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52화 (252/502)

00252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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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편하게 해. 뭘 그렇게 얼어있어?”

[으드득]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내게 눈을 부라리는 녀석의 모습에 적잖이 미안하긴 했다. 본의 아니게 인생의 흑 역사를 만들어준 셈이 되어버렸으니까.

“미리 말해줘야 할 거 아냐? 나 어제 여기서 자서 안 씻었단 말야.”

물론 눈을 부라린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게 내 알바?”

“하아... 진짜 복수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한테 눈을 그렇게 부라리면 형이 신이나, 안나? 나 원 참.

“그러다 눈 돌아가겠다. 이거나 먹자. 눈 그만 돌리고.”

어쨌든 방금 전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밥도 안 먹었을 녀석에게 테이블 위의 봉지를 가리켰다.

“뭔데?”

“김떡순에 순두부 백반.”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어차피 한창 때는 하루걸러 먹던 점심 메뉴였는지라 가장 무난한 음식이 바로 김밥, 떡볶이, 순대 그리고 순두부 백반이었으니까.

“야 포기하면 편해. 이미 찍혔는데 뭐 어때? 밥이나 먹자. 아침 빵 먹어서 배고파.”

“하아... 그래 먹자 먹어. 아오.”

뭐, 지금 승현 녀석 상황에선 밥이 중요한 게 아닌 듯 했지만.

*

제각기 세 방향에서 카메라들이 우리들을 찍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에 대한 존재감이 희미해져버렸다. 물론 원래부터 딱히 카메라를 신경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정작 승현 녀석이 카메라 앞에서 꽤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고 내심 놀라고 말았다. 그동안 나 나름대로 바쁜 척을 하는 바람에 예전처럼 포이보스 휴게실 소파에서 죽치고 드러누워 TV만 보는, 그런 행동들을 하지 못했었는데, 안 본 사이에 녀석이 꽤나 변한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 기분이 어때?”

“뭐가?”

“앨범 반응도 좋고 1위도 했잖아.”

뭐 계속해서 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해는 되었다. 내가 정규 4집을 앞두고 있고 그 사이 드라마 활동을 꽤나 분주히 하는 동안 녀석도 어느새 정규 2집이라는, 웬만한 아이돌보다 많은 정규 앨범을 낸 가수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래서 기분이 묘했다. 가수 생활의 처음부터 지켜봐왔던 녀석이 어느새 카메라를 꺼리지 않을, 물론 방금 전에는 꼴이 말이 아니었는지라 카메라를 생사대적 대하듯 대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럴 정도로 방송에 있어 어떻게 보면 나보다도 더욱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세월이 흐름이 느껴졌으니까.

그래도 그 기분이라는 게 부정적인 것이 아닌, 한없이 긍정적인 느낌이었는지라, 절로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물론 녀석은 이런 내 모습을 방금 전 사건의 여운으로 여기는 듯 했지만.

어쨌든 곡이 안 써진다고 시무룩해져서는 내게 하소연하듯이 속내를 털어놓던 녀석이,

“그래 기분 좋게 2주 연속 1위했는데, 누가 만드신 드라마 OST 때문에 바로 밀려났지. 아주 OST들로 차트 줄을 쭉 세워놓으셔서 얄짤 없더라고? 그래서 예능이나 그런 쪽 활동 하고 있지. 요즘엔.”

“하하... 그, 그랬냐?”

정규 앨범을 낼 때면 으레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고 더군다나 홀로 예능방송에도 나간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했는지라, 자연스럽게 얘기가 꽤나 진지한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뭘 미안해. 자존심 상하게.”

물론 나와 녀석 사이에는 이미 우리들을 찍고 있는 VJ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말이다.

*

“앨범 반응도 정규 1집 때보다 훨씬 좋고 이번 앨범은 나 스스로도 꽤 만족하고 있어서 더 기분 좋아. 성취감이 장난 아니라서.”

아무래도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보니, 승현 녀석과 통하는 게 꽤나 많아진 듯 했다.

물론 예전부터 포이보스 식구들의 메인 대화거리는 음악이었지만, 지금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막 가수로서 발돋움 할 때와 뭔가 가수로서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의 대화는 꽤나 큰 차이가 있는 듯 했으니까.

“그래, 내가 봐도 음악 깊이 자체가 더 깊어진 것 같더라. 네 분위기도 물씬 풍겨지고.”

뭐, 음악의 깊이감과 본인만의 감성이 한층 짙어진 건 당연했고.

“진짜?”

“뭐가.”

“예의상 하는 거 아니지?”

[탁]

“아! 아 왜 때려!”

“인마 그런 거 가지고 굳이 예의상 내가 그런 말 하겠냐? 욕을 하면 욕을 했지. 형을 뭘로 보고.”

“하긴...”

그나저나, 이 녀석이 평소에 나를 어떻게 봤길래, 저러는지 모르겠다. 나같이 착하고 따듯하고 마음 넓은 형이 어디 있다고 저러는 지, 쯧쯧. 복에 겨운 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서 더 결과가 좋은 것 같어. 이제는 누군지 모른 상태로 딱 네 노래 들으면, 진짜 네가 딱 떠오를 정도로 너만의 노래라는 게 생긴 것 같아서 형 입장에선 더 기분 좋고.”

“뭐래, 나 원래부터 그랬음.”

어쨌든 내 칭찬 아닌 칭찬에 나름 부끄러운 듯 툴툴거리는 녀석을 보자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시금 떠오른 예전 생각이 그러니까,

“1집 때도 그러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때는 첫 앨범이라 뭔가 더 풋풋했지.”

“뭐, 그렇긴 하지만.”

군대 가기 전 삼촌이 내게 건넸던 말,

[지혁아 삼촌은 네가 맘에 든다. 삼촌 회사가 비록 재성이 회사에 비해서 규모 면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인만큼 네가 걷는 길이 외롭지는 않게 해줄 수 있어.]

그리고 내가 케이 팝 싱어에서 승현과 수아 누나에게 건넸던 말들이 무슨 뜻인지가,

[그냥 같이 심심하면 버스킹도 가고 그래주실 분이 와주시면 좋겠지만. 뭐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 음악이라는 길을 같이 걸어가 주실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걸으면 많이 외롭잖아요? 음악이라는 게.]

새삼 깊고 짙게 내게 다가왔으며 그 의미가 새록새록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으니까.

“어쨌든 형이 심히 뿌듯하다. 음악 안 만들어진다고 징징 거려서 형이 술 사주면서 우쭈쭈 해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커서 음악방송도 1위하고...”

“뭐, 뭐가 징징이야!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어? 너 기억 안 나냐? 너 그때 거의 울듯이 눈동자가 촉촉해져서는 금방이라도, 읍!”

뭐, 물론 남자 둘의 진지한 얘기는 술 없이 오래갈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이 요즘 너무 바빠서 몸이 허해졌나?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자 이거 김밥 많이 먹고 힘내 형. 자 잘도 먹는다. 그렇지.

[푸와악!]

[콜록 콜록]

그런데 녀석이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던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덕분에 갑작스럽게 김밥 너 댓 개를 입에 담게 되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대참사를 일으키고 말았고 말이다.

하아. 순간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가버렸다.

“아 이씨! 더러워 죽겠네! 왜 먹는 걸 뱉고 그래?”

방금 전 복수라 이거냐? 두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감아버렸다.

하아. 세상은 썩었어.

*

[고양시 강지혁 아레나 4천억 투자 그리고 호텔 실라 3500억 투자에 이어 CI E&M 8000억 투자까지 유치하다! 직접 투자액과 더불어 관련 고용 창출 그리고 한류월드 콘텐츠 강화 효과까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강지혁으로부터 비롯된 직접 투자효과만 1조 5천억을 넘는다는 점에서 고양시는 강지혁에게 감사패를...... 한류월드 기존 투자액의 40%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기도 또한 강지혁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것을...... 강지혁에게 홍보대사를 제안하는 건으로 고양시와 경기도가 때 아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는 벌써부터 호황의 조짐이......]

-ㅋㅋㅋㅋ홍보대사로 경쟁하고 있엌ㅋㅋㅋ고양시랑 경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대박이다. 호텔 실라부터 CI E&M전부 정직원들만 어마어마할 텐데. 대박이네 진짜.

-한류월드 안에 주거단지 있지 않슴? 한쪽 블록에. 거기 일부 직원들 임대 주택으로 쓴다고 CI E&M이랑 호텔 실라에서 발표했음. 그래서 지금 호황이니 뭐니 난리난거임. 서울이랑 교통도 편리한데, 거기다 주거까지 안정적이어서 졸지에 정직원들 그러니까, 구매력 되는 사람들 수천명? 아니지 가족들까지 합치면 수 만명 그 정도가 갑자기 고양시에 정착하니까.

-아! 그래서 그 주변에 학교들 짓고 있는 거임? 그 동석대학교는 일산에 캠퍼스 짓는 다고 하는 거고? 대박이네. ㅎㄷㄷ

[본격적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 박아진 새나라 당 의원이 창조경제...... 문화 콘텐츠가 새로운 한국의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 콘텐츠의 힘을 바탕으로......]

[이해영 고양시장!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해영 고양시장이 청년배당을...... 포퓰리즘이라고 일각에서는 비판하는 가운데, 정해진 예산을 아끼고 아껴 모든 우선순위의 복지를 행한 뒤 가장 후순위 청년들에게 지역 상품권 형식의 청년 배당을 시행 한 것이기에...... 이해영 고양시장은 한류월드를 호텔 실라의 한옥 게스트 숙박에 발맞춰 한국적인 테마파크, 프랜차이즈 없는 테마파크, 지역 상공인이 웃을 수 있는 테마파크를 비전으로...... 지역 상공인들의 입주는 고양시 60% 경기도 40%의 비율로 분야별, 세대별 비율, 세금 성실 납부 내역 등 종합적인 기준으로......]

-대박이네. 진심 기대된다. 완공될 때까지 어케 기다림?

-와... 프랜차이즈가 없을 거라고? 이거 진짜 모험이다. 의도랑 생각은 좋은데, 과연...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신의 한수인 것 같음. 뭐, 원래 모토가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테마파크이긴 했지만, 어쨌든 대박일 듯.

-이래서 고양시 호황이니 뭐니 하는 거구나. 대박이긴 하네.

[경기도 지사 GTX 최우선 완공 목표지로 한류월드를 꼽아! 경기도 지사...... 직접 투자액만 해도 1조 5천억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게...... 하지만 홍보대사만큼은 고양시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렸다리 오졌다리! 강지혁 홍보대사로 모실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스가 갓지혁! 쏴리질럿! 팬튀 찢어버렸쓰!

-근데 대박이다. 개인 한 사람이 1조 5천억 ㅎㄷㄷ 그것도 직접 투자...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갓지혁갓지혁하지만, 따지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강지혁 과소평가하는 나라 없음. 외국 가면 한국 어딨는 줄은 몰라도 강지혁이 누군지는 다 알고 있음. 진심.

-ㅇㅈㅇㅈ나 미국 여행 갔는데, 한국 어딨는지 모르는 양키들 개 많았는데, 강지혁 모르는 양키들 1도 없었음. 심지어 어떤 새끼들은 한국 동남아시아에 있다고 -- 하아. 현타온다.

*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하하! 왜 그렇게 얼어 있으세요? 제가 못된 사람도 아닌 데요. 뭐, 우리 시청 공무원들이면 이해 할 만도 하지만.”

당초 예정되어있던 미국행이 갑작스러운 날씨 이상으로 하루 미뤄져, 덩달아 HOME ALONE 동행 촬영과 미국 일정이 미뤄져버렸다. 그래서 그냥 쉬려고 했다. 비록 하루 뿐이고 이렇다할 대본도 없는 예능이지만, 그래도 카메라에 둘러싸여 하루 종일 생활하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으니까.

그런데 때마침 고양시장이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 자리를 만들어 달라 요청을 했다는 민재 삼촌의 말을 듣고 나니, 마냥 그 요청을 무시 할 수 없었는지라 발걸음을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식사는 하셨나요? 식사 안하셨으면 우리 같이 밥이나 먹죠. 우리 시청 구내식당 밥맛이 정말 기가 막히거든요.”

솔직히 계속해서 일부러 피해왔다. 자꾸만 홍보대사니 뭐니 하면서 고양시와 경기도에서 회사 측에 끊임없이 연락을 취해왔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도 단지 귀찮은 일에 연관되기 싫어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마냥 이 자리가 편하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앞서 걸어가는 당찬 여 시장이, 요즘 언론에서 꽤나 주목을 끌고 있는, 좋은 말로는 추진력 있고 당찬 여 시장, 나쁜 말로는 저돌적이고 공격적이며 행동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여 시장으로 불리는 유명인임을 모르지 않았는지라, 잘못하면 홍보대사라는 일을 떠맡게 될 것 같은 불안함 예감이 들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실제로 본 여 시장의 털털한 모습과 당당한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아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다짜고짜 밥이나 먹자는 시장에 의해 졸지에 고양시청 구내식당을 가게 됐는지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여기 왜 온 것인지. 하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작품 후기 ============================

오늘 오전에 한편 더 올리기로 했던 그 한편 지금 올립니다.

오늘 오전 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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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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