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18화 (318/502)

00318  2017  =========================================================================

#318

“윽...”

“Oh my god! Stop! Stop it!”

다자간 액션 신에서 집중을 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비록 촬영 도구전용으로 제작된 나이프라 할지라도 그 날카로움이 무딘 것은 아니었으니까.

“Are you okay, ji?”

“That's okay. Don't worry.”

스티븐을 비롯한 다이그, 프란카 그리고 상대 엑스트라까지 내가 다가와 걱정스러움을 표출하자, 애써 이를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가 없었다. 별 거 아닌 부상으로 여기려 했지만, 나이프에 베인 왼쪽 팔뚝에서 흐르는 피가 단순 생채기라 하기엔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방금 위험했어, 알고 있지?]

[실수했네요. 죄송해요. 하아...]

[지... 오늘 무슨 일 있어?]

[네?]

그런데 정작 나를 뜨끔하게 만든 것은 뒤늦게 팔뚝으로부터 찾아온 고통이 아니었다.

[움직임에 망설임이 있어.]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될까? 지?]

다이그 감독을 비롯해 스티븐까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마음으로부터 찾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애써 다잡고 촬영에 임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는 실패로 돌아간 듯 했으니까.

하지만 사실대로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털어놓을 마음도 없었기에 두 사람의 말에 그저 씁쓸한 표정을 내보이게 되었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다이그 감독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또다시 흘러나온 것은.

[지 덕분에 촬영이 순조로웠어. 3개월의 제작기간을 날려버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중간 중간 쉬는 기간도 생길 수 있었어. 그런데 내가 간과했던 모양이야. 그만큼 지에게 큰 부담을 줬을 텐데, 신경을 쓰지 못했어. 미안하네. 지.]

[아니에요. 무슨. 촬영에 지장이 생기게 해서 제가 도리어 죄송하죠.]

[아니야. 지는 충분히 잘해줬어. 이건 제작진들뿐만 아니라, 배우들 또한 모두 반박하지 못할 거야. 후우... 독종이라 불릴 정도로 촬영만 생각하다보니, 지칠 만도 하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니까, 내가 착각했어. 지도 사람인데.]

내가 이런 부상을 입은 게 어수선한 마음 때문일지라도 그것이 촬영에 의한 피로 때문이 아닐 진데 도리어 내게 미안함을 토로하는 다이그 감독 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속내를 다 까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러한 극찬을 받고만 있을 정도로 낯짝이 두꺼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 덕분에 세이브 된 촬영 일수가 꽤 있어. 한국에 한 번 다녀와. 가족들도 만나고 치료도 제대로 받고 말이야.]

[아니, 그게...]

[어차피 중간에 두세 번 한국에 갔다 와야 된다 하지 않았나?]

[아니요. 그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에 안 가는 게 해결책이라서요. 그리고 신경써주신 것만큼 촬영 때문에 피곤한 것도 아니에요. 로케 촬영 끝나고 일주일동안 쉬어서 그나마 남아있던 피로도 다 풀었으니까요.]

[아 그런가? 그럼 오히려 다행이군. 그래도 상처 치료도 있고 하니, 삼사일이라도 쉬고 오게. 촬영 생각은 하지 말고 가서 푹 쉬라 이 말이야. 알겠지?]

[그럼 촬영은...]

[안 그래도 편집에 인력이 부족해서 신경 쓰이던 참인데, 이번에 신경 좀 써야겠네. 그리고 이 기간에 다른 촬영도 진행하면 되니까, 걱정은 하지 말고.]

어차피 찢어진 부분을 봉하고 촬영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몸을 꾸리려면 적어도 삼사일은 걸린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결국 못이기는 척 다이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보면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촬영에 나서는 게, 전체적인 촬영 일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았으니까.

*

[스타, 스타! 넌 나의 슈퍼스타!]

그룹으로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앨범이었기에, 멤버들의 컴백 준비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 당초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남은 기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낼 뻔 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말이다.

하지만 잠깐의 휴식시간과 함께 찾아온 믿을 수 없는 소식은 그녀들 모두를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방홍보원 연예병사로 복무중인 연예인 L모 군, K모 군을 포함한 연예 병사들이...... K 모군 같은 경우 공개열애 선언으로 공식 연인 사이가 된 같은 소속사 아이돌 그룹 K 양이 있음에도......]

K 모군이 누군지, K 양이 누군지 굳이 추론하지 않아도 답은 뻔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서인지, 방송 예고편에 나와 있는 이는 누가 봐도 그녀들이 잘 알고 있는,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이였으니까.

그때부터였다. 컴백에 한창 공을 들이고 있던 그녀들의 연습이 전면 중지된 것은.

“도대체 이게...”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충격을 받은 것은 그녀와 멤버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들이 충격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들의 소속사 또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파악이 되고는 있습니까?”

“해당 부대에 연락을 해보고는 있지만, 그쪽도 지금...”

긴급 이사회소집을 통해 자리에 모인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었다. 관련 직원들이 곁에서 건네주는 자료들은 말 그대로 경악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하아...”

문제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사진들의 머리가 갈수록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TWINKLE 같은 경우 내달 초 그러니까, 6월 초 컴백이 예정되었고 IP 또한 8월 초 컴백이 예정되어있습니다만 이렇게 된 이상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 것 같군요.”

회사가 풍비박산이라 할 정도로 엉망이 됐지만 TS ENTERTAINMENT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그동안 그들이 쌓아왔던 명성은 그 모든 악재들을 이겨낼 정도로 대단했고 소속 가수들이 건재한 TS는 여전히 가요계를 삼분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였으니까.

그래서 지금의 사태가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해외 활동을 위주로 국내 활동 시기를 조율하고 있던 TS로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의 Cash Cow라 할 수 있는 두 그룹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었기 때문이다.

“IP같은 경우는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요. 일단 임의긴 해도 탈퇴한 뒤고...”

“그렇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을 거에요. 일단 IP랑 김영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 팬들도 전역 후에 당연히 합류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남자 아이돌한테 군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시잖아요?”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죠. 지금 상황에서... 하아...”

“일단 TWINKLE은 하반기로, IP는 내년 상반기로...”

“말도 안 돼요. 그렇게 되면...”

등기 이사로서 이사회의 실질적인 권한까지 손에 얻었기에 TS ENTERTAINMENT의 새로운 도약을 그 누구보다 신경 쓰고 관리해왔던 SAY의 낙관적인 전망에 이치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를 부정했다.

이번 사태가 복잡한 군문제와 성매매와 연관된 만큼 대중들의 관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거대해질 것이고 이런 상태에서 IP가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으니까.

“맞아요. TWINKLE은 그렇다 쳐도 IP까지 컴백이 미뤄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너무 커요. 해외 스케줄까지 이미 조정한 마당에, 국내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면...”

“작년에 적자를 면한 것도 IP 해외 활동 때문인 걸 감안하면... 만약 이대로 IP 국내 활동이 미뤄지면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주주들...”

하지만 그런 그 조차도 이내 이어진 다른 이사들의 발언과 그 발언이 담은 내용으로 인해 마냥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는 없었다. 이제는 주주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만한 경영 환경이 아니었기에, 주주들이 내년 주총을 기점으로 이를 문제 삼는 다면 회사는 물론이고 자신의 직위조차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IP 컴백은 그대로 갑시다.”

“네? 하지만...”

“이미 임의탈퇴 된 상태이지 않습니까. 더 이상 연관되지 않게 추가로 조치하면 큰 영향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가 조치라뇨. 설마...”

그래서 그들이 낸 결론은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로 귀일 될 수밖에 없었다. 잔인하지만 가장 익숙한 대처법으로.

*

[정의는 살아있다 2편 수도권 기준 시청률 21. 5%, 전국 기준 시청률 20.4% 기록! 평범한 민간인처럼 행동하는 연예병사들! 국방부의 관리 태만과 연예 병사들의 군 기강 헤이가 불러온 대참사!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진 L모 병장과 K모 상병 지금 헌병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위문 공연 후 술자리 및 군 기강 헤이 행태를 보인 연예 병사 전방에 걸쳐 헌병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국방부 발표가 있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연예 병사 폐지로 여론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TS ENTERTAINMENT 측 曰 “당사 소속 K모 군과 K 양은 K모 군의 군 입대 전 후를 기점으로 서로 이별을...... 당사 소속 아티스트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사죄의 말씀을... K모 군은 소속 그룹 임의탈퇴 신분에서 영구 탈퇴 신분으로, 계약 사항 위반 사유로 3년가량 남은 계약의 파기를......”]

[정의는 살아있다 연예 병사편의 파장으로 당초 다음날 초에 컴백할 예정이던 TWINKLE과 IP의 하반기 컴백 일정이 무기한 연기 되었......]

“언니, 언니 이거 봤어요?”

“응? 아! 김영진?”

“네, 네. 대박이죠. 헐... 나 이런 사람인 줄 진짜 몰랐는데. 완전 팬이었는데, 진짜 실망이에요.”

한창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기사들에 선우희의 얼굴이 일순간 시무룩해졌다.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선우희, 그녀는 IP의 팬이자, 김영진의 열성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우희와 달리 김여정은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언니도 참... 강지혁 보다 김영진이 훨씬 잘생겼는데.”

“강지혁은 김영진처럼 더러운 짓은 안하잖아. 노래도 연기도 더 잘하고. 그리고 순정파이고...”

“노래는! 치... 맞아요. 진짜 완전 실망이에요. 영진 오빠, 아니 김영진. 하아... 나도 갈아타야하나?”

피쉬앤칩스 소녀들은 4차 경연이 끝난 직후 15명의 생존자로 뽑힐 수 있었다. 3차 경연 때 돌풍을 일으키며 팀 전체가 생존자로 뽑힌 Girlish Pop 연습생들과 달리 그녀들은 그녀들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고정표를 가진 최상위권 연습생들이었으니까.

“이번에도 Girlish Pop팀에서 5명이나 뽑혔네요. 그것도 상위권으로.”

하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최종 10명 안에 들어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그녀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 대박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그 무대 영상 보면 소름 돋아요. 지나 언니가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잘하는 지도 몰랐고 지영이가 그렇게......”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지.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이번에도 떨어지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 했다구요... 겨우 턱걸이 했어요. 지영 언니랑 저랑 둘 다... 그나저나 걱정이에요. 지영 언니 한번 아프면 엄청 많이 아프잖아요.”

“그러게... 마지막 공연 얼마 안 남았는데...”

비록 4차 경연에서 아쉽게 2명이나 떨어졌지만 최 하위권으로 구성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우리만치 활약하고 있는 Girlish Pop팀과 같이 점점 색다른 매력과 실력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연습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제, 오늘 병원에서 치료 받았으니까, 괜찮아지겠죠?”

“그래. 그럴 거야. 그래야 되고.”

“아 참! 제가 오늘 지나 언니한테 가서 진짜로 시크릿 심사위원 누군지 모르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래? 그래서?”

“물어봤는데... 진짜 아무도 모른데요. 그것도 제작진들 까지요. 안석준 PD님만 알고 있는 것 같다던데요? 시크릿 심사위원이 누군지?”

“그래? 쓸데없이 철저하네...”

“아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부럽다. 데뷔하기도 전에 음악방송 1위라니... 음원차트도 1등 하구... 거기다 호텔 스위트 룸 가서 뭐했는지 사진 보여주는 데 너무너무 부러워요. 이럴 거면 저도 Girlish Pop팀 할 걸 그랬어요.”

그렇게 소녀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앓아누운 맏언니 최지영에 대한 걱정과 그녀들의 단골 화제가 된지 오래인 시크릿 심사위원에 대한 얘기들을 하면서 말이다.

[본관에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연습생들은 본관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뭐, 물론 이내 들려오는 방송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 작품 후기 ============================

거봐ㅠㅠ님 후원쿠폰 15 장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테블릿이... 하... 스트레스 받네요.

오늘 제발 컴퓨터가 오길... 다음 편은 점심에서 저녁 사이에 올리겠습니다. 하아... 파일도 날라가고 진짜 멘붕이네요.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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