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60화 (260/502)

00260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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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포기 못해. 오빠랑 헤어진 건! 내가 다 사과할거야. 무릎 꿇어서라도 오빠한테 빌 거야. 그때 사정 다 말하고 내 뜻이 아니었다고 다 말할,”

이미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스스로, 혼자 감내했었다고 털어놓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뜻을 꺽지 않는 유재연으로 인해 분위기는 자연스레 더욱 냉각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이별이 결코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는 듯 말하는 유재연의 행동에 지수의 남아있던 인내심이 바닥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이유가 어떻든 너 이기적이야. 난 네가 오빠를 안 날의 두 배도 넘게 오빠를 옆에서 지켜만 봤어. 그러니까, 넌 날 말릴 수 없어.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과거 자신의 어설픈 선택으로 얼마나 많은 나날을 아파했는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소중한 이를 폐인 그 직전까지 몰고 갔던 유재연의 말이 너무나도 뻔뻔하게 느껴졌으니까.

“오빠한테 더 이상 여동생이 아닌 여자가 될 거야. 한 걸음, 한 걸음이지만 꼭.”

“그때는 어쩔 수가,”

“그러니까, 이번은 네가 양보해. 아니, 포기해. 어차피 내가 준적도 없지만, 넌 이미 기회를 한번이나마 얻었었잖아. 그리고 그 기회를 버린 것도 너였고.”

하지만 이는 유재연 또한 마찬가지인 듯 했다. 평소 그녀를 알고 있다면 좀처럼 상상하지 못할 태도로 과거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니까. 물론, 평소 모습과 사뭇 다른 것은 지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난 포기 못해. 나도 이젠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네가 뭘 하든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 오빠가 너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난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뭐, 너 때문에 오빠가 더 아파할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도, 눈물을 흘리진 않지만 과거 수많은 아픔을 감내하며 홀로 울어야했던 이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은 가운데, 그 둘은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이내 지수가 다시금 입을 열 때까지.

“난 네가 오빠를 빼앗아갔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네가 친구여서 버텼어. 그런데 넌 지금에와서도 이기적이네.”

방금 전까지 지난 수년간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말을 내뱉어서일까.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과거 연인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여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얼굴은 처음과 달리 후련해보였다. 이는 얼핏 착각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그녀 둘은 서로 상대방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애들이 걱정 많이 해. 너랑 나랑 말 안하고 그런다고. 그러니까, 네가 어떤 마음을 지녔건, 예전처럼은 못 돼도 같은 그룹의 멤버로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말자. 나도 최소한 다른 애들한테 대할 때처럼 널 대할 테니까.”

뜻을 꺾을 생각을 하지 않는 상대를 보며 다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

[정말인가요? 슬희랑 Twinkle 정말 아이돌 생활해도 되나요? 정말? 혹시 Twinkle 재계약도 아니지 그럼, 영진이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얘기라는 걸 명심해. 내 마지막 변덕은 Twinkle이 2년도 안남은 계약기간 동안 아이돌로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게 끝이야. 재계약뿐만 아니라, 김영진은... IP에서 탈퇴시키고 남은 계약기간 4년? 5년? 쥐 죽은 듯이 지내라 그래. 아니, 그렇게 시켜.]

[어째서? 그때 분명히 탈퇴만 시키면!]

[더 이상 할 말 없어 난. 아니 하나 더 있네. 만약 이대로 안 된다면 꽤 재밌게 될 거라고 장담할게. 또다시 이사들 전부가 물갈이 되고 회사가 살아남아야할 걱정을 해야 될 테니까.]

김해연과 VOA의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눈동자가 시선에서 사라졌을 때,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리를 쪼개는 듯 강렬하게 느껴지는 두통과 울렁거리는 속으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당초 예정되어 있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 집에 온 것을 그리고 이내 술을 목구멍에 들이붓다시피 부으며 누군가를, 아니 공지연을 불러냈다는 것을.

거기까지였다. 내가 기억하는 어젯밤의 장면은.

그래서 시큼한 땀 냄새와 술 냄새 그리고 이와 어울리지 않는 콩나물국 냄새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말이 아닌 속과 두통은 제쳐두고서라도 공지연의 온갖 짜증을 받아내야 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혔으니까.

“그, 그게... 저기...”

그렇게 부엌에서 조막만한 손으로 국과 밥을 퍼 테이블에 놓는 공지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싸늘한 시선과 더불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공지연의 시선에 절로 위축되고 말았으니까.

그래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휴우. 미안하다. 어제 내가 실수 많이 했냐?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서. 너 부른 것 까진 기억나는데...”

“기껏 바쁜 사람 불러놓고 쳐 자고 있냐? 네가 사람이야? 하긴 쓰레기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공지연의 폭풍 독설을 이끌어냈고 말이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 자꾸 쓰레기라고... 에휴...”

순간 내가 잘못한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싸늘한 공지연의 시선과 독설에 발끈하고 말았다. 물론 이내 테이블 한쪽에 앉아 쭈그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자 공지연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독설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래서 그냥 고개를 쳐 박고 북어 국에 수저를 가져다대었다.

이내 자리를 떠나려는 듯한 그녀의 발걸음에 차마 열리지 않은 입을 열어야했지만.

“넌 안 먹어? 가려고? 벌써?”

“입 맛 없어. 어제 밥맛 떨어지는 짓한 어떤 놈 때문에.”

하아. 나 진짜 어제 공지연 왜 불렀냐. 내가 미쳤지. 미쳤어.

*

“저리 안 떨어져? 더운데 뭐하는 거야?”

“미안. 진짜로.”

거실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 공지연의 뒤에서 가만히 그녀를 껴안았다. 그런 내 행동에 버둥거리며 벗어나려는 그녀의 의도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그런데 그러다보니 나한테 문제가 생겨버렸다. 그런 내 행동에 공지연의 버둥거림이 줄어들 때쯤 이제는 그나마 괜찮아진 몸 상태를 증명이라도 하듯 두 다리사이에서부터 그 기력을 내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서둘러 품에 안고 있던 그녀를 조금이나마 밀어냈다. 이 상태에서 이런 꼴을 들켰다가는 공지연의 성격상 진짜 가버릴 것 같았을 뿐더러, 따로 준비한 것을 지금 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 잠깐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미국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공지연이 생각나 구입한 옷들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이거. 미국 갔을 때 너 생각나서 샀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그저 차가운 도시여자 이미지인 공지연에게 어울리는 산뜻한 봄 코트가 눈에 보였는지라 그저 충동구매를 한 것일 뿐이니까.

그래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선택이 너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냐? 네가 그냥 평소 하는 걸로 유추해서 어울릴 만한 거 사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 그래도 넌 옷걸이가 좋으니까, 잘 어울릴 거야.”

안 그래도 어제 실수한 일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에서 이는 예기치 않은 아이템이 돼줄 것만 같았으니까.

뭐, 내가 건넨 옷을 본 공지연을 보니 차가운 기운이 약간이나마 사라진 것 같아 이 선택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된 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방심하고 말았다.

“이건 뭔데?”

“아! 그건... 음... 그건 집에 가서 아니 지금 열지 말고!”

“하아...”

사실 내가 산 옷은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를 집에 가서 풀어보라고 내가 말한들, 공지연의 성격상 지금 이 자리에서 풀어볼 것임을 예상하지 못해버렸으니까.

하아. 또 다른 옷을 본 공지연이 또다시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자, 나 또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 사태를 또 어떻게 해결할지 앞이 캄캄했으니까.

“그게 그냥 지나가다가.”

“쓰레기. 넌 진짜 이런 생각밖에 없지?”

본디 그녀가 지금 손에 든 천 쪼가리는 공지연의 기분이 좋아졌을 때 주려고 했던 선물이었다. 앞선 코트와는 달리.

“아니, 그게 아니라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

“짐승아. 전에 입힌 걸로는 부족하디? 제모까지 시킨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비키, 하아...”

우연히 코트를 산 곳 옆에 있던 수영복 매장에서 내 취향을 저격하는 비키니가 있었는지라, 깊게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의 힘을 빌어 과감하게 사버렸다. 그게 지금 막 좋아지려던 분위기를 구렁텅이로 집어넣고 말았지만.

“그게 너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리고 이제 여름이고 그게 홀터넥인데 옆에 리본이 있어서 볼륨감을 더,”

“아, 그래? 볼륨감 없어서 고생할 내 생각해서 이런 걸 사왔다는 거네? 가슴이 작은 나를 으드득... 위해서?”

더군다나, 이어진 내 말이 그녀의 묘한 열등감을 건드렸으니 오죽할까.

“어? 아니, 그게 아니라,”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하아. 다시 원점으로, 아니 더 악화된 상황으로 돌아가 버렸는지라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머리를 깨뜨릴 것만 같았던 두통과 속 울렁거림은 어느새 사라졌고, 가슴속 깊게 응어리져 있던 무엇인가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의아할 새도 없이 지금 당장의 상황이 답도 없었으니까.

나 참, 잘만 어울릴 것 같은데 괜히 열등감 폭발해서 나한테 화풀이하네.

*

어느새 다사다난했던 3월이 지나고 수많은 이슈를 자아냈던 배달의 후예가 종영한 4월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바쁘게 생활했던 것 같다.

[충격! S엔터 모 전 대표이사이자 항소 재판에서도 끝내 징역 못 면해...... 배임증재에 있어서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것을 정상 참작하여 500만원의 벌금형으로 그쳤으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 법에 따라 징역 3년에 벌금 3억 원을 이 모 이사 등을 비롯한 일곱 명에 이르는 이사들은 배임 증재 죄로 3개월 징역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만원과 더불어 특정범죄...... C기업의 모 이사와 모 부장는 배임 수재 죄로 징역 1년에 900만원의 벌금 등에......]

1심 결정에 불복하여 항소했던 이수재가 결국 짧게나마 징역형을 살게 된 일 그리고 관련된 이들 또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라고는 하나 그 죗값을 받았다는 점과 더불어,

[배달의 후예 끝내 시청률 50% 고지를 넘지 못하다! 마지막 20화 시청률이 종전 19화 시청률 47.4%에서 1.7%포인트 오른 49.1%를 기록하며...... 기존 330억에 달하는 해외 판권 수익에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남미, 북미, 유럽 각 나라들과의 판권 협상으로 볼 때 총 500억이 넘는 수익을 판권 계약으로 거둘......]

배달의 후예가 49.1%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위의 종영을 맞이한 것,

[4월 패션 매거진 W 또다시 일내다!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존 발행 부수 대비 150%를 발행했음에도 아시아지역에서의 폭발적인 판매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고 거래  뿐만 아니라 불법 스캔본이 중국과 동남아등지에서...... 온라인상에서 작년 강지혁 화보가 실린 패션 매거진 W의 중고가가 300만원, 이번 4월 호가 200만원을 기록하면서...... 차후 중고가가 높아질 기미가 보임에 따라......]

나의 속옷 화보를 실은 패션 매거진 W가 또다시 엄청난 이슈를 자아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격! 그룹 IP의 리더 김영진이 그룹에서 탈퇴를? 군 입대를 위해 잠정 하차하겠다는...... SD ENTERTAINMENT 측 曰 “...... 김영진 군은 군 입대를 앞두고 그룹 멤버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IP에서 탈퇴...... IP의 새로운 리더는 그룹 내에서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최정우......” ...... 팬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김영진은 예정된 대로 4월 30일 논산훈련소로......]

김영진이 군에 입대한 일까지 전부 다사다난 했던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마무리할 정도로 꽤나 큰 스케일의 사건들이었으니까.

어찌됐건 그런 걸 떠나서 지금 당장은 지난 한달 동안 진우 형, 지현이 그리고 공지연과 배달의 후예 팬 행사를 위해 해외 각지를 돌아다녔는지라 꽤나 피곤했다. 그래서 익숙한 이곳 풍경이 더욱 반가웠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 광주의 외곽에서의 시간이 내 지친 심신을 치료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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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Junoo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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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안겨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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