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303화 (303/502)

00303  2017  =========================================================================

#303

개인 혜택 20만 표가 달려있는 보컬, 랩, 댄스 포지션을 두고 방금 전까지 5000여명의 국민 프로듀서 앞에서 경연을 펼친 소녀들이 하나, 둘 시청각실로 들어왔다. 공연이 끝난 뒤,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만 하고 즉시 모였는지라 제법 피곤할 만도 하건만, 아직까지 소녀들의 얼굴에는 좀 전 공연의 열기가 남아있었다.

이내 소녀들이 자리에 모두 착석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방에 마련된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헐, 대박! 아직 순위 발표도 안했는데 벌써?”

“3차 평가 바로해요?”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로고를 비추는 스크린 영상에 장내는 저절로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이준식의 등장은 이러한 소녀들의 반응에 불씨를 던지는 것과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연습생 여러분.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다름 아니라 3차 평가에 대한 공지를 하기 위해 이렇게......”

그렇게 이준식의 상큼한 인사말과 함께 소녀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3차 평가 주제는 콘셉트 평가입니다. Girlish, Cute, Sexy, Girl Crush 등 여러분에게 맞는 옷을 찾아보는 과정인데요. 가요계 유수의 작곡가 분들이 참여한 이번 평가는 팀 평가입니다.”

평가에서 혜택으로 받을 수 있는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지 않았거니와, 그동안 프로젝트 데뷔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할 수 있는 연습생들이기에 영상 속 이준식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소녀들의 모든 신경은 오롯이 스크린을 향하게 되었다.

“36등부터 83등까지의 연습생이 좀 전 2차 평가에 대한 결과로 3차 평가무대에 서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에 1등부터 35등까지의 연습생들은 3차 콘셉트 평가무대 후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20명 안에 들지 못하게 되면 역시 전자와 같이 방출되어 4차 평가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준식의 멘트는 그런 소녀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물론 그 충족이라는 게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충족이었지만 말이다.

“와... 뭐야. 2차 평가 결과 나오면 3차 평가 무대에 서지도 못한다고?”

“그럼 연습 열심히 해도 무대에 못선다는 말이잖아? 헐... 너무한다. 너무해.”

“20명 선발 투표는 1인 1투표권방식으로 전환되기에 3차 콘셉트 평가 1위 팀에 주어지는 15만 표의 혜택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뭐, 이준식의 멘트가 가져온 파장은 대단했고 일견 꽤나 복잡해보였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결과적으로 3차 콘셉트 평가무대 전에 2차 결과평가가 있을 예정인지라, 소녀들은 자신들이 설 수 있을지조차 모를 무대를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어찌 보면 너무하다고 볼 수 있는 진행이었지만, 소녀들은 이를 감내해야만 했다.

자신들이 35등 안에 들어 3차 콘셉트 평가를 통해 20등 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믿고 또 소망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랄 게 존재할 수 없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께 먼저 Choose me로 인사를 드린, Choose me의 작곡가 DYNAMITE입니다!”

그렇게 소녀들의 간절한 시선을 일깨운 스크린이 이제는 소녀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게 될 곡의 작곡가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제가 여러분께 선물할 곡은 EDM장르의 하루 종일이라는 곡입니다!”

소녀들이 먼저 마주보게 된 작곡가는 국내 EDM 작곡가들 가운데 수위를 달리고 있는 DYNAMITE였다.

“우와 노래 엄청 좋은데?”

“경연 때는 대게 EDM쪽이 좋지. 아무래도 댄스곡에 가장 잘 어울리고 그러다보니까, 관객들이 훨씬 잘 기억해주니까... 흠...”

첫 번째 등급평가 때 DYNAMITE의 노래인 Choose me를 경험해봐서일까. 소녀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아무래도 경연의 특성상 댄스곡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댄스곡이라 함은 대게 EDM을 떠올리는 것이 요즘의 추세였으니까.

하지만 강렬하고 중독적인 사운드를 뒤로한 채 맞이하게 된 2번째 작곡가의 소개영상이 나오자, 소녀들의 입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탄성이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에 참가하게 된 타이거피스입니다. 제가 그동안 만들었던 곡 중에 여러분이 알만한 곡은 TWINKLE의 STOP OVER 그리고 IP의 어흥이 있습니다.”

유명해도 너무 유명한 작곡가가 스크린에 비춰지자 연습생들의 얼굴에 간절함과 일말의 욕심이 보다 노골적으로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와... 대박. TWINKLE이랑 IP?”

“이건 무조건이잖아. 무조건 이 곡해야지.”

비록 영상의 주인공인 작곡가 타이거피스는 몰라봤지만, 그가 작곡했다고 소개된 TWINKLE의 STOP OVER와 IP의 어흥은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 신분의 그녀들뿐만 아니라, 그녀들 나이 또래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한 히트곡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연습생들의 머릿속에서 첫 번째 작곡가였던 DYNAMITE와 그의 노래 하루 종일은 상당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연습생 소녀들에게 있어 IP와 TWINKLE의 히트곡을 만들었다는 타이거피스의 말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저는 이번에 여러분께 Girl Crush 팝 곡인 Pinpoint을 선물할 예정입니다.”

더군다나, 타이거피스가 자신들에게 선물할 곡이라는 게 매우 강력한 매력을 지닌, 비트와 멜로디가 좋았을 뿐더러 안무까지 관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곡이었으니 오죽할까. 그저 무조건 이 곡을 자신이 무대에서 부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하지만 이내 소녀들은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이 무슨 노래를 선택하든, 어떤 장르의 곡을, 어떤 콘셉트의 곡을 고르든지 간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곡가들을 제작진들이 준비하였다는 것을, 이준식이 앞서 언급한 유수의 작곡가들이라는 게 결코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안녕하세요. 스웨이스입니다! 이번에 제가 여러분께 선물해드릴 곡 NOTHING SPECIAL은 힙합 사운드에 바탕을 둔 노래입니다.”

소녀들의 마음을 한껏 기대로 부풀게 만든 타이거피스 다음으로 등장한 작곡가 스웨이스의 등장이 바로 이를 증명했다. 걸 그룹을 디렉팅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스웨이스 또한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힙합가수인 만큼 연습생들의 관심이 잠시도 그칠 기미 없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녀들의 열기를 잇겠다는 듯, 스웨이스에 이어 4번째로 소개된 작곡가 VT의 곡은 소녀들의 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Hey this is VT. I'm produce PROJECT DEBUT SEASON 2. So, people probably know me for 'CALL AFTER MIDNIGHT' for 5 STARS and 'ONLY YOU' for CRAZY X."

지금까지 소개된 곡들 가운데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던 PINPOINT와 비견될 정도로 Lucky Star은 귀여운 안무와 멜로디 그리고 중독적인 후렴구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The genre of the track that I made is pop trap. Track name is called Lucky Star. Here we go, Let's take listen!"

“대박... 뭘 해야 하지? 안무도 다 좋고 노래도 진짜 잘 빠졌는데...”

“그나저나, 곡 선택은 어떻게 하지? 그게 중요할 것 같은데... 아... 이번에는 성적 순 아니었으면 좋겠다. 성적순이면 아...”

하지만 소녀들의 그러한 기대감은 다음 영상에서 의아함으로 치환되고 말았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콘셉트인 Girlish Pop 장르의 곡을 기대했던 소녀들이 맞이한 것은 작곡가와 노래 영상이 아닌, 프로젝트 데뷔의 사회자 이준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잘 보고 들으셨나요?”

“뭐지? 한 곡 더 있는 거 아냐?”

“그러게? 아직 한 곡 더 소개돼야 하는데, 편집 실수인가?”

비록 그런 소녀들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스크린 속의 이준식은 무심하게도 자신의 말을 그저 이어갈 뿐이었는지라 소녀들의 웅성거림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으나 그 의아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지라 소녀들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의아함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 소개될 Girlish Pop 장르의 곡은 부득이한 사정을 제가 직접 여러분들에게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연습생 여러분들을 위해 Girlish Pop 장르의 곡을 만들어주신 분은 여러분들에게 이미 한 차례 인사를 드렸었던 시크릿 심사위원분이십니다.”

“헐... 시크릿 심사위원?”

“여기서 갑자기 또 등장?”

그러나 이어진 이준식의 입에서 시크릿 심사위원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이내,

“바로 이 점에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페널티 아닌 페널티를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페널티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연습생들 또한 침묵을 그대로 지킬 수가 없었다.

“마지막 Girlish Pop 콘셉트의 곡을 작사, 작곡해주신 분이 시크릿 심사위원이신 만큼 해당 곡을 부르게 될 연습생 분들은 녹음 작업 시 다른 팀들과는 달리 제작진 측에서 따로 준비한 분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뭐야, 이게 무슨 영향이 있는 거지? 안 좋은 건가?”

“잠깐만 생각 좀 해보자. 흠...”

“어차피 연습이야 우리가 안무 영상이랑 가이드 곡 듣고 하는 거라서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녹음을 작곡가가 직접 해주는 게 큰 영향이 있는 건가?”

“글세... 흠...”

연습생들로서는 페널티의 존재를 갑작스럽게 듣게 되어서인지, 좀처럼 다른 팀들과의 차이점에서 효용의 차이를 찾아내지 못했는지라 한동안 장내는 시끌벅적한 연습생 소녀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실제로 녹음 작업 과정만 차이가 있을 뿐 이렇다 할 페널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작진 측은 이를 고려해 Girlish Pop 콘셉트를 선택한 연습생 팀에게 3차 경연의 마지막 순번 확정이라는 혜택을 내리기로 한 만큼 연습생 여러분들은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신중히 콘셉트를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연습생들의 이런 혼란이 페널티의 존재가 정말로 페널티로 다가와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데 그 부분을 페널티라고 말한 이준식과 그 페널티의 보상으로 경연에 있어 꽤나 중요한 마지막 순번이 달려있다는 점이 오히려 그 혼란을 부추겼을 뿐.

“뭐야, 뭐야. 작곡가가 직접 녹음 안 해주는 게 꽤나 큰 건가? 페널티 보상이 꽤 좋은 데?”

“흠... 별로 페널티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네...”

“아, 찝찝해.”

하지만 이내 연습생 소녀들의 이 사안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으로 몰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데뷔로 다가갈 수 있는 관문에서 시작부터 페널티를 안고 가고 싶은 이는 장내에 있는 연습생들 가운데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잊었더라도, 내 노래가 들릴 때면. Girlish Pop 장르 곡의 제목입니다.”

뭐, 물론 스크린 속의 이준식은 자신의 말로 인해 혼란에 빠진 소녀들의 마음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듯이 여전히 자기 할 말만 성실히 내뱉을 뿐이었지만.

“Girlish Pop은 걸 그룹 콘셉트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콘셉트인 만큼 이 곡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함께 들어보시죠!”

소녀들 또한 이내 스크린 속에서 비춰지는 안무영상과 들려오는 가이드 곡에 웅성거림을 멈추고 시선을 전방에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어찌됐건 Girlish Pop은 대중들에게 가장 호불호가 적은, 걸 그룹만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콘셉트였으니까.

[나를 잊었더라도 거리를 걷다보면 생각나겠죠. 카페에서 문득 생각나겠죠. 내 노래가 들릴 때면. 나를 잊었더라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아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도 생각날 거 에요. 내 노래가 들릴 때면.]

하지만 이내 노래를 듣던 연습생 소녀들의 얼굴은 미묘한 표정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나를 잊었더라도 이제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아도 나와의 사랑을 어린 시절의 치기로 여겨도

행복을 빌어줄게요. 이젠 안녕.]

그리고 이는 노래와 안무가 끝날 때가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물론 노래가 좋지 않아서 소녀들이 다른 곡들과 달리 환호성이나 박수를 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노래가 쫌... 호불호가 심할 것 같지 않아?”

“그래? 난 진짜 좋은데? 넌 안 좋아?”

“흠...”

“이거 의외로 음도 꽤 놓은 것 같고 가사 내용이랑 멜로디가 조금 극과 극이라 잘 모르겠다. 좋긴 좋은데...”

“가사 때문에 그런 거지? 멜로디는 아주 밝은 건 아니어도 꽤 밝은 데 가사가... 왠지 엄청 슬프지 않아. 약간 우리 얘기, 아니다. 어쨌든 난 이거 꽤 괜찮은데? 중독성도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렇긴 해. 흠... 난 이거 잘 소화해내면 대박일 것 같긴 한데, 2주일 동안 연습한다고 쳐도 중간에 한번 인원들 대대적으로 빠지면 또다시 포지션 정하고 해야 해서 그게 좀...”

노래의 구성들 자체가 꽤나 극과극의 분위기를 풍겨 좀처럼 호불호에 대한 감을 잡지 못했을 뿐.

어쨌든 그렇게 수많은 웅성거림을 자아낸 3차 평가 곡 소개 영상 시청이 종료되고 소녀들은 당연스럽게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곡의 선택이 평가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지난 두 차례의 경연을 통해 모르지 않았고 우승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생존에 얼마나 큰 요소로 작용하는지 모르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이번 3차 평가는 팀 전으로 이루어져있어 연습생 소녀들의 눈치 보기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었는지라 소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작진은 소녀들에게 결코 고민할 시간을 길게 주지 않았다.

“지금부터 3차 경연 곡 선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작해야 10분 남짓한 시간을 소녀들에게 선사한 제작진의 개입으로 소녀들은 하나, 둘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으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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