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7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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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뭘 했다고 공항만 오면 기자들에게 붙잡혀 이런 기자회견을 해야 되는 지 솔직히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스타로서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입장이기에 의무적으로 응하고 있을 뿐.
“하루연예의 김창진 기자입니다. 할리우드 마당발로 통하는 코난 오프라이언 씨의 생일 파티를 맞아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중에서 지혁씨 또한...... 코난 오프라이언 씨와 패션 업계 유명 인사들에게 감홍로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지금 국내외를 통틀어 온라인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감홍로를 선물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물론 이번에 내가 만났던 이들, 그러니까 코난과 패션 매거진 W의 관계자 그리고 조르쟌 아르마의 관계자들이 홍보 아닌 홍보를 해준 덕에 감홍로가 꽤나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때문에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 피곤한 기색을 애써 지운 채 기자들의 질문에 나름 성실히 답변하려했다.
“일단 해외 활동을 하면서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잦은 모임, 그러니까 행사나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무엇인가 초대에 대한 답례품을 준비할 필요성이 느껴졌는데, 이에 대한 대처로 생각한 것이 한국의 전통 도자기와 술이었습니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하는 말이라고 해봤자,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고 논란이 된다고 한들 딱히 상관이 없었으니까.
“1년 가까이 대한민국 내에서 전통 술을 빚는 분들을 찾아다녔고 그 중에는 물론 무형 문화재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 가장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술이 강신주가의 술이었는지라 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때는 몰랐었다.
“이는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기호이기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단지 장인 정신이 가장 돋보이는 술이 강신주가(姜信酒家)의 술이고 이는 술과 관련해 무형 문화재에 등재된 이들과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이라고 말했음에도 이를 꼬투리 잡을 이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패션매거진 쎄이시의 추진성 기자입니다. 현재 강지혁씨의 속옷화보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화보 수익과 조르쟌 아르마 1년 모델 수익이 500억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뿐더러, 여타의 광고 화보 수익까지 합친다면 총수익이 2천억을 가뿐이 넘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한...... 혹시 국내 패션 잡지에도 화보 모델로서 참가할 의사가 있으신 지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든 그 뒤로 속옷 화보와 관련 수익에 대한 질문이 흘러나옴으로서 감홍로에 대한 질문은 거기서 끝을 맺었다. 그때 당장에는 감홍로에 대한 질문보다는 속옷 화보에 대한 질문이 나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는지라, 대답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어야만 했으니까.
“일단 관련 수익에 대해서는 이 자리뿐만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도 굳이 밝힐 생각이 없기에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저의 화보에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가수, 연기자 그리고 모델로서 팬 여러분께 자주 찾아뵙는 강지혁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는지라, 처음으로 ‘기자회견에도 좋은 점이 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현재 배달의 후예가 40%의 시청률을 돌파하면서 앞으로 남은 6화 가량의 분량으로 50%라는, 꿈의 시청률을 돌파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필리핀 그리고 최근에 엄청난 회당 판권 수익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두바이까지 배달의 후예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는지라 그 가능성이 꽤나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몰랐다. 이번 미국 일정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배달의 후예가 시청률 40%의 벽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물론 이미 두바이에서 회당 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누적 판권 수익만 무려 300억이 넘는, 거기다 현재 유럽, 북미, 남미의 여러 나라들과 추가 판권 계약을 주문 중이라는 것까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케이블 종편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방송계의 현실 상 지상파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지고 있는 지금, 제 아무리 해외 판권 수익 실적이 좋다고 할지라도 시청률 40%를 달성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기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시청률 40%를 넘어선 것과 방금 전 기자 말마따나 이제는 50%를 넘볼 수도 있다는 말이.
*
“언니 뭐 봅니까? 어? 사진?”
“어? 체이야.”
핸드폰 액정 속 자신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던 지수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언제 자신의 곁으로 다가왔는지 모를 정도로 자신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체이의 모습과 더불어 이어진 말까지 모두 그녀 자신을 꽤나 놀래 킬만한 사안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니 이 비키니 언제 입었습니까? 우리 지금 이런 거 입으면 안 됩니다. 너무 야합니다.”
“아... 괜찮아. 체이야. 이거 저번에 오빠 집에 갔을 때 입었던 거야.”
지금 자신이 보고 있던 사진이 어찌됐든 체이는 그녀의 명백한 ‘아군’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이 비키니를 고를 때 옆에서 같이 골라줬던 이 또한 체이였으니 오죽할까. 다만, 체이는 자신이 이것을 실제로 입을 줄은 몰랐겠지만.
“어? 그럼?”
“치...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혹시 지혁 오빠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그... 남자를 좋아,”
“아니야. 그런 건.”
“그러면?”
“그냥, 날 너무 동생으로 여겨서 그런 거야. 바보 멍청이가.”
어쨌든 체이의 발칙한 망상을 가뿐히 부정한 지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거리낌 없이 체이에게로 건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체이에게는 자신과 ‘그이’의 사진을 보여주는 게 거리낌 없었으니까.
“뭐, 그래도 이번엔 움찔하더라고. 잠깐이었지만.”
그렇게 체이에게 저번에 있었던 소정의 ‘성과’에 대해서 짐짓 자랑하듯 털어놓는 지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지금 당장은 큰 효과가 없을지라도 그녀는 단지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지만 그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음을 확신했고 또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언니 몸매 너무 부러워요.”
“응? 에이, 체이 네가 그런 말 하면 실례야.”
뭐, 자신의 비키니 입은 사진을 보며 부럽다고 말하는 체이로 인해 살짝 발끈하긴 했지만.
“어째서?”
“너 키도 크고 다리도 길잖아.”
“그래도 언니는 내가 없는 걸 가지고 있습니다.”
“응?”
“남자들은 큰 게 좋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럴까? 정말?”
그래도 이내 체이의 그냥 해본 말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 정도의 말에 그녀는 항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요리 잘하고 내조? 그거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빠는 언니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언니는 요리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한 여자여서 최고니까.”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잡아낸 체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들뜬 것을 숨길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내 이어진 체이의 말은 그녀 스스로 무너뜨린 경계의 벽을 다시금 세워야하나 싶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강세진 너무 멋있습니다. 반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너무 멋있... 뭐? 체이야, 너 설마!”
순간적으로 터져버린 체이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수긍하려던 지수의 두 눈이 이루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 정도로 방금 전 체이의 말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 듯한 말이었으니까.
물론 요즘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체이 그리고 멤버들 모두가 배달의 후예에 푹 빠져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체이가 강세진만 나오면 남몰래 비명을 지른다는 것도.
하지만 이렇게 정색을 하면서 이를 언급할지는 몰랐는지라 지수는 좀처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내 재밌다는 듯 체이가 웃음을 터트릴 때까지.
“에이, 장난에요. 장난. 강세진 멋있지만 강지혁이랑 다른 사람. 그리고 강지혁은 언니가 찜했으니 상도덕 지켜야죠.”
그런 자신의 반응이 꽤나 재밌었다는 듯, 그저 장난을 쳐본 것이라는 체이의 말에 그제야 지수는 한껏 끌어올렸던 경계심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상도...덕?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인터넷? 어쨌든 언니 힘내요. 응원하겠습니다!”
다만, 요즘 들어 자꾸 이상한 단어들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체이의 모습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어쨌든 순간 너무 놀라서인지 아직까지 벌렁대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다시금 지수는 그날 지혁과 있었던 때를 체이에게 자랑하듯 털어놓기 시작했다.
비록 이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로 인해 그 자랑이라는 게 오래가질 못했지만.
“지수.”
“어? 재연 언니?”
“어, 왜?”
재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것은 지수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재연에게 이름을 불린 지수는 둘째치고서라도 옆에 있던 체이는 그 큰 눈을 여실히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잠깐 나 좀 봐.”
“지금?”
“어.”
“잠깐만.”
더군다나, 잠깐 나 좀 보자는 말까지 지수에게 던졌으니 오죽할까.
“언니, 혹시 재연 언니가.”
갑작스레 방으로 들어와 지수에게 잠깐 보자고 말한 재연의 행동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서일까. 지수 자신에게 건네는 체이의 목소리가 떨려오자 지수가 짐짓 괜찮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이, 별일 아닐 거야. 재연이랑 얘기하고 올 테니까, 핸드폰 사진보고 있어. 저번에 가서 사진 엄청 많이 찍었거든.”
어찌됐든, 한번쯤은 집고 넘어갈 문제가 재연과 자신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팀 내 리더로서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유재연과, 그녀 자신도 재연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점은 꼭 해결해야 될 문제라 생각했으니까.
*
[이틀 뒤로 예정되어 있는 SD ENTERTAINMENT 정기주주총회의 참석이 확실시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현재 1주일 앞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SD, CI 측 인사들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현재 1주일 앞으로 다가온 SD ENTERTAINMENT 그리고 CI측 범법자들의 처분은 법원의 판사님에게 전적으로 맡길 예정인지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SD ENTERTAINMENT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이들 문제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제 지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제가 정의라 생각하는 기준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의 마무리는 역시나 SD와 CI 그리고 나로부터 비롯된 이슈였다. 그래서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얼른 이 일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에 전념하고 싶을 정도로, 나 또한 이 사안으로인해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는지라 되도록이면 이 이슈에 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소망이, 희망이, 사랑이 오빠 안 보고 싶었어? 으구, 그랬어? 보고 싶었어? 그렇지?”
하지만 본가에 도착해 나의 사랑스러운 사촌 동생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너 뭐하냐.”
물론 그런 내 모습에 삼촌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뭐가?”
“오랜만에 집에 왔으면 삼촌한테 안기기도하고 어? 오랜만이다 하고 삼촌 보고 싶었다고 말해야지. 고새를 못 참고 애들 앞에서... 쯧쯧 이래서 사내놈은 키워봤자 라더니.”
이어진 삼촌의 말에 뜨끔하긴 했다. 물론 삼촌의 말이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본 삼촌은 본체만체 한 채 사촌 동생들에게로 곧장 달려간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삼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려했다. 어찌됐든 삼촌과 나는 단순 삼촌, 조카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때마침 안방에서 나온 작은 엄마가 나를 도와준 것은.
“에이, 오빠. 왜 그래요? 바쁘게 일하다 온 사람한테? 그러는 오빠야 말로,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애들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면서 누가 누구한테,”
“지, 지혜 너. 내, 내가 언제! 크흠... 지혁이도 있는데 그런 말은.”
얼씨구. 지금 누가 누구보고. 워낙 오랜만에 삼촌을 보는 것이라 간과하고 말았다.
박재성이라는 사람은 작은 엄마 말마따나,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일 테니까. 나 원 참.
이래서 딸 바보는. 뭐, 그래도 우리 사랑이, 소망이, 희망이는 충분히 그럴 만도.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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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숨님 후원쿠폰 2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편은 23일 오전중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추천도 정말 많이 눌러주셔서 독자분들의 응원이 정말 크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원고료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작 10000이 되면 대규모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운이 좋으면 2월 중으로 될 것 같은데요. 많이 기대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 시간 남으시면 정주행도 하시면서 추천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