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75화 (275/502)

0027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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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대로 번호를 호명할 테니, 차례대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내게 힘을 주기위해 친히 LA까지 온 민재 삼촌과 칼리 아르니스, 절권도 강사님들의 응원에 얻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여기도 백인, 저기도 백인. 저기는 흑인, 저기도 흑인.

열에 여섯은 백인, 둘은 흑인으로 그리고 나머지들의 대부분은 히스패닉이었는지라 볼 수가 없었다. 나와 같은 동양인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이곳이 한국이었다면 그래도 주변 풍경들이 이다지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고 사람들의 의아하다는 시선과 비아냥거리는 시선들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아시안......]

[놀러 온 건......]

꽤나 노골적이었다. 아시안 주제에 네가 여길 왜 왔냐는 듯한 시선들과 함께 도저히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비아냥이.

물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썼던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만 한다면 이런 비아냥과 시선들을 꽤나 없앨 수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또 다른 시선에 휩싸여야한다는 점이 걸렸을 뿐.

그래서 그냥 대본에 시선을 집중했다.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주변 환경일지라도 꽤나 앞 순번인 내게 지금 이 순간은 매우 소중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는 내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인공 배역을 위한 오디션에 아시안이 있다는 점, 그것도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동양인이 있다는 점 때문에 따가운 시선들을 보냈던 이들 또한 자신들의 차례가 다가옴에 따라 내게서 시선을 거두기 시작했으니까.

[145번! 145번 들어오세요!]

그렇게 관계자가 내 번호를 부를 때까지 세 시간동안 대기실 한쪽 구석에서 대본을 훑어보았다.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라면서.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145번 참가자 강지혁입니다.]

"What?"

"Oh my god!"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장내는 꽤나 큰 소란이 일어났다.

뭐, 예상은 했었다. 그래서 대기실에서도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이고.

[한국에서 연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관련 연기활동은 지원서에 첨부하였습니다.]

물론 저들의 입장에서 나는 가수일 뿐인지라 더욱 그러했던 것도 있고 말이다.

[액션 연기가 가미된 작품을 하셨군요. 최근에.]

[예. 배달의 후예라는 작품을 통해서 특전사 역할을 했었고 제 스스로도 20살 때부터  The Military Demarcation Line을 감시하는 GUARD POST 수색대에서 2년간 복무하였습니다.]

그렇게 나를 처음 보는 듯 태연히 액션연기 경력에 대해서 물어보는 감독님의 질문에 과장을 섞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비록 동양인이 주연인 영화가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더 없다는 할리우드지만 지금껏 준비해왔던 것이 결코 비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좋습니다. 그럼 신 넘버 43 부분과 78번 부분을 한번 해보도록 하죠. 따로 준비할 시간 필요합니까?]

[아닙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78번 부분 상대역은 어떻게?]

[상대역은 이번 작품의 무술감독을 맡게 된 스티븐 스미스 씨가 맡아줄 겁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가짐이 하늘을 감동시켜서일까.

꽤나 산뜻한 마음으로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액션신이야 거기서 거기라고는 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샘플용 대본이 꽤나 두꺼워 많이 준비한 신과 비교적 덜 준비한 신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는데 신 넘버 43은 전자에 속했으니까.

[이 주점에 들어서기 전부터 나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고 이렇게 분석하는 법을 알고 있는 지.]

마치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오디션장이 아닌 미국의 흔한 국도변 주점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유리잔에 가득 담긴 맥주를 손에 쥐어 잡으며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자연스럽게 하지만 세밀하게.

[저기 저 바텐더. 체격은 제법이지만 주먹질은 잼병입니다. 굽어진 등, 한쪽이 올라간 어깨까지 전부 운동이랑은 벽을 쌓은 사람들의 특징이니까요.]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신중했고 또한 가벼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내 자신은 그저 여느 때처럼 하루의 고단함을 풀고자 주점에 들른 흔해빠진 사람들 중 하나로 각인되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저기 저 작은 체형의 아시안. 겉으로 보기엔 주먹 한방으로 나가떨어질 것 같지만, 덤벼야 한다면 꽤나 고생할 것 같군요.]

상대역이 없다는 점에서 연기를 펼치는 데 있어 어색할 만도 하건만 그 순간 나는 이미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나질 않고 나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제 아무리 영어가 제법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대사소화능력을 주인공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커버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으니까.

[떠나야 됩니다. 지금 당장.]

*

신 78번을 무술감독과 해보는 과정에서 꽤나 여러 질문들을 받았었다.

[한국에서 군 생활당시 이런 종류의 무술을 해보셨습니까?]

[군 생활당시 특공무술을 배웠으며 이번 오디션 준비를 위해 칼리 아르니스와 절권도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를 좌절하게 만들 피드백까지도.

[합을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어색한 감이 없지 않군요.]

아무리 실전적인 액션이 주가 된다 할지라도 영화이고 대본이 있는 이상 액션 신은 합을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점을 모르지 않았기에 나름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나보다.

그동안의 수련이 제법 도움이 된 듯, 임기응변으로 펼친 부분과 더불어 정해진 합 동작이 제법 아귀가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무술감독의 아쉽다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까.

하아. 씁쓸하네. 인생.

*

[실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 신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 그리고 미스터 강의 영어대사가 조금이지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 주인공이 전직 CIA소속 비밀요원이라는 점 등에 의해......]

역시나 결과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고작해야 3일 만에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으니까.

거의 몇 개월 동안 없는 시간, 있는 시간을 모조리 투자해 준비했던 결과가 내가 원치 않은 결과로 결실을 맺자 솔직히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지금껏 내가 이루고자했든, 하지 않던 간에 나의 노력은 거의 항상 좋은 결과로 나를 기쁘게 해주었었으니까.

[저와 무술감독은 미스터 강의 액션 신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일순위로 꼽았으니까요. 하지만 저와 무술감독을 제외한 이들이 마크 데이비드를 꼽았군요. 유감입니다. 미스터 강.]

그래도 시간이 흘러 지난 노력들을 되새기게 되고 또한 다이그 리넨만 감독의 전화를 받고나자 그런 마음고생이 점차 괜찮아져갔다. 내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준비한 덕인지, 비교적 후회라는 감정이 깊지 않았고 또 곧바로 내 곁을 떠나갔으니까.

하아. 그나저나, 부럽다. 마크 데이비드라는 사람 그동안 액션 연기라는 걸 작품에서 해본 적 없는 배우라던데. 쩝.

*

“어서 오십쇼. 지혁씨.”

오디션에도 떨어졌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마련할 집 문제도 있거니와 프로젝트 데뷔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기에 내 출연과 관련된 얘기를 나눠야만 했으니까.

“결과가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이거 저로서는 기뻐해야 될지,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아, 최선을 다해서 비교적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뭐, 덕분에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에 차질 없이 참가할 수 있으니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고요.”

뭐, 오랜만에 본 안석준CP는 생각보다 이번 프로젝트 데뷔의 촬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지, 꽤나 말라있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한 것이 생각 외로 촬영이 잘되고 있는 듯 했다. 예전에 보았던 그는 갑작스런 인사이동과 더불어 꽤나 큰 규모의 프로그램을 맡아야한다는 부담감에 알게 모르게 표정이 어두웠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표정이 좋아보였으니까.

“그럼 일단 제가 연습생들에게 선물해야할 곡은 한 곡 그리고 강의 한 번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지혁씨.”

어쨌든 내가 오디션에 떨어지는 순간, 나와 프로젝트 데뷔간의 일정 조율 건은 물 흐르듯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사라져버렸으니까.

“제작발표회는 잘 마무리되었다고 들었어요. 엄청 화제였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3대 기획사중 하나인 JS ENTERTAINMENT가 연습생을 내보냈다는 점 그리고 중견, 중소 기획사 가리지 않고 200명이나 되는 연습생들을 선발했다는 점 등이 꽤나 큰 화제성을 불러 모은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언제쯤 출연하게 되는 거죠? 전에 얼핏 2차? 3차 경연 때쯤 출연할 거라고 듣긴 들었는데요.”

“일단 지혁씨의 참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네, 일단 제가 참가하게 될 프로그램인지라 기사로 보긴 봤어요.”

“저희는 화제성을 극대화하기위해 지혁씨의 출연을 해당 화 방영전까지 계속해서 숨길 예정입니다.”

그렇게 제작발표회 때 내가 작곡가로서 이번 프로젝트 데뷔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내 자랑 같아 부끄럽지만 관련 사실이 밝혀진다면 대중들의 관심을 꽤나 많이 모을 수 있는 사안을 숨기게 된 이유와 더불어 수많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3차 경연 때까지 곡을 한 곡 준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의? 그건요?”

“연습생들의 정신적인 위로와 그동안의 경험 같은 것들을 풀어주실 강의는 마찬가지로 그때 계획되어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일단 주문부터 하시죠. 오늘 부장님께서 법인카드를 주셨습니다. 지혁 씨와 비싼 곳에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말입니다. 하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문부터 했지만.

*

“네? 뭐라고요?”

순간 내 귀가 망가져버린 줄 알았다.

한국에서도 LA저택처럼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닭장 안에 가둬져있는 것이 아닌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뛰어놀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 아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관리사님께 부탁드렸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관리사님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방금 전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얘기를 들어버렸는지라 자동스럽게 반문하고 말았다.

“일단 남산과 매봉산 공원을 끼고 있고 한강을 바로 앞에 두고 있어 경치 면에서도 무척 뛰어날 것이라는...... 지혁 씨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만족하는 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것 말고 그 앞부분이요.”

“기존 외국인 아파트지역이 인근에 있던 부대이전과 더불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6만677㎡의 면적이 경매에,”

“잠시 만요. 그... 6만 677㎡이면... 평으로는 어느 정도 되는 거죠?”

㎡으로 표시된 면적이 정확히 어느 정도다고 말은 할 수 없어도 이건 도무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제 아무리 ㎡단위에 무지하더라도 만 단위가 그것도 6만 677㎡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뭐로 보나 대단한 면적일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내게 안겨다주었으니까.

“어림잡아 말씀드리면 1만 8천 평, 구체적인 면적은 1만 8354평입니다.”

“하아... 이, 일만 파, 팔천 평...”

그리고 이내 그 추측은 현실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아니 관리사님 지금 뭐 잘 못 드셨어요? LA저택이 2천 평 정도여서 그 정도만 되도 좋겠다고, 아니 그것보다 살짝 좁아도 되니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부지나 집을 찾아 달랬지 무슨 아파트 단지를 찾아 달랬나?

“아무래도 공개적인 입찰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언론에서도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꽤나 큰 조명을 받고 있는지라, 부지 매입에 참여하게 된다면 지혁씨에 관련된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르내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저기요. 관리사님.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시면서!

하아. 살기 힘들다. 진짜.

============================ 작품 후기 ============================

라이몬드님 후원쿠폰 50 장 감사합니다. 코멘트 퀴즈도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이렇게 후원쿠폰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변명같지만, 갑자기 손목에서 통증이 조금 느껴져서 도저히 타자를 칠수가 없었습니다.

병원가서 진찰받고 손목보호대도 사서 작업을 좀 해보려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코멘트 퀴즈]

Q. 강지혁이 2012년 SBS가요대전에서 불렀던 곡의 제목을 열거하시오. 모두 맞아야 정답.

[274화 코멘트 퀴즈 선착순 정답자]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Te4Rs님 2점

3등 : vcnpav님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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