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6 2017 =========================================================================
#286
문화사절단. 국내외 이슈들을 주제로 외국인 패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서지경, 신연무를 MC로 하는 TBS의 금요일 인기예능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나 또한 가끔가다 흘러가듯이 핸드폰을 통해 주요 클립영상들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이슈에 대한 외국인들의 색다른 시선과 더불어 재미 또한 가지고 있는 흔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이제 곧 소개멘트가 나오면 정면에 있는 문이 열릴 겁니다. 그쪽으로 걸어가시면 됩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섭외 요청이 있었을 때는 그저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었다. 작년부터 드라마 관련 활동 그리고 앨범 활동으로 인한 국내외 행사들이 너무 많았고 그래미 어워드와 피플스 어워드 그리고 골든 디스크 시상식 참가를 앞둔 상태에서 지금 이 시기는 사실상 유일한 휴식기간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더욱이 걱정거리가 있어 보이는 테일러 녀석을 놔둔 채 스케줄을 소화해야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나 또한 마음 속 한 군데에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 수많은 K POP 팬들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참가한다고 해서 전자의 경우가 해결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프로그램은 단 한 번의 출연으로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일 테니까.
[소개합니다! 이번 주 게스트는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가수 겸 배우로 그리고 모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지혁 씨입니다!]
“지금 들어가시면 됩니다. 지혁씨.”
어쨌든 이내 들려오는 신연무 MC의 목소리에 상념을 중단하고 다시 한 번 옷맵시를 정리한 뒤 망설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게스트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은 프로그램이고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한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긴장하여 떨고 말고 할 것 까진 없었으니까.
*
“안녕하십니까.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지혁입니다.”
MC들 뒤편에 마련된 문에서 게스트가 나온 순간, 패널들에게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패널들 모두가 남자들로 이루어졌음에도 말이다.
“이거 정말 유명하신 분이 오늘 이렇게 문화사절단의 게스트로 나와 주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어진 서지경의 정리멘트가 이어지기까지 촬영을 하고 있던 제작진들 또한 패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동참 할 정도로 촬영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지금껏 수많은 배우,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일찍이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장내에 있던 모두는 흥분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오늘 이렇게 TBS 문화사절단에 나올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수많은 국가에서 오신 분들과 더불어 오늘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배우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이제 곧 출국하신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런데도 이곳 문화사절단에 출연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 말씀해 주신대로 며칠 뒤 있을 골든 디스크 시상식 일정 후에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인데요. 그래도 한국에 온 만큼 팬 분들에게 방송 활동으로 인사는 드리고 가야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요즘 가장 유명하고 시청자분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문화사절단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MC로 활약하고 계신 서지경 씨가 저와의 친분 관계를 의심받고 계시다던데... 그래서 서지경씨 어깨에 힘 좀 넣어주려고...”
그렇게 남자 게스트가 나왔을 때의 반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세트장 분위기에 힘입어 촬영의 시작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봤지! 나 진짜 친하다니까? 나 완전 친해! 삼촌, 조카라니까?
“와... 뭐야, 진짜 친했어? 비즈니스 아니었어?”
“대박.”
패널이 아닌 이상 딱히 대본이랄 게 없는 문화사절단 촬영에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한 듯한 강지혁과 더불어 평소 친분이 있던 서지경의 감초 같은 멘트에 벌써부터 모두들 시청률 대박을 예상했으니까.
*
생각 외로 활발한 패널들의 발언과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방송을 통해서 익히 이들의 한국어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방송을 통해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놀라고 있는 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이내 이어진 패널들의 발언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져버렸으니까.
“이탈리아 여자들이 지혁 씨 엄청 좋아해요. 아주 난리나요. 난리. 그... 패션 관련돼서 이탈리아 자주 오시거든요? 맞죠?”
“네, 네? 아, 네. 협찬 브랜드 행사가 이탈리아에서 열려서요.”
“그때마다 이탈리아 여자들 난리 나요.”
“아, 그래요? 정말입니까? 지혁 씨?”
“아, 뭐... 여성 팬 분들 뿐만 아니라 남성 팬 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탈리아 여자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절로 흐뭇해져버렸다. 이내 이어진 그 이유에 대해서 듣자마자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지만.
“그... 조르쟌 아르, 아니 G사 모델로 화보 찍으셨잖아요?”
“아! 속옷 화보! 키야!”
“그때 그 화보 실린 잡지, 이탈리아에서 그 해 판매량 1위 됐어요.”
“아! 그 해? 그 달이 아니라?”
도대체 속옷화보의 굴레는 언제쯤 벗을 수 있을지.
지우고 싶은 과거임에도 좀처럼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듯 또다시 이에 대한 얘기가, 그것도 방송 상에서 언급되자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네, 네. 맞아요. 원래 그 매거진이 인기 진짜 없는,”
“어디까지나 이탈리아에서?”
“네, 이탈리아 패션 유명한 만큼 패션 잡지 진짜 많아서 그런 건데, 아무튼 그때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제일 많이 팔렸을 거 에요. 그 잡지가.”
“아닌데, 프랑스가 제일 많이 팔렸,”
“스페인이,”
이와 관련된 사안에서만큼은 ‘어디 나라가 가장 많이 팔렸나’, ‘유럽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와 같은 주제로 티격태격하는 패널들의 모습들이 전혀 반갑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처음 화제부터가 꽤나 세서인지 좋은 점도 있긴 있었다. 그 후로 나온 화제들에 상대적으로 입을 떼기가 쉬웠다는 좋은 점 말이다.
“사실 강지혁씨는 독일에서도 인기가 정말 많거든요.”
“아 그래요?”
“근데 진짜 더 인기 많아졌어요. 완전 국... 그거... 아! 국민 가수가 됐어요.”
“에? 진짜? 독일 국민 가수가 강지혁 씨라고? 에이, 오늘 게스트 강지혁 씨 나왔다고 이거 너무.”
“아니, 아니. 진짜에요. 진짜. 그... 저번 리우 올림픽 때.”
“아! 개막식!”
“아아!”
특히나 평소 때라면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함께했던 독일 총리와 관련된 얘기들을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꽤나 꺼내기가 힘들었을 텐데 비교적 쉽게 이와 관련된 얘기들을 풀어놓을 수 있었는지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희 총리랑 같이 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고 있는 게 찍혀서 독일에서 굉장히 큰 화제가 되었어요. 독일 선수단이 입장할 때 총리랑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원도 해주고 그래서요.”
물론 그 ‘비교적’이라는 말이 어디까지나 매우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었지만.
“이거 사실 프랑스에서 더 큰 이슈였어요.”
“에?”
“사실 강지혁씨가 유럽 투어를 할 때면 거의 항상 프랑스 일정이 중심이었거든요. 아무래도 문화의 중심이자 예술의 중심,”
“에이...”
“아 또 그런다.”
어쨌든 내가 독일 총리와 함께 리우 올림픽을 본 것이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꽤나 큰 이슈를 자아냈다는 점 그리고
“아무튼 그랬어서 그동안 강지혁 씨가 유럽에서 프랑스를 가장 좋아한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아! 질투했구나! 독일 총리랑 같이 올림픽 개막식 보고 독일 팀 들어올 때 응원해줘서!”
“완전 짜증났어요. 사실 다른 나라 총리랑 같이 있었으면 프랑스에서 유명한 할리우드 다른 스타 보듯이 그냥 그런 가보다 했을 텐데.”
“독일이라서?”
“네, 뭐...”
제 3자인 프랑스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되었다는 점은 나조차도 몰랐던 사실인지라 꽤나 놀라웠다. 단지 울면서 겨자 먹기로 독일 총리 옆에 앉게 되었을 뿐인데 이에 대한 파장이 이다지도 클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나 또한 가만히 앉아 패널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생각 외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 일에 대한 이슈가 컸다고 하니, 이에 관련된 오해 아닌 오해를 풀어줄 필요성이 느껴졌으니까.
“사실 그게... 제가 친분이 있는 두바이 왕자님이 계신데요.”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두바이 5왕자의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됐지만.
“와 뭐야. 무슨 친분을 왕족이랑 나눠.”
“대박.”
“올림픽을 잠깐 보기 위해 리우로 가기 전 두바이에서 며칠 정도 머물렀을 때 선물로 올림픽 관련 티켓들을 받게 되었어요.”
“아! 그럼 그 자리가?”
“네, 맞아요. 제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거기 앉았던 것도 아니고 독일 총리님이 제게 무슨 혜택을 주셔서 그 자리에 앉은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 자리는 원래 두바이 그 분 자리였고 제 자리는 따로 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가 본래 가지고 있던 티켓을 다른 분에게 양도한 상태였는지라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팩트에요. 다른 군더더기는 하나도 없고요.”
어째서 내가 국가 정상들 또는 그 정상들을 대리하여 개막식에 참가한 이들에게만 배정된 좌석에 앉을 수 있었는지, 그 표를 어떻게 얻었는지부터,
“그 독일 총리라는 분은 어떠셨어요?”
“사실 제가 독일에서 그 분이 정확히 어떤 이미지인지는 모르는데요. 제가 짧은 시간동안 만나본 바로는 엄청 따뜻하시고 열정적이셨던 것 같아요. 철혈의 통치자? 그런 이미지는 솔직히 잘 연상이 안됐어요. 독일 선수단이 입장했을 때 진짜 아이처럼 엄청 좋아하셨거든요. 뭐, 가식이나 그런 게 아니라 진심으로요.”
나를 너무나도 당혹스럽게 만든 독일의 여 총리가 생각 외로 꽤나 친절했고 배려가 넘쳤는지라 따뜻함을 느꼈다는 감정들까지 털어놓고 나자 조금은 속이 뿌듯해졌다.
내가 이로 인해 무슨 곤란함을 직접적으로 느낀 것도 아니고 이 사건이 독일과 프랑스에서 꽤나 큰 이슈를 자아냈다는 점도 방금 전에야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속사정을 얘기하게 되면 팬들의 궁금증 또한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 테니까.
“이야, 이거 뭐야. 문화사절단이 아니라 무슨 공식 외교단이 되어버렸잖아?”
“로스는 독일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이거에 대해서?”
“사실 독일 사람들 현 총리 볼 때 여자답지 않다, 엄청 냉... 음.. 아! 냉혈? 냉철?”
“냉철.”
“아! 냉철하다. 그렇게 알고 있어요. 물론 언론에 사생활이나 평소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전혀 노출이 안 되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저는 솔직히 의외인 것 같아요. 일 잘하고 엄격하고 또 부정부패? 그런 것들은 칼 같이 끊어내는 이미지여서 그런 면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물론 내 발언이 독일 총리라는 분께 피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긴 됐지만.
“그 두바이 왕자님이랑은 그럼 어떻게 관계를?”
“사실 그분이 감사하게도 제 팬이셔서 한국에 오셨을 때 자리를 한번 같이 했던 적이 있어요. 마침 그때 두바이 분수 쇼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요.”
“아! 플레이스 투 세이 굿바이! 나 그거 들었어! 나 그거 두바이에서 들었어!”
“Place to say good bye.”
“Place to say good bye.”
그래도 두바이 5왕자와의 인연에 대해서 말하자마자 ‘Place to say goodbye’를 부르기 시작하는 패널들과 MC들 모습에 이내 그런 걱정들을 날려버렸다.
“근데 원래 가지고 있던 표를 양도했다고 했는데, 누구한테 양도한 거죠? 그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게 뭐죠?”
정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지경 삼촌의 질문을 듣자마자 당황하고 말았지만.
“그게...”
뭐야, 어디서 저 질문 포인트가 나오는 거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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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인공의 외숙모인 김지혜의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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