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54화 (254/502)

00254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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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korea traditional distilled liquor."

깨끗하게 관리된 집안 곳곳을 보자니 절로 마음이 흡족해졌다. 그래서 아깝지가 않았다. 감홍로 3병을 이들에게 건네는 것이.

"The name is 감홍로"

“가몽로우?”

“감옹노?”

“감홍노?”

물론 애당초 이번 미국행에 가져온 총 10병의 감홍로 가운데, 3병은 내가 없는 동안 집안을 잘 관리해준 눈앞 세 명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다만, 내 예상보다 훨씬 제 역할을 잘 해온 듯한 이들의 모습에 이 선물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는지라, 흡족한 마음으로 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더욱 기쁠 뿐.

“감홍로 means Sweet Red Dew.”

[술 이름치고는 너무 아름답군요. 달콤한 붉은 이슬이라니.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술입니까? ]

[하하. 일단 마셔 봐요. 존.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고 오해했다가는 큰 코 다칠 테니까.]

[한국의 전통 술이라는 것도 흥미로운데 이름까지 멋지니 너무 근사해요. 달콤한 붉은 이슬이라니... 거기다 이 병은... 도자기군요? 너무 고풍스러워요. 아시아의 미가 느껴지는... 혹시 이것 한국 전통 도자기인가요?]

어쨌든 하얀 백자에 아름다운 매화나무가 새겨진, 그리고 달콤한 붉은 이슬이라는 이름 말따나 아름다운 선홍빛 자태를 자랑하는 감홍로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맞아요. 클라라. 한국 조선시대, 그러니까 조선 왕국에서 주로 쓰였던 백자에요. 겉에 새겨진 건 한국 양반, 음... 귀족들이 좋아하던 붉은 매화고요.]

[이렇게나 귀한 걸... 할아버지 집에서 봤습니다. 엄청 오래된 화첩에서 이것과 비슷한 도자기를 봤어요!]

특히나 재미교포 출신인 클라라와 마이클에게는 이러한 감홍로 한 병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듯하니 오죽할까.

[감홍로는 조선 왕국의 3대 명주로 꼽는 술이에요. 평양 그러니까, 지금의 북한 수도에서 유명하던 술이죠.]

[어머나! 세상에! 그럼 이거 엄청 귀한 거 아니에요? 왕국의 3대 명주면!]

[이렇게나 귀한 걸 선물로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좋아하시니까,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뭐 반응들이 이렇다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남은 감홍로 주인들의 반응이.

*

“선배님... 경치가 죽입니다! 죽여요! 이야.”

“와... 저게 산타모니카 해변...”

자신을 존 스미스라고 소개한 이에게 방을 안내받은 HOME ALONE 제작진들의 입이 쉴 새 없이 감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뻥 뚫린 시야 그리고 그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산타모니카 해변은 둘째치고서라도,

“이게 정말 월드스타 클라스인가 봅니다. 선배님. 이렇게 넓은 집이라니. 여기 오면서 으리으리한 집들 많이 봤지만 여기만큼 큰 집도 얼마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선배님?”

“그렇지. 뭐... 하아. 대단하다, 대단해.”

자신들이 있는 이곳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비버리힐즈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이곳에 오는 도중 보았던 수많은 고급저택과 비교해 지금 그들이 있는 이 저택이 규모와 고급스러움 그리고 경치 면에서 모두 압도적이었으니 오죽할까.

그렇게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던 담당 PD의 정신이 든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평소 자신의 일에 강박관념이 있다 해도 모자랄 정도로 철두철미한 담당PD의 이런 행동을 한국의 지인들이 알았다면 경악하다시피 했겠지만.

“월드스타, 월드스타해서 그냥 월드스타인가보다 했더니... 하긴 빌보드 1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그나저나 애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모이라고 했는데 왜 모이질 않아? 이제 촬영해야지.”

어쨌든 그는 이 거대한 저택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도 여기까지라는 생각에 이번 미국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했다.

“그게 방에서 나올 생각을...”

“어휴... 그러니까, 왜 쟤네들로 데려와 가지고는.”

“그게... 선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10명만 데리고 간다 해서 애들 난리 난거. 카메라 VJ 3명이랑 선배님 그리고 저 제외하면 전부... 그리고 여기 경치가 너무 좋으니까, 아무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은데...”

“하아. 됐다. 더 말하면 입만 아프지. 어쨌든 고정 카메라도 설치해야 되고 하니까, 다들 모이라고 해. 아무리 기분 좋아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비록 그가 데려온 제작진들이 방금 전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지라도.

*

[코난 진짜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더 멋있어졌네요?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하하! 그럼 그렇고말고. 난 항상 더 멋져지는 남자지. 하하! 요즘에 내가 운동도 꽤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하고 있다고?]

이번 미국 일정 자체가 코난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주 목표였기에 나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뭐, 코난 답지 않게 꽤나 성대한 생일 파티를 기획했다는 것도 큰 몫 했지만.

어쨌든 너무나도 반가웠고 이에 기뻤다.

[어서 와요. 미스터 강. 정말 오랜만이에요.]

[오프라이언 부인은 날이 가면 갈수록 아름다워지시는 것 같아요. 코난에게는 정말 과분하네요.]

[호호. 별말씀을.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요. 우리.]

멋들어진 정장을 입은 코난과 이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오프라이언 부인까지 전부 나에게는 친구 이상의 존재들이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걸리는 게 아예 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고마워요. 괜히 실례될까봐 걱정했는데.]

[뭐, 계속도 아니고 한 30분? 그 정도 찍고 간다하지 않았나? 예상치 못한 손님 몇 명 늘어났다고 치면 되니 걱정 하지 말게.]

솔직히 이런 경사스러운 일에 혹을 달고 왔다는 점에서 미안했다.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함께한 이런 자리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만큼의 무례는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이런 무례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도리어 내가 미안해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코난의 행동까지 이어졌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그런 코난의 행동과 그 의도를 모르지 않았는지라, 잠시나마 어두워졌던 표정을 풀며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목적을 되새겼다. 오늘은 내가 그에게 미안해하는 날이기 보다, 그를 축하해줘야 할, 바로 그의 생일이었으니까.

뭐, 그래서 일단 준비해간 감홍로 병들을 코난에게 건넸다.

[아! 이거 제 선물이에요. 코난.]

이미 다른 사람들의 선물이 한 가득 벽난로 앞에 쌓여있었는지라, 나 또한 그의 생일을 축하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아니! 이건 설마... 저번에 그거랑 같은 건가? 그...]

[저번거랑 비슷한 건데 같은 건 아니에요.]

[오호...]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며칠 전 클라라, 존, 마이클의 반응보다 더욱.

[감흥로라고 조선시대, 그러니까 조선 왕국 3대 명주 중 하나에요. 음... 영어 뜻으로는 달콤한 붉은 이슬쯤으로 되겠네요.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이 도자기! 정말 멋지군그래! 술을 붉은 이슬인데 병은 하얀 도자기라니! 거기다 이 나무는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워!]

이미 한번 한국의 전통 소주를 맛봐서일까.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는 코난의 반응에 선물을 하는 나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조선 백자라고, 조선 왕국에서 주로 쓰던 도자기에요. 거기에 새겨진 나무는 붉은 매화고요. 감홍로라는 술 종류 중에 지초라는 게 있는데... 음 어쨌든 그 중 하나 대신 매화를 넣으면 매화로인데 아무튼 명주에요. 조선 왕국의 명주!]

[이거, 이거 이렇게 귀한 걸 가져오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 너무! 향도 너무나도 그윽한 게 동양의 정취가 물씬 풍겨지는군!]

더군다나, 아무래도 파티의 주인공이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하지도 않은 채 백자의 아름다움과 감홍로의 향기에 절로 극찬하기까지 했으니 오죽할까.

[에이 뭘요. 아! 향이 달콤하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안돼요. 술 이름은 아름다워도 40도에요. 40도.]

[하하! 걱정 말게. 40도면 루이 14세 정도 되겠군. 그럼 어디 한번,]

하지만 그렇다보니 간과하고 말았다. 그런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들 가운데는 오프라이언 부인조차 있었다는 것을.

[어머! 여보. 설마 지금 그걸 마시겠다는 건 아니겠죠?]

[어, 어? 그, 그게.]

[정말 고마워요. 지혁. 이런 귀한 걸 선물로 줘서요. 그래서하는 말인데, 혹시 우리 허니의 건강에 안 좋을 만큼 독주는 아니겠죠?]

코난이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칠 뻔한 적이 적지 않았는지라, 오프라이언 부인의 이에 대한 걱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례로 저번에 내가 선물했던 안동소주를 꽤나 시간이 흐른 최근에서야 비울 수 있었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자신 있었다. 이런 오프라이언 부인의 걱정까지도 고려한 것이 오늘의 선물, 감홍로였으니까.

[아! 오프라이언 부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네, 네?]

[한국의 전통 술들은 약주, 그러니까 약으로 쓰일 정도로 건강에 좋은 거라서 많이만 안마시면 그러니까, 식사할 때 한두 잔 정도씩 먹는 건 오히려 건강에 좋으니까요. 믿어도 좋아요!]

[저, 정말요?]

[진짜인가?]

어쨌든 약으로도 쓰인다는 한국의 전통주였기에 한 번에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 말에 두 사람이 꽤나 놀란 듯해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감홍로는 음... 그러니까, 약재들이 많이 들어가서요, 오래 놔둘수록 향이 진해지고 또... 음... 장을 보호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도 좋고 또 여성분들한테도 좋데요.]

[호오...]

[그럼 일단 오늘 당장... 그래도 되지? 허니?]

[뭐, 미스터 강이 약으로도 쓰인다는 술이라니까, 믿어보죠.]

뭔가 내가 준비한 선물이 그들의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이라는 점이 나를 너무나도 기쁘게 만들었으니까. 물론 제대로 된 효능을 기억하지 못해 휴대폰을 곁눈질하며 드문드문 감홍로에 대해 설명해줬다는 게 조금 멋이 안 났지만.

그런데 이렇게 겉모습에 빠져 있다 보니 간과하고 말았다. 내가 선물한 감홍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

[SNS에 올리고 있지. 요즘엔 이런 것도 해줘야 한다고. 지혁.]

[하하... 그래요. 뭐,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으로 여길게요.]

[물론이지. 이런 귀한 술이라니. 하하.]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팬들을 위해 SNS를 한다는 코난을 보니, 새삼 내 자신과 비교되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나 또한 SNS 계정이 있지만 단지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뿐, 지금껏 이렇다 할 SNS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뭐, 코난은 코난 대로, 나는 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니까.

괜히 SNS를 하다 논란을 일으키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 없을 걸 알았기에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SNS 활동을 할 생각이 없었는지라 이내 이에 대한 생각을 날려버리고 지금 이곳을 가득 메운 맛있는 음식들에게로 다가가려했다. 안 그래도 생일 파티를 거하게 한다기에 점심조차 먹지 않고 왔는지라 꽤나 허기가 져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다른 방문객들을 위해 자리를 옮기려하던 코난이 다시금 고개를 돌려서 내게 말을 건 것이.

[아! 지혁!]

[네?]

이 파티의 주최자이기에 마냥 내 옆에서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러한 코난의 행동을 딱히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려던 코난을 뒤로 한 채 나 또한 음식들로 시선을 돌린 것이고.

그래서 다시금 나를 부르는 코난의 행동이 꽤나 의아했다.

[이번에 내 생일 파티에 온 사람들 중에 지혁을 보고 싶다고 한 사람이 많은데 소개 좀 해줘도 될까?]

[소개요?]

이내 이어진 코난의 말로 인해 그 의아함이 더욱 커졌고 말이다.

[뭐, 조금 그러면 한명 정도는 괜찮나? 그 한명은 예전부터 계속 졸라서 말이지.]

나를 소개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한번 놀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소개를 해주겠다는 코난의 말에 걱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게, 저는 상관없는데 괜히 코난 생일 파티에 와서 제가...]

괜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이 자리의 주인공인 코난에게 피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었으니까.

[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그럼 일단 그 한 명만 우선 소개해주겠네. 잠시만 기다려보게.]

뭐 그 걱정 따위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 채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 코난에 의해 쓸데없어져 버렸지만. 아니, 여기에 온 사람들 하나, 하나가 전부 유명 인사들인데 도대체 누가 나를 보고 싶다했는지 모르겠다. 나 원 참.

============================ 작품 후기 ============================

koito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형주니님 후원쿠폰 3 장 감사합니다.

비비vivi님 후원쿠폰 2 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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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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