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63화 (263/502)

00263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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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났더라? 인터넷 보니 아주 네 얘기만 나오던데?”

“뭐, 그렇게 됐네.”

“와 왕 재수. 그 표정. 유빈아 방금 봤냐? 강지혁 표정? 와...”

오랜만에 만난 유빈과 성제 녀석의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뭐, 딱히 녀석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으니까.

[과연 강지혁! 역시 강지혁! 선 결제 예약주문 첫 주 집계 량 285만 7108장으로 드러나! 한국 184만 3920장, 일본 65만 9432장, 아시아 6만 5483장, 유럽 8만 4645장, 북미 8만 4345장, 남미 11만 9283장 등 또다시 센세이션을 일으킬 강지혁의......]

첫 시작이 너무 좋았다. 음반 발매공지를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점령한 관련 기사들부터 그 후 청음 이벤트를 거쳐 선 결제 예약 판매량의 첫 주 집계 량에 이르러서는 정규 4집에 대한 팬들의 기다림의 감정이 이토록 깊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더욱이,

[강지혁 정규 4집 앨범 음원차트 줄 세우기 시작! 매주 3곡씩 발표될 때마다 차트를 진동시키는 강지혁의...... 강지혁의 어떤 점이 이런 효과를 일으키나! 벌써부터 국내외 차트를 싹쓸이!]

앨범 정식 발매 일까지 매주 세네 곡씩 음원사이트에 공개되는 정규 4집 수록곡들의 반응까지 뛰어났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너무 행복했다. 내 앨범이 많이 팔린다는 수익적인 면 때문이 아니라, 2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거쳐 차기 앨범을 발매하는 가수로서의 나를 많은 팬들이 잊지 않고 기다려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으니까.

“그나저나 진짜 내일 일본 가냐?”

“그럼 기사가 그렇게 났는데, 안가냐?”

“아니, 그냥. 인터넷에서 하도 난리 길래. 근데 진짜 첫무대 일본에서 하는 거지?”

“그렇다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마음편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앨범을 향한 팬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뜨거웠는지라, 계획이 어긋나버렸으니까.

[강지혁 선 결제 예약판매량 798만 4972장으로 집계돼! 정규 3집 예약판매량 451만 1884장에 비해 70%가량 상승한 예약판매량에...... 강지혁 명실상부 가요계 레전드로 등극하다! 기존 국내 음반 최다판매량 2000만장 기록을 가지고 있던 조영필을 넘어서...... 첫 무대가 7월 1일 일본의 하세이 TV 뮤직 스테이지로 결정됨에 따라 네티즌들의 반응이......]

당초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그래서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나뿐만 아니라, 삼촌 그리고 국내 방송사들까지 전부.

[OFFICIAL : 예약주문 특별 이벤트 EP 1. 강지혁의 첫 번째 무대는 어디?]

-예약판매량이 가장 많은 국가에서 첫 무대를...... 팬들을 위한......

지금까지와 같이 선 결제 예약판매량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1위를 할 줄 알았는지라, 첫 무대를 항상 한국에서 해왔다는 점에서 서운함을 표출한 해외 팬들의 마음도 달래고 한국에서의 첫 무대에 대한 명분도 쌓을 겸 시행했던 이벤트가 도리어 내 발목을 잡아버렸다. 그것도 마지막 3일을 앞두고.

원래부터 선 결제 예약판매량은 한국과 일본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일단 가까울뿐더러, 한국, 일본,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선 결제 예약판매보다 정식발매일 후 앨범 구입을 선호했으니까.

그래서 첫 무대를 한국에서 가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일본 팬들에게서 터져 나왔었다. 예약 판매량에서만 한국에 뒤진 2위 일뿐, 정규 3집의 전체적인 판매량은 일본이 한국보다 많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정규 4집에서는 나름 이변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는지라, 방금 전 유빈, 성제 녀석 말마따나 첫 무대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치르게 돼버렸다.

하아. 오늘 하루 종일 이와 관련된 사안에 휩쓸렸는지라 쉬고 싶었다. 어차피 배우 모임이랍시고 나와 봤자 술도 못 마실 테고, 오늘 하루 종일 시달린 사안에 대해서 녀석들의 질문을 받아야 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내 표정에서 지겨움을 느낀 녀석들이 이내 이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선 결제 예약판매량 결국 일본에 추월당해! 6월 넷 째 주까지 예약판매량 1위국 자리를 지키던 한국이 결국 31일 최종집계에서 한국은 320만 6114장을 기록 일본 322만 5891장에 비해 고작 1만 9777장 가량 뒤처지는 바람에 결국 강지혁의 첫무대는 일본의 대표적인 좌익 방송사인 하세이 TV의 뮤직 스테이지로 예정될 것으로... 마지막 3일 동안 한국은 29만 4852장, 일본은 무려 48만 9203장으로 판매고를 끌어올려......]

뭐, 상황이 이렇다보니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변이 일어난 배경에는 그만큼 일본 팬들의 내 노래에 대한 염원이 강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을 테니까.

물론 그런 내 생각과 달리 한, 일 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완전 극과 극이었지만.

-아 씨발. 아... 아씨발 좆같네. 아...............

-뭐임. 고작 3일을 못 버텨서 지금 일본한테 밀린 거임? 와... 좆같네 진짜... 고작 2만장 밀려서??? 하...

-님들 그럼 지혁 오빠 첫 무대는 일본에서 하는 거 확정인가요???

-ㅇㅇ확정임. 예약 판매량 1위 달성한 나라에서 첫 무대 가진다고 했으니까. 쩝... 실질적으로 한국이냐 일본이냐 싸움이었는데, 밀려버렸네. 3일 못 버텨서.

-와...치욕적이다. 3일을 못 버텨서...

-근데 어쩔 수 없음. 쪽수가 너무 딸림. 강지혁 정규 3집도 최종집계 보면 한국보다 일본이 더 많이 샀음. 쩝...아쉽다. 그래도 3집도 그렇고 원래 예약판매는 우리가 1등이었고 이번에도 4주차까지 우리가 1등이라서 기대 많이 했었는데. 쩝...

한국 팬들의 반응은 차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안이 당연하지 않게 된 상황이, 그것도 일본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팬들에게 마이너스 감정을 선사한 듯 했으니까.

뭐, 당연하게도 일본 측 반응은 한국과는 정반대였지만.

[속보! 강지혁 하세이TV 뮤직스테이지 7월 1일 출연 확정! 무대에서 정규 4집 앨범 1, 2, 3번 트랙 곡을 열창할 것으로...... 단 3일 만에 예약판매량이 역전되어 1만 9777장의 차이로 일본이 예약판매량 1위국으로 선정되어 첫 무대가 일본에서...... 막판 3일 동안의 판매량이 한국 29만 4852장, 일본 48만 9203장으로 집계됨에 따라......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사실이 매우 큰 이슈를 자아내고 있다는......]

[겨우 1만 9777장 차이 ㅎㄷㄷ 위험했다...]

[해냈따!!!!!!!!!!키타ㅏㅏㅏㅏㅏㅏㅏ]

[제군들 우리가 해냈다!!!!!!쏴리질럿!!!!!!!!!!!!!]

[와... 하얗게 불태웠다..... 막판 스퍼트라니! 막판 스퍼트라니!]

[역시 하세이TV네. 키케이나 요우미리는 절대 나올 리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난 이마니치도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음 근데 역시 하세이TV네. 아 몰라, 여튼 최고다! 3일 혈투 끝에 역전!]

[조선 놈 와봤자 재일만 가겠지. 재일 놈들 ㅉㅉ언플 작작.]

[넷 우익 열폭 보소 ㅎㄷㄷ]

[오늘도 넷우익은 부들부들?]

[뮤직 스테이지 직관하려고 홈페이지 갔는데, 서버 다운됨. 근데 이미 매진. 하아... 뭐임?]

기사들과 댓글들을 볼 때면 괜히 이런 즉흥적인 이벤트를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거리낌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 팬들에게까지 그런 감정을 담는 것은 아니었는지라 한국에서 첫 무대를 하든 일본에서 첫 무대를 하든 딱히 상관이 없었는데, 정작 이런 이벤트 때문에 누구 하나는 부정적인 기분을, 누구 하나는 긍정적인 기분을 느껴야만 한다는 점에서 꽤나 후회가 됐으니까.

*

“왜? 긴장 돼?”

“어?”

“뭘 그렇게 가만있질 못해? 계속 왔다, 갔다하고.”

“아! 내가 그랬나? 많이 신경 쓰였지? 미안.”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인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무대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해외에서 무대를 가진 적이 없는 녀석에게는 그마저도 도움이 안 될 테니까.

“편하게 해. 편하게.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어떻게 그래. 오빠 무대인데...”

더욱이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닌, 고작 내 무대이기 때문에 저렇게 사시나무 떨 듯 손, 발을 떨어대는 수아 녀석이었기에 오죽할까.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1번 수록곡인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대신 일본어 노래이자 7번 수록곡인 Only Human을 부를 걸 그랬다. 여기 방송 관계자도 그렇고 민재 삼촌도 차라리 그게 낫겠다고 말했음에도 이미 첫 방송에서는 1번, 2번, 3번 수록곡을 부르기로 했고 딱히 바꾸고 싶지 않았기에 이렇게 한 것인데 그게 녀석을 이렇게 부담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를 것 없어.”

“어?”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녀석이 이 같은 부담감을 이겨내길 바랐다.

“1번 수록곡인 것 알지?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으, 응.”

“한국, 일본, 대만 현지 음악방송 한 번씩 출연하고 콘서트 투어 시작할 때, 너 항상 대동할거야.”

“어? 뭐라고?”

“1번 수록곡인데 네가 빠져선 안 되니까.”

“그렇지만!”

“왜? 네 대신 누군가가 네 파트를 해줬으면 좋겠어? 네 노래인데 다른 사람이 네 대신 환호를 받고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였으면 좋겠어? 네 파트를 부르면서?”

본인 스스로를 국내용 가수로 한정짓지 말고 언젠가는 녀석도 일본에서 단독으로 공연할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바라며, 이 같은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으니까.

뭐, 마지막 말이 결정적이었는지 떠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눈빛이 단단해진 녀석의 모습으로 보아하니 제법 효과가 있을 듯 해 마음이 놓였다. 다만, 뒷감당이 문제일테지만.

*

생방송으로 치러지는 음악방송 치고는 청중들이 많아 잠깐이지만 당황하고 말았다. 이내 들려온 선율에 금세 몰입하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옆에서 눈을 감으며 멜로디 하나, 하나를 음미하듯 감정 몰입을 시작하는 수아 녀석을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을 때쯤 나 또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데.

말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어.

그런 나를 남겨두고 떠나려는 너.

숨 막힐 것 같은 그 고요 속에서

내가 처음으로 건넨 말.

사실 일본 사람들 앞에서 오로지 한국말 가사 그 흔한 영어 가사말도 담겨있지 않은 가사를 그것도 한국인의 감성이 담겨있는 노래를 부른다는 게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이들 대부분이 아이돌 스타였고 현란한 춤 솜씨와 중독성 있는 댄스곡으로 일본 팬들을 공략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과거 조영필이나 이승운 같은 가수들과 트로트 가수들이 아이돌 이전 시대에 일본에 잠깐이나마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네게 상처받지도 않아.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감개가 무량했다. 일본 팬들 아니 해외 팬들 앞에서 한국인인 나의 짙은 감성과 얘기를 털어놓는 것 자체가 웬만한 가수들은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로 귀한 경험일 테니까.

더군다나, 일본 팬들 특유의 성향 그러니까, 한국 팬들이 엄청난 환호와 때 창으로 가수를 응원하는 것과 달리, 일본 팬들은 그저 조용히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의 선율을 음미하듯이 지켜본다는 점에서 더욱 노래에 몰입하기가 쉬워졌으니 오죽할까.

......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그냥 널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어.

그러니 내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용서해달라는 말도 건네지 않아도 돼.

그렇게 노래의 종반부를 향할 때까지 크고 작고를 떠나 실수 한번 하지 않고, 이 곡을 녹음했을 때처럼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수아의 열창에 힘입어 이번 정규 4집 앨범의 첫 무대, 첫 곡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이게 나의 온전한 진심이니까.

널 더는 사랑하지 않아.

널 사랑한 건 과거일 뿐이야.

그동안 말하지 않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한 것이 바로 이때를 기다려서 그랬다는 듯,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일본 팬들의 성원에 나는 다시금 2번째 수록곡을 위해 마이크를 들어야 했지만.

============================ 작품 후기 ============================

ooJunoo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라이몬드 후원쿠폰 20 장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꿈 꾸시고 굿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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