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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58화 (258/502)

00258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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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바로 요리 연구가의 포스인 것일까. 삼촌의 인상이 예전보다 푸근해진 게 우연이 아닌 듯 했다.

물론 삼촌도 댄스 가수이고 또 나름 운동을 좋아했는지라 여전히 몸 자체는 좋았는지라 인상이 푸근해졌다는 게, 살이 쪘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결혼을 통한 안정된 삶과 절로 주변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사촌동생들로 덕에 웃지 않을 때가 훨씬 줄어들었을 뿐. 더군다나,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식탁 가득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 놓여 있었으니 오죽할까.

“진짜 삼촌은 작은 엄마한테 평생 잘해야 돼.”

“뭐?”

그래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런 여자를 두고도 좀처럼 결혼 생각을 하지 않던 삼촌을 계도시켜 이런 가족을 탄생시킨 내 자신이.

“삼촌 얼굴에 사랑이랑 소망이 그리고 희망이한테 이런 비주얼이 가당키나 해? 그리고 이런 수라상을 매일... 하... 삼촌 진짜 복 받은 거야. 복. 전생에 나라를 구했, 아니지. 내가 나라를 구했네. 그래서 그 덕에 삼촌까지 복 받은 거고.”

“크흠... 너 인마.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삼촌이 다 알아서 잘해. 이게 삼촌한테. 크흠...”

게다가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들의 비주얼이 벌써부터 빛을 뿜고 있었는지라 이런 자화자찬을 더 할 수밖에.

“진짜 너무 귀엽다. 귀여워. 벌서부터 이렇게 걷는 다는 게 말이 돼?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어휴. 너무 귀엽다. 귀여워. 그래 오빠가 맘마 줄게. 옳지. 잘 먹는다. 이렇게 밥도 잘 먹고. 투정도 안 부리고.”

“오빠가 계속해서 애들 데리고 놀아주고 그래서 그러나 봐요. 그런데 해외 갔다던데, 일은 잘하고 왔어요?”

“네, 그럭저럭요. 그런데 이유식? 이건 벌써 먹나보네요.”

“엄마들마다 차이는 있는데, 슬슬 먹일 때가 돼서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아까 진짜 놀랐어요. 들어오자마자 걷고 있어서.”

그래도 작은 엄마의 말을 듣다보니, 삼촌이 마냥 못마땅하지는 않았다.

“10개월에서 13개월 사이부터 걷기 시작한다던데, 재성 씨가 한 달 전부터 날씨 좀 풀렸다고 마당에서 애들 데리고 놀더니, 며칠 전부터 곧잘 걷더라고요. 벽 같은데 집고요.”

아까 밥 먹기 전 작은 엄마 말마따나, 새벽에 동생들 모유 주려고 할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옆에서 지켜봤고 또한 동생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작은 엄마 쉬라고, 친구들이랑 잠깐이라도 바람 쐬고 오라한 뒤 자신이 애들을 봐왔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뭐, 애들 돌보는 건 딱히 그 경우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좋아서 항시 해당되는 것 같지만.

역시. 이게 딸 바보의 위엄인가?

더욱이 작은 엄마가 이렇게 손수 밥상을 차리는 것도 삼촌이 일하는 아줌마 구해서 전적으로 맡긴다고 했을 때, 작은 엄마가 이것만은 자신이 하겠다고 해서 겨우 할 수 있었다니 오죽할까.

이거 연애할 때만 나쁜 남자이지, 결혼하면 최고의 남편인건가?

*

“뭐, 이번에도 떠들썩하던데. 그래서 늦었지? 공항에서 또 붙잡혀서. 어휴, 그 놈의 기자들 진짜. 안 그래도 열 몇 시간씩 비행기 타고 온 애를. 하아. 진짜.”

“응? 뭐, 그렇지.”

밥을 먹고 나서 곤히 잠든 동생들을 방에 누워둔 뒤, 거실에서 삼촌과 간단히 차를 마셨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삼촌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던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삼촌 꺼는 어딨어? 이제 꺼내도 돼. 지혜 들어갔으니까.”

“어?”

그런데 그 할 말이라는 게 생각 외로 단순했는지라 순간이나마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예상했었던 대로라면 삼촌이 하고 싶은 말이라는 건 이 내용이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삼촌 꺼는 어디 있냐고. 감홍로. 이제 꺼내도 된다니까?”

“뭔 소리야. 또.”

갑작스레 감홍로 타령을 하는 삼촌을 잠시나마 한심하게 바라봤다는 점에서 내 스스로를 탓하는 것도 잠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야 말았다.

아니, 이 사람이 그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요즘 동생들 보느라 핸드폰이니 인터넷이니 전혀 안한다더니, 고새 그걸 찾아봤네. 어휴.

“쉽게 못 구해. 그거 도자기부터 술까지 전부 특별 주문한 거란 말이야. 한 해 생산하는 수량도 정해진 거고. 그래서 다시 구하려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해. 그거 새해 기념으로 먹는 술이라고 해서 그때 맞춰서 빚으니까.”

어쨌든 삼촌이 조른다고 해서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는지라,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삼촌이 짐짓 서운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서둘러 화제를 돌려버렸다. 삼촌이 할 말이라는 게 이런 거라면,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거니와 나 또한 할 얘기가 없지 않았으니까.

“삼촌 근데 나 이번에...”

코난의 생일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 나를 자극시켰다.

[안녕하십니까. 다이그 리넨만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이그 리넨만이라는 감독을 만나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내 자신의 욕심을 들끓게 하는 무엇인가를 겪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는지라 더욱.

그래서 삼촌에게 코난의 생일 파티에서 있었던 일과 지금 내 감정 상태들을 털어놓았다. 저 어처구니없는 삼촌의 할 말이라는 것을 듣고선 이 얘기를 꺼내야할까 잠시나마 망설이긴 했지만.

“할리우드 영화? 그 감독 이름이 뭔데?”

“다이그 리넨만이라고 원래 독립 영화만 찍던 사람인데. 이번에 상업 영화를 찍는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흠... 스토리 자체가 꽤 끌리더라고. 간략하게 설명들은 거고 뭐, 오디션만 보라고 하는 거라서 된다는 확신도 없지만.”

“그래서 준비해보려고? 거기서 필요로 한다는 거 준비해서?”

삼촌 또한 꽤나 놀란 듯 했다. 내가 이렇게나 욕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게 삼촌의 기억에서도 엄청나게 드문 일일뿐더러, 겨우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고작해야 간략한 스토리와 짤막한 영화 관련 얘기만을 듣고 내가 이렇게 끌려한다는 것이 삼촌 입장에서도 좀처럼 이해가 안 될 테니까.

“그게 살짝 알아보니까, 난 007 쪽 액션을 생각했는데 정작 그 쪽은 칼리 아르니스 그리고 실랏, 크라브마가, 절권도, 시스테마 같은 실전 무술 쪽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고 그러더라고.”

“뭐? 칼리 뭐?”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삼촌의 마음이 누구보다 잘 이해되면서도 정작 이런 말을 하는 내 자신의 마음은 이해가 되질 않았으니까.

“그게... 일단 실전 무술 같은 거야. 그래서 조금 위험...”

솔직히 준비해야 될 것과 더불어 촬영 자체가 꽤나 위험한 편이라는 점에서 이 일을 삼촌에게 말해야 할까가 고민되긴 했다. 아까 전 삼촌의 어이없는 말에 이 얘기를 꺼내야 할까 싶었던 것도 이 부분의 영향이 컸으니까.

“근데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아. 뭔가 기존의 액션 영화가 지금부터 액션 시작! 이러면 액션 시작하는 건데, 이번 영화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뭐가?”

“음... 그게 말로 설명하긴 복잡한데, 뭔가 일생 생활에 그런 액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 그런 주인공이라 너무 욕심이 나. 듣는 순간 진짜 뭘 해서라도 내가 하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생각 외로 너무 놀라고 말았다. 아까 감홍로를 언급한 삼촌의 모습에서 놀란 것 그 이상으로.

“그럼 해. 뭐가 문제야?”

“응?”

삼촌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것도 왜 망설이냐는 듯이.

“네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부족한 게 있으면 삼촌이 뭘 해서라도 뒷바라지 해줄 테니까.”

“무슨 뒷바라지야. 나 원 참.”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평소 삼촌이었다면, 위험한 일이라고 나를 극구 말릴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간단히 해보라고 말하는 통에 정말 당황하고 말았다.

“지혁아 세월은 잡을 수가 없어. 그 누구라도.”

“어?”

더군다나 평소의 삼촌 같지 않게 아니, 군대를 가기 전 삼촌이었다면 평소의 삼촌이었겠지만 어쨌든 삼촌이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으니 오죽할까.

“그러니까, 뒤돌아 봤을 때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물론 법적으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그리고 삼촌 당장 죽는 꼴 안 보려면 너무 위험한 것도 제외하고.”

그래서 삼촌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삼촌도 언제까지 20대 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30대더라고. 그리고 정신차려보니까 40대가 됐고 거기다 결혼까지 해서 우리 사랑이, 소망이 희망이도 낳았고.”

비록 군 전역후의 삼촌은 왠지 모르게 조카 바보의 입장에서 나를 대했고 또 지금은 딸 바보로서 한 없이 허술한 모습을 내게 보여줬지만 이는 삼촌이 가진 모습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고 보통 이런 상태에서 삼촌이 건넨 말은 내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뿐이었으니까.

“삼촌은 지금까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후회가 돼. 조금 더 뭘 해볼걸, 그때 망설이지 말고 용기내서 해볼 걸 하고.”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라. 지금 이 말이 삼촌의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삼촌의 말을 듣고 나자, 왠지 모르게 의욕이 샘솟았고 결과적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강지혁. 후회 없이 살겠다고 해서 정말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열심히 했는데도 후회 될 만한 게 남아있다면 그건 단지 후회만 남아있는 게 아닐거야. 오히려 더 값진 걸 얻었을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뭐, 부족한 게 있으면 삼촌이 채워줄 테니까, 네가 하고 싶다는 걸 해라. 알겠지?”

비록 어디까지나 오디션을 보는 것일 뿐, 캐스팅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인지라 열심히 준비한다 할지라도 실패의 쓴잔을 맛볼 확률이 훨씬 높았지만, 정말로 최선을 다한 뒤라면 그 결과가 마냥 후회로만 가득찰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

“오늘 가서 잘하고. 뭐 삼촌이 굳이 뭐라 안 해도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작은 엄마가 정성들여 차려준 아침 밥상에서 삼촌으로부터 내가 예상했던 그 ‘할말’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틀 전 본가에 왔을 때 삼촌으로부터 들을 거라고 예상했던 그 할말을.

“걱정 마. 관리사님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관리사님도 SD지분을 가지고는 있어서 참석하는 데는 문제없게 했거든.”

따라서 알 수 있었다. 삼촌 또한 이 일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것 그리고 마냥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그래서 삼촌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애써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는 긴장감을 숨긴 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건넸다.

“그래. 그럼 저녁에는 여기로 올 거지? 그래도 한국 왔는데 일주일은 집에 와서 지내야지. 애들도 너 있으니까, 더 웃는 것 같고. 뭐, 삼촌 마음 같아선 너 여기로 다시 들어와서 살았으면 좋겠지만.”

“일단 별일 없을 테니까 저녁 맞춰서 올게. 관리사님이랑 같이 와도 되지?”

“그래. 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문자하고. 아니면 재료 사오던가. 지혜가 아니, 너 작은 엄마가 뭐든 너 먹고 싶은 거 요리 해줄 거야. 안 그래도 너 말랐다고 어찌나 걱정하던지.”

오늘 있을 일은 정말 별게 아니라고, 그냥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하루일 것이라고 삼촌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

“일단 이번에 이사 후보로 올릴 이들 명단입니다. 미리 확인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네...”

“그쪽에서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는 지혁씨 원래 계획대로 하시면 됩니다.”

주주총회를 3시간가량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주주총회 장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식당에서 관리사님과 점심 겸 얘기를 나누었다.

“사업을 하거나 아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도 웃는 얼굴로 마주해야 될 때가 있고 또 그런 존재가 돼야 할 때가 있습니다.”

SD 측이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가 건넨 조건을 순순히 이행한다면 연예인 등기이사 그리고 자체적으로 내세운 이사들을 등기 이사로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하겠다는 가장 최선의 결과.

이미 이수재를 비롯한 기존 이사들의 절반 가까이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 제안 아닌 제안을 거절한 채 끝까지 진흙탕 싸움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때의 최악의 결과.

이 두 가지 결과를 앞에 둔 내 표정은 결코 밝지가 않았다. 어느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라도 승산은 우리 쪽에 있다는 게 상식이었지만 그냥 안 좋았으니까. 기분이.

“이사 목록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제게 있어 전자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부모 잘 만나서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본신의 능력은 바닥을 기는, 그래놓고 또 명예와 지위를 원하는 이들이니까요.”

“오늘 일이 예상대로 끝나면 그냥 이걸로 끝내고 싶어요. 더 이상 이쪽 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도 쳐다보기도 싫으니까요.”

그래서 관련 이사들과 관련된 문서들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관리사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를 테이블 밑으로 내려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짐작해서일까. 관리사님은 그런 내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다. ‘관련 문서들을 읽어야 한다.’와 같은 말들을.

다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본인이 다치는 복수는 옳지 않습니다만, 지혁 군의 의견이 너무 확고하기도 하였거니와, 앞으로 지혁 씨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을 이렇게 진행시켰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끝으로 더 이상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혁 군은 이런 일에 신경 쓰며 괴로워하기엔 너무나도 밝고 정 있는 그리고 재능이 빛나는 사람이니까요.”

오늘만 지나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듯이.

============================ 작품 후기 ============================

오늘 오전에 올라오기로 했던 2번째 화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큰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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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 꾸시고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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