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1 2017 =========================================================================
#281
[지혁 씨는 얼굴 없는 심사위원인만큼 저희 제작진 측에서 특별한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특별 혜택권이요?]
[그렇습니다.]
얼굴 없는 심사위원으로서 활약해달라며 특별 혜택권이라는 것을 제시한 안석준 CP로 인해 구미가 당긴 것은 사실이었다.
[개별등급 갑 등급 연습생들에게는 4인 1실에서, 을 등급 연습생들에게는 6인 1실에서 그리고 병, 정 무 등급 연습생들은 8인 1실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예?]
[물론 8인 1실에서 지내게 될 연습생들 또한 각 등급에 맞게 보다 좋은, 보다 나쁜 8인 1실 숙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삼시세끼 제공되는 음식들과 간식 그리고 무대 포지션과 각종 무대의상 또한 이러한 개별 등급을 바탕으로 차등 분배될 것입니다.]
[어째서? 시즌 1때는 이런,]
[물론 시즌 1때는 이런 사안이 없었습니다만 이번 시즌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이내 그 혜택권이라는 게 어떤 전제조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게 되고서는 본능적으로 꺼려졌지만.
[지혁 씨가 시즌 1에서 아마 8인 1실에서 지내셨을 겁니다. 방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 샤워 실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그런 방에서 말입니다.]
[네, 네? 그거야 그렇지만.]
[개별 등급이 무 등급인 연습생들도 지혁 씨가 누렸던 수준과 비슷한 대우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 외적인 부분도 지혁 씨를 비롯한 시즌 1 참가자들 모두가 누렸던 수준일 테니 마찬가지고요. 뭐, 저희는 결과적으로 적어도 프로그램 참가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의 대우를 무 등급 연습생들에게 제공할 겁니다. 다만 그 대우 부분이 연습생들에게 보다 나은 효율과 성과를 요구한다는 점이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개별적으로 부여받은 등급에 따라 트레이닝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차등적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렸음에도 마냥 이를 안 좋게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낮은 등급인 무 등급에 해당하는 이들 또한 예전 내가 겪었던, 유사한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 밑바탕 되는 한, 이런 시즌1과의 차별 점은 확실히 연습생들의 동기와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까.
따라서 심사를 하는 데에 있어 보다 주의 깊게 연습생들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당초 나의 결정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 자체의 흥행요소로서 이를 이용하려던 제작진 측의 의도에 발맞추려던 내 본래 계획과는 달리 말이다.
[갑 없습니다. 을 없습니다.]
[애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본래 실력이 이런 거야?]
[이거 200명 중에 갑은커녕 을도 안 나오는 거 아냐?]
[아, 피곤해지네. 일은 빨리 끝날 것 같아서 기분 좋긴 하지만.]
하지만 심사를 맡고 있는 트레이너들의 푸념섞인 말마따나 좀처럼 내가 가진 특혜 권을 쓸 만한 이들이 눈에 띄질 않았다. 애당초 ‘특혜 권을 3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누구에게 써야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연습생들의 무대는 솔직히 말해 기대 이하였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을 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가진 특혜 권을 진짜로 아무에게도 쓰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물론 안석준 CP는 내게 특혜 권을 설명해주면서 그 어떤 부담도 가지지 말라고 했었다. 주어진 특혜권을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심지어 그 특혜 권을 전부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까지 했었으니까.
하지만 워낙 기대가 컸던 탓에 특혜 권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자 조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내 당차게 무대 중앙으로 올라온 소녀들이 아니었다면 그 부담감은 더욱 깊게, 오래갔을 테지만.
[안녕하세요 저희는 피쉬앤칩스의 최지영!]
[선우희!]
[김여정입니다!]
소속사 이름이 익숙한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일단 얼굴들이 너무 익숙했다. 마치 여러 번 본 것처럼.
뭐, 결과적으로 내가 피쉬앤칩스에 간 게 고작해야 두세 번 뿐 인지라 어째서 저들의 얼굴이 익숙한지는 대충 유추해낼 수는 있었다.
그래서 보다 유심히 저들의 무대를 바라보게 되었고,
[Can't you see the likes of me ooh ah.]
더욱 놀라고 말았다. 비록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들의 무대는 지금껏 보았던 연습생들의 무대와는 꽤나 큰 차이를 지녔으니까.
특히나 과거, 내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연습생의 얼굴이 그 순간 어렴풋이 떠올랐고 그 기억난 연습생이 방금 전 무대에서 돋보이는 보컬 실력을 뽐냈으니 오죽할까.
[개별등급 발표하기 전에... 김여정 연습생?]
[네, 네? 네! 심사위원님!]
[보컬은 아주 좋아요. 그런데, 방금 전 무대에서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보컬을 집중적으로 다뤘던 것 같은데 맞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댄스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방금 전 곡이든 뭐든, 여정 양이 편한 어떤 곡이든 상관없으니까요.]
[네, 네? 아... 아!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 심사를 맡고 있던 트레이너들이 무엇 때문에 김여정 연습생에게 댄스를 추가적으로 요구했는지 모르지 않았고
[반면에 김여정 연습생은 너무 안타깝네요. 보컬은 정말 좋아요. 다른 두 연습생도 너무 좋았지만 그보다 더 말이죠. 그런데 댄스가... 흠... 엄밀히 말해서 댄스는 평균 정도? 냉정하게 말해서 최고 등급 정도는 아니에요.]
[밸런스 부분에서 김여정 연습생은 댄스에 조금 신경을 더 써야 될 것 같네요. 정말 아쉽네요. 아쉬워.]
[댄스부분등급 발표하겠습니다. 댄스 갑 등급 선우희, 최지영...을 등급 없습니다. 병 등급... 김여정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댄스 실력은 솔직히 말해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딱 맞는 수준이었지만, 나는 나대로의 위치에서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혜택을 해당 연습생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지금 막 생겼으니까.
물론 어째서 저런 연습생이 그냥 가수가 아닌 아이돌을 꿈꾸는 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음악시장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지만.
*
“정말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신 만큼 정말,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꼭 열심히 해서 주신 특별 혜택이 아깝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위원님.”
도대체 ‘감사합니다.’, ‘열심히’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것인지, 눈물과 심지어 콧물까지 흘리는 듯한 해당 연습생의 소감 멘트 영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뭔가, 내가 한 건 한 듯한 근거 없는 뿌듯함이 나를 찾아왔으니까.
그나저나, 이러다가 특별 권을 한 장도 사용하지 못할 거라는 내 우려는 정말이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나보다.
1시간 동안 10팀. 거의 50명 가까운 연습생들을 심사한 끝에 특별 권 혜택 자가 나왔는데, 아직 장내에는 심사를 받지 못한 150명의 연습생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기대됐다. 어떤 출연자가 또 나의 마음을 움직여 나의 혜택을 받아갈 것인지가.
*
“고양시 여러분! 고양시는 경기도의 중심 도시로서......”
겨울 추위가 한창인 때, 전국의 각 도시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로 인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소비도시로서의 고양시뿐만 아니라, 생산도시로서의, 관광도시로서의 고양시를......”
그런 후끈한 기운이 어제부터 눈까지 내리고 있는 고양시에도 머무르고 있었는데, 오늘은 특히나 더할 수밖에 없었다.
“저 박아진은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
현재 대통령 후보자들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는 박아진 후보자가 오늘 고양시를 찾아왔으니까.
[박아진! 박아진!]
이미 언론에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결과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불을 보듯 훤하다는 식의 기사가 한창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로 박아진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굳건했고 뜨거웠다.
“그동안 저는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고양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목적 아레나, 호텔 백제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50여 채 그리고 30층 377실 규모의 호텔을 유치한데 이어 JJ E&M의 8천억이라는 대규모 복합 신사옥 건립 사업까지. 고양시는 수천, 수만 명의 인력고용 효과와 함께 지역 경제 비상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한류월드가 창출해낼 부가가치가 20조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창출해낼 고용 효과가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더욱이 오늘 고양시를 찾아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기위해 찾아준 수많은 인파들에게, 그것도 작년 내내 고양시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연설을 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고양시의 한류월드를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로 만들겠습니다! 제 손으로 이뤄내겠습니다! 제가 만들어내겠습니다. 한류월드를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로!”
[와아아!]
[박아진! 박아진!]
[박아진! 박아진!]
그렇게 한류월드를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공약 아닌 공약을 발표한 박아진을 향해 시민들의 환호성과 박수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10분간의 짧은 연설을 마치고 박아진 대표가 인근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때까지 쭉.
*
“우리 예쁜 동생. 요즘 바쁘지? 얼굴이 반쪽이 됐네.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잠은 잘 자고 있는 거지?”
오랜만에 만난 동생의 핼쑥한 얼굴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유지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Hang in there.
15년 9월 1일 발매된 TRENDY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만년 유망주였던 TRENDY를 단숨에 대세 걸 그룹으로 발돋움 시킨, 음반 발매 첫 주 초동 판매량 13만 4039장으로 역대 걸 그룹 최다 판매량 1위에 TRENDY를 등극시켰으며, 4주 연속 방송 4사 1위차지, 9주간의 활동 기간 동안 무려 28관왕을 달성하게 한 Hang in there 덕에 그녀는 좀처럼 사랑하는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일 뿐만 아니라, 밀리언셀러 가수로서 최정상급 걸 그룹으로 발돋움한 동생인지라 그 후로도 활발히 국내외 활동을 소화해야만 했으니까.
뭐, 물론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 힘들었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재연이 언니 오랜만에 보는데 그렇게 말 계속 안 할 거야? 몇 개월 전에도 언니보고서 한마디도 안하더니 오늘도 그럴 거야? 언니 이제 곧 가야하는데?”
차마 다른 이들에게는 밝히기 힘든 이유가 그녀 자매들 간에 존재했기에 유지연의 목소리는 되돌아오지 않은 메아리처럼 실내에 퍼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지연이 동생에게 말 걸길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언니 미워. 진짜 미워.”
그런 유지연의 행동과 따뜻한 품 때문인지 동생인 유재연의 입이 그녀들이 만난 지 30분 만에 열렸다. 그게 비록 유지연이 원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유지연은 그것마저도 다행으로 여기는 지 그저 동생인 유재연을 더욱 강하게 껴안아주었다.
“언니가 재연이한테 미안한 게 너무 많아. 정말 너무 많이... 언니가 정말 미안해. 재연아.”
그저 자신이 모두 미안하다는 듯이.
*
[미국 팝 스타 테일러 노우웰 전격 내한! 갑작스런 내한의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테일러 노우웰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강지혁과의 연관성을......]
[2017년 2월 12일에 열릴 Grammy Award 주요부분에 강지혁이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작년 하반기에 개최된 Europe Music Awards, American Music Awards에서 각각 다관왕의 영광을 얻은 강지혁이 Grammy Award...... 비슷한 시기에 개최될 People's Choice Awards에서도 강지혁을 주요부분 시상 후보자로 선정함에 따라......]
[강지혁 이번에는 골든디스크 어워즈 참가할까? 그동안 앨범을 낼 때마다 대상을 비롯한 수많은 시상 항목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강지혁이 금년에는 대리수상을 하지 않고 참석할지에 관해 대중들의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작년 7월 1일 발매된 강지혁의 정규 4집 앨범은 국내 553만 224장, 일본 640만 6862장, 아시아 103만 3253장, 유럽 142만 7906장, 북미 210만 6836장, 남미 190만 4354장 등 전 세계 총 1840만 9435장의 앨범판매고를 달성하며 명실상부 월드스타의 위용을......]
============================ 작품 후기 ============================
13일 00시 07분으로 예약 아이템을 사용한 연재분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소중히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멘트 퀴즈]
Q. 강지혁이 JS에서 방출된 뒤, 몇 년 만에 만난 지수의 서운함을 풀어주기 위해 하게 된 첫 토크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부른 노래.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상대방을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곡의 제목은?
[코멘트 퀴즈 선착선 정답자]
1등 : vcnpav님 3점
2등 : 사랑그사람님 2.5점
3등 : Rinian님 2점
4등 : 너의업을짊어져주마 1.5점
5등 : 라이몬드님 1점
6등 : 핫치킨님 0.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