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71화 (271/502)

00271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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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말씀입니까?]

갑작스런 집 얘기에 수화기에서마저 의아함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결정한 일인 만큼 관리사님에게 얘기해야 될 부분이었으니까.

“네. LA집까지는 아니어도 집 안에서 산책도 하고 사생활 보호도 완벽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기존 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관리사님의 이러한 의아함은 내 행동을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낌새 없이 갑작스럽게 이런 부탁을 하는 내 행동 자체에 의아함을 느낀 것일 테니까.

“자금 적으로 부족하나요?”

[예?]

“자금 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면 그냥 놔둬주시고 새로 알아봐주세요. 삼촌 집이랑 가까웠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돼도 딱히 상관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심심할 때쯤이면 일을 하나씩 벌여 주변 사람들에게 할 일을 한 아름씩 안겨다주는 내 행동이 뭔가 사악해보였는지라 서둘러 전화를 마무리해버렸다. 정작 관리사님은 처음 의아함을 드러낸 뒤부터는 쭉 내 부탁 사항을 구체화시키는데 집중하신 듯 했지만.

[전화했어?]

[어? 응.]

어쨌든 그런 나와 관리사님의 전화를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녀석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해주었다. 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녀석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조언이 큰 몫을 했으니까.

그런데 녀석이 이번에는 나를 놀래키기 위해 작정을 한 듯 했다.

[잘했어. 쉴 때라도 그렇게 편히 쉬어야지. 나도 이번에 섬 하나 살 예정인데 계약하고 공사 끝나면 놀러올래?]

[섬을?]

뜬금없이 집도 아니고 차도 아닌 섬을 사겠다는 녀석의 말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아니 섬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일 년에 몇 번이나 간다고 섬을 사겠다는 것인지, 또다시 한국인 특유의 가치판단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와버렸다.

[남태평양에 섬이 괜찮은 게 있더라고.]

[굳이 그렇게,]

[내가 말했지. 휴식은 중요하다고.]

[뭐, 그건 그렇지.]

그 덕에 녀석의 날카로운 눈빛을 또다시 받았는지라 그저 깨갱하고 말았지만.

하아. 방금 전 내 행동들의 피해자가 되었을 땐 그렇게도 이를 싫어했으면서 정작 이다지도 내가 자연스럽게 이를 타인에게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DNA인 것일까.

물론 이런 행동들이 아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대전제가 있긴 하지만 내가 번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는 점점 돈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이는 대전제를 위협할 수도 그리고 많은 수의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자제력을 잃어버리게끔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나 또한 이런 점을 조금씩 자각하고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녀석에게 고마웠다.

뭐, 녀석은 이런 내 마음과 달리 작업실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이번 정규 4집 앨범에 관심이 쏠린 듯 했지만.

[그나저나 이번 앨범 노래들 너무 좋던데? 저번에 내가 들었던 곡들이 전부가 아니었나봐?]

이번 정규 4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 가운데 대부분은 녀석에게 이미 한번 이상씩은 들려준 곡들이었다. 비록 꽤나 오래전이지만 녀석과 이곳 작업실이 있는 오두막에서 음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눌 때 이를 불렀었으니까.

그래서 녀석의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무래도 오래전이니까. 그 후로도 조금씩, 조금씩 작업했었어. 다른 스케줄 때문에 본격적으로 뭘 하진 못했지만.]

녀석 입장에선 자신이 모르는 곡이 이번 정규 4집 앨범에 수록되었다는 점이 꽤나 놀랄 수도 있는 부분일 테니까.

[12월 며칠이랬지?]

[응? 뭐가?]

[오디션.]

어쨌든 그렇게 한동안 음악 얘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다가보니, 이제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영화 오디션 얘기까지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다.

[12월 중순쯤으로 알고 있어. 13일이던가, 14일이던가.]

[자신 있어?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모르겠어. 이곳이나 한국이나 오디션 통해서 배역 따내는 거 처음이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머뭇거려졌다. 내가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연기자라는 것을, 이번해 초에 방영된 드라마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유럽, 남미, 북미 지역의 수많은 나라들과 판권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녀석에게 내 치부와도 같은 일을 밝히는 게 너무 창피했으니까.

[처음?]

[낙하산이었거든. 아! 낙하산 그러니까, 그냥 직접 캐스팅 됐어. 제작진들 통해서.]

더욱이 작가를 통해 오디션을 보지 않고 직접적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점은 할리우드 내에서도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으니 오죽할까. 그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할 수밖에.

[흐음? 완전히 드문 케이스 아니야? 그런 거는? 네가 출연했던 드라마들이 무슨 시리즈물이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어서 캐스팅된 건가?]

심지어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들이 시리즈물이어서 내가 자연스럽게 캐스팅 될 수밖에 없었냐고 묻는 테일러의 마지막 결정타에 두 눈을 차마 뜰 수조차 없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한국에선 이런 게 비교적 흔해.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그래서 이번에 정말 노력이란 거 해보려고. 그 배역 진짜 해보고 싶으니까.]

그래도 이런 나이기에 이번 영화 오디션이 너무나도 간절하다고 덧붙여 말해주었다. 처음으로 오디션을 통해 어떤 배역을 따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와 욕심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지라 비록 부족한 시간과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연기실력일지라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고.

[뭐야. 너.]

[어?]

그런 내 진지한 표정과 말이 부끄럽게도 꽤나 인상적 이어서일까. 녀석 또한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의문을 얼굴에서 없애버린 채 순간 내 무릎위로 깡총 뛰어올라와 버렸다. 그래서 잠시나마 당황하고 말았다.

[이렇게 멋있기 있기? 없기?]

물론 그 뒤는 언제나처럼 똑같았지만.

*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본격대선정국으로 돌입한 가운데, 제1야당 대선후보 박아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이렇다 할 대선후보가 나오지 않아...... 이미 게임이 끝난 상태라는 자조적인 의견이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 데뷔! 이제는 미루어지는 일 절대 없다! 11월부터 이미 관련 소속사 연습생들의 선발이 실시되고 있으며 오는 12월 중후반에 제작발표회를 가진 뒤 선발된 연습생들의 촬영이...... 방영은 내년 초로......]

[과연 이번 가요시상식과 연말 가요대전에 강지혁은 참석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1840만 9435장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강지혁이 빌보드, 오리콘, UK와 더불어 전 세계 각종 차트를 휩쓸고...... 강지혁과 관계를 회복한 WMCA와 지금껏 꾸준히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강지혁에게 시상을 했던 KMA 그리고 방송 4사 연말 가요대전까지 강지혁이 없는 가요행사가 앙금 없는 찐빵이 될 수도 있다는...... 한편 골든디스크 측은 이번 기회야말로 강지혁을 무조건 섭외하겠다는......]

*

“지혁 씨는 운동을 했어야 될 사람입니다.”

“하아. 하아. 하아.”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남은 지금 숨이 차서 죽을 지경인데 말이다.

지난 두 달 이라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계획에 어긋남 없이 훈련에 힘써왔다. 미국 콘서트 투어를 했던 한 달 동안은 주 3회씩,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한 달 동안은 주 5회씩 빠짐없이 마스터들의 지침을 충실히 따라왔으니까.

“신체적으로 노화가 시작되는 20대 중반임에도 이 정도로 빠른 습득력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골격까지 전부 운동선수가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이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다. 지금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지만, 내가 지난 두 달 동안 칼리 아르니스와 절권도를 제대로 배운 것인지를 확신할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가수로서나 연기자로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하아... 하아...”

“도대체 어떤 영화를 찍기에 이런 유형의 무술을 원하는지, 이제는 저 또한 기대가 되는군요. 그리고 지혁 씨에게요.”

“네? 하아... 하아...”

“꼭 오디션에 합격하길 바랍니다. 지금의 지혁 씨라면 충분히 합격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솔직히 이맘때쯤 되면 나 스스로도 칼리 아르니스와 절권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기본기는 숙지하여 내 스스로가 이 무술들을 배웠다고 인지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한국에서 있을 일정 때문에 잠깐 귀국해야 되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러지 못해서 불안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그동안 지혁 씨의 노력에 대한 잠깐의 휴식이라 생각하십쇼. 훈련과 수련이라는 게 무작정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이에 상응한 휴식도 가져야지 만이 성과가 나오는 것이니까요.”

이런 상태로 라면 12월 오디션에서 분명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는 그때의 순간을 계속해서 후회할 테니까.

그나저나 진짜 저 말이 맞긴 맞는 걸까? 내가 충분히 합격할 정도라는 게. 하아. 에라 모르겠다. 젠장.

*

“이거 전복 삼계탕인데요. 이게 남자한테 정말 좋데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요.”

한국에서의 스케줄이 잡혀 잠깐 귀국하게 됐는데, 이거 첫날부터 집에 온 기분이 확 들었다.

온 가족이, 예전 삼촌과 나 뿐이었던 가족이 이제는 무려 누나가 빠졌는데도 7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새삼 놀랐지만 어쨌든 이들이 모여서 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도 귀국했음을 실감나게 했을 진데 무슨 고급 한정식 집의 상차림을 통째로 가져와버린 듯한 테이블 위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으니까.

“감사해요. 작은 엄마.”

진짜 삼촌은 결혼을 너무 잘했다. 내가 삼촌에게 한 최고의 효도가 바로 삼촌을 결혼시킨 것이라고 부모님께 나중에 당당히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크흠... 지혜야 나는?”

더군다나, 저렇게 주책맞은 행동을 하는 삼촌을,

“오빠도 참.”

“맛있네. 역시. 크흠...”

된서리를 처도 모자랄 삼촌의 행동을 불평 한마디 없이 그것도 깨가 쏟아질 정도로 받아줄 정도니 오죽할까. 그저 내가 다 뿌듯해 어깨가 절로 올라갈 수밖에.

그래도 더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이 비위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옆에서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사랑스러운 동생들에게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우리 사랑이 오빠 보고 싶었어?”

“옵바! 오오빠!”

“그래 옳지, 옳지. 잘 먹는다. 우리 사랑이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말을 잘 들을까나?”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는 내가 오빠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 나를 가리키며 오빠라고 말하는 동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너무나도 따뜻해졌으니까.

“옵빠!”

“어? 우리 희망이도 벌써 다 먹었어? 그래, 오빠가 또 줄게.”

“오오바!”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내 자신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동생들을 자주 만나지 못했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컸으니까.

하아. 이맘때쯤 애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는데. 이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봐야 되는데.

“소망이도 벌써? 그래그래, 오빠가 얼른 줄게. 옳지 잘 먹는다.”

“애들 그만 챙기고 마저 먹어요. 태현이 넌 그만 먹고 애들 좀 챙겨! 넌 어떻게 된 애가!”

그런데 의도하지 않았건만, 나 좋자고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되고 말았다.

“아! 왜 또 나한테 그래? 나도 간만에 집 밥 먹는 구만.”

“소담이 없으니까, 너라도 조카들 챙겨야지. 어떻게 된 애가. 너 그렇게 하면 나중에 네 색시들이 싫어해. 너 요리라고는 한 번도 안 해봤잖아. 그러니까, 애들이라도 잘 봐야지.”

한방오리 탕이며 전복 삼계탕 그리고 갈비찜에 잡채까지.

한국인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음식들이 테이블위에 놓여있었는지라 태현 형 또한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는데 작은 엄마의 폭풍 구박에 순간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참나. 요즘 여자들은 돈만 잘 벌어다주면 되거든?”

“뭐?”

그런데 저 형이 요즘 바쁘다고 하더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보다. 맞는 말, 틀린 말을 떠나서 여자 앞에서 저런 말대꾸는 굉장히 위험한 말인데 말이다.

“집에 잘 안 들어오는 남편, 월급 따박따박 잘 갖다주는 남편, 자식 교육할 때 이래라저래라 안하는 남편! 이게 남편의 최고 조건, 악! 아 누나!”

“이게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서는. 애들 앞에서.”

덕분에 작은 엄마가 폭력을 쓰는 모습을 처음 봤는지라 나 또한 자연스럽게 젓가락질을 멈추고 말았다.

“참나... 다 사실인데 그러네.”

“너 씁!”

“아, 알겠어. 자 우리 소망이. 우리 소망이는 삼촌이 맘마줄게? 그래 옳지!”

혹시 삼촌도?

삼촌 또한 이 모습을 처음 본 것인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삼촌을 바라보았는데, 그때 깨달았다. 삼촌은 이미 저런 작은 엄마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뭐지. 이 불안한 예감은. 몇 개월만 더 있으면 나도 태현 형처럼 저렇게 될 것 같은 이 비현실적인 상상은?

============================ 작품 후기 ============================

거봐ㅠㅠ님 후원쿠폰 10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추천, 코멘트, 선작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코멘트 퀴즈]

Q. 2012년 가을 강지혁은 화보집을 찍었습니다. 그때 강지혁은 누군가와 무릎베게 씬을 연출하며 모델로서의 면모를 뽐냈는데요. 이때 강지혁과 무릎베게 씬을 같이 찍은 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1등 : 3점/ 2등 : 2점/ 3등 : 1점)

270화 선착순 정답자(모두 축하드립니다.)

1등 : 라이몬드님 3점

2등 : vcnpav님   2점

3등 : 아차코님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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