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73화 (273/502)

00273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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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써 내려가면 쪽박, 내가 써 내려가면 대박.”

아시아 최고, 최대 시상식을 표방하는 WMCA답게 수많은 이들의 환호소리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나 이제는 어느새 주류음악이 되어버린 힙합음악이 지금처럼 흘러나오게 될 때는 더욱 말이다.

이러다보니, 내가 옛날사람이라는 걸 절로 느끼게 돼버렸다.

“날 아직도 저평가하는 쪽박들, 하지만 난 이제 너희들 따위가 평가할 쪽박이 아냐.”

저것도 랩이라고 하는 것인지.

흔히 힙합 쪽에서 말하는 SWAG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족히 열 개는 되어 보이는 피어싱을 귀와 얼굴 곳곳에 한 것도 모자라 팔과 목 곳곳에 드러난 문신 그리고 남을 깎아내리면서까지 본인이 우월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가사까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수많은 카메라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이내 표정관리를 하긴 했지만.

지금껏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음악을 해왔었다. 주로 발라드와 팝, R&B음악을 하긴 했지만 때로는 댄스 음악까지 소화해왔으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힙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 데뷔 초기, 유나를 위해 봄 향기를 작곡, 작사했을 때, 랩 가사를 쓰기도 했으니까.

[뭐야, 부탁이라는 게 겨우 그거야? 아, 짜증나.]

심지어 다음 앨범에는 랩 또한 수록해볼 생각까지 있었는지라, 테일러에게 노래 몇 곡을 만들어준 대가로 받았던 부탁 권까지 써서 ‘유명한’ 강사까지 섭외했었으니 오죽할까. 뭐, 정작 녀석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몇 번이고 그런 나의 부탁 권을 무르려고 했지만.

어쨌든 얼마 남지 않은 인내심을 짜내듯 끌어올렸다. 빨리 저 힙합무대가 끝났으면 하는 강한 바람을 안고서.

*

대기실에 있을 때도, 리허설을 할 때도 그리고 이렇게 테이블에 앉아 WMCA행사를 지켜보고 있을 때도 불편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팬들, 제작진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수인 동료, 선후배들조차도 나를 빈번히 쳐다보았으니까.

동물원 원숭이.

영락없이 저들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에도 그저 얼굴에 철판을 깐 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대기실과 테이블을 이렇게 배정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족히 스무 명은 쓸 만한 대기실 그리고 가수들이 앉을 구역의 정중앙 쪽 테이블 하나를 그것도 승현 녀석과 나 그리고 수아 녀석에게만 배정한 조치는 주최 측 입장에선 최대한의 배려일 테지만 나로서는 막대한 부담감과 시선으로 다가왔으니까.

아니, 누가 홀대해서 서운하다고 했지, 이런 식으로 떠받들어 달랬나. 나 원 참.

그나마 승현 녀석과 수아가 옆에 있어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여기서 더 큰 시선들을 받을 뻔 했는지라 한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형 얼굴 안 따가워?”

“뭐?”

“아니, 그냥.”

뭐,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나 때문에 졸지에 수많은 이들의 시선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된 승현의 말에 녀석과 수아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작지 않았다.

“표정 관리해. 카메라 계속 우리 앞에 있으니까.”

“어, 어? 어.”

그래도 지금 당장 우리 테이블을 찍고 있는 고정 카메라만 해도 두 개나 되었는지라 승현 녀석의 찡그린 표정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너 무대 언제라고 했지?”

“이제 곧 가야해. 형은?”

“나는 마지막 무대. 잘하고 와. 떨지 말고.”

“아, 뭐래. 내가 앤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저 빨리 시상식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이제는 이런 시상식에 참가하는 게 조금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

아무래도 시상식의 목적 자체가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보니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아이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2년에 데뷔한 내가 꽤나 선배 가수 급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직까지 12년에 데뷔했을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무대 잘 봤어요. 앞으로도 힘내요.”

그러다보니, WMCA중간, 중간 휴식시간마다 편히 쉴 수가 없었다.

리허설 때와 더불어 본격적인 행사 전에는 메이크업이니 복장점검이니 어느 누구하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많은 이들이 내게 인사를 하러 왔으니까.

“강지혁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반가워요. 오늘 무대 기대할게요.”

“야, 대기실 좋다?”

때마침 반갑게도 대기실로 찾아와준 갓식스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꽤나 피곤해질 뻔 했는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번 타이밍을 잃어버리면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한 분기마다 수십 개가 생기고 또 그만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게 아이돌인지라 그룹명도 모르는 이들의 인사를 받는 게 영 곤혹스러웠으니까.

“승현아 무대 잘 봤다. 역시 음색은 아주.”

“뭘, 그러는 너네 무대는 아직이지?”

“어 우리는 거의 끝날 때쯤이야. 지혁 형이랑 같이. 수아 너랑 지혁 형 무대 바로 앞일걸?”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같이 이동하면 되겠다.”

“아, 뭐야. 그럼 그 테이블에 나 혼자 있는 거? 아 미쳤네. 아...”

그렇게 내 덕에 갓식스와 친해진 수아와 승현 녀석이 덩달아 표정이 밝아지자 나름 안심을 한 뒤, 그제야 JV형과 오늘 무대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나누려했다.

“아주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서로 인사가려고 난리던데?”

아무래도 형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 했지만.

아니, 이 사람이 공연 얼마나 남았다고 이래?

“뭐래. 그것 때문에 미치겠구만. 부러우면 형이 여기 앉아서 인사 좀 대신 받아주던지.”

“에이 그럴 수가 있나. 너한테 사인 받으려고 아주 복도에서부터 줄 딱딱딱 서있던데.”

“뭐? 진짜?”

“그럼 내가 지금 너한테 괜한 말 하겠냐? 난 진짜 무슨 사인회라도 개최하는 줄 알았다니까? 내가 줄 안서고 애들이랑 곧바로 대기실 들어가니까, 얼마나 째려보던지.”

“하하... 제길.”

그래도 마냥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할 생각만 있는 건 아니었는지,

“동선이랑 그런 거는 계속 되새기고 있지? 너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조금만 마음 놓고 있다가는 다시 발목 잡힌다. 네가 계속 틀리는 부분에서.”

지난 며칠간 계속해서 내 발목을 잡았던 동선문제를 언급하는 형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려버렸다.

“뭐래.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안 그래도 불안하니까.”

“그러니까, 계속 틀리는 부분 되새겨. 연습한대로 딱 할 수 있게끔.”

지독히도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I NEED YOU' 동선문제는 오늘 무대를 마냥 즐길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이자 장애물이었으니까. 하아. 걱정된다. 걱정 돼.

*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그것도 한 개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받게 되어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내 정규 3집 앨범에 수록된 ‘기다릴 뿐이야’ 그리고 ‘개 쩔어’, 마지막으로 나를 시종일관 걱정되게 만들었던 'I NEED YOU'의 합동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내 개인 공연곡까지 마무리한 지금 모든 걱정이 사라져버렸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더는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사실 다시 WMCA에서 상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다시 WMCA라는 곳에서 상을 받았을지 몰랐는데,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까지 전부. 12년도에 데뷔한 이래 팬 여러분들께서 주신 수많은 상들처럼 지금의 이 상들 또한 제게 많은 활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WMCA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는 주요부분 상을 하나도 아닌, 세 개 모두 받게 됐다는 점이 나를 너무 감동시켰으니까.

사실 어느 정도 예견하긴 했다. 주요부분 상들을 제외한 시상에서 무려 7개의 트로피를 받게 되었을 때부터 아니 나의 정규 4집 앨범이 판매고만 보더라도 이 정도 성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상을 받게 되자, 그런 예상은 지금의 감동을 모두 예견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지금껏 수많은 상들을 탔고 이런 기회는 숱하게 경험해보았지만 상이란 것은 받으면 받을수록 기분 좋은 것이고 더불어 팬들의 사랑을 절로 느낄 수 있는 증표와도 같았으니까.

“발라드, R&B, 댄스, 팝 등 그동안 제 스스로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았습니다. 힙합, 트로트, 록, 포크 등등, 이제부터는 제가해보지 못한 장르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했던 장르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2년도 넘게 나를 기다려준, 가수로서 강지혁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다짐 섞인 수상소감을 자연스레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840만 9435장이라는 판매고.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상식을 보고 있을 모든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말 제 노래를 사랑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비록 지금은 연기자로서 오디션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다면 가수라는 길을, 그 끈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

갓식스 그리고 TRENDY, 포이보스 식구들과 꽤나 거나하게 뒤풀이를 하는 바람에 평소보다 늦게 눈을 뜰 수 있었다. 해가 이미 중천에 떴을 때 잠에서 깨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까지 전부 싹쓸이한 강지혁! WMCA에서 주요 3상과 더불어 총 10여개의 상을 쓸어 담으며 월드스타임을 증명하다!]

WMCA에서 10관왕을 했다는 기사가 연예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그때였을 진데,

[강지혁이 힙합을? “......힙합, 트로트, 록, 포크 등등, 이제부터는 제가해보지 못한 장르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했던 장르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강지혁의 선언! 그런데 이걸 스웨이스가? “힙합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강지혁을 공개적으로 디스하기 시작한 힙합계! 플로우와 박자에 있어서 수많은 힙합 팬들을 거느린 SWAYS의 “힙합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국어책 읽듯이 말해도 호응해줄 팬들이 많아서 그런 말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큰 코 다치게 될 테니 그냥 본인이 하던 음악이나 하는 걸 추천한다.”와 같은 공개적 디스를 시작으로 라임의 마술사로 불리는 에이진의 “랩은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스템플러의 “요즘은 개나 소나 힙합 한다고 하는데 주제를......” 등 우후죽순으로 앞 다퉈 강지혁을 디스하기 시작하는......]

인상을 절로 찌푸리게끔 하는 기사들은 그보다 훨씬 늦게 서야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하하...”

이건 도대체 뭐하자는 짓들인지, 기사들을 일일이 다 볼 것도 없이 어처구니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논란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수준에서 발생해야 그나마 인지라도 하지, 무슨 초등학생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별 같잖지도 않은 이들의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자 기분이 좋지 못했다.

[발라드, R&B, 댄스, 팝 등 그동안 제 스스로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았습니다. 힙합, 트로트, 록, 포크 등등, 이제부터는 제가해보지 못한 장르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했던 장르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대체 내가 어제했던 수상소감가운데 무엇이 논란이 될 만한 것인지, 내가 힙합을 포함한 여러 장르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말한 게 그다지도 잘못된 것인지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생각해보았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이미 나 스스로도 ‘봄 향기’, ‘개 쩔어’, 'I NEED YOU'에서 랩 작사를 해보았었고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했는지라 스스로 노력해서 결과물을 내보이겠다는 일종의 다짐을 말한 것인데 마치 힙합을 하려면 자격증이라도 따야 된다는 듯한 ‘같잖은’ 이들의 주먹구구식 비난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그래 너희들은 짖어라. 언제까지 짖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작품 후기 ============================

ooJunoo님 후원쿠폰 10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수정본 제작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지혁이 TRENDY멤버들만 대동한 채 처음으로 먹게된 음식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272화 선착순 정답자 : 축하드립니다.

1등 : 라이몬드  님 3점

2등 : vcnpav    님 2점

3등 : 사랑그사람님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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