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12화 (312/502)

00312  2017  =========================================================================

#312

[그럼 왕국 음... 그러니까, 왕자님들뿐만 아니라 국민들 그리고 외국 사람들도 두바이 조상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예전처럼 사막에서 혹독한 기후를 맨몸으로 견뎌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이렇게 왕자님 집처럼 사막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조상님들의 마음을 알게 되지 않을 까요? 조상님들의 후예라는 의식도 생길 것이고요.]

[뭐, 사막에서 일박이일? 이박삼일? 그 정도 지내면서 낙타도 타고...... 손님들이 오면 성대히 접대해줬다는 그... 왕자님 조상 분들이 그러셨다는 전통처럼 밤에는 그런 파티도 하고 하면서 사막의 정기? 호연지기? 음... 여튼 그런 걸 절로 느끼게 하면...]

내뱉은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는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는지라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런 나와는 달리, 왕자의 입은 쉴 새 없이 익숙한 언어들을 쏟아내었지만 말이다.

“지금 미스터 강을 모셔온 이곳은 왕가의 혈족들을 위한 곳입니다. 그리고 이 근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할 예정......”

아니, 이제는 왕자 앞에서 무슨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다. 무슨 말만 꺼내면 일을 벌이는 왕자의 추진력도 추진력이거니와, 저 초롱초롱한 눈빛이 또다시 내게 어떠한 먹이 감을 요구하는 듯 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 온 이유가 있기에 차마 속내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레나 사업 건으로 왕자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요.”

“아레나 사업이라면... 아!

거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아름다운 무희들의 손에 하나, 둘 홀로 옮겨질 때쯤 망설였던 본론을 꺼내게 되었다.

물론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내게 있어 거의 무한한 호의를 보이는 왕자에게, 이런 요구 때문에 당신을 찾아왔다는 티를 내는 것이.

하지만 이내 이어진 왕자의 모습에서 이런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킬 수 있었다.

“왕자님께서 투자하신,”

“미스터 강에게 선물했던,”

“네? 선물이요?”

2천억이나 되는 돈을 선물이라 칭하는 왕자의 행동이 기가 막히기도 하였거니와,

“혹시 공사의 진행과 관련해서 불만이 있는 것입니까?”

“네? 불만이라기 보단 음... 그 따로 말씀드릴,”

“하무르!”

[예, 주군.]

[미스터 강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일의 진행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고 했거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 셈인 것이냐!]

[주군, 죽여주십시오.]

다짜고짜 오체투지의 자세로 무릎을 꿇는 사내 그리고 그런 사내를 호되게 질책하는 왕자까지 차마 미안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버렸으니까.

“아! 공사와 관련된 소홀함 문제가 아니었군요.”

“네, 그러니까... 저기 저 경호관님 좀 어떻게 안 될까요?”

[하무르 나가보도록.]

[예, 주군.]

심지어 왕자가 벽에 장식되어 있는 칼조차 뽑아들 기세였는지라 서둘러 사정을 말하게 되었고 다행히 상황은 일단락 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할지 걱정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해결됐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걱정은 왜 한 건지. 나 원 참.

*

“미스터 강이 원하는 것은 제가 정보를 제공해주길 바라는 것입니까. 아니면...?”

“일단 아레나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데... 그리고 왕자님께서 아레나 사업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조금더 확실하게 드러내주셨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중동 지역이라면 쉬운 일일 테지만, 한국은 제게 있어 꽤나 먼 나라입니다. 지금 당장 확보한 정보는 얼마 없을뿐더러, 미스터 강이 원하는 정보는 전무합니다. 그리고... 아레나 사업과 관련되어 왕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하지만 이방인의 말을 현실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왕자라 할지라도 나의 부탁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닌 듯 했다.

하긴 애당초 왕자가 아레나 사업에 군침을 흘리며 공작을 펼치고 있는 이와 같은 특정적인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겠지.

“물론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왕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미스터 강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제게는......”

눈앞 사내가 나의 팬이고 지금껏 굉장한 호의를 건넸다는 점에서 상황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해버린 것 같다. 두바이의 실권자로서 국왕의 총애를 한껏 받고 있는 이에게 당연한 것 외에 별다른 추가 대가도 없이, 뜬금없이 찾아와서는 부탁을 건네는 나의 행동이 너무나도 어이없게 느껴졌으니까.

“지금이라도 저는 아레나 사업에 투자해주신 왕자님에게 그에 합당한 지분과 수익권, 운용권을 드릴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다른 걸 원하시면 말씀해주세요.”

“흠...”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레나 사업의 공사대금 가운데 절반을 투자한 그에게 절반의 지분을 주겠다는, 대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대가를 제안한 나의 말에 왕자의 답이 미뤄지는 것을.

“제가 너무 염치가 없군요.”

그런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뭐지, 이 익숙한 데자뷔는?

“이번 Golden Palace 건으로 저는 아버지로부터의 신임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두바이의 왕자들이 모두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왕자만 이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세계 왕자들이 전부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투철했다.

보은이니 뭐니 하는 것에서는 특히.

“그래서 미스터 강에게 보은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만, 미스터 강의 부탁을 보은이라고 하기엔 꽤나 무리가 있는 듯합니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이곳 Golden Palace와 유사한 형태의 관광시설의 지분을 미스터 강에게 선물하려 했는데 조금의 조정이 필요하겠군요.”

누가 들으면 경악할 만한 얘기를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장난 끼 하나 없이 털어놓는 왕자의 모습에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주군.]

[샤티르! 귀한 손님과의 담화이다. 그런데도 귀빈과의 담화에 끼어들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죄송합니다. 주군.]

두 얼굴의 사나이도 아니고 나를 볼 때면 세상 좋은 삼촌뻘 아저씨처럼 행동하던 사람이 수하에게는 위엄이 있다 못해 흘러넘치는 왕자라는 점에서 소름까지 돋아버렸다.

저기요, 아저씨. 이런 건 저 안 보이는 데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경호해주시는 분이 무슨 죄라고.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괜히 말 잘 못 꺼냈다가 애먼 사람 줄줄이 무릎 꿇게 만들고 호통 받게 한 것 같다. 어휴, 불편하다. 불편해.

괜스레 목이 타 연신 찻물을 들이켰지만 상황은 좀처럼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진 경호원의 말에 내가 불편함을 넘어선 놀람, 경악을 느끼기 전까지 말이다.

[귀빈께서 한국 내에 거처를 마련하기위해 얼마 전 다소 협소하지만 구색은 갖출 수 있을 정도의 부지를 매입하셨다 하옵니다.]

[그래서?]

경호원의 입에서 흘러나온 귀빈이라는 말이 나를 지칭하는 것임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입에서 나와 관련된 정보가 흘러나왔을 때가 되었을 때 이것이 이러한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

부지? 협소하지만 구색은 갖출 수 있는 수준? 설마.

[Golden Palace 지분 가운데 일부를 귀빈에게 일부 양도하겠다는 주군의 뜻에 다른 왕자님들의 반발이...]

[샤티르! 사족을 붙이지 말라!]

[죄송합니다. 주군.]

협소하지만 구색은 갖출 수 있는 부지라는 것이 한남동 외인 아파트 부지를 뜻하는 것임을 알아챈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거처로 쓰겠다는 생각은 이미 변경이 되어버렸다는 말을 해줘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고민하게 된 것도 그때쯤이었고.

[지분 대신에 거처 공사에 아레나 사업과 마찬가지로 주군께서 도움을 주시는 게 어떻사옵니까? 그리고 아레나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한대사를 통해서 본 왕국과 해당 시의 교류를 위한.....]

아니, 그나저나 덕수궁만한 부지가 뭐가 협소하다는 거야. 도대체.

[귀빈께서 매입한 부지는 주군께서 주로 거하시는 궁의 10분지 1에 해당하는...]

[그렇다면 보은으로서 부족한 것이 아니더냐. 겨우 10분지 1이라니, 그 정도 가지고는 나의 면이 서지 않음을 진정 모른단 말이......]

아, 작은 거구나. 면이 서지 않는 그런 협소한 것이구나. 하아.

*

“예, 일이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Golden Palace의 별채에서 좀 전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좋으면서도 얼떨떨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렇게나 일이 잘 풀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진전됐지만, 그 후 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에서 관련 직원이 관리사님을 찾아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네, 네. 관리사님 전화번호 알려줬으니까, 곧 연락 갈 거 에요.”

그래도 관리사님의 한껏 밝은 목소리를 듣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로 인해 아레나와 관련된 사안의 상황이 내가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네, 그래주셔야겠어요. 거처로 쓰려고요. 네, 네. 어차피 상관없어요. 저도 자세히는 몰라서, 더 얘기를 나눠보셔야 될 것 같아요. 공사에 도움을 준다는데, 그게 무슨 도움인지는 자세히 몰라서요. 네, 네. 왜 도움을 준다고 했느냐고요? 그게... 말하면 조금 복잡한데... 그렇게 됐어요.”

로케 촬영을 하는 동안 영화에만 전념하기 위해 주변 일을 모두 관리사님에게 맡겼고 따라서 몇 시간 전 관리사님에게 전화한 것이 그 후 처음이었는지라 통화가 꽤나 길어졌다.

[말씀하신 사안을 프로젝트 데뷔 측에 전달했더니 이를 방송에 내보내도 되냐는 회신이 왔습니다. 중요 사항이 아니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셨기에, 알겠다고 답신을 보내긴 했습니다만...]

“잘 하셨어요. 저는 제 정체만 드러나지 않으면 상관없거든요. 비용 상관없으니까, 제대로 신경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도 궁금한 게 많았거니와 관리사님 또한 내게 보고할 것들이 꽤나 많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뭐, 그래도 관리사님이 내게 건넨 수많은 소식들 가운데 가장 기쁜 소식은 단언컨대, 새로 생긴 동생들과 관련된 소식이었다.

[딸 셋에 아들 셋이라니, 삭막하기 그지없던 집안이 시끌벅적해지겠군요. 좋으시겠습니다. 지혁 군.]

삼촌과 나 둘 뿐이던 가족이 5명이 되더니, 어느새 8명이 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11명이 된다니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딸 셋에 이어 아들 셋 이라는, 범인이라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결과를 자아냈으니 오죽할까. 뭐, 딸 셋에 추가로 딸 셋도 괜찮을 것 같지만.

어쨌든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삼촌의 지금 모습이 상상됐는지라 절로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것도 한껏.

*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또다시 일내다! 어제 오후 8시 방영되었던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3차 경연 곡들이 주요 음원차트를 휩쓴 가운데 가장 많은 대중들의 표를 획득한 Girlish Pop팀의 노래 “나를 잊었더라도, 내 노래가 들릴 때면”가 1위...... 당초 꼴찌 팀이라 여겨졌던 Girlish Pop팀의 활약에 3차 경연 시상식에 귀추가 집중......]

“언니! 우리 조회 수 벌써 백만 넘었어요!”

“대박! 여기에도 우리가 1위야! 음원차트 1위!”

“진짜? 어디 봐. 어디 봐봐.”

3차 경연 1등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둔 소녀들의 얼굴은 밝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그녀들의 3차 경연 무대 기사들과 더불어 음원차트 1위라는 예상치 못한 성과까지 거둔 지금, 소녀들의 기쁨을 막을 만한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네? 정말요?”

“정말로요?”

하지만 이러한 소식들에 기뻐하던 소녀들의 앞에는 아직 등장하지 못한 혜택이 존재했다. 갑작스럽게 모든 연습생들을 소집한 안석준 CP의 입에서 나온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Girlish Pop팀이 경연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에 해당 작곡가님께서 특별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선물이요?”

“선물?”

안 그래도 Girlish Pop팀은 다른 모든 연습생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었다. 경연 시상식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15만 표를 획득했다는 것에서부터 음원차트 1위 그리고 수많은 관련 기사개재까지, Girlish Pop팀은 단 한 번의 경연을 통해 얻었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대단한 것들을 얻었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곡가님께서 만족스러운 무대를 보여준 Girlish Pop팀에게 백제 호텔 스위트룸 숙박권을 선물하셨습니다. 따라서 Girlish Pop팀은 이번에 주어진 3일 간의 휴식동안 백제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게 될 것이며, 호텔 내 시설 이용요금과 식비는 모두 작곡가님께서 지불해주신다고......”

따라서 Girlish Pop팀의 작곡가가 따로 선물을 보냈다는 점 그리고 그 선물의 정체가 우리나라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백제 호텔의 스위트룸 이용권이라는 점에서 다른 팀 연습생들의 얼굴엔 애써 감췄던 부러움이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 뭐야... 백제 호텔 스위트룸?”

“대박... 호텔 내 시설 이용요금이랑 식비까지 내준다는 건... 뭘 해도 상관없다는 거잖아?”

“와... 완전 부럽다... 백제 호텔 스위트룸이면 얼마야? 우와...”

“마사지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할 것 엄청 많겠다.”

물론 이는 Girlish Pop팀의 어깨에 바짝 힘을 불어넣었고 말이다.

“작곡가님께서는 Girlish Pop팀원들이 이번 휴식기 동안 모든 피로를 풀고 앞으로도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전해 달라셨습니다. 30분 뒤 호텔로 출발할 예정이니,  Girlish Pop팀원들은 그때까지 본관 로비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장내를 들썩이게 만든 이준식이 자리를 벗어나자, 소녀들의 웅성거림이 한껏 거세지기 시작했다.

“아, 뭐야. 진짜... 나도 Girlish 팀 할 걸...”

“우리 오늘 저녁에 파티하기로 했잖아... 우린 과자 몇 개 놓고 하는데, Girlish 애들은 룸서비스 시키면서 하겠네? 치...”

“스위트룸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 한 번도 스위트룸 안 가봤는데...”

“스위트룸 가본 사람이 몇이나 돼? 다 안 가봤지... 그나저나 스파도 하고 마사지도 하고 할 것 엄청 많겠다. 맛있는 것도...”

뭐, Girlish Pop팀은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음에도 서둘러 자신들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오전 중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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