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0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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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 입찰 결과 가수 겸 배우로 유명한 강지혁씨가 낙찰자로 최종 선정됐다.]
-18일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의 기존 소유주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3500억 원 입찰가로 강지혁 씨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또 다른 입찰 기업인 사성물산, 현진건설, 한하 건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입찰에서 탈락했다.
-한남동 외인아파트는 주변에 매봉산과 남산이 있음에도 용도제한, 고도제한, 용적률, 건폐율, 연면적 등 각종 규제가 해소되어 그동안 대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부지이다. 하지만 당초 5천억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정되었던 입찰가가, 사성물산 1940억, 현진건설 1953억, 한하 건설 1999억 등 장부가액 및 공시지가도 못 미침에 따라......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는 축구장 10개 정도의 크기인 총 6만677㎡ 규모다.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는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 3873억 원, 공시지가 기준 3467억 원이었다. 감정가는 8346억 원 수준이다. [하루경제=김태우기자]
*
“뭐라고요?”
[지? 무슨 일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프란카 대본 리딩 조금만 미루면 안 될까? 잠깐 중요한 전화가 와버려서.]
[알겠어. 그럼 네가 내 트레일러로 와. 거기 있을 테니까.]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대본을 맞춰보기로 한 프란카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개인 트레일러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기게 되었다.
[낙찰되었습니다. 한남동 외인 아파트부지의 최종 낙찰자로 지혁 군이 선정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었다. 한남동 외인아파트가 당초 5천억은 가뿐히 넘을 거라 예상되었던 알짜배기 부지이기도 하거니와 주거용으로서 해당 부지를 포기한 상태에서 당초 예상가의 절반 조금 넘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가한 내가 부지를 낙찰 받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았으니까.
“낙찰이 됐다고요? 그때 말해주셨을 땐, 최저가가 5천억일 거라고...”
[그게... 지금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내게 이 소식을 전달해준 관리사님 또한 이게 어찌된 일인지 정확한 연유를 모르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지라 나 또한 덩달아 기분이 얼떨떨하게 되었다. 감정가만 해도 무려 5천억을 상회하는 부지를 엄청나게 싼 값에 낙찰 받게 됐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관리사님의 이러한 당황은 단지 예상치 못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는 기쁨의 놀람에만 밑바탕 된 것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입찰에서 무엇인가 수상쩍은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초 지혁 군에게 말했던 시가는 여러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도 최저가였습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최저가였던 기존 입찰가액에 비해 70% 정도에 불과한 금액을 입찰가로 제시했음에도 낙찰됐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이득도 정도가 있지, 상식적으로 5천억을 넘어서, 심지어 1조를 넘어서까지 입찰가를 제시할 거라 예상했던, 아니 거의 확실시 됐던 기업들이 저마다 2천억도 안 되는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점 등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쩍을 행위들이었으니까.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당초 계획대로 주거지역으로 사용하셔도 좋고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좋을 부지를 헐값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낙찰 받으셨으니 말입니다.]
뭐,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쁨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싶었다. 주거지역으로서의 해당 부지를 포기하면서 실질적으로 입찰을 포기했었다는 점이 지금 현실이 된 뜻밖의 결과를 보다 큰 기쁨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지혁 군 메일을 통해 현재 저희 측으로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대한 사업 관련하여 접촉해오고 있는 건설사들의 목록과 협상 조건들을 보냈습니다. 촬영 중이라 바쁘신 줄은 알지만, 시간 되실 때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건설사들이요?”
[아무래도 저희 측이 개인으로서 입찰에 참가한 터라, 그 땅을 활용하려면 건설사를 선정해 시공, 시행을 맡겨야 되지 않습니까? 따라서 그 점을 고려한 것인지, 오늘 발표가 나자마자 낙찰에 실패한 기업들로부터 연락이 꾸준히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 그렇겠네요.”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앞에 언급했던 부분을 보다 수상쩍게 만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다지도 이 부지와 관련된 관심이 많을 진데, 그들이 입찰가로 써낸 금액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금액이었으니까요. 어쨌든 해당 부지를 주거용으로 사용할지 아니면 상업용으로 사용할 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급한 것은 건설사들이지, 지혁 군이 아니니까요.]
물론 수상쩍은 부분이 없지 않은 이번 입찰이었기에, 관련된 사안들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일은 ‘나의 일이되 나의 일이 아니다’라는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도 있었다. 혼자서 나의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시는 관리사님께는 조금 죄송스러운 생각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돈에 연연하지 않은 지 꽤 됐지만 꽤나 큰 이득을 거뒀다는 점에서 마냥 기뻤다. 속물이 된 것처럼.
하지만 그런 기쁨은 오래가질 못했다.
[그리고 재성 씨와 태현 군에게 들으셨겠지만, 아레나 사업 지분과 관련해 저희 측에 지속적으로 제안을 보내고 있는 쪽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이내 들려온 관리사님의 말은 LA 저택에서 사자성어 새옹지마를 되새기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안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치권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네?”
[자세한 내막을 파악하긴 힘드나, 모두가 입 열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건대 이 정도라면...]
더군다나,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이라는, 나와는 도저히 연관될 거라 생각지 않았던 세계가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려오자 보다 이 사안의 중요성이 깊게 그리고 짙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 생각에는 지혁 군 또한 나서서 정보를 얻으심이 좋을 듯 합니다.]
“네? 하지만 삼촌도 그렇고 태현 형도 제가 나서면 행동이 눈에 띄어서 오히려 안 좋다고 하던데요?”
내가 자리 잡은 위치가 달라질수록 점점 더 이를 실감나게 하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이제는 정치권이라는, 일견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오히려 과거 SD나 JJ와의 트러블 때보다 지금 일을 훨씬 더 복잡해지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머리가 질끈 아플 정도였으니까.
[굳이 여러 사람들에게 일일이 알아보는 것보다 확실한 한 사람에게 이와 관련된 조언을 얻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마침 그 사람 또한 의결권, 수익권이 없다 할지라도 아레나 사업의 투자자이니까요.]
물론 내 주변 환경이 한층 복잡해질수록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도 많았다. 그래서 관리사님이 방금 전과 같은 말을 내게 건넨 것이고.
“일단 촬영에 집중해야 돼서요. 급한 게 아니면,”
[일단 아레나 사업 관련해서 그 분이 주요 투자자라는 점만 저희 쪽에서 조금씩 부각시켜도 이권을 노리려하는 이들의 접근을 막는 데 제법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크게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로케 촬영 후 일주일가량 휴식 기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한남동 부지를 어떻게 사용하실 건지, 그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해서 제게 알려주십쇼.]
어쨌든 관리사님이야 한창 촬영 중인 내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되도록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나 또한 이제는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촬영에 집중하겠지만, 방금 전 관리사님의 말마따나 로케 촬영 후 휴식기간 동안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니까.
*
[아무래도 내가 아시안이라서 그런 것 같아.]
이번 영화에서 프란카와 함께하는 씬이 굉장히 많았다. 엑스트라와 함께하는 씬을 제외하고 주인공이 다른 누구와 함께하는 씬의 거의 6, 70%는 그녀와 함께 한다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래서 보다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의 흥행을 바라는 그녀의 마음이 파리 행 비행기내에서 꽤나 깊게 와 닿았다는 점을 제쳐두고서라도 나 또한 내가 간절히 바랐던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이 기회를 결코 허투루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동양인들은 서양인들을,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잘 구분하지 못하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래서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마이클 잭슨처럼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솔직히 아시아 지역이 아닌 이상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시아지역에서도 비교적 젊은 층이 아니면 얼핏 봐선 모를 거야. 한국, 일본, 중국 정도가 아니면.]
뭐,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듯 했다. 독일 여자라서 그런지, 조금은 무뚝뚝한 면이 없지 않은 그녀였지만,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의 내면에 담긴 친절함과 섬세함을 느끼게 됐고 어느새 속에 있는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점점 대중들 눈에 익숙해지면 미국에서의 생활도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야. 기본적인 문화가 달라도 스타에 대한 대중들의 선망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기도 하니까. 뭐, 파파라치들이 일단 가만두지 않을 거기도 하고.]
[알아. 그냥...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지. 아주 최근이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를 알아보고 시선을 꽤나 뜨겁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많아졌더라고. 한국에서 그 난리를 친 게 조금 무색할 정도로.]
[뭣하면 너도 섬이나 하나 사서 휴식기에는 거기서 지내버려. 아니면 집을 으리으리하게 만들어서 그곳에서 지내거나. 스타가 된 순간부터 대중들의 관심은 필요악이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건 개소리고. 네가 쉴 때는 정말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뭐, 나는 아직 그 정도 급의 배우는 아니어서 네 마음이 온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네 얘기를 듣고 보니까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만 팔천 평, 한국에서도 만 팔천 평이나 되는 부지를 갖게 되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으리으리한 집을 만든단 말인가.
[하하... 고맙다. 으리으리... 하하... 언제 한번 초대할게. 우리 집에...]
뭐, 한국에 있는 부지는 집으로 사용할 건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사용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
“오늘이 확실해?”
“예, PD님. 오늘이 확실합니다.”
유리창이 짙게 썬팅된 차안에서 어느 커다한 건물을 바라보는 두 사내의 얼굴은 비장했다. 꽤나 이른 시간임을 증명하듯 두 눈에 달려있는 눈곱조차 떼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을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았다면 이런 그들의 행동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벌써 2번째 물먹은 거 알지?”
“네, PD님...”
자기 자식 같은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떠나서, 일종의 자기분야에 관한 자존심까지 버려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상당할진데, 그들은 벌써 2번이나 이런 기회를 가졌고 또 그 기회를 놓쳐야만 했으니까.
“어차피 6월까지는 시간 있어. 그러니까, 조급해질 필요는 없어. 다만,”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낌새는 보여야 돼. 그래야 본격적으로 이 일에 우리 프로그램의 명운을 걸어볼 것인지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차량 내부에 있는 이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임을 서로가 모르지 않았지만, 최진충은 이를 오히려 억제시키려 하였다. 프로그램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감내해야 될 테지만, 오랜 베테랑인 그는 지금 그가 해야 할 최선의 행동이 이런 행동임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 시간 내로 출발할 것 같으니까, VJ들은 지금까지처럼 번갈아가면서 쉬고 주철이 너는 오늘 나랑 교대로 운전하면서 쉴 테니까, 움직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저쪽 주시하고 있자. 다들 알겠지?”
“예, PD님.”
“네, PD님.”
“네!”
그렇게 차량 정면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비록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날카롭고 또한 깊었다. 먹이를 눈앞에 둔 이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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