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8 2017 =========================================================================
#278
짧은 휴식을 끝낸 뒤, 마이식스, TRENDY 멤버들의 축하공연을 보다보니 어느새 최우수 연기상과 대상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버렸다. 대상뿐만 아니라, 최우수 연기상에 노미네이트돼 꽤나 복잡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할지라도 약간의 기대감 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있었으니까.
[KBS 최우수 연기상에 유지연씨, 유지연씨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유지연이 최우수 연기상을 받게 된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 없이 그녀를 축하해줬다. 물론 그녀가 나와 마찬가지로 대상 후보라는 점에서 경쟁자가 한명 줄어들었다는 그런 같잖은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제 아무리 유지연이 요즘 핫한 여배우라 해도 이름값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니냐.’, ‘강지혁 상대역으로 유지연이 가당키나 하냐.’와 같이 연기실력이 아닌 가수로서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로서의 나를 떠받드는 팬들의 비난을 알게 모르게 감내해야했는지라 나로서도 미안한 적이 적지 않았는지라 너무 기뻤고 이렇게라도 그녀 자신의 연기력과 그동안의 고통들을 보상받아 다행이라 생각해서였으니까.
“일단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재연이 전부!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가족들한테 이 영광 돌리고 싶어요. 흑흑...”
더욱이 독한 년이라고 연신 놀려대던 그녀가 막상 무대 위로 올라가 수상소감을 말하기가 무섭게 눈물을 보였으니 오죽할까.
“회사 대표님 그리고 매니저 오빠, 코디 언니들...... 이은숙 작가님을 비롯한......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눈물 반 목소리 반 수상소감을 듣던 중 뜻밖의 멘트를 듣게 되어 적잖이 놀랐다. 더불어 홀 내 스크린에 비춰지는 내 얼굴에 당황했고.
“마지막으로 상대역인 강세진 역을 맡아주신 강지혁씨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물론 그녀가 내 얘기를 안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나한테 틱틱거리는 경향이 짙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녀 본심이 마냥 나를 적대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실제로 그녀는 방금 전,
[같이 연기를 한 상대역 강지혁 씨, 지현이, 진우 오빠 그리고 선후배 연기자 분들 정말 감사해요.]
주조연급 배우들 모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나눠돌렸으니까.
하지만 나를 또다시 따로 빼내어 수상소감에서 언급할 줄은 몰랐다. 진심.
“후배 연기자임에도 정말 배울 점이 많아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항상 대본을 손에 놓지 않고 부족한 점을 지적받길 부끄러워하지 않던 강지혁씨 덕에 더욱 분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수상소감이라는 게 꽤나 의외의, 지금껏 듣지 못했던 얘기들을 담고 있을 줄은 더더욱.
*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쟁쟁한 연기자들을 제치고 MC분들의 입에서 내 이름이, 그것도 2016년 KBS 연기대상의 대상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에 흘러나왔으니까.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진우 형을 필두로 한 천손, 하늘의 자손 제작진들이 나를 등 떠밀기 전까지.
아무래도 그런 상태로 무대로 나가게 된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 주변의 수많은 환호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테지만 그 순간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순간적으로 보이는 조명 불빛에 정신을 차리게 됐고 하나, 하나 수상소감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자 실감이 됐다. 지금 이 자리의 주인공은 결국 내가 됐다는 것을.
[진심을 다해 연기하겠다는 수상소감을 팬 여러분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연기자 분들께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제가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전까지의 제가 연기에 진심을 담겠다는 말을 결국 지켰냐, 네 행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냐는 점에서 아직 확신이 없어서요.]
처음 시작은 정말이지 내 의지가 1%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저 삼촌의 권유에 떠밀려 신사의 품위라는 작품을 한 것이니까.
그래서 신사의 품위로 신인상을 받았을 때 부끄러웠고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었다. 그때 그 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너무나도 빛나보였고 나 자신은 그에 비해 너무나도 비루하고 초라해보였으니까.
그때 연기에 가식이 아닌 진심을 담겠다는, 가수로서의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연기자로서 신인상에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내 자신이 그때까지 지니고 있던 배우로서 지녀서는 안 될 마음의 정체로 인한 부끄러움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또다시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신인상에 비해 화제성은 약간 떨어질지언정 그 상이 지니고 있는 무게감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최우수상을.
그때는 1년 전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1년 전 신인상을 받았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 대신, 그때의 나 한 씬, 한 씬에 목매달고 감정선 하나, 하나도 섣불리 놓치고 싶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자부했었으니까.
그냥 마냥 좋았었던 것 같다. 부끄러움대신 그때의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뿌듯했었으니까.
그래서 더 놀라웠다. 부끄러움, 기쁨과 같이 시상식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거의 다 느껴봤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번 KBS 시상식은 또다시 색다른 감정들을 선사해주었으니까.
[하지만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제 자신의 연기 외적인 부분으로 연기자로서의 저를 평가받지 않도록 정말 노력하겠습니다. 매순간, 매일, 매 작품마다 나아지는 모습 팬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한없이 무거웠다. 대상이라는 상이 주는 무게감이.
아직 내 자신이 연기자로서 온전히 연기로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기에 가식이 아닌 진심을 담는 게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모르지 않을 진데 연기대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아버렸으니까.
물론 겉으로는 신인상을 탔을 때와 비슷한 감정들을 주는 경우로 지금 내 심정을 추측할 수 있겠지만, 아니었다. 그때 그 순간 나는 연기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욕심 그리고 일종의 갈구를 하고 있었으니까. 어깨와 온 몸을 짓누르는 대상의 무게감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그 부담감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방금 전 유지연씨의 수상소감처럼 저 또한 유지연씨와 진우형 그리고 지현이 아니, 자신이 맡은 배역의 분량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배우 분들에게서 많은 점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함께해서 정말 좋았고 영광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작품을 통해서 내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가수로서의 인기와 명예, 위치가 연기자로서의 내 위치를 더럽히지 못하게 보다 확고한 연기력으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감독님과 이은숙 작가님을 비롯한 스태프들 그리고 고생했던 선, 후배 연기자분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재성 삼촌 그리고 숙모님, 사랑, 소망, 희망이, 태현 형, 소담 누나까지 아! 그리고 포이보스 식구들, 민재 삼촌까지 전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를 보며 환한 미소와 박수를 쳐주는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가족들 그리고 포이보스 식구들까지도 언급한 뒤 무대를 내려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 속에서도 대상 수상이 주는 강렬한 감정들을 되새기면서.
*
[KBS 연기대상 천손, 하늘의 자손 열풍! 대상 강지혁을 비롯해 14관왕이라는......]
[2013년 신인상, 2014년 최우수 연기상에 이어 2016년 대상까지! 음악 천재에서 진정한 배우로 발돋움하기까지 걸린 시간 겨우 4년! 강지혁의 악마 같은 재능에...... 강지혁은 올해 발매된 정규 4집과 관련된 해외 시상식 일정들로 인해 곧 출국할 것으로......]
-지렸다...와... 역시 악마의 재능.
-솔직히 연기 잘해서 받은 거 아니잖아. 가수로서 워낙 대단하니까, 그 인기빨로 신인상에 최우수 연기상 그리고 대상까지 받은 거지. 연기력은 무슨.
-네, 위에 관종.
-가수 인기 빨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받을 자격이 없는 건 아님. 아니, 이번에 강지혁이 대상 못 받으면 도대체 누가 받음? 결국 받을만하니까, 받는 거임.
-하...근데 진짜 부럽다. 강지혁만 보면 난 현자타임 옴. 얼굴 훈남이지, 팔 다리 길고 키도 크지. 노래도 잘하지 거기다 연기도 잘해. 하아... 진짜 불공평하다. 전생에 나라 몇 번 구해야함?
-애호박은 왜 뺌????난 그게 제일 부러움. 애호박 짜응. 아이시테루!
[전 IP 멤버이자 리더였던 김영진! 안녕! 내 사랑 미스터를 통해 SBS연기대상 신인상을 받게 돼! 현재 연예병사로 근무 중인 탓에 대리 수상을 하게 된......]
-ㅋㅋㅋㅋㅋㅋㅋㅋ김영진ㅋㅋㅋㅋㅋIP면 로비돌 아님??? 관계자들한테 로비 날려서 존나 상받는? 혹시 이번에도??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로비돌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ㅇㅈ 솔직히 안녕 내사랑 미스터 제작비 100억에다가 PPL이랑 광고 수익까지 전부 쏟아부어서 150억? 160억? 여튼 졸라 쏟아부었는데 10%도 못 넘었는데 무슨 신인상이야. 졸라 에바네. 에바. 이거 진짜 로비조사 해야된다. 한번이 쉽지 두 번은 어려운게 아님.
-윗 댓글이랑, 윗윗댓글 캡쳐함. 고소ㄲ. 없는 소문 내지마여. 우리 오빠들 로비 안했음. 전부 이수재가 알아서 한거지, 우리 오빠들은 그냥 모르는 일이라구여!
-네 다음 빠순. 잘가 ㅃㅃ
*
“정말 축하드립니다. 지혁씨.”
“네? 아, 감사합니다.”
1월 1일이 되어 새해가 밝아오기 무섭게 프로젝트 데뷔의 안석준 CP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사소한 문제 때문에 촬영이 2주가량 미뤄졌고 이로 인해 삼사일 뒤쯤으로 첫 촬영을 앞두고 있는지라 나와의 일정 조율문제에 있어 얘기를 나눌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저희의 수정된 기획은 지혁 씨가 얼굴 없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하게 될 자체 내부 테스트 심사를 해주시는 겁니다.”
그런데 그 사소한 문제라는 게 갑작스러운 촬영 기획의 일부 수정 때문이라는 것을 방금 전에 듣게 되었는데 그 수정 사항이 나와 관련된 일이었는지라 꽤나 놀라고 말았다.
“얼굴 없는 심사위원이요?”
더군다나, 그 수정된 사항이 얼굴 없는 심사위원이라는 뭔가 의미심장한 콘텐츠를 담고 있었으니 오죽할까.
“처음 촬영 때 연습생들을 자체적으로, 아! 이건 지혁씨도 아시겠군요.”
“이번에도 레벨로 나눠지나요?”
나 또한 1차전 탈락자이긴 하지만 명색이 프로젝트 데뷔 시즌 1 출연자이다 보니 프로젝트 데뷔에 대해서 모르지 않았다. 제작진들이 모르는 연습생들만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의 미진한 점들을 안석준 CP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주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 안석준 CP의 입에서 나온 얼굴 없는 심사위원이라는 점은, 연습생들의 등급제와 같은 자잘한 변경이 아닌 꽤나 큰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나와 관련된.
그래서 저절로 주의 깊게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첫 번째 평가전을 대비한 트레이닝을 위한 심사이기에 세부 등수는 나누지 않고 갑, 을, 병, 정, 무의 등급으로만 나누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세부등수는 심사위원들과 제작진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시청자들에게 맡길 것이고요.”
그의 말마따나 내 할 일이 늘어날 것은 자명했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고, 프로젝트 데뷔에 이왕 참가하기로 한 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으니까.
“각각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맡은 랩, 보컬 분야, 댄스 분야에 맡게 그 분야에 한정해 심사를 하게 될 것이고 연습생들은 두 가지 분야에 맞는 트레이닝 등급을 각각 배정받게 될 것입니다. 만약 A라는 연습생이 보컬에서 갑 등급을 하지만 댄스에서는 병 등급을 받았다면 A 연습생은 평균 등급은 을이겠지만 트레이닝 시에는 보컬 갑, 댄스 병 등급에서 트레이닝을 받게 되는...... ”
“아 그럼?”
“물론 지혁 씨는 얼굴 없는 심사위원이기에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차후 작곡가로서 정식으로 소개될 때까지 말이죠.”
뭐, 첫 번째 경연을 위한 연습생 등급 심사 후에는 전적으로 연습생들의 트레이닝만을 담당하게 될 트레이너들과 달리 나는 차후 작곡가로서 등장하기 전까지 정체를 숨겨주겠다는 부분이나 프로젝트 데뷔 시즌 1 때와는 달리 꽤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진행방식이 나로 하여금 안석준이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더 믿게 만들었다는 점도 없지 않았지만.
“지혁 씨는 얼굴 없는 심사위원인만큼 저희 제작진 측에서 특별한 혜택을......”
어쨌든 안석준 CP덕에 지금 이 자리가 단순히 일 얘기가 아닌, 꽤나 흥미 돋는 얘깃거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는지라 나도 모르게 점점 그의 얘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 작품 후기 ============================
170310 수정.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수정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빠르면 다음주내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설정과 관련되서는 작업이 너무 방대해서. 일단, 등장인물에 관련된 부분만 추려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좋은 꿈꾸시고 굿밤하세요.
코멘트 퀴즈
Q. 프로젝트 데뷔 시즌 1에서 강지혁과 같은 조였던 이들의 이름 그리고 경쟁팀이었던 이들의 이름들을 열거하시오. 강지혁을 포함한 강지혁 조 5명/경쟁팀 이름 5명을 모두 맞혀야 정답처리.
277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vcnpav님 2점
3등 : 사랑그사람님 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