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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77화 (277/502)

00277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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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을 타는 와중에 유난히도 떨렸다. 지난 1년 전, 배달의 후예를 홍보하기 위해 KBS 연기대상 시상식장을 찾았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물론 그때는 단순 시상 도우미 겸 배달의 후예 홍보를 위해 시상식 장을 찾았는지라, 레드카펫을 밟지도 않았을 뿐더러, 후보자가 아니었기에 지금보다 한층 마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떨렸다. 내가 무슨 상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진데, 그것이 과연 온당한 결과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으니까.

신사의 품위로 받게 된 SBS 신인상.

상속인들로 받게 된 SBS 최우수 연기상.

작품을 하게 된 해마다 운이 좋게도 내 연기실력 이상의 상을 수여받았었다. 그래서 이번 배달의 후예 때 정말로 열심히 했었다. 내가 지닌 연기 실력이 부족함을 모르지 않았고 그동안의 캐스팅 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런데 아직 연기에 진심을 담기는커녕,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들 진데 이번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자에 노미네이트되어 솔직히 너무 당혹스러웠고 지금도 그랬다.

비록 내가 받을지, 못 받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겨우 3작품 만에 지상파 방송사의 연기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좀처럼 실감이 되질 않았으니까.

후우.

내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왜 이리도 찝찝한 건지, 가는 내내 한숨만 내뱉었다. 그게 옆자리에 있던 이로부터 신경 쓰이게 만드는 행동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왜 그러는데?”

“어?”

검은색 드레스를 입어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고혹스러운 녀석의 물음에 순간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녀석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대해야 했지만.

그래도 이내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연기 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내 신경을 집중시켰는지 녀석을 보자마자 새삼 인지하게 되었으니까.

“나 모르게 뭐 잘못 먹었냐?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방금 전까지 한숨을 그렇게 쉬더니?”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미용실에서부터 의상실까지 전부 함께했고 지금도 시상식을 가기위해 리무진 안에서 나란히 앉아 있었으니까.

그런데 방금 전까지 깨닫지를 못하고 있었기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말 잘 듣네? 우리 지연이? 오빠가 아주 흡족하다. 흡족해.”

“뭐? 뭐라고?”

“것 봐. 내 말 맞지? 넌 노출 안 해도 예뻐. 본판이 좋으니까.”

“뭐래.”

녀석이 며칠 전 내가 했던 말들을 충실히 지켰음을 이제야 깨닫고 말았으니까.

[노출 너무 심한 거 입지마라.]

[네가 뭔데?]

[춥잖아.]

너무 확실해졌다. 녀석의 이런 행동을 통해서.

[힐도 너무 굽 높은 거 신지 말고.]

[신경 꺼. 내 일이니까.]

[그때 가서 춥다고 해도 수트 마이 안 벗어준다.]

[걱정 마셔. 너한테 벗어달라고 안할 테니까.]

물론 알고는 있었다.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 녀석이 타고난 성격 때문에 내게 막 대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내가 했던 부탁 아닌 부탁을 꼭 지킬 것이라는 것을.

[야, 노출 심한 거 안 입을 거지?]

그래서 마지막에 끝내 대답을 하지 않는 녀석에게 계속해서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고.

“우쭈쭈. 내 말대로 드레스 예쁘게 입고 왔는데, 내가 몰라봐줘서 서운했구나? 으구구. 우리 지연이 많이 귀여워졌네? 이리 와봐. 오빠가 말 잘 들었으니까 칭찬해줄게. 궁디 팡팡해줄까? 우쭈쭈.”

“죽을래?”

어쨌든 녀석의 한껏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날 상념에 빠뜨렸던 생각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뭐, 어차피 오늘 시상식 내내 생각해야 될 거 잠시만이라도 그 복잡함에서 멀어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축하한다. 대상 후보 오른 거.”

“뭐래. 지도 올라 놓고는.”

그렇게 심각한 생각들을 마음속 저편으로 떠나보내자, 슬슬 장난 끼가 동하기 시작했다. 공지연이 이렇게 대놓고 귀여운 행동을 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축하한다고.”

“뭐?”

“그러니까 나한테도 축하한다고 해줘.”

물론 그런 내 행동을 공지연은 질색했지만.

“얼른.”

“축하한다. 됐냐?”

그래도 꽤나 단호한 내 표정과 행동에서 이대로 그냥 넘어가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공지연이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내게 축하 아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아니, 안 됐는데.”

“뭐?”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지만.

“얼른 제대로 해줘.”

“대상 후보에 오른 거 축하해. 무, 척.”

“다시.”

“야!”

꽤나 정성들여 내게 축하하다고 말하는 공지연에게 다시라는 말을 건네자마자 꽤나 날카로운 외침을 받아들여야했지만 상관없었다.

“너 지금 이게...”

“얼른.”

“너!”

때마침 녀석을 향해 두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내 행동에, 무조건 결과물을 받아낼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내었으니까.

“얼른.”

[쪽]

“야!”

그런데 순간이나마 녀석을 궁지로 몰았다는 점에서 방심을 했나보다.

“왜? 축하해달라며?”

“이씨. 입에다 하랬지 누가 볼에다 하래? 이제 곧 도착하는데 이거 어떡,”

멀쩡한 입술 놔두고 볼에다가 입술을 마주한 녀석의 결정적인 한방에 당황하고 말았으니까.

하아. KBS 연기대상이 이뤄질 여의도 홀까지는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기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아주 노렸다는 듯 잽싼 녀석의 행동에 내 볼은 세 시간 동안의 메이크업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린 입술도장이 뚜렷하게 새겨지고 말았으니까.

“그거야 니 사정이시고요. 전 축하해드렸는데, 왜 저한테 뭐라 하세요? 오오빠? 참 나.”

하아. 주먹이 운다. 주먹이.

조금 있다가 두고 보자. 공지연.

물론 그 전에,

“야 빨리 티슈든 뭐든 줘보라니까?”

“까?”

“티슈 좀 주, 주세요.”

이것부터 어떻게든 해결해야겠지만. 하아. 독한 년.

*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녀석과 레드카펫을 걷는 게 지금껏 수많은 시상식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내게 선사했다.

[갓지혁! 갓지혁!]

[꺄아아악!]

[강세진! 강세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녀석과 함께 걷는 다는 것 자체가 내게 색다름을 선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 보다 더한, 이 시상식의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연기 대상 후보자로서 이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 그게 나를 보다 긴장되게 하고 떨리게 만들었으니까.

[오빠 사랑해요! 여기 한번만 봐주세요! 꺄아아악!]

[오빠 오늘 너무 멋져요!]

[누나 오늘 너무 예뻐요! 사랑해요!]

[공지연! 공지연!]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발을 헛딛기도 하고 녀석을 에스코트하고 있던 손이 순간 미끄러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가 고스란히 부담으로 내게 다가왔는지라 온 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정작 사소한 부분에서 몸이 삐끄덕 하고 말았으니까.

그런데 그러다보니 새삼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긴장 풀어. 힘들면 내 손에 힘 싣고.”

전혀 긴장한 것 같지 않던 녀석이 의외로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레드카펫을 걷던 와중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마냥 내가 긴장을 해서 녀석의 에스코트를 담당하던 손이 미끄러진 게 아닌 듯 했다. 내가 알기로 녀석은 땀이 없는 체질이었는데, 이와 상관없이 에스코트를 받던 녀석의 손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으니까.

뭐, 그 땀이 내게서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녀석 또한 그리 굽이 높지 않은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걷는 게 꽤나 위태로워보였는지라 내가 더욱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성격 상 힘들어도 결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나 내게는 더욱 그럴 것임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지혁 씨! 여기 좀 봐주십쇼!]

[포토 존 좌측 바라봐주십쇼!]

[정면 바라보고 포즈 취해주세요. 하나, 둘, 셋!]

[좋습니다. 이제는 우측 봐주시고 포즈 취해주세요. 하나, 둘, 셋!]

나도 정상은 아닌데, 너도 참 피곤하겠다. 어휴, 저 독한 년.

*

나와 공지연이 꽤나 일찍 입장한 듯 시상식 장 안 테이블은 꽤나 설렁했다. 실내 좌석에 앉은 관중들만 우리들의 등장에 웅성거릴 뿐, 후배 연기자들인 나와 공지연이 인사할 만한 선배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웃어라. 웃어. 하하!]

[너나 잘해. 남 신경 쓰지 말고.]

[너 진짜 처음 나한테 존댓말하고 막 그러던 거 기억은 하냐?]

[뭐래. 신경 꺼. 남이 사.]

그렇게 수많은 관중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제법 달달한 사이처럼 대화도 나누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진우 형과 지현이가 우리 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지현이 왔네? 형도 어서 와요. 오느라 많이 힘들었죠? 수고했어요.”

“뭐, 좀 힘들긴 하네. 이렇게 레드카펫 밟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나저나 휘유! 지연이 오늘 너무 예쁘다? 올 블랙?”

“고마워요. 오빠.”

그런데 꽤나 기분이 나빴다. 꽤나 보기 좋은 선남선녀퍼럼 보이는 진우형과 지현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중 들려온 공지연의 가식적인 행동에.

“지현이 예쁜데?”

“정말요? 헤헤.”

아니 그 가식적인 행동이 부러웠다. 나한테도 제발 좀 그만 틱틱거리고 아니, 틱틱거려도 좋으니까, 적당히 좀 틱틱거렸으면 좋겠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이번 KBS 연기대상 진행을 맡은 신동협.]

[설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쨌든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선배 연기자들이 지나갈 때면 가볍게 인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MC들의 진행멘트가 들려왔는지라 서둘러 옷 맵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뭐, 어찌됐든 나도 배우인데 화면에 좋게 잡히고 싶지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진 않았으니까.

*

[KBS 우수 연기상에 이진우, 김지현 씨 축하드립니다!]

우리 테이블 쪽은 시종일관 바빴다. 드라마상과 더불어 각종 제작 관련 상들을 휩쓸었을 뿐더러, 나와 같은 테이블을 쓰고 있는 진우 형과 지현이가 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으니까.

덕분에 지인들의 눈물을 꽤나 많이 보게 되었다. 특히나 지현이는 그렇다 쳐도 나보다 오랜 연기 경험을 지니고 있는, 넉살 좋고 듬직한 이미지인 진우 형이,

[연기를 해오면서 ‘그만 둬야하나’라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나는 연기에 재능이 없나’라는 생각이 저를 항시 찾아왔으니까요. 그... 래서 지금 주신 이 상이.]

[울지마! 울지마!]

[하아. 창피하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연기 정말 열심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가 되도록......]

[오빠 울지마! 울지마요!]

[울지마! 울지마!]

[지금까지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과 형 그리고 소속사......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상소감에서 펑펑 눈물을 흘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었는지라, 눈물을 참는 게 꽤나 힘들었다.

뭐, 그런 나와는 달리 내 옆의 공지연은 배달의 후예 관계자들이 상을 받을 때 환한 미소를 내보였을 뿐 눈물은커녕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는지라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지만.

독한 년.

어쨌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른 배우들이나 제작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쨌든 우리와 관련된 이들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쁠 일이었으니까.

*

“뭔데?”

KBS 연기대상 1부가 끝나고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녀석에게 물티슈 곽을 건넸다.

“사람들 보잖아.”

“그게 뭐.”

“눈물 닦는 척이라도 해라. 눈물은커녕 땀 한 방울도 안 흘린 거 잘 알지만.”

우리 테이블 주변 아니, 우리 테이블만 하더라도 지현이와 진우 형 모두 눈물 때문에 메이크업 수정을 받으러 갔는데 정작 여배우란 녀석이 눈물은커녕 저렇게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라 이미지 메이킹이라도 해주고 싶었으니까.

“뭐래.”

정작 녀석은 그런 내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너나 닦아. 아주 아까 보니까, 콧물이며 눈물까지 아주 더러워죽겠어.”

“너, 너!”

“뭐가? 아니야? 아님 말고.”

“독한 년. 피도 눈물도 없는 년.”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전에도 저런 식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았으니까.

뭐, 며칠 전을 기점으로 녀석의 이런 행동들과 어투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긴 하지만. 아니, 내가 장난을 조금 심하게 쳐서 그러나? 아닌데, 예전보다 덜 쳤으면 덜 쳤지, 더 많이 치진 않았는데. 흠.

아, 나도 모르겠다. 귀찮긴 하지만, 녀석의 저런 모습들도 공지연이 지니고 있는 매력 중에 하나였으니까. 물론 여기서 더 심해지면 무척 곤란하겠지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 작업이 진짜 진을 빼게 만드네요. 하루 끝날 때쯤이면 녹초가 돼서 그냥 침대로 ㅠㅠ

여러분들 모두를 위한 별도의 대박 이벤트가 곧 시행될 거에요. 결정하기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지혁은 제주도, 서울에서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는데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지혁의 제주도 콘서트 때 게스트는 누구였을까요? 모두 맞춰주셔야 정답처리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276화]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vcnpav님 2점

3등 :     진치님 1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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