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65화 (265/502)

0026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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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WMC 측과 미팅 때 이에 관련된 조율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캐스팅 섭외가 되신다면, WMC측과 사전에 협의되었던 사안이 무리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상황이 묘하게 꼬여버렸다. 무에서부터 다시 관계를 쌓아가자는 CI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 그 첫 번째 행보로 계약했던 프로그램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제작일과 편성일이 본래 기획보다 한참 뒤인 이번해 말, 다음해 초로 미뤄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내가 코난의 생일 파티에서 다이그 리넨만이라는 감독의 영화에 홀려버렸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일정자체가 꽤나 복잡해져버렸으니까.

“그래야겠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미뤄진 거래요?”

물론 나 또한 영화 오디션 신청이라는 갑작스러운 일을 벌였는지라, 딱히 불평, 불만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데뷔 시즌 2같은 경우 지난 12년도 초에 방영된 시즌 1이후로 꾸준히 그것도 반복적으로 제작, 편성 연기를 일삼아 왔기 때문에 궁금하긴 했다. 이번엔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제작이 미뤄진 것인지.

“아무래도 회사 차원의 대대적인 부서, 인력 개편과 본사 이전 문제와 같이 큼직한 일들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지라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초 3월, 4월로 예정되었던 제작 발표회가 10월에서 11월쯤으로, 제작은 11월, 방영은 내년 초로 미뤄진 것이고요.”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것이 나와 상관이 없다 할 수 없는 사안으로 이루어졌는지라, 더욱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뭐, 어차피 오늘 오후에 만날 사람들이라는 게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관계자이기에 다른 궁금증은 그들에게 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연출을 맡게 된 안석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내 스스로가 프로젝트 데뷔 시즌 1에 출연했었고 그 뒤로도 본의 아니게 프로젝트 데뷔 시즌 1의 연출을 맡은 이를 봤던 적이 있었기에, 약속 장소에 있는 낯선 얼굴에 잠시나마 당황했었다.

“저번에 맡으셨던 분이 아니시네요?”

“저번 분기부터 회사 내부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고 이에 따라 기존에 연출을 맡으셨던 분은 공연 사업부분으로 가셨고 저는 이번에 방송 사업부분으로 옮겨왔습니다. 물론 이 개편이라는 게 지금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아, 그러시구나.”

이내 사람 좋은 얼굴로 자초지종을 간단히 말해주는 안석준이라는 사람 덕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저희 CI그룹은 문화부분을 주도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희는 CI E&M를 방송 사업부분, 영화 사업부분, 음악 사업부분, 공연 사업부분, 게임 사업부분, 스마트미디어 사업부분 등 총 6개 분야로 나누어 막대한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수천, 수만 명의 인력고용 효과와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 줄 CI E&M 복합 신사옥 건립 소식에 고양시는 벌써부터 들썩! 기존 국제전시장에 강지혁 아레나와 그리고 호텔 실라의 호텔 및 한옥 게스트 하우스 투자 유치에 이어 또다시 8천억이라는 초대형 투자 유치의사에...... 잘못을 숨기기보다는 과감하게 드러내 이를 제거하려는...... 공개적인 사과와 더불어 기업의 리더로서......]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당차게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CI측의 기자회견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다지도 화려하게 일을 진행시키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어느새 수긍하게 됐다.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일을 진행시키고도 남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니까.

“이진호 그러니까 전 CI 전략기획실 본부장님께서 CI E&M 사장으로 전격 취임하신 후, 하루 다르게 회사가 변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본래 계획했던 제작일이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문화부분을 주도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라는 듯, CI그룹 본사 전략기획실이라는 실세 부서의 장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일개 계열사들 중 하나인 CI E&M의 사장으로 전격 취임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오죽할까. 그저 수긍하는 수밖에.

“아니에요. 저도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그렇게 사과 안하셔도 되요. 그럼 일단 저희 뭐라도 시킬까요? 제가 점심을 안 먹고 와서...”

“아! 그러죠. 여기가 간장게장이 정말 맛있습니다. 간장게장 어떠신지?”

“저도 좋아해요. 그걸로 해요.”

“네, 그럼.”

어쨌든 오늘 자리를 통해 풀어야할 일이 한 가지 있는 나로서는, 프로그램 연출자가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이 그다지 나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예전 연출자의 꼬장꼬장한 면과 융통성 없는 면을 프로그램 참가로서 그리고 외부인의 입장에서 꽤나 자주 느꼈는지라 왠지 오늘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

“아, 그럼...?”

아직 어떠한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된 적이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비밀을 꼭 지키겠다는 눈앞 안석준이라는 사람의 다짐을 받고선 털어놓았다. 내가 지금 어떤 영화의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것이 예기치 못한 사유로 인해 제작일이 미뤄져버린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덕에 꽤나 상황이 복잡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그러자 눈앞 사내의 두 눈이 티가 날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얘기를 프로그램 참가가 어렵다는 뜻으로 곡해한 듯 했으니까. 그래서 서둘러 본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내가 내내 생각한 끝에 도출해낸 절충안을.

“아직 된다는 보장이 없어서요. 안될 확률이 훨씬 높아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조금 창피한데요. 어찌됐든 제가 절충안을 생각해봤는데요.”

“네.”

“기존에 제가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에 멘토 자격으로 참가해서 강의 아니, 강의라고 하기엔... 음... 어쨌든 강의 한 번과 직접 제작한 곡을 한 곡 선물하는 게 저희 계약의 요지잖아요? 기타 잡다한 연습생들 상담이랑 그런 거 제외하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만약에 오디션에 합격하게 된다면 멘토 역할과 강의 대신에 직접 제작한 곡 2곡을 선물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 정도면 저를 통해 얻고자하셨던 화제성 면에서는 충분히 절충될 것 같은데요. 어차피 제가 심사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요.”

“음...”

다행히 눈앞 사내의 얼굴은 처음 오디션 얘기를 할 때보다 훨씬 풀어져있었다. 아예 출연을 못하겠다고 지레짐작한 탓인지 얼굴이 너무나도 굳어졌을 때와 비교해 그나마 지금은 고심하는 얼굴일 뿐 굳은 얼굴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사내의 대답을 들어야 할 내 입장에선 이 점이 꽤나 괴로웠지만.

솔직히 이렇게 고심할 줄은 몰랐다. 피차일반이라고 저쪽도 갑작스러운 사유로 일정이 미뤄져 버렸고 나 또한 뜻밖의 오디션 준비로 일정이 생겨버린 탓에 발생한 문제였는지라 어지간하면 내 제안에 수긍할 것이라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예전 그 연출자였다면 이런 생각도 못했을 테지만.

어쨌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눈앞 사내의 입이 열렸을 때,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내가 내민 절충안에 조건이라는 게 붙어버렸지만.

“좋습니다. 그 대신 곡의 퀄리티에 관해선...”

“아! 그 부분은 정말 노력하도록 할게요. 제가 꼭 1위를 만들 곡을 만든다, 이런 건 아니지만, 연습생들에게 어울릴 만한 곡으로 미리 준비한 것들이 있는지라 보통 이상은 되는 곡들 일거에요.”

뭐, 그 조건이라는 것이 어차피 내 스스로의 자존심 때문에서라도 충분히 신경쓰려했던 부분인지라 내게 별반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

“벌써 가게? 조금 더 쉬다가지.”

일주일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휴가를 뒤로 한 채, 다시금 집을 떠날 때가 돼서야 삼촌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미 선약이 있어서 어쩔 수 없어. 두바이 들렸다가 미국 가야돼서. 뭐, 중간에 리우 잠깐 들려서 올림픽 구경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가야 돼. 아니, 그러게 집에 좀 있지 뭐했어? 일주일동안 끽해야 서너 번밖에 못 봤네.”

“이제 회사 일에도 복귀하고.”

“프로듀스일.”

“어, 그래. 프로듀스 할 것도 있고 음악도 만들고 해야 되니까. 작업실 관리도 좀 하고 그랬지. 그동안 만들어놓은 것 정리도 좀 하고.”

물론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동생들도 제법 컸고 돌잔치도 한 만큼 삼촌 또한 슬슬 본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라, 요즘 한창 바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일주일동안 서너 번 밖에 못 봤음에도 서운할지 언정 삼촌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삼촌도 그렇고 내 일도 그렇고 바쁠 땐 한없이 바쁘다가도 일이 없을 땐 또 한없이 일이 없었으니까.

“태현 형은 어때? 삼촌 마음에 들어?”

“뭐, 그럭저럭.”

어찌됐건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젠 내가 없어도 삼촌의 곁엔 예쁜 동생들이 있을 것이고 마음씨 고우신 작은 엄마 그리고 태현 형, 소담 누나도 있을 테니까.

“그럭저럭은 무슨. 태현 형 말로는 엄청 엉망이었다는 데? 그동안? 이 회사가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아이돌 기획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 무슨!”

“아무튼 삼촌은 이제 음악에만 신경 써. 혹시 경영에 미련 있는 거면,”

뭐 그런 점에서 약간은 내 존재가 삼촌에게 있어 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한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삼촌이 내가 없는 동안 혼자 있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에 애써 털어버렸다.

“아서라. 삼촌은 이제 음악만 하고 살 거야. 회사일 같은 귀찮은 일 안하고.”

“그럼 다행이고. 어쨌든 시간 되면 예쁜이들 데리고 미국으로 와. 어차피 연말까진 계속 미국에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 몸조심하고. 밥 잘 챙겨먹고. 그리고 이건 네 작은 엄마가 전해주란다.”

“이게 뭔데?”

“녹용이라나, 뭐라나. 하루에 식후 1포씩 먹으면 되고 다 먹으면 연락하란다. 또 보내준다고.”

삼촌에게 가족이 생긴 만큼, 나 또한 가족이 생긴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

[환영합니다! 나의 방에 온 것을.]

[방... 이요?]

[하하! 이곳이 제가 가장 아끼는 방입니다. 다소 초라하긴 하지만, 나름 포근하고 안락해서 자주 애용하곤 하죠. 하하!]

[하하... 아, 네...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미국 집으로 가기 전, 두바이를 들르게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열혈 팬 5왕자의 멋들어진 초청장을 받게 되어서이기도 하거니와 내 자신도 그에게 줄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어찌됐든 입구에서부터 카트를 타고 한참을 간 끝에 두바이 5왕자가 ‘방’이라고 칭한 대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라 벌써부터 지쳐버렸다.

돈이 얼마나 많길래,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카트를 타고 15분가량을 이동해야 자신의 방이라 칭할 수 있는 대저택에 도착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오는 길에 보았던 고풍스러운 집들과 정원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가늠하기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이번 앨범은 정말 좋더군요. 하하. 역시 당신의 재능은 최고입니다. 최고!]

더욱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표범인지 뭔지 모를 점박이 동물을 쓰다듬으며 내 앨범을 칭찬하기까지 하니 오죽할까. 아니, 저거 지금 목줄 아니, 쇠사슬로 묶어도 모자를 판에 푸, 풀어놓은 거야. 뭐야. 저거 지금 입 열었을 때 소, 송곳니에 피 묻어 있는 거 내가봤어! 봤다고!

[하하! 이거 소개가 늦었군요. 여기는 제가 가장 아끼는 ‘애완동물’입니다. 사실 이거 말고도 한 마리가 더 있었지만 저번에 지혁 씨를 보러가느라 큰 형님께 한 마리를 크흐... 크흠... 어쨌든 방금 전에 토끼를 선물로 줬더니 배가 많이 부른가봅니다. 이렇게 조용한 것 같아도 평소엔 애교가 정말 많은데 말입니다. 하하!]

애완동물 수준이 아닌 것을 자꾸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는 왕자로 인해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게다가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표범의 주둥이에 뽀뽀까지 해대는 왕자의 모습은, 나로서는 그저 자살행위로밖에 보이질 않았으니까.

[이번에 지혁씨한테도 그 애교부리는 모습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녀석의 매력은 보는 사람들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니까요. 하하!]

하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어제 한편 더 올렸어야 했는데 못 올렸습니다. 그대신 오늘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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