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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97화 (297/502)

00297  2017  =========================================================================

#297

가족들 또한 내가 시상식에서 얼마나 많은 야유를 받았고 여론상으로 얼마나 많은 공격들을 받고 있었는지 모르지 않았을 테지만, 골든 디스크 시상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내게 건네지 않았다. 그저 축하의 말과 함께 나를 안아주었을 뿐.

[나 오늘 미국 가.]

하지만 내가 곧장 미국에 간다고 했을 때, 어느새 가족들 모두의 눈빛은 걱정으로 한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한 후,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괜히 전화를 걸어 괜찮다고 해봤자, 믿을 것 같지도 않았고 차라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겨주길 바라는 게 보다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으니까.

심지어 삼촌한테도.

그래서 내일이면 가족들을 데리고 LA행 비행기를 탈 삼촌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내가 미국에 간다고 했을 때, 복잡한 눈빛으로 차마 나를 말리지 못하는 삼촌의 모습을 떠올려보건대 왠지 모르게 삼촌의 이런 행동이 단순 가족 여행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두막 앞 선 베드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가족들이 단순히 가족 여행 내지는 나를 위한 깜짝 이벤트로 LA에 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어서 인지를.

하지만 삼촌의 의도에 대한 생각들은 그리 오래가질 못했다.

[미스터 강, 지금 정문에...]

비밀정원 내 오두막에 있을 때에는 웬만해서는 나를 찾지 말아 달라 지시했음에도, 존의 목소리가 비밀정원 어귀에서 들려왔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으니까.

*

[갑작스럽게 이렇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존이 나를 찾아 비밀정원까지 오게 한 웬만한 일이라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방문이었다.

[평소에 제가 차를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대접할 게 녹차뿐이네요.]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찾아왔는데, 환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이그 리넨만 감독.

코난의 생일 파티에서 인연을 맺어, 내게 자신의 첫 상업영화 오디션을 제안했었던, 지금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작품의 연출을 맡고 있어야할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꽤나 의아했지만 겉으로 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든 간에, 그의 얼굴에서 초조함과 머뭇거림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라 굳이 내가 그 의아함을 먼저 표출할 필요가 없는 듯 했으니까.

[사실 제가 이렇게 미스터 강을 찾아온 것은...]

결과적으로 그는 내가 건넨 녹차를 한 모금 머금더니, 곧바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지금의 내게 꽤나 큰 파장을 줄만한 얘기들을 담아서.

[혹시 아직까지 저희 작품에 출연하겠다는 마음 변치 않으셨습니까?]

순간적으로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만큼이나 그가 건넨 말은 오묘했고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담고 있었으니까.

[네? 그게 무슨?]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말에 그러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말았다.

[촬영 초반부에서 꽤나 복잡하고 격렬한 액션 신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기존의 배우가 정해진 합을 맞추다가 큰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고 얼굴 쪽도 부상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의사의 소견 상 아무래도...]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와 무술감독은 미스터 강의 액션 신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일순위로 꼽았으니까요. 하지만 저와 무술감독을 제외한 이들이 마크 데이비드를 꼽았군요. 유감입니다. 미스터 강.]

내가 그토록 원했던 배역을 쟁취한 배우 마크 데이비드는 오디션 당시 몇몇 이들을 제외한 모두의 선택을 받았던 만큼 뛰어난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고 또한 이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들었었으니까. 그것도 감독인 다이그 리넨만 감독에게 직접.

[전체적인 촬영기간은 1년 6개월로 잡혀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제작진들에게 현재 남아있는 기간은 1년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로 일방적인 선택을 받았는데도 촬영 중에 부상을 당해 추가적인 촬영이 불가능 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다. 제 아무리 실전적인 액션을 추구한다지만, 그다지도 열심히 준비한 배우가 배역을 바꿀 정도로 큰 부상이 발생했다는 점은 쉽게 간과하기가 힘든 사안이었으니까.

[투자자들의 성향과 지난 3년간 우리들이 준비했던 로케일정과 관련된 예약 사항들을 고려하자면 촬영기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쨌든 그런 나의 속내와는 상관없이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절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애절하게 말이다.

뭐, 그러다보니 상황이 꽤나 딱해 보이긴 했다. 배우든 연출자든 한 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각자 두꺼운 책만큼의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할리우드 계약서는 꽤나 유명했고 이로 인해 주인공 배역 배우가 부상을 당한 일은 자칫 잘못하면 촬영자체가 엎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마크 데이비드에 비해 보다 실전적인 액션연기가 가능하고 영화 대본을 어느정도 숙지한 다른 누군가를 찾아 즉시 촬영을 재개한다와 같은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어쨌든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말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어째서 갑작스럽게 나를 찾아왔는지 그리고 그가 내게 무엇을 제안하려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었다.

[합을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어색한 감이 없지 않군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 신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 그리고 미스터 강의 영어대사가 조금이지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 주인공이 전직 CIA소속 비밀요원이라는 점 등에 의해......]

내 자랑 같아 조금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저들에게 있어 나는, 수많은 오디션 지원자들 가운데서 최우선으로 꼽힐 만한 돌파구일 테니까.

*

“옵빠!”

이제는 제법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동생들을 보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히기 시작했다. 아장아장 걸으며 내게 다가오는 동생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스러웠고 귀여웠으니까.

“우리 사랑이 엄마 말 잘 듣고 있었어?”

“으응!”

“오빠! 나도!”

“나도, 나도! 희망이도!”

그렇게 서로 안아달라는 동생들을 보며, 이제는 한 아름에 모두를 안는 게 불가능해 졌음에 새삼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는 동생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지 못했다는 것에 안타까움도 느꼈고 말이다.

“이게 삼촌 왔는데, 이제 삼촌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이거지?”

“뭐가? 나한테 말도 안하고 오려했던 주제에 무슨.”

“너, 너! 삼촌이 너 키우느라고 뼈 빠지게,”

“오빠, 그만해요.”

“어, 어? 하지만.”

“그만.”

“어, 어...”

어쨌든 가족들이 LA에 온 만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치 삼촌이 LA행 비행기를 예매하려했다는 소식이 행운의 징표가 된 듯, 계속해서 좋은 일들이 생겼고 지금 내 눈앞에는 사랑스러운 동생들과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비행기에서 오래 있어서 많이 피곤하시죠? 짐은 삼촌한테 주고 어서 들어오세요.”

“고마워요. 덕분에 정말 편하게 왔어요. 애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민간 항공기를 타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거든요.”

“뭘요. 방 청소 다해놨으니까, 전에 지내셨던 곳 쓰시면 될 거에요. 형이랑 누나도 마찬가지고.”

“오케이!”

“응!”

그런데 회사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LA까지 왔다는 점,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략 이주 간 이곳에서 머무를 예정이라는 점에서 문득 가슴 속에 남아있던 의아함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JS ENTERTAINMENT인지라, 최대주주인 삼촌 그리고 최고 경영자인 형의 이런 행동이 더욱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질 못했다.

“오빠 배고파!”

“배고파!”

“나도, 나도!”

꽤나 오랜 비행시간으로 지칠 만도 하건만, 배가 고프다며 집안 곳곳을 쏘다니기 시작하는 동생들을 보자니 다른 생각은 점차 마음 한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으니까.

*

“나를 잊었더라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아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도 생각날 거 에요. 내 노래가 들릴 때면. 나를 잊었더라도 이제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아도 나와의 사랑을 어린 시절의 치기로 여겨도 행복을 빌어줄게요. 이젠 안녕.”

[짝짝짝]

“누가 키웠는지는 몰라도 노래하나는 기똥차게 하네.”

“애들은 자나보네?”

“어, 방금 네 작은엄마가 다 재웠다. 비행기도 오래 탔고 밥도 많이 먹어서 많이 피곤했나봐. 금방 자네.”

오두막 앞 선 베드에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삼촌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와인이 다른 손에는 와인 잔 두 개를 들고서.

“형이랑 누나는?”

“처남은 처제랑 라스베가스 구경하러 갔어. 너도 같이 갈 거냐고 물어봤는데, 네가 안가겠다고 했다며?”

“어? 아! 맞네.”

때마침 나도 술 한 잔이 생각났는지라, 삼촌이 건네는 와인 잔과 와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비밀 정원 내에 위치한, 오두막과 호수 콘셉트의 수영장 그리고 밤하늘의 별은 그 어떤 술조차도 감미롭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장소였으니까.

“그래 마음은 진정됐고?”

“어? 뭐, 애당초 진정시키고 말고 할 게 없었으니까.”

그렇게 삼촌과 오랜만에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가족들이 엄청나게 불어나면서 집안 분위기가 활기차졌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예전이라면 일상이었을 이런 순간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래, 삼촌은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됐다. 누나도 매형도 그걸 원할 거고.”

“뭐야, 뜬금없이 엄마, 아빠 얘기는 왜 나와? 참 나.”

물론 그렇다보니, 꽤나 감성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대화가 오글거리는 쪽으로 자연스레 흘렀는지라 서둘러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삼촌은 딱히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듯 했지만.

“집을 조금 넓히기로 했어.”

“뭐?”

안 그래도 좋은 일들이 많았는지라, 삼촌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꽤나 많았다. 그 중에서 집 얘기는 다른 일들과 달리 걱정할 거리도 적었는지라 이를 자연스레 언급하게 되었고 말이다.

“아니, 솔직히 조금은 아니고, 꽤 넓히기로 했어.”

“여기서 더? 흠... 그래, 이사를 가면 이집은?”

“아! 이사를 가는 건 아니고... 이 집 뒤편에 있던 집들이... 아무튼 그렇게 됐어. 사정이 복잡하긴 한데, 그냥 헐값으로 나온 집들,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뭐 이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네.”

일을 전적으로 맡겨보겠다는 말이 지닌 의미가 생각 외로 커서일까. 존은 마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본다는 뜻으로 이를 여겼는지 일을 차근차근 진행시켜나가고 있었다. 말을 꺼낸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변호사를 선임했고 고든 가 사람들과 접촉을 하여 관련 부지들을 둘러보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럼 집 공사할 때 지낼 곳은 있고?”

“기존 집을 분해해서 새로 매입할 부지에 옮기는 것 빼고는 그냥 정원을 늘리는 거라서 여기 오두막에서 지낼 생각이야. 집이 다 옮겨지고 정원 쪽 손 볼 때면 집에서 지낼 생각이고.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어쨌든 만 팔천 평이나 되는 부지를 구입하고 해당 부지에 있는 저택들을 허무는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는 않을 테지만, 일단 삼촌한테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척 했다. 괜히 복잡한 과정 하나, 하나를 털어놓는 순간 이 조카바보의 집착은 또다시 발병하게 될 테니까.

“정말?”

“어?”

그런데 차라리 모든 것을 털어놓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이 조카바보 병은 딱히 발병시기가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삼촌이 알아보니까, 테일러 노우웰 집도 비비러힐스라던데, 혹시 살림 합치려고...

“아 쫌!”

진짜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자꾸. 무슨 살림을 합쳐. 하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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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퀴즈]

주인공 사촌동생들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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