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72화 (272/502)

00272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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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됐다. 간만에 본 만큼 운동으로 땀을 뺀 후,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동네 목욕탕으로 떼를 밀러 가기로 했으니까.

[성인 5000원입니다. 안에 사람 없으니까, 뭐 사드실거면 여기 입구로 와서 결제하셔야 돼요.]

그런데 막상 삼촌과 동네 목욕탕에 도착하자, 꽤나 당황하고 말았다.

사실 목욕탕을 즐기는 편이었다. 삼촌과 같이 운동을 한 뒤,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떼를 미는 것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나와 삼촌의 정례화 된 의식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가수로서 데뷔를 하고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삼촌과 같이 목욕탕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주변 시선을 마냥 무시하며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래서 오늘 이렇게 동네에서 가장 작은 목욕탕으로, 사람이 별로 없기로 유명한 목욕탕을 오는 게 내게는 꽤나 큰마음을 먹게 만든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삼촌. 뭘 그렇게 봐? 아까부터? 삼촌 목욕 안 해?”

정작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삼촌의 시선으로 당황하고 말았지만.

“오디션 준비한다는 거 잘 하고 있나 보다?”

“어?”

괜히 사람이 별로 없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 듯, 시설도 별로고 정말로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삼촌의 시선 때문에 마음 편히 목욕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사람이 아까부터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거기다 뜬금없이 오디션 얘기는 왜?

“뭔 소리야. 아직 감도 못 잡고 있는데.”

그런데 그런 삼촌의 뜬금없는 말과 더불어 시선들을 가만 살펴보니, 삼촌이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 지 불연 듯 깨닫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내가 보기에 예전과 변함없는 듯한 내 몸 상태가 삼촌의 무엇인가를 건드린 것 같았으니까.

“아니, 삼촌 나이가 몇인데 나한테 그래? 삼촌이랑 나랑 강산이 두 번 바뀌어도 바뀌었을 나이 차인데. 이제 막 한창때인 나한테 삼촌이 가당,”

“야! 너 내 나이가 어때서?”

“진짜 몰라서 물어? 삼촌 주민등록증 봐. 그럼 알게 될 걸?”

“이게! 나 아직 안 죽었어! 안 죽었다고! 이게 삼촌한테!”

“아, 예, 예. 암요. 암 그렇지요.”

아니, 이 사람이 본인 나이를 생각하셔야지. 20대랑 40대랑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해? 이 아저씨가 너무 욕심을 부리네. 욕심을.

*

“집 사려고.”

“뭐?”

“집 산다고. 정원 넓은 주택으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목욕이 끝난 뒤, 목욕탕 탁상위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먹던 중, 집 얘기를 슬그머니 삼촌에게 건넸다.

“산책할 수 있게 정원도 있고 주변 시선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서 여기 오기 전에 관리사님한테 부탁했어. 새로 짓는 것도 괜찮고 기존에 지어진 집도 상관없으니까, 구해달라고.”

“여기 집에 들어와서 살면 되지, 뭐 하러 사서 고생해? 네 방도 그대로고 여기에 네 작은 엄마랑 애들도 있는데. 산책할 정도로 크진 않아도 정원 있으니까, 네가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면 되잖아.”

그런 내게 삼촌은 당연하게도, 내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럴 거면 본가에 들어와 살라는 아주 뻔한 얘기를.

물론 이런 삼촌의 말을 미리 예상한 만큼 꽤나 생각을 많이 해봤다. 차라리 삼촌의 집에서 예전처럼 사는 것이 어떨까라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긴 한데. 그냥 혼자서 뭔가 주변 신경 안 쓰고 생활하고 싶어서. 아, 모르겠어. 그냥 정신적으로 피곤해. 뭐, 그렇다고 해서 삼촌이랑 이 집이 피곤하다는 게 아니라. 음... 아 진짜 모르겠다. 그냥 여기서 있는 것도 즐겁고 편한데, 뭔가 혼자서 주변시선 신경 안 쓰고 있고 싶어. 정원도 내가 꾸미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마음 편하게 산책도 하고 싶고.”

삼촌과 작은 엄마, 사랑스러운 동생들 그리고 태현형과 소담누나.

내가 그토록 원했던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집이 되었는지라 예전의 삭막했던 본가는 이제와 날 너무 편안하고 또 안락하게 만들어줬다. 다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갈증이 해소되질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런 내 말에 삼촌은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 강렬한 시선에 들고 있던 바나나우유를 먹지도 못할 정도로.

“잠은?”

“어?”

그런데 정작 한참 만에 나온 삼촌의 말이 꽤나 의외의 말이었는지라 자연스럽게 반문하고 말았다.

“잠은 잘 자냐고.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 것 같다만. 술은?”

“뭐야, 갑자기?”

잠과 밥, 술까지. 왜 물어보는 지 영문을 모르겠는 질문들에 조금이나마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집 산다니까 뜬금없이 저런 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사람 바나나우유도 못 먹게.

그래도 삼촌의 눈빛이 너무 진지해서 마냥 그 질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술은 뭐 즐기진 않고 일주일에 많아봤자, 한두 번? 잠은 대체적으로 잘 자긴 한데, 요즘 들어서 못 잘 때도 있어.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고. 생각도 많아지고. 그냥 잠깐일 것 같은,”

“약은.”

“뭐? 약?”

“약 먹고 있는 거 있냐고.”

그런데 그런 나의 꽤나 상세한 답변에도 삼촌은 만족을 못한 듯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질문까지 내게 던지기 시작했다.

“뭔 소리야. 내가 약 먹을 게 어디 있어. 저번에 작은 엄마가 준 녹용인가 그것도 겨우, 겨우 챙겨먹고 있는데.”

“절대 안 돼. 혹시 대마나,”

“삼촌!”

아니, 이 사람이 사람을 뭘로 보고. 순간적으로 이 자리와, 이 시간과, 삼촌과 나 사이의 대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들려왔는지라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이곳이 아무런 사람도 없는, 왜 망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한적한 동네 목욕탕이라서.

“잘 들어! 너 한번 뿐이라는 생각에 혹시라도 그런 거에 손대다간 끝이야. 끝. 차라리 정신적으로 힘든 일 있으면 삼촌 잘 아는 정신병원 의사 있으니까, 거기서 치료받아. 애당초 이런 거는 조기에 치료받는 게 나으니까.”

“뭔 소리야. 그 정도까진 아니야. 말했잖아. 그냥 요즘 들어 가끔, 아주 가끔 잘 못자는 것뿐이라니까? 삼촌 지금 완전 오버하는 거거든?”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한 삼촌의 말에 방금 전까지 뽀송뽀송하던 몸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하면 집 산다는 얘기에서 이런 얘기까지 전개가 되는 거야? 나, 참 영문을 모르겠네.

상황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전개로 이어지다보니, 괜히 집을 산다는 얘기를 꺼냈나싶어 후회가 됐다.

“알았으니까. 거기서 더 심해지면 삼촌한테 꼭 말해야 된다. 알겠어?”

“아! 그런 거 아니,”

“알았어?”

“어? 어...”

무슨 밑도 끝도 없이, 약이니, 대마니를 시작해 정신과의사까지 언급하는 삼촌의 모습을 보아하니, 한동안 엄청 피곤할 것만 같았으니까.

아니, 무슨 이런 전개가 다 있어?

*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월드스타 아니십니까?”

“뭐래.”

오랜만에 본 얼굴에 너무나도 반가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말로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긴 했지만.

“이거, 이거 요즘에 운동 좀 했나보다? 몸이 아주 그냥. 더 좋아졌어?”

“그래? 난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소리를 하지?”

“바뀐 게 없긴. 여기 덕지덕지 근육 붙은 거 안보여? 장난 아닌데? 전에도 장난 아니긴 했지만.”

오랜만에 본 잭슨의 이어진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진짜 뭐가 바뀌긴 바뀌었나?

삼촌도 그렇고 보는 사람마다 운동을 했냐고 물어보질 않나, 몸이 좋아졌다고 말하질 않나, 나는 전혀 느껴진 게 없는데 정작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나의 변화를 인지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래서 대충 다른 쪽으로 말을 돌려버렸다. 뭐가 느껴져야 잭슨의 말에 대꾸를 할 것인데, 지금 상태로는 뭐라 할 말이 없었으니까.

“스케줄 끝나고 오고 있어. 난 빨리 끝나서 먼저 온 거고.”

“밥은?”

“아직. 애들도 안 먹었을 테니까. 좀 있다가 애들 오면 같이 나가서 먹든가 시켜먹자.”

어쨌거나,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 내가 오디션 준비로 한시가 아까운 마당에 한국으로 오게 만든 이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는지라 가만히 시간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케이. 그럼 그 전에 한번 맞춰볼까? 나 솔직히 ‘개쩔어’도 춰본 지 엄청 오래돼서 헷갈리거든. 동선이나 이런 게.”

그래서 서둘러 편한 옷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래. 대충이나마 한번 맞춰보자.”

앞으로 남은 3일 동안 주구장창 연습을 해야지 만이 내가 만족할 만한 무대가 나올 수 있을 테니까.

*

[개 쩔어]

......

밤새 일했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 Everyday every night.

네가 길거리에서 헌팅 할 때 Hey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난 달라.

Everybody say yes,

but I don't.

I don't.

소리 질러, 지금 바로!

온 몸을 불사르고 Every night, night.

Dreams come true. Dreams come true.

개 쩔어.

“후우... 후우...”

세 네 번 가량 연속해서 ‘개 쩔어’의 안무를 반복하다보니 숨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물론 이는 잭슨 또한 마찬가지였고.

“거기 너가 치고나갈 때 타이밍이 약간 늦어. 너도 알고 있지?”

“응.”

“그래도 이것도 그렇고 다른 실수들도 전반적으로 타이밍 문제라서 다행이다. 이건 여러 번 맞춰보면 금방 고칠 수 있는 거니까. 뭐, 애들 없고 너랑 나랑만 춰서 그런 거 있수도 있고.”

그래도 그 세 네 번으로 얻은 소득이 적지 않았는지라, 마음으로는 내심 만족할 수 있었다. 꽤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방금 전 잭슨의 말도 있고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개 쩔어’의 안무를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번 WMCA에서 갓식스와 콜라보 무대를 서게 됐다. 나의 곡들 중 하나 그리고 갓식스의 곡들 중 두 개를 같이 부르는 형식으로.

“'I NEED YOU'는 연습 많이 했어?”

“앨범 나왔을 때 이후로 전무.”

“그럼 아무래도 ‘개 쩔어’보다는 훨씬 안 되어있겠네. 음... 아무래도 3일 동안 ‘I NEED YOU’만 죽어라해야겠네. ‘I NEED YOU’ 7인용 군무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거여서 실수하면 더더욱 안 되니까.”

그 가운데 같이 부르게 될 갓식스의 곡들 중 하나가 방금 전 간단히 맞춰본 ‘개 쩔어’였다. 나머지 한 곡은 지금 언급된 ‘I NEED YOU’였고.

사실 ‘I NEED YOU’ 같은 경우도 ‘개 쩔어’와 마찬가지로 애당초 맞추어진 안무는 7인용 군무였다. 뭐, 당시 나의 영향에서 벗어나 갓식스 스스로 일어서길 원했기에 뮤직비디오에서도 그저 6인용 안무를 고집했는지라 ‘개 쩔어’와 달리 한 번도 대중들에게 선보이지를 못했지만.

“이 사람이. 그걸 누가 몰라? 그러니까, 바쁜 스케줄 쪼개서 한국 온 거지. 이거 아니었으면 오지도 못했어. 한국에.”

그래서 처음 ‘I NEED YOU’ 발매 전 7인용 안무를 혹시 몰라 연습했을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춰본 적 없었는지라 걱정이 많이 됐다. 사실상 그 이유 때문에 WMCA 일정에 앞서 한국에 도착한 것이고 말이다.

“그래? 무슨 일인데? 아까보니까, 안 그래도 좋은 몸 더 좋아졌던데.”

“그게... 음. 12월쯤 됐을 때 알려줄게. 지금은 약간 시기상조라.”

“에라! 나한테 숨길 게 있지. 뭔데? 말해봐?”

“아 몰라. 몰라. ‘개 쩔어’ 한번만 더 해보고 ‘I NEED YOU’해보자.”

아니, 그나저나 이 형은 뭐 이리 궁금한 게 많아? 지금 알려줬다가 오디션 떨어지면 창피하니까, 안 알려주겠다는 데 이 사람이 진짜.

*

“뭐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도 안하냐?”

“뭐가.”

꽤나 오랜만에 만난 녀석이 그저 눈 한번 맞춘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어처구니없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약간 서운했다.

비록 녀석과 나 사이의 관계가 정상적인 것은 아닌지라, 항상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남이라고 할 수는 없는 사이라 생각했으니까.

“광고 잘 나왔더라? 저번 화장품 광고도 그렇고 이번 김치냉장고도.”

“뭐, 원판이 어느 정도 되니까.”

“뭐?”

“뭐가.”

그나저나, 안본사이에 왜 이렇게 뻔뻔해졌는지 모르겠다.

아니, 오랜만에 봐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뭐야, 이거.

============================ 작품 후기 ============================

qjdshjla님 후원쿠폰 2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려요!

원고료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P.S : 지금 수정작업이 25편까지 완료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인명, 노래, 기타 설정들을 따로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서 진도가 너무 느리네요. 눈도 아프고요ㅠ 약간의 변경이라는 게 전체적인 작업으로 볼 땐 꽤나 큰 작업양으로 치환됐는지라 앞이 깜깜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내일은 40편까지 한번 수정작업 완료해보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주인공이 2012년 동원훈련을 받고 위병소로 빠져나왔을 때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그 전화로 인해 주인공은 졸지에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요. 그렇다면 문제입니다. 그때 걸려온 전화는 누구의 전화이고 그때 주인공이 부르게 된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두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추셔야지 정답처리가 됩니다.

271화 선착순 정답자.(축하드립니다.)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파람의별님 2점

3등 : zx010zx 님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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