대로 꿈에도 그리던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그를 통해서 내 스스로가 여자임을 깨달았고 자신이 연상임에도 그를 오빠라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해지지 않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오히려 덫이 되었음을 그녀는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미안... 스케줄 때문에...”
“괜찮아... 근데 나도 이제 곧 일본 스케줄 있어서... 우리 그럼 또 못 보는 거네?”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가져다 준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뜨겁게 불타오른 마음을 점점 감당해내기 힘들어져만 갔다.
최고 가수로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그답게 좀처럼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어져감에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운이 좋을 때면 보름에 하루, 이틀은 얼굴을 마주보며 사랑을 나눌 수 있었지만, 대게 그와 그녀는 한 달에 한번 만나는 것도 힘든 처지였으니까.
그렇게 상대적인 박탈감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는 점차 외로워졌고 그런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기엔 그는 너무 유명했고 바빴다.
차라리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그런 외로움이, 박탈감이 덜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이 처음 경험해본 달콤함과 포근함으로 가득했기에 그녀는 끝내 그를 향한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좋아해. 친구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전부터 그리고 많이.”
돌이켜보면 그때의 자신은 단지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 그를 대신할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이미 새롭게 다가온 온기를 거절할 수 없었다.
“나... 이미.”
“항상 네 곁에 있었어. 그래서 앞으로도 항상 네 곁에 있고 싶어. 네가 외롭지 않게.”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자신의 곁에 있으면서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는 오랜 소꿉친구의 고백은 그녀를 너무나도 괴롭히던 모든 것들을 해결시켜줄만한 달콤함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땐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SHANGHAI INTERNATIONAL HOTEL에서 여자의 이마에 키스하는 남자의 모습, IP의 김영진과 TWINKLE의 슬희로 추정돼! SHANGHAI INTERNATIONAL HOTEL이 TS ENTERTAINMENT의 이번 TS콘서트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숙소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다음날이 되자마자 온라인을 점령해버린 열애기사들과 더불어 자신의 선택에 자신뿐만 아니라 두 그룹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말에 순간의 실수라고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그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강지혁이 죽을병에? 당초 피로 누적으로 건강 상 문제가 있다는 포이보스 측의 발표와는 달리, 확연이 달라진 겉모습에 네티즌들의 관심 집중! 전문가들 曰 “키 183CM에 건장한 체격이던 이가 저 정도 상태라면 족히 10~15KG가량의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며 단순 피로 누적으로 보기엔 힘들 것으로......”]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 의해 떠밀리듯 숙소를 옮기고 핸드폰 번호를 바꾸다보니, 그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짓을 저질러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를 이성적으로 파악한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래 뒤의 일이었다.
[TS ENTERTAINMENT, IP의 김영진과 TWINKLE 슬희 열애 공식 인정! TS ENTERTAINMENT 측 曰 “두 사람은 연습생 동기로서 7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습생 생활을 함께했으며, TWINKLE 슬희 양이 먼저 데뷔를 하고 그 후 IP의 김영진 군이 데뷔한 후까지 친구로 지내오다가 작년 12월 말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을......”]
이미 회사 측에서 자신의 공개열애를 인정했고 그녀로서는 그에게 사과를 할 수도, 이는 표면적인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절망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다시는 그의 품에 안겨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영진의 고백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 순간이나마 그의 고백에 흔들렸던 이유인 외로움 그 자체를 항상 옆에서 달래주겠다는 그의 고백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그녀에게 가장 큰 위로를 건네주었으니까.
“미안... 내일부터 중국 스케줄이라... 너도 곧 일본 스케줄 있지? 흠... 한 달 뒤 쯤에 우리 둘 다 휴식기 이삼일 정도 겹치니까, 그때 보자. 힘내고! 이만 끊을게!”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허상에 불가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아서였다.
바뀐 것이 없었다. 항상 곁에서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던 사람은 예전의 그 못지않게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고 도리어 더한 외로움과 더 나아가 공허함과 후회만을 자신에게 안겨다 주었으니까.
“진짜... 미안...”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에 대한 사랑만 있었을 뿐, 그만큼의 믿음은 지니지 못했다는 점, 모든 게 서툴 수밖에 없는 첫 연애에 그와 같이 완벽한 남자를 만나버렸다는 점 그래서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생각해주고 자신만을 위하려던 그의 잘 드러나지 않는 배려와 사랑을 그땐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 등 모든 것들이.
그래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두 눈을 감았다. 현실에선 고치는 게 불가능 할 과거의 선택을 그곳에선 고칠 수 있길 바라면서.
*
[모 아이돌 그룹 K양 자살시도? 숙소 내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 같은 팀 멤버인 Y 양의 발견으로...... 현재까지 의식불명 사태인 것으로...... 연예병사로 복무중인 K군과 관련된 최근 사태에 큰 상심을 얻어 자살 시도를 했을 것으로......]
[L 병장 14차례, K 상병 3차례 등 연예병사 가운데 과반수이상이 수차례에 거쳐 성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져! 관련 병사들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방홍보원 측과 국방부에 대한 질타가...... 연예병사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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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힐님 후원쿠폰 6 장 감사합니다!
ㄳㄳㄳㄳㄳ님 후원쿠폰 12 장 감사합니다!
나폴리자님 후원쿠폰 15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곘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내일 저녁 쯤 컴퓨터 올것 같은데 그 전까진 글쓰는게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 이게... 자판이 됐다 안됐다 그게 너무 심해서요. ㅠㅠ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