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4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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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을 하루 앞둔 날, 할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잠실 타워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그런 내 행동에 삼촌이 그 할 일이라는 게 무엇인지 끈질기게 물어봤지만 말이다.
“왜 그렇게 봐? 새삼스럽게?”
어쨌든 막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나오자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는지라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이내 그 눈빛에 차가움이 아닌 의아함과 호기심이 담겨있어 안도할 수 있었지만.
“아! 너한테는 얘기 안했었나?”
“나한테는?”
그런 녀석의 손에는 내가 꽤나 공들여 살펴보고 있는 대본이 올려져있었다. 12월에 있을 오디션을 위한 샘플용 대본이.
“나 준비하는 작품 있어. 나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뭐, 생각해보니 녀석에게 내가 따로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오디션이 있다는 얘기를 건넨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것들을 말하게 되었다.
“무슨 작품?”
“영화야. 오디션으로 배역 따내야하는.”
영화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것도 영어로 가득 찬 대본으로 인해 내가 준비하고 있는 오디션이 한국 영화가 아님을 파악한 녀석의 두 눈이 일순간 둥그레지기 시작했다.
야, 너 안 그래도 큰 눈 그러다가 튀어나오겠다.
“영화?”
민재 삼촌 그리고 재성 삼촌, 조 관리사님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지라 녀석 또한 꽤 놀란 듯 했다. 물론 관련 사실이 어느 일간지 연예기자에게 유출될 경우 당장 연예면 메인을 장식할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12월에 오디션 있어. 그래서 8월? 9월? 그때부터 계속 준비하고 있었고.”
“무슨 역할인데? 감독은 누구고.”
그렇게 본인 또한 누가 배우 아니랄까봐, 영화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내 얘기에 꽤나 관심이 동한 듯 녀석의 폭풍 질문이 쏟아졌는지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와버렸다.
차갑고 다가서기 힘든 이미지의 공지연이지만, 물론 그 모습도 꽤나 예쁘장하지만, 드물게 그 외적인 모습을 볼 때면 아무래도 이런 모습의 공지연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가 상 받았다고 할 때는 시큰둥하더니, 이럴 땐 또 적극적이네? 진짜 사람이 그러지 마라. 괜히 섭섭해지니까.”
그래서 나 또한 장난 끼도 동해버렸다. WMCA와 KMA에서 주요부분 상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는데, 아예 관심자체가 없다는 듯 그 흔한 축하인사도 하지 않던 녀석이 이다지도 관심을 보이니 말이다.
“뭐래.”
그러자 녀석 또한 짐짓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이미 공지연은 내 손아귀에 놓인 맛있게 생긴 먹이일 뿐이었다.
“그냥 기억을 잃은 비밀요원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내용이야. 자꾸만 자기 목숨을 빼앗으려는 사람들로부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뭐 그것 때문에 그동안 개고생 했다. 콘서트 투어 때도 계속해서 준비해왔으니까.”
녀석을 품안에 한껏 껴안은 채 그토록 녀석이 궁금해 했던 것들을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했다. 녀석 또한 버둥거리며 내 품에서 벗어나려던 것을 멈추고 잠잠해졌고 말이다.
“잘 나가네. 이젠 할리우드 감독한테 오디션도 직접 보라고 컨택받고.”
“뭐래. 오디션만 권유받았지, 다른 건 쥐뿔도 없어. 그리고 나 원래부터 잘 나갔거든? 너만 무시하잖아. 너만.”
“내가 무슨 무시를 했다고 그래? 무시는 네가 했지.”
“뭐? 뭔 소리야. 그건 또.”
그런데 녀석이 뜬금없이 던진 말들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녀석을 언제 무시했다는 것인지.
“아, 됐다. 더 말해봤자 내가 이상해진 거 티내는 것 같으니까.”
“야! 너 진짜 이럴래?”
“뭐!”
더불어 사람 호기심을 극도로 끌어올려놓고 정작 해소를 시켜주지 않았는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물론 한 성격하는 녀석 또한 마찬가지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당당히 행동했고 말이다.
“뭔데, 뭔데. 이렇게 운만 띄워놓고 말 안 해준다고?”
“그래.”
“독한 년. 얼어죽을 년.”
“뭐?”
“너 잘났다고. 너. 어휴... 아주 다 해먹어라. 다.”
넌 진짜 그 얼굴로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해라. 아니, 여자로 태어난 걸 감사해라. 안 그랬으면 방금 주먹 날라 갔다. 어휴 저 밉상.
*
“요즘 시끄럽던데.”
“응?”
서너 시간 가량의 격한 움직임 덕에 노곤하다 못해 축 쳐져버린 녀석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을 뿐더러, 겉으론 티격태격 거려도 녀석의 말에 담긴 걱정이 한껏 느껴졌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 피곤해져. 그냥 짖는 구나해. 개가 짖는 건 본능이잖아.”
“뭐래. 신경을 쓰면 네가 쓰는 거지. 내가 왜 써.”
“예, 예. 당연히 그래야합죠. 예, 예.”
뭐, 안 그래도 한국에서 자칭 ‘힙합 좀 한다는’ 이들의 비난이 아주 굴비 엮듯 계속해서 이어졌는지라 주변 사람들의 걱정 섞인 연락이 잦았는지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어차피 말 같지도 않은 비난을 퍼붓는 이들과 엮이는 것 자체가 그들이 원하는 행위임을 모르지 않았고 그들의 비난은 내게 있어 그저 소인국 병사들의 창에 찔린 걸리버가 느꼈을 귀찮음으로 다가왔으니까.
“지금 당장은 오디션 준비 때문에 다른 거 할 여력이 없어. 그래서 미국에서 계속 머무는 거고. 어차피 이번해 말 때, 시상식 참가하고 또 프로그램 섭외 된 게 있어서 한국 와야 되니까, 그때 보자.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더군다나, 지금 나는 그딴 피라미들을 신경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었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내 걱정을 해주는 녀석이 꽤나 귀여워 보여 나도 모르게 내 품안에 안겨있는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버렸다.
“뭐? 누가 서운하,”
“아니면 네가 미국으로 놀러오던가. 야! 근데 나 미국에 있을 때 왜 연락도 안 하냐? 국제 전화비 아까워서 그러냐? 너 광고 찍은 게 몇 갠데. 어휴 진짜 매정하다. 매정해. 잘 먹고 잘 살아라.”
물론 녀석은 이런 내 행동과 더불어 방금 전 내 말에 말 뿐인 발끈을 시전 했지만.
그나저나, 이런 녀석을 보다보니, 문득 예전에 내가 선물했던 옷이 떠올랐다. 꼭 보고 싶어 선물했지만, 한 번도 입는 것을 보지 못했던 옷이.
“야, 근데 언제 보여 줄 거야?”
“뭐가.”
“여름 다 지나가서 보지도 못했잖아. 그때 선물해준 윽!”
뭐, 덕분에 녀석의 꼬집힘을 받아야했지만.
“이 짐승아. 넌 그런 생각밖에 없지?”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리고 너 생각해서 산 선물인데 그래도 양심적으로 잘 어울리는지는 확인시켜줘야지. 안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었다. 애당초 월드투어 일정과 미국 일정이 없었다면 무조건 녀석이 그 옷을 입게 만들고 세심히 살펴봤을 예정이었을 정도로 이에 대한 기대감이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나도 그럼 선물해줄게, 그거 입고 돌아다닐래?”
“뭐?”
“기다려. 여기 쇼핑몰에서 뭐라도 사올,”
아니, 그나저나 안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세진거야? 넌 안 되겠다. 내일 미국 가기 전에 나한테 혼 좀 나야 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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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힙합 계 디스 랩! 힙합에도 자격이 필요하나? 강지혁을 향한 힙합계의 무작정 물어뜯기가 대중들의...... 유행처럼 번져가 스무 명이 넘는 유명 래퍼들의 디스 랩이 강지혁을 향해...... 아직까지 강지혁과 강지혁의 소속사인 포이보스 뮤직 측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철저한 무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힙찔이들아. 비빌대를 비벼라. 미친 강지혁 디스하면 너네들이 월드스타 될 줄 아냐? ㅋㅋㅋㅋ미친 기가차서 나 원. ㅋㅋㅋㅋㅋ
-ㅋㅋㅋㅋ개 웃김 ㅋㅋㅋ미친 강지혁이랑 포이보스 뮤직이 대꾸도 안해주니까 괜히 김빠져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 통쾌하네. ㅋㅋㅋㅋㅋ 한 마디로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거지. 뭐 ㅋㅋㅋㅋ
-래퍼들이 충분히 저럴만하지. 평생 랩 하나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랩도 아우르겠다느니 하면서 자극한건 강지혁이지 않슴??? 마치 자기는 랩을 안하는 것 뿐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듯이 말하니까, 래퍼들이 다 저러는 거지.
-위에 국어장애인가? ㅋㅋㅋㅋ강지혁이 언제 그런 식으로 말했음 ㅋㅋㅋ와 미친 힙찔이들아 되도 않는 영어하지 말고 그 전에 국어나 공부해라. 미친 이새끼들 자격지심 졸라 심하네.
-ㅋㅋㅋㅋ전에 힙찔이들 나와서 집 자랑했을 때 강지혁이 뭔 인터뷰에서 그거 관련해서 말했음. 그때 자기가 나가면 그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가 없다고 했었는데, 지금 딱 힙찔이들한테 말해주고 싶네. 야 이새끼들아 주제를 알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서 강지혁한테 비벼? 어휴, 쪽팔린다. 쪽팔려.
-ㅋㅋ아싸리 강지혁이랑 포이보스가 대응하고 그랬으면 저새끼들 막 인지도도 오르고 그랬을 텐데 아예 깡무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너네들은 짖어라,이거임 ㅋㅋㅋ
*
“많이 긴장 되냐? 지혁아?”
“어, 어? 뭐라고 했어? 삼촌?”
제 아무리 내가 실전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무덤덤할 수는 없었다.
12월 9일.
당초 예정되었던 일자보다 앞당겨진 오디션 일자도 일자거니와, 그 오디션 일자의 바로 전날이라는 점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이런 내 상태를 미루어 짐작한 것일까.
오디션 장소인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민재 삼촌이 LA저택까지 직접 찾아왔다. 내게 자신감과 용기를 조금이라도 불어 넣어 주기위해.
“지혁아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모르지 않으니까, 네가 준비한 만큼만 해.”
“어?”
“너 월드투어니, 미국투어니 하면서도 계속 이 오디션 준비해왔다는 거 삼촌 모르지 않아. 네가 얼마나 이 작품에 캐스팅 되고 싶어 하는지도 알고 그것 때문에 알게 됐고. 그러니까, 평소 준비한대로만 해. 그럼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다.”
뭐, 재성 삼촌도 가족들과 다 같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만나지 못하고 뉴욕으로 떠날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민재 삼촌이 있어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 삼촌. 꼭 그럴게. 그나저나, 못 보고 갈 것 같네. 지금가야 딱 맞을 것 같으니까.”
“그래. 아쉽게 됐네. 재성이랑 제수씨 오면 너 기다리다 갔다고 전해줄 테니까, 괜히 마음 쓰지 말고 지금은 오디션에만 집중해라. 알겠지?”
“어, 알았어. 삼촌.”
더욱이,
“제가 지금까지 가르친 사람들 중에 지혁 군이 가장 가르칠 맛 나는 수강생이었습니다. 또한 가장 잘 따라온 사람이었고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가르쳐주신 거 허탈해지지 않게 열심히 해볼게요.”
지금까지 나를 가르쳐준 절권도, 칼리 아르니스 스승님들까지 전부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는지라 한없이 떨리던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 효과가 계속될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뿐일지는 모르겠지만.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 삼촌.”
“그래, 네가 혼자 가고 싶다고 하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마. 떨지 말고 자신감 있게. 알겠지?”
“오케이! 기다리고 있어. 아주 내일 저녁은 기똥찬 걸로 대접할 테니까.”
그래도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믿음 섞인 한 마디 말과 눈빛을 아끼지 않는 이들로 인해 한결 마음이 편해진 채 저택을 떠날 수 있었다. 지난 몇 개월간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시간을 발판삼아 달콤한 결실을 얻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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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어주셔서요.
Q. 다희가 처음 지혁을 따로 불러내 자신이 유재연과 강지혁의 사이를 알고 있음을 드러낸 장소는? (연재 편에서 언급된대로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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