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69화 (269/502)

00269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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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나는 독일 총리의 옆에서 그것도 같이 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이미 빼도 박도 못한 처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는지라 좌절감과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저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전 세계 몇 개국에 중계되고 있을지 모를 내 얼굴이 어떤 상태인지 그것부터가 신경이 쓰였으니까.

왜 항상 슬픈 아니 불안한 예감은 틀리질 않는 것일까. 하아. 세상은 썩었어.

[이렇게 멋진 신사와 같은 화면에 잡혔으니 꽤 영광인걸요? 이거 우리 남편이 뭐라 할지 상상이 되네요. 호호.]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내 오른쪽 볼을 차지하고 있는 태극기 페이스페인팅이었다. 부디 이 태극기 페이스페인팅이 나의 정체를 숨겨 주, 기는 개뿔. 틀렸어. 난 안 될 거야. 난 안 될 놈이야. 하아.

아니 그러고 저 아줌, 아니 독일 총리란 사람 말이 심하시네. 누구는 심란해 죽겠구만.

*

[한국에서도 현지 공관이 온 것 같던데, 아! 유엔 사무총장이 대신 화면에 비춰질 수도 있겠군요. 걱정 말아요. 이제 화면에 비춰지거나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저 독일 총리 때문에 내가 전 세계 200개도 넘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얼굴이 팔렸다는 것을 알았는지라 허탈했다. 방금 전 독일 총리의 말마따나, 독일 총리 옆자리만 아니었다면 그런 불상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COOK ISLAND! ILHAS COOK!]

그래서 독일 총리 옆에 있다가 졸지에 카메라에 찍혀버린 좌절감을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때 풀어보려 했다.

[REPUBLIC OF KOREA! REPUBLICA DA COREIA!]

어차피 이곳에 온 가장 주된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개막식 때 입장할 대한민국 선수단을 보는 것이었으니까.

“와아아아!”

이내 오래지 않아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마구 흔들어댔다.

[웅성웅성]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갑자기 독일 총리 또한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서 준비해왔는지 모를 태극기를 흔들어댔고 이는 날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아 또, 뭔데. 뭔데 자꾸 이러는데. 하아.

*

강지혁의 팬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 다만 그에 비례하는 안달남과 조급함을 달고 살아야 했지만.

2012년.

아이돌들 일색이던 가요계에 신인가수가 등장했다. 그것도 아이돌이 아닌 남자 가수가. 그것도 솔로로.

처음엔 그저 그 신인 남자 솔로가수가 전통의 명가 포이보스 뮤직 소속이라는 점에서 몇몇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었다. 이미 아이돌이 아닌 이상 방송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힘든 가요계의 현실 상, 그 신인가수가 방송 무대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고 또한 마찬가지로 앨범 판매량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사람들은 모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예상과 판단은 그리 오래지 않아 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는 그녀 또한 포함되었다.

[신인의 반란! 포이보스 뮤직의 신성! 가요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다!]

[요즘 핫한 신인여배우 공지연과의 앨범화보집 화제! 앨범에 동봉된, 수록곡에 딱 맞는 화보집 팬들의 극찬 이어져!]

처음엔 그저 인터넷 상으로 떠도는 몇 장의 앨범 화보집 B컷에 관심이 갔을 뿐이었다. 애당초 아이돌 음악에는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그녀가 듣는 음악들은 죄다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니 초등학교 이전에 발매된 음악들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때 당시 한창 떠오르던 신인여배우 공지연과 화보를 찍은 사람이 강지혁이고 그가 가수임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이내 그 강지혁이라는 사람의 음악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야말로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음원시장으로 전환된 한국 가요계에 기적을! 음반 판매량 역주행의 신화!]

[발매하고 한 달 뒤부터 시작된 역주행의 신화! 정말 좋은 음악은 결국 성공한다는 진리!]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떠나서,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에 담긴 감성 자체에 자신도 모르게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강지혁의 마력에 그녀 스스로가 빠져들고 말았으니까.

그때부터였다.

[포이보스뮤직 대표 프로듀서 유민재 曰 “타이틀 곡 없는 정규앨범, 아티스트의 의견에 따라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일체의 방송활동은 없을 것......”]

[포이보스 뮤직 정재영 曰 “두고두고 소장할 만한 음반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록곡 14곡 모두 본인 작사, 작곡한 만큼 강지혁 본인이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비 아이돌의 반란! 강지혁 정규 1집 “기억하고 싶은 아픔” 다 죽어가던 한국 비아이돌 음반시장 살리나?]

아이돌 일색인 가요계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을 실현시킨 강지혁과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이내 강지혁의 팬 카페를 만든 것이.

이미 집안이 흔히 말하는 금 수저였기에 그녀는 과감히 관련된 진로를 포기하고 팬 카페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 정도로 강지혁의 음악은 그녀 자신을 너무나도 사로잡아 버렸을 뿐더러 하나 뿐인 그녀의 오빠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반길지 언정 결코 말릴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녀의 엄마는 그런 그녀를 나무라다 지쳐 포기한 것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햇수로 5년째 강지혁의 공식 팬클럽 카페인 THE ONLY ONE의 최고 운영자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정규 1집, 2집, 3집 그리고 4집.

하루세끼, 아름다운 누나, 무모한 도전, HOME ALONE, 아이돌 운동 대회.

전 세계 월드 투어.

수많은 활동들을, 이렇게 펼쳐놔서 많아 보이는 것인지 실제로 5년 동안 나간 방송이라고 해봤자 별로 되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런 모든 활동들을 강지혁의 소속사인 포이보스 뮤직과 협의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한 그녀의 지도력과 행동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힘들어하는 기색조차 내보이질 않았다. 비록 버거울 때도 없진 않았지만 갈수록 월드 스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는 강지혁의 모습에서 그녀는 뿌듯함과 더불어 대견함까지 느끼고 있었으니까.

뭐,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최근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두바이 5왕자의 SNS계정과 더불어 방금 전 그녀의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올림픽 개막식 장면까지 전부 그녀를 열광하게 만든 것이.

[두바이 5왕자! 월드스타 강지혁과의 친분과시? 정규 4집 구매자에 한해 전 세계 1천장 한정 제공되는 정규 4집 LP판&턴테이블을 선물 받고 이에 대한 자랑......]

[강지혁 인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것일까. 독일 철혈의 여 총리 옆에서 리우 올림픽 개막식 관람을? 5번째로 입장한 독일 선수단 차례와 더불어 52번째 순서로 입장한 한국 선수단 차례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에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

“역시... 갓지혁.”

흔히 한류스타랍시고 갖은 스타 병을 자랑하던 기존 탑 스타들과 달리 진정한 월드스타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강지혁의 행보에 노트북 키보드를 치는 그녀의 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배인! 너 아줌마가 그러는데 또 밥 안 먹었다면서? 너 자꾸 밥 안 먹고 그러면,”

“아! 왜 또! 내가 아직까지 어린 애 인줄 알아? 내 덕에 호텔도 잘되고 그러면 나 좀 이제,”

“너 이번 달 외출 금,”

“어, 알았어! 지금 먹을게! 아 진짜!”

이내 웬일로 저녁 9시라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온 엄마로 인해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지만.

*

[다음에도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후에 독일에 올 일이 있다면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독일 총리의 말을 웃어넘기며 간신히 그 장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각국 선수단들의 개막식 입장 뒤 화려한 불꽃놀이 쇼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때까지 이곳에 있었다간 결코 호텔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었으니까.

어쨌든 올림픽을 홀가분하게 직관하며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다는 계획은 이미 물 건너 가버렸는지라 수많은 티켓들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미국 집으로 돌아가기 전 가급적이면 꼭 지켜볼 생각이었던 양궁은 괜히 구경 간답시고 찾아갔다가 선수들의 집중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떼지도 못했고 다른 종목들 또한 경호관들을 대동하지 않고서는 갈 엄두가 나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아쉬움을 머금고 황금 같은 휴가를 호텔 내부 시설들을 이용하며 보내야했다. 물론 그것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 미국으로 떠나기 전,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리듬체조 경기를 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그 아쉬운 마음을 한결 해소시킬 수 있었다.

[하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리듬체조 요정 손이나 양이 자신이 가장 응원 받고 싶은 이로 가수 겸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월드스타 강지혁...... ]

누가 나를 이상형으로 꼽았다느니, 가장 응원 받고 싶은 이로 나를 꼽았다와 절대, 절대 상관없이, 그리고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이나 양이 엄청난 미인이라는 점은 전혀 상관없이 그저 떠나기 전날 진행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참가하는 경기가 리듬체조였다는 점이 내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 전부였지만.

"Show your ticket."

어쨌든 배불리 저녁을 먹고 경기가 열릴 리우 아레나에 도착하자, 저절로 들뜨게 되었다. 아무래도 첫날 개막식을 참석한 후 실제로 처음 직관하는 올림픽 경기인 만큼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면서 설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구경하러 가는 사람도 이렇게 떨리는 데, 직접 하는 사람은 얼마나 떨릴까. 어휴.

그렇게 무더운 여름날씨 덕에 이렇다 할 변장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두꺼운 테 안경과 모자를 믿고 자리에 착석하여 경기의 시작을 기다렸다. 비록 내가 오늘 보게 될 경기는 예선 인만큼 결선 때보다는 그 긴장도면에서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테지만, 나는 이미 충분한 긴장감과 떨림을 느끼고 있었고 흥미진진해하고 있었으니까.

*

[강지혁 인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것일까. 독일 철혈의 여 총리 옆에서 리우 올림픽 개막식 관람을? 5번째로 입장한 독일 선수단 차례와 더불어 52번째 순서로 입장한 한국 선수단 차례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에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

[이것이 바로 갓지혁 클라스! 두바이 5왕자의 SNS상 계정에 올라온 글이 며칠 전 화제를 불러모은 가운데...... 그런데 이 클라스가 유엔사무총장을 곤란하게 만들다? 당초 한국 선수단의 입장 때, ......]

-와... 진짜 클라스 오진다. 오져...

-독일 총리 옆자리에 앉은 거임? 진짜 미쳤다. 미쳤어.

-저기 티켓으로 살 수 있는 자리도 아님. 그냥 각국 정상들 앉으라고 주최측에서 따로 빼놓은 자리임 ㅋㅋㅋㅋㅋㅋ역시 월드 클라스 오지구여.

-난 두바이 5왕자 SNS에 강지혁 쉬고 있는 거랑, 막 두바이 5왕자가 진짜 영광이라고 LP랑 턴테이블 자랑하는 게 진짜 말이 안되는 것같음 ㅋㅋ

-그 정도로 갓지혁 클라스가 지리는 거임. 한류스타는 그냥 국뽕의 산물이고 진정한 한류스타, 월드스타는 갓지혁 한명 뿐임. 이건 레알. ㅇㅈ?

-ㅇㅈ ㅆㅇㅈ

-근데 유엔 사무총장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말은 뭔 말임>????

-그게 이번 리우 올림픽에 각국 정상들 거의 참석 안했지 않슴? 우리나라도 대통령 대신에 현지 외교대사가 대신 가고. 그래서 우리나라 입장할 때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그 사람 비춰주는 게 거의 확실시 된 사항이었음 ㅋㅋㅋㅋ근데 갓지혁이 독일 총리 옆에 있으니까, 한국 입장할 때 갓지혁 비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엔 사무총장 안비추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레알임? ㅋㅋ미친ㅋㅋㅋ갓지혁 클라스 유엔사무총장 찌바를 정도인거임??/ㅋㅋㅋㅋㅋㅋ미쳤네.ㅋㅋㅋ

-님들 지금 왕피셜 나왔습니다. 왕피셜 : 내가 같이 가지 못해 미스터 강에게 내가 가진 표 일체를 양도하였다. ㅋㅋㅋㅋㅋㅋㅋ두바이 5왕자 클라스 ㅋㅋㅋㅋ두바이 5왕자 자리에 앉은거임 강지혁 ㅋㅋ오졌따 진짜

============================ 작품 후기 ============================

하안숨님 후원쿠폰 3 장 감사합니다.

오늘 공지사항 2개 올렸습니다. 하나는 퀴즈 & 서평 이벤트 관련 공지, 하나는 E-BOOK용 수정본 제작 및 연재주기 관련 공지인데요. 꼭, 꼭 읽어주세요. 꼭!

선작, 추천, 코멘트 꼭 부탁드릴게요!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3월 1일 우리 모두 태극기 달고 휴일을 보내도록 해요!

P.S : 조아라 측에서 <내 마음을 노래로> 작품의 표지를 제작을 하기 위해 제게 일러스트 작업 의뢰서를 보내줬는데요. 근데 제가 표지를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그런데, 어떤 표지가 이 작품에 어울릴까요? 독자님들의 아이디어로 저를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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