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9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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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도 그렇고 잔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다음번에는 그 도자기 만드시는 분도 같이 봤으면 좋겠네요.]
[네, 들어가십쇼. 일주일 뒤 출국하시기 전까지 가장 좋은 놈으로다가 10병 준비해놓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그리고 같이 오신분도 운전 조심히 하시길.]
[감사합니다. 또 뵐 때는 적당히 마시고 얘기 좀 나눴으면 좋겠네요. 어제는 너무 겁 없이 마시다가 뻗어버렸는지라. 하하!]
다음날 일찍, 속을 달래줄 얼큰한 된장찌개로 해장을 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마음 같아선 한동안 그곳에서 술 만드는 모습도 보고 주변 산책도 하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다지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어머!”
“어? 왔냐?”
간만에 만난 녀석이 반가울 만도 하건만, 룸을 잡아놨다고는 하지만 저렇게나 노골적으로 스킨십을 즐기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라 인상이 저로 찌푸려졌다. 하물며 그 상대방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였으니 오죽할까.
김유빈 저 죽일 놈. 키스를 할 거면 키스만 할 것이지,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지는 거야? 어휴.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강지혁 입,”
“야! 뭘 그렇게 깍듯이 해. 친구 여자 친구 보러 나온 거지, 선배님 소개 받으러 왔냐?”
“그래요. 오늘은 그런 것보다는 그냥 유빈이 여자 친구로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정 힘들면 누나 정도로?”
어쨌든, 그런 찝찝한 기분과는 별개로 몸은 저절로 친구의 여자 친구이자, 대선배인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뭐, 그것마저도 녀석의 제지로 어중간하게 되어버렸지만.
“우리가 이미 알아서 시켰는데,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냐? 있으면 시키고.”
“아니, 그냥 처음 와 본데라 한번 봐 본거지. 그래 잘 지내고? 뭐, 보아하니 잘 지내는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제외하다보니, 반갑긴 했다. 꽤나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녀석의 모습이. 다만, 오랜만에 본 녀석의 첫 모습이 여자 친구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진한 스킨십을 나누고 있었다는 게 유감이었지만.
“뭐, 나야 별 일없지. 그냥 대본 들어온 거 보면서 슬슬 차기작 준비하고 있다. 별일은 네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잔뜩?”
어쨌든 다 같은 배우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나누는 반가운 인사 뒤에 이어지는 근황은 아무래도 연기 쪽과 관련될 수밖에 없었다. 뭐, 다른 걸 얘기하려해도 당장 그동안 내가 했던 활동이란 게 연기 활동 밖에 없었지만.
“요새 강세진, 강세진 하니까, 좋은가보다? 얼굴이 훤하네, 훤해.”
“뭐, 안 그런 것 보단 낫지.”
“이틀 뒤인가? 그때 기자회견 있다더니 그래도 용케 나온다 했다? 솔직히 인아가 한 번 보고 싶다 해서 전화 걸긴 걸었는데, 나올 줄은 예상 못했거든.”
오늘 이 만남은 애당초 예정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물론 운전은 석현 형이 했지만 어쨌든 꽤나 피곤한 여정을 겪었고 며칠 뒤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어 점심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때까지 집에서 별다른 활동 없이 그저 편히 쉬려고 했던 게 원래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집에서 한숨 자고나니 딱히 피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차피 이틀 뒤 저녁 기자회견이고 딱히 대본 준비해가서 말할 게 아니라서. 그냥 간단히 끼니도 때울 겸 나왔다. 뭐, 오늘 엄청 달릴 건 아니잖아?”
이틀 뒤 있을 기자회견이라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딱히 부담을 가질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라 때마침 걸려온 녀석의 전화를 받고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다.
“뭐, 하긴. 네가 그럼 그렇지.”
“그건 뭔 뜻이냐.”
“몰라서 묻냐?”
“어?”
“어휴, 그래. 여전한 건 나쁜 게 아니지. 그래.”
그 덕에 알 수 없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슬슬 나빠지게 만드는 말을 탁탁 내뱉는 녀석의 모습을 봐야했지만. 하아. 그래 네가 승자다. 승자.
김유빈 네 주제에 신인아가 가당키나 하냐? 과분하다 못해 넘치지. 어휴, 복에 겨운 놈.
*
“너 미국에 있는 집 좋다는데 나랑 인아 미국 가면 재워 주냐? 그 LA에 있는 거.”
“뭐?”
신인아가 사준 초밥을 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기분이 꽤나 좋았다. 더불어 오랜만에 만난 녀석과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를 해서 좋기도 했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뜻밖의 말을 건네는 녀석 덕에 입안으로 집어넣으려던 참치 초밥을 다시금 접시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의 갑작스런 질문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았으니까.
“공개 연애할라고.”
“진짜?”
“1년도 넘게 사귀었는데 딱히 숨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인아랑 얘기 해봤는데, 인아도 괜찮다고 해서 확 밝혀버리려고. 물론 들키면.”
슬쩍 녀석의 옆에 있는 신인아를 보아하니,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해 기분이 묘해졌다. 뭔가 지금껏 상상만 해왔지 끝내 현실로 만들지 못했던 사안을 녀석이 한다는 점에서 부러움과 걱정과 그리고 우려가 동시에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이 남자한테 달라붙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도장 찍으려고요. 김유빈 내 남자라고.”
아무리 아이돌이 아닐지라도, 여배우는 여배우였다. 이미지 하나로 먹고 산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여자 아이돌보다 열애설에 더욱 민감할 수 있는.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 병신, 아니 되먹지 못한 놈이 뭐가 좋다고 대한민국 최정상급 여배우가 공개 열애를 감내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하아. 부러우면 지는 건데, 오늘 도대체 몇 번을 참패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열애 인정하시고 미국으로 여행오시면 저희 집 빌려드릴게요. 제가 없더라도요.”
“정말요? 감사해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엄청 멋있던데...”
“별말씀을요.”
어쨌든 나로서는 저 둘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비밀 연애 때와는 또 다른 장, 단점을 공개열애를 통해 얻게 될 테고 그게 저들을 때론 더욱 기쁘게, 때론 더욱 아프게 할지라도 나로서는 정말 저들이 부러웠고 또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랐으니까.
“야 그런데 빌려준다고? 너 설마?”
“인아 선배 아니 인아씨는 그렇다 쳐도 너까지 공짜로 재워줘야 함? 그게 말이 되냐?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여기서 뭘 더 바라?”
물론 이런 내 마음과 저 자식을 내 집에 ‘공짜로’ 재워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일 테지만.
“뭐?”
“네가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 건데?”
“나야 당연히 너만 돈 받지. 이런...”
하아. 너무 부러웠다. ‘아직’ 사랑을 믿는 저 녀석이, 그리고 공개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연인과 사랑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저 녀석이.
*
따로 공식발표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그저 마음 편히 데이트하다가 들키는 순간 공개열애로 전환될 거라는 녀석 다운 생각에 혀를 내두르는 것도 잠시, 미국에 갈 일이 있다면 미국 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건네 버렸다.
뭐,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오면 더욱 좋겠지만, 어차피 그렇지 못하더라도 존이 있는 이상 딱히 상관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지혁 씨는 여자 친구 안 만들어요?”
“네?”
그런데 그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신인아의 뜻밖의 말에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아, 제가 너무 오지랖인가요? 미안해요.”
“아, 그게 아니라...”
“유빈이가 그러는데 지혁 씨 지금 솔로라고 그래서요. 제가 너무 팬이라 주책 맞았네요.”
저 자식은 무슨 저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뭐, 대놓고 강슬희와 사귄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얼추 눈치를 채고 있었던 녀석이기에 내가 혼자인 것을 대충 짐작했을 테지만.
어쨌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신인아였기에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지금은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서요.”
뭐, 그 답이란 게 그녀가 원하는 답은 아닌 듯 했지만.
“이거 아쉽게 됐네요.”
“네?”
“제가 친한 배우 후배들이 오늘 지혁 씨 만날지도 모른다니까, 어찌나 소개해달라고 하던지. 정작 저는 그때까지 말 한번 안 나눠봤는데 참. 주책들은...”
나의 광팬이어서 짜증난다고 했던가?
김유빈의 짜증 아닌 짜증으로 신인아가 나의 광팬이다는, 심지어 1집 앨범부터 3집 앨범까지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더불어 3집 같은 경우 포토 카드를 모으느라 무려 20장이나 되는 앨범을 구매할 정도라는 걸 알게 됐다. 뭐, 히든카드는 도저히 안 나와서 너무 아쉽다나 뭐라나.
어쨌든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지금 신인아의 행동은 오지랖 과한 행동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그저, 흔한 열혈 팬의 관심 표현인 듯 했으니까.
뭐, 그 행동이 지금과 달리 계속해서 이어졌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겠지만.
*
집으로 오는 길이 왠지 쓸쓸해졌다. 텅 빈 집안을 생각할 때면 이런 적이 없지는 않았으나, 세상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다보니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의 내게 그 두 사람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사인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는 편하게 누나 동생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편한 누나, 동생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특유의 보조개를 활짝 내보이던 신인아,
[내가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해봐라. 알겠지?]
남자 배우들끼리 모임이라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나자던 김유빈.
항상 남들의 시선과 환호, 박수 그리고 부러움과 시기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이순간은 내가 저들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그 여운은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
“그래, 긴장은 안 되고?”
“긴장할 만한 게 있나? 그냥 가서 말하면 되지. 뭐, 지금 당장은 긴장보다 해장이 급해.”
아침이 되자 민재 삼촌이 찾아왔다. 그 덕에 나는 졸지에 술 먹고 골골거리는 놈이 되어버렸고.
“그러게 누가 저렇게 술 마시래? 무슨 술을 저렇게 마셔? 무슨 일 있었어? 그러다가 속병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 했어? 내일 기자회견 있는데.”
“어? 아니, 그냥. 삼촌은 밥 안 먹어?”
“나는 먹고 왔지, 이 녀석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어쨌든 간밤에 집에 와서도 술잔을 기울여서인지 꽤나 머리가 아파왔는데, 그래도 삼촌 덕에 일어나 씻고 해장을 하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삼촌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저녁때 까지 잠을 잤을 정도로 취기가 남아 있었었는데 말이다.
“천천히 좀 먹어라. 천천히 좀. 해장하다가 체하겠다.”
“어, 어? 응. 그나저나 역시 북어 국이네. 해장하는 데는.
“너도 참. 어휴... 구래, Home Alone 제작진이랑 미팅했다고 들었는데, 어땠어? 할 만하겠어?”
“뭐, 괜찮은 것 같아. 걱정되는 게 몇 개 있었는데, PD말 들어보니까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을 것 같고.”
“그래, 그럼 됐다. 다음 주에 미국 갈 건데, 그건 말했고?”
“어, 말했는데 괜찮데. 방해 안할 테니까, 동행해도 되겠냐고 물어봐서 코난이랑 W측에 물어본다고 했어. 어제 오후쯤에 코난이랑 W에서 괜찮다고 연락 와서 제작진한테 전해줬고.”
그렇게 'Home Alone' 관련된 얘기를 나누며 정신없이 수저를 들다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휑하니 비었고 속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라 그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하아. 무슨 용기로 소주를 냅다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는지 모르겠다. 어휴.
“...... 건은 제작 발표회에서 깜짝 서프라이즈로 말 할 거라 아무래도 언급하지 말아줬으면 하던데, 어떻게 생각해? 강제는 아닌데, 삼촌 생각으로는,”
“뭐, 상관없어. 어차피 내일 기자회견은 그게 주제가 아니잖아.”
“그럼 그쪽 제안대로 하자. 삼촌도 이게 화제성이나 뭐로 보나 나을 것 같으니까. 밥 다 먹은 것 같은데, 슬슬 일어날래? 지금 승현이 앨범 축하 겸 다 같이 점심 먹기로 했는데.”
“어, 어? 나 지금 밥 먹었는데?”
“그건 해장이고 이 녀석아. 어차피 두세 시간 뒤에 먹을 거니까, 상관없잖아?”
“어. 그렇다면야. 그럼 잠깐만 나 양치질 좀 금방하고.”
어쨌든 삼촌 말마따나 나가봐야 될 것 같았는지라, 옷을 대충 여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제대로 신경도 못써준 녀석이 앨범 발매에 또다시 음원 차트 1위, 방송사 음악방송 1위까지 거머쥐었다는 점은 형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대견한 일이었으니까.
============================ 작품 후기 ============================
비비vivi 17 장 감사합니다.
인페르니우스 10 장 감사합니다.
별그리고나 10 장 감사합니다.
라이몬드 50 장 감사합니다.
MoriyaSuwako 20 장 감사합니다.
날개피다 3 장 감사합니다.
하안숨 2 장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내일은 제가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그래서 정신이 너무 몽롱해서 예약 아이템을 썼습니다. 오타나 편집상의 이상점은 내일 서울 도착해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읽는 데 불편함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다음편은 10분 뒤인 12시 17분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항상 초심잃지 않고 성실히 연재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