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80화 (280/502)

00280  2017  =========================================================================

#280

연습생들이 좀처럼 통제되지 않을 때도 나서지 않았던 제작진 측의 갑작스런 개입에 연습생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까지 의아함을 감추질 못했다.

게다가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내려가던 김여정과 그녀를 위로하며 같이 발걸음을 옮기던 선우희, 최지영에게 건넨 안석준 CP의 말이 담은 내용 또한 어마어마했으니 오죽할까.

“김여정 양은 같은 소속사 연습생인 선우희, 최지영 양과 같이 개별등급 갑 등급을 확정 받게 되었습니다.”

“흑흑. 네... 네?”

“네?”

“네?”

어쨌든 장내를 의아함으로 가득 채운 안석준 CP의 말이 향하는 곳, 그 당사자가 된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아니면 홀로 갑 등급을 받지 못해서일까.

댄스 병 등급이 지금까지 나온 결과들로 비춰볼 때 결코 나쁜 등급은 아니었지만 홀로 댄스 갑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홍수 같은 감정들이 그녀 자신을 휩쓸었다는 점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들과 연습생들이 그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부담감이 일순간 풀려버렸다는 점 때문인지 그녀는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 명의 연습생들이 안석준 CP의 말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한 것과 달리 세트장은 술렁거리는 소리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작진 측의 개입 그리고 그 개입이 가져온 결과가 너무나도 극적이었으니까.

어쨌든 장내를 술렁이게 만든 안석준 CP의 뜬금없는 개입은 당연하게도 평가를 담당하던 트레이너들의 반발 아닌 반발을 가져왔다.

“그게 무슨 소리죠? 각 부분 등급이 모두 같은 등급이 아니라면 개별 등급은 심사 후에야 결정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두 부분 평균 등급이라 할지라도 김여정 연습생은 을 등급입니다.”

그들로서는 이번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에 임하기 전 담당 CP인 안석준으로부터 연습생들의 트레이닝과 지금과 같은 사항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보장받았을 진데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이를 위배하는 것이었으니까.

“이번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자체 내부 심사에는 시즌 1과는 다른 특별 제도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사전에 그런 말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트레이너들의 의문 섞인 반발들에도 불구하고 안석준 CP의 행동은 너무나도 태연했고 당당했다.

“프로그램 제작 보안상 연습생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트레이너 분들에게도 이와 관련된 사안을 비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점 죄송합니다.”

그래서였을까. 그러한 안석준 CP의 태도와 더불어 이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무엇인가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숨겨진 장치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멘트에 심사위원들의 반발은 한껏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특별제도라는 게 뭔데, 김여정 양이 개별등급 갑 등급을 확정 받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든 그 비밀장치에 대한 사안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

“이번 자체 내부 등급 평가에는 여러분들과 더불어 별도의 심사위원분이 한분 더 계십니다.”

“예?”

“뭐라고요?”

지금의 상황을 만든 비밀장치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그때만큼은 연습생과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트레이너의 구분이 필요치 않았다.

그저 그들 모두는 제작진이 꽁꽁 숨겨놓은 비밀장치가 별도의 심사위원이라는 점에서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까.

특히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 트레이너들 같은 경우, 이런 안석준 CP의 말에 놀람과 별개로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꼈으니 오죽할까.

“시크릿 심사위원분은 이번에 한해 심사를 맡아주실 것이고 이에 따른 특별 혜택 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시크릿 뭐요? 아니, 그걸 우리한테 알려줬어야죠.”

“특별 혜택권이요?”

그렇게 하나, 둘 베일을 벗어가는 비밀장치의 정체에 트레이너들과 연습생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더 그 기세를 더해갔다.

“시크릿 심사위원분은 보컬 분야에 대한 심사를 해주실 겁니다. 다만 그 결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을 겁니다.”

“예?”

“그게 무슨?”

시크릿 심사위원은 심사를 하긴 하지만, 연습생들의 등급에는 그 심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장내에 있는 이들의 놀람과 의아함을 더했고,

“하지만 시크릿 심사위원분이 평가한 보컬 등급은 방송 상에서 소개될 것이고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홈페이지를 통해 개제될 것입니다.”

심사가 반영되지는 않지만 그 평가결과가 방송 상에서 소개될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 개제되기까지 한다는 점은 모두의 궁금증을 더욱 자극시켰으니까.

하지만 그런 모두의 의아함과 궁금증은 이내 일말의 티끌도 남겨지지 않은 채 해소되고 말았다.

“그래요. 뭐 심사를 하는데 결과에 반영은 안 되고 뭐 방송이랑 홈페이지에 따로 심사결과가 발표된다는 거 그건 그렇다 쳐요. 그런데 그게 지금 김여정 연습생의 개별 등급이 갑이어야 할 이유는 안 되지 않나요?”

“심사가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 대신 아까 살짝 언급 드렸다시피 시크릿 심사위원분은 특별 혜택 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것도 3장을요.”

“그래서 그게 뭔데요.”

“자신이 심사를 맡은 부분인 보컬에 한해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연습생에게 댄스 등급과 상관없이 개별 등급, 갑 등급을 무조건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모든 트레이너들과 연습생들을 대표해 시크릿 심사위원의 존재유무가 지금 상황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 이준식의 질문에 안석준 CP가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으니까.

“뭐라고요?”

“헐, 대박.”

“무조건 갑?”

“대박이네.”

이번 프로젝트 데뷔 시즌 2는 12년에 방영되었던 시즌 1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것도 꽤나.

앞서 언급했던 선발과정과 등급에 관한 경우처럼 전체적인 포맷가운데 꽤나 많은 부분들이 예전 흥행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폭 수정되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번 프로젝트 데뷔 시즌 2는 가수가 아닌 아이돌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고 최종 선발된 이에게 상금이 아닌 프로젝트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방금 전 안석준 CP가 언급한 시크릿 심사위원의 특별 혜택 권은 말도 안 되게 좋은 혜택임이 분명했다. 그냥 가수라면 모를까, 아이돌 가수에게 있어 댄스란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일진데 특별 혜택 권은 이를 고려한 제도인 개별 등급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차별적 대우를 단숨에 해소시킬 수 있는 장치였으니까.

“방금 시크릿 심사위원께서 김여정 양에게 그 3장의 혜택권 중 하나를 쓰셨습니다. 따라서 김여정 양은 선우희 양, 최지영 양과 마찬가지로 개별 등급 갑 등급을 확정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트레이닝은 각 부분 등급에 맞게 받게 되겠지만요. 어쨌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쨌든 시크릿 심사위원의 정체를 제외한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장내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제작진들 가운데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 주는 영향력이 상상외로 컸고 좀 전까지 활발히 질문을 던지던 트레이너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어 연습생들을 통제할 이가 없었으니까.

“시크릿 심사위원은 추후 트레이닝에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으실 것이고 프로젝트 데뷔 시즌 2가 종영되어 최종 10명의 멤버들이 선발되었을 때, 그때 시크릿 심사위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체가 밝혀지게 될 것이며 이를 원치 않을 경우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그런 트레이너들을 대신해 이내 안석준 CP가 연습생들을 향해 휴식을 선언함에 따라 장내는 더욱더 시끌벅적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박이지 않아? 아닌가? 아, 난 잘 모르겠어. 근데 저게 끝인가? 혜택이라는 게?]

[어차피 딱 세 명 아니, 이제 두 명인데... 흠... 어쨌든 직접적인 심사에는 영향이 없으니까.]

[그래도 보컬만 기똥차면 어쨌든 특별 권 받을 수도 있다는 거네?]

[직접적으로 심사에 영향이 없으니까, 일단 보험으로 두는 거지. 어차피 시크릿 심사위원도 못하는 애한테 특별 권을 쓰진 않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내가 잘해야 등급을 잘 맞든, 혜택 권을 받든 하는 거겠네.]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무대 준비나 하자. 꽤 큰 권한인 것 같은데, 별로 와 닿지는 않네. 아까는 꽤 놀라긴 했는데.]

저마다 시크릿 심사위원과 그 존재가 지니고 있다는 특별 혜택 권에 대한 관심을 겉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연습생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별 등급이 가져다주는 숙식 혜택이 얼마나 차등적이고 연습생 자신들의 동기를 부여시킬지 그리고 이러한 개별 등급제를 뛰어넘어 무조건적으로 갑 등급의 혜택을 부여받게 할 수 있는 시크릿 심사위원의 특별 혜택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또한 트레이너들이 꽤나 놀란 듯 자리에 앉아 아무런 말을 잇지 못하는 데에는 그 개별등급제의 차등적 대우를 모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시크릿 심사위원의 평가 결과가 방송 상으로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된다는 점이 가져다주는 무형적 이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

[후우... 후우...]

격렬한 맨손 격투 신을 수차례나 반복해서 찍어서일까. 꽤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듯 그동안 문제없이 촬영을 이어가던 마크 데이비드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거친 숨소리와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잔뜩 서려있었다.

[환상적이었어!]

[이번 신 대박인데? 한번 소화해내기도 힘들 텐데 이렇게 연달아 소화해 내다니!]

[공부만 기똥차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거 사람들이 영화 개봉하면 너무 놀라겠는 걸?]

그리고 주변 분위기 또한 그 표정과 어울리는 반응들이었고.

어떻게 보면 이런 마크 데이비드의 뿌듯함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난 세월동안 걸어왔던 커리어를 살펴본다면.

[데이비드! 좋았어! 이야! 이거 누가 데이비드를 범생이로 보겠어? 이런 액션스타를 그동안 몰라봤다니!]

마크 데이비드.

할리우드스타이다. 다만 그동안 액션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을 뿐.

프린스턴 대학을 다니다, 배우로서 발돋움한 만큼 그가 그동안 밟아왔던 연기자의 길은 모범생, 은둔 형 천재와 같은 지적인 이미지뿐이었다. 따라서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독립영화로 유명한 다이그 리넨만 감독이 첫 상업영화로 액션영화를 찍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 순간부터 오디션 직전까지 거의 1년 동안 끊임없는 액션연기수업과 각종 필요한 무술들을 준비해왔었으니까. 이제는 틀에 박힌 지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싶었으니까.

[방금 액션 너무 좋았어. 오디션 때도 느꼈지만 합 맞추는 게 굉장한데? 실질적인 무술 부분도 좋았지만 합 맞추는 게 너무 능숙해서 그런지 무술 부분이 조금 빛이 바랜 느낌이 있었는데, 내가 오해했군, 그래. 이것 참. 하하.]

따라서 그런 그에게 지금 쏟아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이번 작품의 액션 감독인 스티븐 스미스의 반응은 그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나 이번 영화의 액션 감독인 스티븐 스미스는 그동안 숱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전담해온 베테랑이었으니 오죽할까.

[그래도 다음 신은 초반 촬영에서 가장 복잡한 액션신이니까. 조심해야 돼. 자칫 잘못하다간 큰일 날 테니까, 말이야. 일단 자네는 볼펜을 그리고 상대역은 칼을 들고 하는 액션신인만큼...]

[하하!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스미스. 후반부라면 모를까, 초반부에서 내가 실수할 만한 액션신은 없을 테니까.]

어쨌든 그는 숨이 가라앉자마자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이, 데이비드! 사고는 항상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법이야. 자네가 이번 작품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지는 모르지 않지만 방심은 금물이야. 더군다나 상대역이 잡은 칼이 아무리 촬영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날카로운 물건임은 변치 않,]

[하하! 알겠어요. 스미스. 조심하도록 할게요. 하지만 스미스도 좀 알아봐주라고요? 내 실력을.]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액션연기의 참맛에 빠져버린 까닭에, 수많은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든 액션신의 진가를 다시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었으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베테랑 액션감독인 스티븐 스미스가 우려 섞인 당부를 그에게 건넸지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 어떤 액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 작품 후기 ============================

예약 아이템을 사용한 화입니다. 2017년 03월 12일 12시 7분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주인공은 과거 일본의 예능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예능방송의 주된 콘텐츠는 19살의 일본 소녀에게 주인공이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요. 그럼 문제입니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또한 19살 일본 소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두개다 모두 정답을 말해주셔야 정답처리가 됩니다. 수정된 사항이 있는 만큼 직접 살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P.S 프라하 함정카드에 걸리신 분들이 있군요ㅎㅎ 물론 노린 것이지만...ㅎㅎ 얏호! 그런데 모스크바는 끝내 안 걸... 쩝...

279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현이오라버니님 3점

2등 : 라이몬드님   2.5점

3등 : 제티e님        2점

4등 : vcnpav       1.5점

5등 : Te4Rs님        1점

6등 : 사랑그사람   0.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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