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9 2017 =========================================================================
#279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연습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장내는 시끄러운 시장바닥이 되고 말았다.
[우와, 사람들 비주얼이 장난 아닌데요? 언니?]
[그러게, 다들 너무 예쁘네. 에휴.]
[에이, 언니 왜 그래요. 언니가 한숨 쉬면 안돼져. 언니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면서. 허허.]
수많은 연습생들을 보며 그들의 미모에 감탄해 나이답지 않은 웃음을 터트리는 연습생도 있는가 하면,
[JS? JS에서도 나왔어? 헐 대박!]
[세이브, 세이브도 괜찮지. 스타라이트이랑 AMP도 좋고.]
[아, 진짜 너무 예쁘다. 대형 기획사인데 저렇게 예쁘면 나는 어떡해.]
대형 기획사 출신들에게 기가 죽은 연습생들 그리고,
[우와! 진짜 오랜만이다. 너 거기에 있었어?]
[응. 너는 계속 남아 있었나보네?]
아이돌 시장의 좁음을 드러내듯 과거 인연이 있던 이들과의 만남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연습생들까지 모두 새로운 연습생들이 들어올 때가 아닌 이상 자신의 입을 쉴 새 없이 놀리기 바빴으니까.
어쨌든 이런 연습생들의 모습에서 지난 시즌 1때와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감지한 제작진들이지만 그들은 지금 상황에 이렇다 할 개입의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많은 연습생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등장한 JS ENTERTAINMENT 소속 연습생으로 인해 장내가 엄청난 웅성거림을 자아냈을 때까지도.
하지만 제작진들의 이런 행동들은 모두 이유가 있는 행동들이었다.
그들이 지난 시즌 1의 쓰디쓴 흥행 실패를 통해 깨달은 수많은 것들 가운데, 지금의 행동들도 포함된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시즌 1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트레이너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이야기꽃을 피운 연습생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트레이닝 해줄 이들의 등장 앞에서 입을 놀릴 수는 없었을 테니까.
*
“지금 이 순간에 한해 여러분은 앞에 계시는 트레이너 분들에게 등급을 배분 받게 될 것입니다.”
제작발표회에서 프로젝트 데뷔 시즌 1에서와 다른,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제작진 측의 입장 발표에 수많은 소속사들 또한 이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제대로 된 프로그램 진행 콘텐츠를 알진 못하지만, 지난 시즌 1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미리 산정된 등급이 아닌 첫 촬영에서 등급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것쯤은 이 프로그램에 자사의 연습생들을 지원시킨 소속사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랩 또는 보컬 분야에 대한 등급 그리고 댄스 분야에 대한 등급. 이 두 분야에 대한 등급을 여러분은 각각 부여받게 될 것이며 이는 차후 트레이닝에서 적용될 등급입니다.”
그래서 연습생들은 지금 이 순간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준식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느낄 수 없었던 프로젝트 데뷔 참가, 즉 일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자신들이 참가했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트레이닝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두 분야의 평균 등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여러분들은 받게 될 것이며 이 등급이 바로 여러분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이와 같은 표면적인 등급에 맞게 숙소, 식사 그리고 무대에서의 위치를 차별적으로 배분할 예정인 만큼, 이 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준식의 말은 오래지 않아 끝을 맺었다. 하지만 연습생들의 침묵과 고요는 그가 말을 끝맺은 지 한참이 돼도 깨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더 좋았다. 프로그램 참가 선발 과정에서 정해진 등급이 아닌, 지금 자신들이 곧이어 트레이너들에게 보여줄 무대로 등급을 받는 것이. 그리고 그 등급이 자신들의 분야에 맞게 보다 세분화되어 매겨질 것이라는 게.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욱 가혹하기도 했다. 지난 프로젝트 데뷔가 제 아무리 논란이 많았고 불합리했다고는 하지만 등급에 따라서 숙소, 식사 그리고 무대 포지션을 배정하지는 않았으니까.
결과적으로 소녀들은 방금 전 이준식의 말이 자신에게 미칠 유, 불리를 셈하질 못했다.
“10분 뒤부터 본격적인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연습생들은 사전에 배정받은 순서에 따라서 준비해온 무대를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까지 와 닿지 못한 숙소나 식사 같은 것들보다 지금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심사가 그녀들에게는 더욱 소중했으니까.
*
수많은 연습생들이 기획사별로 나와 등급을 부여받는다. 이것이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첫 화의 내용이자, 오늘 트레이너들이 해야 될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건대 그들의 주된 업무는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날 것만 같았다.
“갑 없습니다. 을 없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새로운 도약을 하기위해 나름의 준비를 해왔을 연습생들이 이렇다 할 심사평을 받지도 못한 채 나가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애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본래 실력이 이런 거야?”
“이거 200명 중에 갑은커녕 을도 안 나오는 거 아냐?”
더군다나, 대놓고 들으라는 듯 마이크를 가져다댄 채 독설을 날리는 트레이너들의 행동까지 이어졌으니 오죽할까.
덕분에 연습생들은 앞선 연습생들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았는지라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면서도, 자신들의 무대를 준비하면서도 좀처럼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심사에도 불구하고 갑 등급은 나오지 않았다. 벌써 10팀 가까이 심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갑 없습니다. 을 없습니다.”
그렇게 계속되는 기대이하의 무대에 심사를 맡고 있던 트레이너들의 독설과 눈빛이 한층 차가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뭔가 눈이 번쩍 뜨일만한 무대가 없었는지라, 심사위원들의 신경 또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피쉬앤칩스 연습생들 들어오세요!”
바로 그때였다. 피쉬앤칩스 연습생들이 심사위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
“안녕하세요 저희는 피쉬앤칩스의 최지영!”
“선우희!”
“김여정입니다!”
노란색 원피스와 노란 구두를 맞춰 입고 들어온 그녀들의 당찬 인사에 그때만큼은 심사위원들도 굳어있던 얼굴을 푼 채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유치원 소풍 온 것 같네?”
“귀엽다. 귀여워.”
긴장도 되지 않는 듯 웃는 얼굴로 트레이너들에게 당찬 인사를 건네는 소녀들로 인해 그때만큼은 심사위원들도 굳어있던 얼굴을 푼 채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무대도 기대해볼게. 그래, 준비되면 시작해.”
노란색 원피스와 노란 구두. 같은 소속사로서 준비된 무대를 펼치기 위해 깔 맞춰 입고 온 소녀들의 옷차림에서 절로 산뜻하고 풋풋한 기운이 넘실거렸는지라 심사를 맡고 있던 트레이너들도 피쉬앤칩스 연습생 소녀들의 무대를 절로 기대하게 되었으니까.
“Can't you see the likes of me ooh ah.”
......
그렇게 유난히도 짧게 느껴졌던 피쉬앤칩스 연습생 소녀들의 무대가 끝이 나고 심사평을 할 때까지 심사위원들의 밝은 얼굴은 바뀌질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 없는 무대였다. 첫 가사부터 시원시원함이 느껴지는 보컬에 제법 짜임새 있는 안무까지. 지금까지 나온 연습생들의 무대가 초라해질 정도로 매력적인 피쉬앤칩스 연습생들의 무대에 심사평이 나오기도 전에 지켜보고 있던 연습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솔직히 지금 데뷔한 가수 느낌이 났어요.”
“잘 들었습니다.”
더욱이 이를 뒷받침하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졌으니 오죽할까.
“아니, 보컬은 괜......”
“댄스 등급은 따로 해야......”
“저런 애들 평균 등급이 갑 못......”
“규칙이니까, 어쩔 수 없......”
하지만 막상 등급 발표를 앞두게 되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저마다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내뱉은 적 없던 심사평을 입 밖으로 꺼냈음에도 말이다.
따라서 피쉬앤칩스 연습생들 또한 절로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들 스스로도 주변의 반응과 긍정적인 심사평에 힘입어 고 등급을 기대하고 있었을 진데, 정작 심사를 맡은 트레이너들의 등급 발표가 시원시원하게 발표되질 않았으니까.
“개별등급 발표하기 전에... 김여정 연습생?”
“네, 네? 네! 심사위원님!”
결과는 그런 분위기대로 흘러갔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듯 심사위원들이 등급 발표대신 김여정 연습생을 호명했으니까.
“보컬은 아주 좋아요. 그런데, 방금 전 무대에서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보컬을 집중적으로 다뤘던 것 같은데 맞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댄스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방금 전 곡이든 뭐든, 여정 양이 편한 어떤 곡이든 상관없으니까요.”
“네, 네? 아...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댄스를 보여 달라는 추가요청을 하였으니까.
그런 심사위원들의 요구에 호명된 김여정은 일순간 멈칫하는 기색을 내보였지만 이내 자신만이 받게 된 추가 시험을 덤덤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같은 소속사 연습생인 두 명의 소녀가 안타깝게 바라보았고 말이다.
“Can't you see the likes of me ooh ah.”
그렇게 방금 전 같은 소속사 연습생 두 명과 함께했던 무대를 홀로 하는 그녀의 안무는 트레이너들이 어째서 그녀에게만 추가요청을 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후우. 후우. 이상입니다.”
물론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잘했다. 다만, 그녀의 보컬 실력에 비해 댄스가 ‘상대적으로’ 너무 뒤떨어졌을 뿐.
그런 그녀의 곁으로 같은 소속사 연습생 소녀들이 다시금 다가오자,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곧바로 그녀들에게로 향했다. 방금 전 그렇게 그녀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시간끌기는 온데간데없이.
“최지영, 선우희 연습생은 밸런스가 아주 좋아요.”
“선우희 연습생은 비록 굉장히 돋보인 댄스 실력에 비해 보컬 실력이 약간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꽤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최지영 연습생은 음색도 좋고 성량도 괜찮아서 보컬로서는 손색없고 또 댄스에서도 모자란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호평 일색이었다. 댄스와 보컬 가릴 것 없이 트레이너들은 그녀들에게 호평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 호평이라는 것이,
“반면에 김여정 연습생은 너무 안타깝네요. 보컬은 정말 좋아요. 다른 두 연습생도 너무 좋았지만 그보다 더 말이죠. 그런데 댄스가... 흠... 엄밀히 말해서 댄스는 평균 정도? 냉정하게 말해서 최고 등급 정도는 아니에요.”
“밸런스 부분에서 김여정 연습생은 댄스에 조금 신경을 더 써야될 것 같네요. 정말 아쉽네요. 아쉬워.”
김여정에게로 향할 땐 안타까움이 더해져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런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자신들의 등급을 직감한 듯 선우희, 최지영이 김여정의 등을 다독여주었지만 김여정은 도리어 그녀들에게 축하한다며 털털한 웃음을 내보일 뿐이었다.
“보컬부분등급 발표하겠습니다. 보컬 갑 등급, 김여정, 선우희, 최지영입니다.”
“댄스부분등급 발표하겠습니다. 댄스 갑 등급 선우희, 최지영...을 등급 없습니다. 병 등급... 김여정입니다.”
그렇게 결과발표가 그녀들의 예상에 맞게 심사위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김여정을 제외한 두 소녀들은 기쁨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지금껏 나와 본 적 없는 갑 등급을 받았음에도 같은 소속사 연습생인 김여정이 댄스 등급에서 병 등급을 받아버렸으니까. 물론 그것도 지금까지 나온 댄스 등급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등급이었지만.
“따라서 개별 등급은 선우희, 최지영 갑, 김여정 을입니다. 하지만 개별등급 같은 경우 연습생들의 심사가 모두 끝난 후 최소 20명, 최대 40명 단위로 갑, 을, 병, 정, 무로 나뉘게 되므로 구체적인 결과는 심사가 모두 끝난 뒤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두 부분 모두 갑 등급을 받은 선우희, 최지영 연습생은 개별 등급 또한 갑 등급이 이미 확정되었으니 마음 놓아도 됩니다.”
그렇게 결과 발표를 듣고 좋아하는 피쉬 앤 칩스 연습생들이 무대에서 빠져나가 자리로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잠시만요.”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던 제작진 측에서 프로그램 진행에 끼어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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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 모든 연재분의 수정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차후 일주일간 또다시 세부 수정을 할 것이지만 어쨌든 수정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었네요. 한번쯤 정주행 해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설정집은 일단 너무 작업이 방대해서 도저히 정리가 안 되어 있는데요. 급한대로 최대한 빨리 가수와 아이돌 인명록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다음화부터는 1등 3점// 2등 2.5점// 3등 2점// 4등 1.5점// 5등 1점// 6등 0.5점으로 세분화하여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글을 올리는 시간대도 늦은 시간대여서요. 좀 더 많은 참여를 부탁드려요!]
[코멘트 퀴즈]
Q. 주인공이 군 전역 후 유럽배낭여행을 가게 됐는데요. 그때 글에서 언급된, 강지혁의 유럽 여행 나라는? 모두 적어주셔야 답 처리가 됩니다.
[278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사랑그사람님 2점
3등 : 진치님 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