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68화 (268/502)

00268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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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시켰어? 난 파 닭이 좋은데, 파 닭도 시켰지? 무 많이 해서?”

“파 닭은 무슨 얼어 죽을... 아, 뭔 치킨이야. 아침부터.”

올림픽이라는 지구촌 대축제에 맞춰 포이보스 휴게실에 모인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들 덕에 졸지에 아침잠을 더 자지 못하게 된 유민재만이 졸린 눈을 뜨지 못한 채 소파에 시체처럼 쓰러졌지만.

“아니, 그래도 올림픽 개막식이면 치킨 정도는 뜯어야 되는 거 아냐? 나 치킨 먹을 생각에 설렜단 말야! 아 진짜! 진짜 안시켰어? 지금 장난치는 거지? 그치 삼촌? 이수아 지금 나 놀리려고 장난 친거지?”

“삼촌 끌어들이지 말고 그냥 여기 앉아. 이미 늦었어. 10분 뒤면 시작이야. 밥이나 먹어. 나랑 크리스가 김밥헤븐가서 김떡순이랑 순두부 백반 사왔으니까. 언니! 언니도 얼른 와!”

“어, 어? 어, 그래! 곧 갈게! 잠깐만!”

“야! 그래도 올림픽 보는데 치킨은 먹어야지! 아 진짜 뭘 몰라도 너무 모르네.”

“아 그냥 쫌 먹어. 짜증나게 하지 말고.”

어쨌든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는 이들과 이를 방조하다 못해 지겹다는 듯 쳐다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포이보스 뮤직 휴게실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다.

“형은 저기 가서 직접 보고 있겠지?”

“뭐, 그렇겠지.”

그렇게 리우 올림픽 개막식 전 행사들을 보던 와중에 문득 의문이 떠올라서일까. 승현의 질문에 수아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김밥을 입으로 구겨 넣었다.

지금쯤 한창 브라질 리우 현지에서 개막식을 보고 있을, 포이보스 뮤직의 대들보 지혁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는지라 굳이 대꾸할 필요도, 질문을 하는 입장에서도 굳이 답을 들으려 질문을 건넨 게 아님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근데 너는 왜 같이 안 갔냐? 너 형 미국 투어 할 때 같이 할 거라서 미국 가야 되잖아. 어차피 갈 거 한 일주일 먼저 같이 갔으면 저기서 너도 직관하고 있을 텐데.”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본격적인 개막식 입장이 시작되지 않고 공연만 계속해서 진행되어 TV만 바라보는 게 조금 지루해졌는지 승현의 타깃이 수아에게로 향했다. 어차피 그들이 이곳에 모여 올림픽을 보는 이유 자체가 한국의 개막식 입장을 보기 위함인지라, 그 외적인 장면 따위는 그들의 신경 외 사항이었으니까.

“그냥. 앨범 준비할 것도 있고 계속해서 해외에 있어서. 어차피 이번에 또 해외가면 11월 이전으로는 한국 오기 힘들잖아. 그래서 집에도 좀 다녀오고 그러려고.”

“뭐,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어땠냐?”

“뭐가?”

“뭐긴 뭐야. 형 월드투어 따라가서 공연한 거 어땠냐고. 너 전 공연 다 출연했잖아.”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뭐? 이게 자꾸 오빠한테!”

그런데 생각 외로 수아가 시치미를 떼며 좀처럼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자, 승현의 입장에선 약간의 심술이 돋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과 더불어 크리스 그리고 이수아까지 모두 지혁의 월드 투어에 고정 게스트로 합류한 권수아를 부러워하면서도 경쟁심이 생겼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승현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려했던 수아 또한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정승현과 자신만이 있는 공간이었다면 아예 무시를 한 채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자신과 정승현만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라는 게 너무나도 뜨겁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냥 다른 세상 같았어. 뭔가 뭉클하기도 했고 부담되기도 했고.”

“그래?”

“나도 언젠가는 그런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뭐?”

“단독 콘서트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콘서트 하고 싶었어. 오빠 듀엣 곡 상대로서가 아니라, 내 단독으로.”

더욱이 자신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입 밖으로 꺼내기 민망하고 부끄러운 말을 해야 했으니 오죽할까.

“아서라. 그 전에 오빠부터, 야! 이게!”

“넌 진짜 지혁 오빠랑 한 살 차인데!”

“이게 오빠한테 자꾸!”

“오빠가 오빠다워야지. 어휴. 넌 어떻게 된 게 나이를 거꾸로 먹냐? 진짜 못 산다, 못살아.”

“그러는 너도 나보다 한 살 차이거든? 이게 오빠 무서운 줄 모르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부끄러운’ 말이라는 걸 하게 된 대가로 그녀는 지긋지긋한 정승현과 또다시 투닥 거리게 되었다. 이럴 줄 알고 있었음에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진짜 친오빠가 있었다면 이런 원수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승현은 그녀를 잘 알았고 그녀 또한 정승현을 잘 알았으니까.

“시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내 들려온 크리스의 말에 언제나처럼 쉽게 종전되고 말았다. 틈만 나면 싸우고 티격태격하는 만큼 그 끝도 너무나 허무하게 끝나는 게 그들 사이의 규칙 아닌 규칙이었으니까.

*

[GRECIA! GREECE!]

언제나처럼 그리스가 처음 순서로 입장을 하고,

[AFEGANISTAO! AFGHANISTAN!]

그 뒤를 아프가니스탄이 입장하자 정승현의 입에서 불안함이 묻어나왔다.

“야 근데 한국은 언제 나와? 그리스야 항상 1등으로 나온다지만, 아프가니스탄이 그 뒤인 거보니까 알파벳순인 것 같은데? 알파벳순이면 한국은 K니까, 엄청 뒤쪽 아니야? 하아. 그거 언제 또 기다리냐. 저번에 런던 때도 100등 넘어서 입장하지 않았냐?”

“아마 그럴걸. 저번에도 한참 뒤에 나왔으니까.”

대충 200개가 넘는 국가가 참가한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사실상 첫 번째로 입장한 만큼 한국의 차례는 앞으로도 한참 뒤일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자신의 말에 수아가 수긍하자, 정승현은 곧추 세웠던 허리를 다시금 익숙한 소파에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한 시간이 넘도록 한국의 개막식 입장을 보기 위해 기다렸는데, 아직도 한참이나 이를 더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너무나 가혹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한줄기 구원이 내려왔으니.

“아니. 이번엔 달라.”

“어?”

“뭐가?”

그는 바로 크리스였다.

“포르투갈 식 국가표기법 순이라서 한국은 빨리 나올 거야. 포르투갈 식 국가표기법에서 한국은 K가 아니라 C로 표기되니까. 봐봐, 저기 보면 그리스도 GREECE가 아니라 GRECIA로, AFGHANISTAN도 AFEGANISTAO로 돼 있잖아.”

“오! 역시 해외파!”

“그래서 한국은 몇 번째인데?”

“몰라. 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정 궁금하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던지.”

하지만 그들에게 구원을 내려준 크리스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제 아무리 해외파니 뭐니 해도 한 나라의 입장순서를 그것만으로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이었으니까.

“인터넷 보니까 52번째래. 쫌만 기다리면 나오겠네. 그러니까, 좀만 조용히서 보자. 애들아. 너희들은 어떻게 된 게, 어휴...”

결국 가만히 그들의 쇼를 지켜보고 있던 유민재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그들은 다시금 TV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52번째는 꽤나 빠른 순번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ALEMANHA! GERMANY!]

“그 포르투갈 식 표기라는 거 완전 헷갈리는데? 독일이 알레 뭐? 저거 뭐야. 한국은 그럼 52번째니까, 확실히 너 말대로 C인가 보네? 나 원 참. 야, 근데 너 왜 그렇게 눈을 문질러? 눈에 뭐 들어갔어?”

그리스, 아프가니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바니아의 뒤를 이어 독일이 5번째로 입장하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독일이 ALEMANHA라고 표기되었다는 점에 꽤나 놀란 정승현의 눈에 갑작스럽게 눈을 비비는 크리스의 모습이 보인 것은.

그리고 이내,

“아, 아니. 형 저, 저기... 저기 봐봐! 얼른!”

“뭔,”

[푸와악!]

[콜록콜록]

그 스스로가 ‘뭔데 이리 난리야?’라는 말을 차마 다 내뱉지도 못한 채, 마시던 물을 뿜고 사례가 들려버린 것은.

“미, 미친!”

“사, 삼촌...”

“삼촌 저, 저거...”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그 하나 뿐이 아닌 듯 모두의 두 눈이 커지며 입에서는 저마다 경악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혁이 저 자식 도대체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석현아! 당장 전화해봐!”

“네, 네? 지금요?”

“그럼 지금이지 언제야? 빨리 전화해봐!”

“네, 네.”

정승현, 크리스, 투 수아, 유민재 그리고 방금 일을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온 석현까지 전부, 가릴 것 없이 TV 화면이 비추는 장면에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

[GRECIA! GREECE!]

개막식 식전 행사가 끝이 나고 여느 올림픽 개막식이 그렇든 그리스가 첫 번째 순번으로 입장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AFEGANISTAO! AFGHANISTAN!]

젠장. 난 단지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환호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비어있는 왼쪽 자리로 인해 도무지 개막식 입장이 시작된 곳으로 시선이 가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 편히 개막식을 보기엔 내 오른쪽에 앉아있는 이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거대했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네?]

내가 너무 불안, 긴장하고 있어서일까. 옆에서 보좌관 또는 경호관들로 보이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독일 총리마저도 이를 확인한 듯 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 게, 난 그저 표를 받았고 그 자리에 앉은 것뿐인데, 그저 평범한 자리에서 이 개막식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내 오른쪽 자리는 그 유명한 독일 총리였으니까. 더군다나, 아직까지 내 왼쪽 자리는 채워지지도 않았으니 오죽할까.

그런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말이 들어맞은 것인지, 이어진 독일 총리의 말에서 구원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 각국 주요정상들은 여기 있는 이들이 전부일 테니까요.]

[네? 저, 정말요?]

[미국, 영국, 인도, 중국, 러시아...... 거의 대부분 나라가 이번에는 사정상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평소 인터넷을 잘 안보나 봐요? 어쨌든 미스터 강 왼쪽 자리는 빈자리일 거 에요. 제가 그 자리 주인공을 잘 아니까요.]

다행히도 독일 총리의 말마따나, 이번 올림픽은 근 이십여 년 간 개최되었던 올림픽 가운데 국가 정상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지 않은 올림픽인지라 그 덕에 내 옆자리가 빈자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원래 미 대통령내외 자리라고 알고 있는데, 오늘 참석하지 못할 테고 그 대신 지혁씨 왼쪽 두 칸 옆자리에 브라질 미 대사가 혼자 앉아 있,]

[콜록 콜록]

다만 내 왼쪽 자리의 본디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된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하아. 나 제명에 살 수 있을까?

[이거 의외네요. 이런 자리 많이 불편한가보네요? 콘서트 할 때마다 수만 명씩 팬들이 환호하고 그럴 텐데? 그런 자리가 익숙할 미스터 강한테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관심정도는 이제 웬만해선 부담이 되질 않을 텐데. 아닌 가요?]

그런 내 모습이 꽤나 의외여서일까. 내 오른쪽 자리에 앉은, 대단하다, 유명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독일 총리라는 사람의 표정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네, 아무래도 조금... 이런 자리는 불편해서요. 콘서트랑 총리님 옆자리인 이런 곳에서 주목을 받는 거는 조금 다른 얘기... 아! 그, 그렇다고 총리님 옆에 있어서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음...]

그녀가 생각하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공연을 하는 나란 존재가 이런 자리를 이다지도 불편해하는 게 꽤나 언밸런스할 테니까.

그래서 두려웠다.

[이런, 제가 미스터 강에게 꽤나 미안하게 되었네요.]

[아, 아니요. 꼭 그렇다기보다 그냥,]

[정말 미안합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미스터 강에게 미안할 일이 지금 바로 생길 것 같네요.]

[네? 그게 무슨...?]

심상치 않은 의미를 담은 말을 내뱉고서는 내게 미안하다는 듯 두 눈을 찡긋거리는 독일 총리의 행동은 내게 강렬한 불안감을 선사했으니까.

[ALEMANHA! GERMANY!]

그래서 더 어안이 벙벙해졌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히 손을 흔드는 독일 총리의 모습에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채 그냥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며 정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결과적으로 그게 나의 결정적인 실착이 되고 말았지만.

하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세상은 썩었어. 젠장.

============================ 작품 후기 ============================

날개피다님 후원쿠폰 2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너랑두리 재밌게 잘 읽었어요 (2017.02.28 04:18)삭제

-감사합니다.

공Blee 잘 보고 갑니다. 역시 월드스타 ~~ (2017.02.28 02:56)삭제

-이제보니 아이디가 공블리셨네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미온 내가 그런 자리에 있음..아마 석상화가 되었겠죠....얼음.. (2017.02.28 01:32)삭제

-확실히 아무리 강심장이더라도 저 상황되면 당황할것 같아요.

지나가던독서가 세상은썩었지 ㅎㅎ (2017.02.28 01:11)삭제

-세상은 썩은게 진리죠. 쩝...

고룡의반란 세상은 썩었죵 ㄷㄷ (2017.02.28 01:02)삭제

-왠지 모르게 오랜만인것 같아요. ㅎㅎ

ChaosSoo 티켓준 사람이랑 안겠지 ㅋㅋㅋㅋ (2017.02.28 00:51)삭제

-아, 아쉽게도 오답?

날개피다 역시나 ᆢ 잘보고갑니다 (2017.02.28 00:46)삭제

-감사합니다.

암천회류 잘보고갑니다 (2017.02.28 00:42)삭제

-항상 한결같은 관심 감사합니다.

낙월희 대단한분과 같이 앉아있네요 (2017.02.28 00:23)삭제

-그러게요 ㅎㄷㄷ 아무래도 두바이 왕자가 엿먹이려는 듯 강지혁한테

zx010zx 새로운 스토리 먼가 신선하고재밌네요ㅋ (2017.02.28 00:12)삭제

zx010zx 담편을달라 ㅋ (2017.02.28 00:12)삭제

-감사합니다.

라이몬드 영국여왕이라도 오면 재미질텐데요ㅋㅋ 안되겠지만ㅎㅎ 잘보고 갑니다~ (2017.02.28 00:10)삭제

-아쉽게도 영국여왕은 여기 말고 다른데서? ㅎㅎ

유나유 계약 축하합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항상... (2017.02.28 00:10)삭제

-감사합니다. 항상이라는 말이 너무 기분 좋네요.

불사조뭉치 나중에 혼자 블레싱 부르는것도 재밋을거같아요 (2017.02.28 00:09)삭제

-불뭉치님 블레싱이 뭔가욤???

디마프 잘보고 갑니다. (2017.02.28 00:03)삭제

-감사합니다. 디마프님. 혹시 디마프님 아이디가 그 예전 드라마 거기서 따오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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