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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82화 (282/502)

00282  2017  =========================================================================

#282

4시간에 걸친 등급 심사가 끝나자마자 연습생들은 그들이 부여받게 된 개별 등급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게 뭐야. 급식이네. 완전.”

“저기 완전 부럽다. 저기는 뷔페래. 뷔페.”

“뭐? 뷔페?”

당장 식사부터가 별개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더불어, 등급별로 세세하게 나눠진 메뉴는 그녀들에게 많은 감정들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으니까.

특히나 그녀들이 여자 아이돌 연습생들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제외하고서라도 그녀들 대부분이 먹을 거에 한창 예민한 나이였으니 오죽할까.

“갑 등급인 애들은 한, 중, 일, 양식 뷔페고 을 등급인 애들은 한식 뷔페래.”

“대박... 그럼 병이랑 정은?”

“그냥 병이랑 정은 우리처럼 급식 받는 건데, 종류가 더 많던데? 국 빼고 병은 반찬이 7개인가? 그러고 정은 5개일 거야. 우리는 뭐, 보다시피 3개고.”

“아 짜증나.”

그렇게 개별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무 등급을 받게 된 소녀들의 얼굴엔 불만이 한 가득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많이 먹어서 살 왕창 쪄라.”

“맞아. 살 뒤룩뒤룩 쪄라. 치... 근데 너희들 다른 방들 가봤어?”

“방?”

“갑 등급인 애들 방 진짜 좋더라. 아니, 난 을 등급만 되도 좋은 것 같아. 갑 등급은 화장실이랑 샤워 실이 방안에 있더라고.”

“진짜?”

“응! 그것도 엄청 넓은. 그리고 방이 2층 침대가 아니라 1층 침대더라고.”

“하아...”

“그리고 을 등급은 방에 화장실 있긴 한데 좁아. 그래도 6인 1실이니까... 힝... 8인 1실 진짜 너무 좁아. 갑 등급 방 크기에 절반도 안 되는데 8명이나...”

지금은 고작해야 반찬 개수 그리고 방의 좁고 넓음, 생활의 편리함을 가지고 불만과 부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등급일 경우 더한 불편을 가져다 줄 차등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대우라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서럽게 다가올 것인지를.

*

고작해야 10명 남짓한 인원만이 개별 등급으로서 갑 등급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갑 등급 가운데 무려 3명이 같은 소속사 출신이라는 점에 그녀들은 온 연습생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주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대수롭지 않게 이를 떠넘겨버렸다.

당장 연습생들의 주된 관심이 유일한 특별 혜택 수혜자에게로 보다 많이 집중된 가운데, 정작 그 당사자는 평소 성격처럼 털털하게 이를 흘려버렸으니까. 더군다나

“아... 배부르다.”

“우희 너. 오늘만 그렇게 먹기다? 너 그렇게 계속 먹으면 엄청 살쪄. 알지?”

“네, 네? 네... 언니. 힝...”

눈앞으로 다가온 그 혜택이라는 것이, 갑 등급 연습생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으니 오죽할까.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수밖에.

“근데 너무 대박 아니에요?”

“대박이긴 하지. 근데 난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네? 왜요?”

“오히려 너무 맛있는 게 많아서 체중관리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거든.”

하지만 이런 혜택들을 찬양하기 바쁜 막내 우희와 다르게 언니들인 지영과 여정은 마냥 이에 흠뻑 젖어있지만은 않았다.

“맞아. 그러니까, 우리 내일부터는 진짜 먹고 싶은 거 조금씩만 덜어먹고 되도록 야채나 과일 같은 거 챙겨서 먹자. 우희 너는 나랑 여정이가 먹는 대로만 먹으면 돼. 알겠지?”

“힝... 맛있는 거 많아서 오늘 다 못 먹었는데.”

“쓰읍!”

그녀들 또한 제작진 측이 갑 등급 연습생에게 주는 혜택들이 너무나도 좋았지만, 그녀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잘 먹고, 잘 자기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우와... 언니 너무 좋아요.”

“대박. 이렇게 까진 기대안했는데...”

“언니, 언니! 저희 방에는 화장실도 있어요! 샤워 실도 있고! 우와! 세면대도 두 개에요!”

“뭐? 정말?”

“네, 네. 얼른 와 봐요. 이리로! 여기 욕조도 엄청 넓어요!”

그러나 지금 당장만큼은 그녀들 또한 막내 우희처럼 환한 미소로 이 같은 혜택들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훌륭하다 못해 완벽하기까지 한 식사를 마치고 자신들의 캐리어를 끌어 숙소로 도착한 그녀들의 눈앞에는, 조금의 과장을 보태 여느 호텔 룸과 유사할 정도의 시설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

“수현이가 말해 준거랑 너무 다르다. 그치?”

“시즌 1때랑 너무 다른 것 같아요. 개별 등급도 그렇고 이렇게 방이랑 밥도 따로따로 주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만큼 오늘 저녁만큼은 짐 정리 겸 자유 시간이 주어졌는지라 그녀들은 난생처음 보는 실내 거품욕조에서 피로를 푸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막내 우희가 다짜고짜 물을 받아 언니들을 끌어들인 것이지만.

“우리 진짜 열심히 하자.”

“네, 언니.”

“응, 언니.”

세 명 가운데서 가장 맏이인 지영의 다짐 섞인 멘트에 우희와 여정 또한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여정이 너는 더 열심히 해야겠지? 시크릿 심사위원님이 너 잘하라고 특별권도 써주셨는데.”

“진짜 열심히 할 거니까. 걱정 말아요. 언니.”

그리고 그 중 특히 시크릿 심사위원의 특혜 권이 아니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을 여정의 눈빛은 그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듯 초롱초롱했고 또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항상 밝은 얼굴로 그리고 아재 같은 털털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그녀답게 활기찬 목소리로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시크릿 심사위원이라는 분 누굴까요?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누군지 모르는 것 같던데.”

“맞아.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 밝혀질 수도 있다니까.”

그렇게 욕조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품들에 몸을 맡기며 오늘 그녀들이 감내해야했던 수많은 부담감을 해소하며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첫날은 마무리되었다. 물론 시크릿 심사위원이 누굴까에 대한 궁금증은 끝내 해소되지 못했지만.

*

[한류 월드에 있는 아레나 사업부지에 가보려고 하는데 시간되십니까?]

[네? 아레나 사업부지요?]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얼굴 없는 심사위원으로서의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해외 일정을 차근차근 준비하던 와중에 관리사님의 뜻밖의 제안에 한류월드를 찾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그저 관리사님 따라 이동한 것뿐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4천억 조금 넘는 돈이 들어간, 물론 그 중에 내가 쓴 돈은 1500억이지만 어쨌든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공사인 만큼 중간, 중간에 공사의 진행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관리사님의 말에 혹한 것일 뿐이었으니까.

“공사가 벌써 이렇게 진행됐나요?”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을 보게 된 순간 새삼 감회가 새로워졌다. 고작해야 1년 조금 넘는 기간, 정확히 말하자면 2015년 12월 31일 착공을 시작하였을 뿐인데 벌써부터 아레나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런 작업에 무지한 나조차도 입을 떡 벌리게 되었으니까.

“보고된 바에 따르면 전체 공사 진행률은 30%가 조금 못된 상태인데 이는 공사 완공 시기를 고려해볼 때 무척이나 빠른 진행 속도입니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느니, 경제적 부가가치가 17조원이라느니, 지상 8층, 지하 6층의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 세계 최대, 최고 규모의 아레나라느니와 같은 수많은 보고와 언론의 보도를 보고 들었지만 막상 직접적으로 공사현장을 보게 되자 확 실감이 되어버렸다.

내가 벌인 일이 정말 어마어마할 정도로 큰 일이구나를.

19년 11월 10일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진데, 아직 채 절반도 완성되지 못한 아레나가 이다지도 강력한 포스를 뿜어낼 줄은 정말 상상도하지 못했는지라 한동안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지혁 씨 어떤 건축물을 짓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작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터를 다지는 것과 자재를 조달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터를 다지는 작업만 끝난 다면 그 다음 작업부터는 자재를 조달하는 속도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어째서 아레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사님의 부가적인 설명과 더불어,

“아무래도 사성물산 쪽에서 이번 아레나 건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씨마르사의 눈 밖으로 나지 않기 위해서는 저쪽에서도 이번 아레나 건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일례로 중소규모 건축업체들에게 부분, 부분 하청을 주지 않고 사성물산이 직접 나서서 공사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공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성물산의 상황과 이것이 아레나 공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하아. 대단하구나. 대단해.

“당초 계획이 상당부분 변경됐다고 들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접 공사현장을 찾아간 게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안 그러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돈이라는 것을 점점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내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꼈고 또 이에 조금씩 동화되던 내 자신이었는데, 그 돈이라는 것이 가져온 결과가 이다지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 같았으니까.

“당초 지상 8층, 지하 6층으로 구성되었던 아레나 구조가 공실률 축소와 각종 부대시설의 확대와 접근의 용이성을 위해 보다...... 연건평이 220,389㎡으로 기존 연건평 190,294㎡에 비해 대폭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는 ”

“내부 공간 배정은 아직 결정된 건 없죠?”

“예, 그렇습니다. 일단 아레나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고양시 농구팀의 각종 관련 시설 그리고 주요 투자자인 DH, JS, 포이보스 엔터들을 위한 공간, 지혁씨의 박물관 공간 등을 제외한 공간 배정은 추후 완공되는 해에 윤곽을 잡아나가기로 협의되었습니다.”

어쨌든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일을, 그것도 내가 주도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도 참 대책 없이 즉흥적인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의미 없는 웃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와버렸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그리고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보다 연건평과 수용인원 면에서 모두 앞질렀는지라 차후 완공될 시 아레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다목적 경기장으로서...... 수용인원만 보더라도 북한 능라도 경기장 15만 명, 인도 레이크 스타디움 12만 명, 멕시코 아즈테카 스타디움 10만 5천명의 뒤를 이어 4위에 랭크될 정도이고 특히나 한류월드 아레나 같은 경우 실내 다목적 아레나라는 점에서......”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수용인원을 자랑할 것이다’와 같은 핑크빛 전망을 내게 건네는 관리사님의 말에 이제는 더 놀랄 수도, 나를 참 대책 없는 녀석이라고 한숨 지을만한 단계를 넘어선 것 같아 그 웃음마저도 이내 멎고 말았지만.

*

“뭐라고, 삼촌?”

한통의 전화로 인해 아레나니 뭐니 하는 것들이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핸드폰을 왜 하루 종일 꺼놓은 거야? 지금 난리 났...]

민재 삼촌의 다급하고 약간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도 ‘나 오늘 프로젝트 데뷔 스케줄 있어서 핸드폰 꺼놨었어. 스케줄 끝나고서는 관리사님 따라서 아레나 공사부지 직접 보느라 차에다가 핸드폰 놔뒀었고’ 따위의 변명 아닌 변명조차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하아. 내 귀가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테일러 노우웰이 너 보러왔다니까? 너 집 주소는 아는데 열쇠가 없다고 너 찾으러 한국에 왔다고! 그것도 포이보스에!]

제발 아니길. 잠깐이라도 내 귀가 오작동을 일으켜 내가 잘못 들은 것이길 그때만큼은 간절히 소원했다.

[미국엔 언제 와?]

[12월 말까지 여기서 보내고 1월에 갈 것 같아. 뭐 중간에 다시 한국에 한번 와야지만.]

[오케이 알겠어. 그럼 그때 봐! 크리스마스 가족들이랑 잘 보내고!]

하아. 1월 미국 일정을 잠깐 미뤘다고 지금 나한테 시위하는 것일까. 이게 진짜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어휴.

============================ 작품 후기 ============================

14일 00시 07분 예약 아이템 연재분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스타'의 출연자들 가운데 심사위원 유민재가 열화와도 같은 감탄을 했던 최초의 출연자는 누구일까요? 작품 내에서 언급된 이름 세글자를 정답으로 적어주세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Liemeon님 2.5점

3등 : vcnpav님 2점

4등 : watter님 1.5점

5등 : 사랑그사람님 1점

6등 : yulha님 0.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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