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6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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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677㎡. 1만 8354평. 언론에서 꽤나 화제가 되고 있는 금싸라기 땅.
다 이유가 있었다. 관리사님이 평소답지 않게 내게 이런 제안을 건넨 것이.
“일단 남산과 매봉산 공원 그리고 한강을 풍경으로 둘 수 있습니다. 또한 LA저택처럼 담장만 잘 두른다면 집 안에서도 사생활 문제걱정 없이 산책을 즐기실 수 있고요.”
너무 좋았다. 아니 완벽했다. 내가 관리사님에게 부탁했던 사안이 정확히 충족된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기 부지가 어, 얼마라고 했죠?”
그래서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직접 눈으로 부지를 확인해보라는 관리사님의 말마따나, 이곳으로 오는 내내 들었던 어마어마한 얘기를 다시금 물을 정도로 말이다.
“일단 시가로 추정되는 부지 값은 6242억입니다만, 경매의 특성상 시가 이상, 이하로 낙찰될 가능성이 매우 큰지라...”
하지만 이내 관리사님으로부터 부지 값에 대한 사안을 듣자마자, 저 멀리 여행 갔던 이성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금싸라기 땅이라고 하지 않는 듯 부지 값만 하더라도 일개 개인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액수였으니까.
“아무래도 힘들겠네요.”
그래서 아쉬움을 감추질 못하고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주식이나 펀드, 건물들에 묶여있는 자금을 제외한 지금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의 거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야지만이 6천억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
“혹시, 어느 정도 선이라면 구입을 하실 생각이신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나와 달리, 관리사님은 뭔가 미련이 남아있는 듯 했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더 내 자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 관리사님인데 말이다.
그래서 혹시나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이런 관리사님의 행동에서 무엇인가 묘책이 있을까 싶었으니까.
“솔직히 집 하나에 수천억을 쏟아 붓는 게 내키진 않아요.”
“그럼...?”
사실 상황이 이럴 진데, 아직도 마음을 접지 못하는 내 자신이 우습긴 했다. 바로 몇 달 전 섬을 산다는 테일러에게 과소비라며 한 소리했다가 된통 당했던 적이 있는 게 바로 나란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테일러가 산다는 섬이 300억 짜리라고 했나? 그 정도도 섬들 가운데서는 꽤나 비싼 가격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5천억이니, 6천억을 논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섬 하나 산다는 애보다 더한 놈이 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6천억이면 테일러가 산다는 섬 20개는 사는 건가? 나 원 참.
“그래도 평생 살 집이면, 젊었을 때 치기라고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그런 돈을 투자하고 싶긴 해요.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서라도 5천억 이상은 조금...”
그래도 나는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내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테일러의 말마따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지혁 씨가 설정해준 제한 선에 따라서 일을 한번 진행해보겠습니다.”
“네, 여기가 안 될 것 같으면 안하셔도 되요.”
“예, 알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데 아니면 쓸데도 없는 돈인데.
그나저나, 덕수궁 부지면적이 6만㎡정도 된다는 데, 내 눈앞에 있는 부지 면적이 6만 677㎡이니까. 하아. 갑자기 무슨 왕이라도 되고 싶은 거냐? 강지혁?
*
“진짜 잘 어울린다.”
자신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내 모습과 감탄에도 녀석은 이렇다 할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바깥 야경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덕에 친히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녀석에게 다가가야 했고 말이다.
“내 말 맞지? 어울릴 줄 알았다니까.”
“그래, 나같이 볼륨 없는 사람은 이렇게 리본이랑 프릴달린걸 입어야지. 그래. 네 말이 맞나보네.”
그런데 이 녀석 진짜 뒤끝이 심하다.
[그게 너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리고 이제 여름이고 그게 홀터넥인데 옆에 리본이 있어서 볼륨감을 더,]
[아, 그래? 볼륨감 없어서 고생할 내 생각해서 이런 걸 사왔다는 거네? 가슴이 작은 나를 으드득... 위해서?]
그게 벌써 몇 달 전인데 아직까지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을 줄이야.
“야, 진짜 그럴래? 자꾸?”
“뭐가.”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다.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녀석을 자꾸 부르는 나도 어떻게 보면 피곤한 스타일이지만.
“어울린다고.”
“이거 안 놔?”
“원래부터 약간 그렇긴 했는데, 최근 들어서 왜 이렇게 틱틱거려? 나한테 불만 가진거 있냐? 아니면 오늘 설마 그날? 악!”
그래서 녀석의 어깨를 부여잡고 눈을 마주보았다. 원래부터 차가운 성격이고 조금 냉소적인 성격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런 경향이 꽤나 심해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뭐? 또 한 대 맞을래?”
“내 눈 똑바로 봐.”
그런 내 행동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녀석은 언제나처럼 내 두 눈을 좀처럼 마주보지 못했다. 겉으론 틱틱거려도 막상 이렇게 눈을 마주본다던가, 껴안을 때면 소극적이 되어버리는 녀석이었으니까.
“내가 미안해.”
“뭐래.”
“너 예뻐. 이거 입든 안 입든. 그러니까 예전에 내가 말 실수한건 그냥 넘어가자? 어? 그리고 네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심경의 변화 같은 게 있어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너무 심하게는 대하지 마. 우리 사이가 비정상이라는 거 알지만 난 너 볼 때마다 기쁘긴 하거든. 속에 있는 얘기도 털어놓을 수 있고 너처럼 예쁜 애랑 같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내 실수가 녀석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은 사실인지라 먼저 사과를 했다. 내 본디 의도가 어떻든, 녀석이 의외로 동생인 유재연에게 자격지심,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자극할만한 말을 꺼낸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너 안 작으니까, 그런 거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러자 녀석 또한 날카로웠던 가시가 녹아버린 듯 내 품안에 자연스럽게 안겨왔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야!”
“흐억!”
뭐, 그래서 내 중요한 부분을 속에서 가격하는 녀석의 무릎을 막지 못했지만. 하아. 항상 마지막이 문제네. 마지막이.
*
“얄짤없이 떨어졌다고?”
“야! 야, 얄짤은 아니거든?”
한껏 기분 좋은 여운에 잠겨있을 때 들려온 녀석의 말에 발끈하고 말았다. 아니, 저 녀석이 얄짤은 무슨.
“그럼 뭔데?”
“그저 아깝게. 아주 아깝게.”
“변명은.”
분하지만 녀석의 말마따나, 얄짤없이 떨어진 게 사실인지라 재빨리 화제를 돌려버렸다. 이렇게 계속해서 변명을 해봤자 녀석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후유증이 길지는 않더라.”
“그래?”
“어. 내 스스로도 진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떨어져서 그때 당시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의외로 빨리 회복되더라고. 양면의 칼날 인가봐. 진짜 열심히 노력하는 게.”
그래도 녀석의 말처럼 얄짤없이 오디션에서 떨어졌어도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가질 않았다. 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뭐, 그래서 지금 이렇게 편하게 오디션에 떨어진 것과 관련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지만.
“시상식 때 드레스 뭐 입을 거야?”
“뭐?”
그렇게 한참동안 녀석을 품안에 안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제 며칠남지 않은 시상식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가요대전은 별개로 두더라도 KBS연기대상은 녀석과 하루 종일 함께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일 테니까.
“나랑 같이 레드카펫 밟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어?”
“그걸 네가 왜 신경 쓰냐고.”
그런데 역시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넸던 말이 녀석 다운 대답을 도출한 것은.
“야, 그것 좀 신경 쓰면 안 되냐?”
순간 나도 모르게 녀석의 그런 대답이 너무 서운해졌는지, 녀석을 안고 있던 팔뚝에 힘을 더해버렸다. 뭐,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런 내 표정에서 자신의 대답이 너무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녀석은 아무런 말을 잇지 않았다.
그 덕에 또다시 내가 말을 잇게 되었지만. 하아. 뭐 어쩌겠는가. 마음 넓고 아쉬운 놈이 나서는 수밖에.
“노출 너무 심한 거 입지마라.”
“네가 뭔데?”
“춥잖아.”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드레스에 가지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않았다. 여배들의 드레스 패션은 시상식의 메인 콘텐츠로 취급받을 정도로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으니까. 그래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녀석이 드레스 때문에 추위에 떨었던 것도 잊지 않았을 뿐더러, 그동안 레드카펫을 같이 밟았던 여배우들이 높은 굽을 지닌 힐과 노출이 꽤 있는 드레스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던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적지 않았으니까.
“힐도 너무 굽 높은 거 신지 말고.”
“신경 꺼. 내 일이니까.”
물론 이런 내 걱정담긴 말에 녀석은 언제나처럼 틱틱거렸지만, 이제는 모르지 않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결국 녀석은 내 말을 어느 정도 수용해줄 것을 알았으니까.
“그때 가서 춥다고 해도 수트 마이 안 벗어준다.”
“걱정 마셔. 너한테 벗어달라고 안할 테니까.”
뭐, 그렇지 않았다면 애당초 오늘 내가 선물했던 비키니를 입지도 않았을 것이고 말이다.
“야, 노출 심한 거 안 입을 거지?”
그렇게 대답을 듣지 않았음에도 녀석의 대답을 들은 것 같은 확신에 차서일까. 또다시 내 손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뭐? 5억 달러?]
녀석의 놀라는 목소리를 듣자 등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녀석의 놀람은 목소리를 수화기로 듣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깊었으니까.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아마 안 될 거야. 워낙 경매 참가자들이 많아서.]
[나한테는 섬 하나 산다고 그렇게 째려보더니.]
[그게...]
뭐, 찔리는 부분이 꽤 있다는 점도 크게 한몫하긴 했지만.
[난 어떻게 보면 5억 달러로 2만 평도 안 되는 땅밖에 못 산다는 게 더 신기하다. 거기 땅값 장난 아닌가보다?]
[뭐, 그, 그렇지. 한국에서 땅값 높기로 유명한데니까.]
어쨌든 5억 달러나 되는 돈으로 2만평도 안 되는 땅밖에 못 사는 게 신기하다는 녀석의 색다른 견해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것도 잠시,
[될지 안 될지는 하늘에 맡겨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때 내가 말했던 거 안 잊어버렸지?]
[알아. 나도 나한테 투자하는 돈 아끼지 않으려고. 그러니까, 포기 안하고 일단 경매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거고.]
[그래, 일 잘되었으면 좋겠다.]
진지하게 내 결정을 응원해주는 녀석에게 새삼 고마움이 느껴졌다.
[미국엔 언제 와?]
[12월 말까지 여기서 보내고 1월에 갈 것 같아. 뭐 중간에 다시 한국에 한번 와야지만.]
[오케이 알겠어. 그럼 그때 봐! 크리스마스 가족들이랑 잘 보내고!]
물론 그 때문에 녀석의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리지 못해버렸지만.
*
[사성물산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 경매 참가하겠다고 공식 발표! 사성물산 측 曰 “......한남동 일대는 강남 압구정과 다리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지역으로 강남권에 있는 쇼핑·문화시설로의 접근성이 좋다. 그뿐 아니라 자연 환경이나 조망권이 강남 지역에 비해 뛰어나 개발 잠재력이 많고 호재도 무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
[사성물산에 이어 한하, 현진 등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 또한 부지 매입에 참가하겠다는 공식 발표가 연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당 터는 서울 한남동이 손꼽힌다. 한강과 남산의 머리글자를 딴 한남동은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이다. 또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靈龜飮水)형의 길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가 순한 곳이라 사람이 대를 이어 살 곳으로, 재복도 크고 대대로 부자소리를 들으며 살터라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한남동에 운집한 것도 이 같은 풍수지리와 무관하지......]
[한남동 마지막 금싸라기 땅 외인 아파트 부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고급 부촌,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복합쇼핑센터, 그룹 통합 본사 등 각 건설사와 대기업들의 부지 활용 계획 또한 경매 참가 기업 수만큼 다양한...... 경매 낙찰가는 최소 4천억, 최대 7천억까지......]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주인공이 아름다운 누나 촬영에서 마지막까지 있었던 나라 이름은?/ 그 나라의 공항에서 주인공이 불렀던 노래제목은?/ 두 가지 정답을 모두 맞춰주셔야 정답처리가 됩니다.
275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evollove님 3점
2등 :carpedieeem님 2점
-275화 정답은 두 분만 써주셨기때문에 2등까지만 선정되었습니다.
P.S 오늘 하루종일 수정작업에 매진한 끝에 80화까지 수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욱 분발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수정 작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