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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48화 (248/502)

00248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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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 술이 조선의 3대 명주라 칭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이 술맛을 보게 된다면 말이죠.”

“석현 형 어때? 맛이?”

“와... 이거... 이게 우리나라 술이라고? 아니, 술이라고요?”

“우리 조상들은 술을 술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몸을 해하는 술은 술이 아닌 독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진짜 맛이 엄청 강렬한데, 뭔가... 아 모르겠다. 설명하기 힘들어. 너도 마셔봐.”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남자가 직접 술을 담그는 이곳을.

아무래도 해외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신경 쓸 게 꽤나 많아졌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게, 각종 분야별 명사들의 초대에 응했을 때 예의상 건네곤 하는 선물이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몸만 갔었다. 각종 유명 패션쇼 행사와 파티 그리고 음악 관련 행사와 더불어 그 뒤 뒤풀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파티에 참석했을 때 말이다.

그때 때마침 테일러와 코난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그들이 반갑다며 전해주는 물품들을 좋다고 받기만 했을 것이고 하마터면 내 평판이 이상해졌을 것인지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테지만.

[강! 강이 저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져온 술 이름이 뭐였지? 소주? 안통 소주? 난통 쏘주? 그거 어때? 난 그게 정말, 아! 그, 그렇다고 내가 그 술이 먹고 싶다는 건 아니고. 이런... 와이프가 들었나보군. 쩝...]

어쨌든 그때 이후 줄곧 현지 명품 점에서 무엇인가를 선물로 구입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냥 그렇게 현지에서 구하는 것보다 뭔가 나를 상징할 만한 무엇인가를 선물로 건네는 게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곤 했는데, 때마침 코난이 무심코 건넨 말을 계기로 전통 술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 하게 됐다.

처음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 외로 전통 술을 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내 생각과 달리, 전통 술이라는 게 돈이 되질 않는지 이를 전문적으로 빚는 곳이 많지 않았을 뿐더러, 구할 수 있다 해도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상업적인 술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나와 주기적으로 만나는 인물을 통해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일까.

관리사님과 그 가족 분들에게 전용기를 임대해 여행을 보내드렸더니, 관리사님이 집으로 나를 초대해주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관리사님의 집으로 갔는데, 그때 보고 느끼게 되었다. 관리사님이 신주단지마냥 가져온 꽤나 고풍스러운 백자와 함께 화끈한 목 넘김을 자랑하는 술을.

그게 바로 감홍로였다. 지금 석현 형으로 하여금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을 어루만지게 만든 술의 이름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관리사님의 소개로 눈앞의 젊은 술 장인을 알게 되었고 그 후 몇 달 동안 안면을 익히게 되었다.

“정말 저한테 소중한 지인이거든요. 전에 한국 술을 사갔는데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부탁드렸는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술을 빚는 다는 건 마음을 빚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자기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껏 내가 찾고 있던 술을 만들고 있는 진정한 장인인 듯 했으니까.

“최고의 장인을 꿈꾸는 녀석이 만든 조선 백자 그리고 전통 방식 그대로 성심 성의껏 빚은 조선 3대 명주 감홍로라면 지인분도 지혁 씨의 그 마음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더욱이 훌륭한 전통술을 구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진데 이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도자기까지 구할 수 있었으니 오죽할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냉큼 제안했던 것 같다. 눈앞 사내가 만들 수 있는 술들 중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최고의 전통 술들을 한해 100병씩 사겠다고.

그때 사내는 꽤나 놀랐던 것 같다. 젊은 나이에 이런 술들을 만드는 걸 업으로 삼아놓고 정작 외형은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잘생기고 훤칠한, 어떻게 보면 언밸런스한 사내의 두 눈이 일순간 휘둥그레졌었으니까.

“그리고 그... 저번에 말씀드렸던 건 언제쯤 가능할까요?”

어쨌든 사내는 그때 내 제안을 수락했었다. 자기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3가지의 술을 매년 100병씩 내게 팔겠다고. 더불어 술과 어울리는 최고의 도자기도 팔겠다고.

“한 번에 모두 드리는 것보다는 계절에 맞게 드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네?”

“조상들이 배꽃이 필 무렵 빚기 시작하는 이화주는 여름에, 단오절에 먹던 창포주는 음력 5월 5일 봄에, 조선 3대 명주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감홍로는 새해가 다가올 때쯤 빚어 조상께 바친 뒤 먹었던 것처럼 말이죠.”

뭐, 그 후 선금 조로 먼저 건넨 대금의 절반가량을 보고 놀란 나머지 일부를 다시 돌려주겠다는 걸 겨우 말려야했지만.

“매해마다 100병씩 그것도 여느 양주 못지않은 가격으로 이를 매입하겠다는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혁씨가 아니었다면 진즉 문 닫았을 겁니다.”

“기계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일이 전통 방식으로 손수 만드시는데 그 정도 값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통을 돈으로 산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나은 술맛을 위해 과학을 이용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온고지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게 다를 뿐이지만요.”

어쨌든 눈앞 사내의 그 후 일처리와 더불어 볼 때 마다 느껴지는 자신감 그리고 일종의 현기마저 느껴지는 눈동자를 보니 그 선택이 잘못된 것 같지 않아 마음이 확 놓였다.

300병이나 되는 술과 도자기 값으로 6천만 원의 선금을 건넸고 말일이 되면 6천만 원을 또다시 건넬 것이고 내년부터는 1억 2천만 원을 정기적으로 건넬 테지만 이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쨌든 계절에 어울리는 전통 술로 때마다 보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친구 놈도 도자기 하나에 목숨 건 놈인 만큼 질이 떨어지는 놈은 제 스스로 못 견뎌 깨뜨릴 놈이니 더욱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뭐 위스키니 와인 병이니 모조리 알아보고 다니더니 요즘엔 도자기로 병 입하는 기술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건지 통 잠을 자지, 아! 제가 별 걸 다 말씀드리는 군요. 하하!”

뭐 이런 내 마음이 단순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판단을 나는 믿었다. 눈앞 사내를 찾기 전 술이나 도자기를 빚는 무형문화재라는 이들에게도 찾아가봤었지만, 그들의 눈동자와 행동에는 눈앞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장인의 품행과 자부심보다는 탐욕이 느껴졌었으니까.

“이거 외국의 거대 양주 업체들처럼 너무 유명해져서 나중에는 줄 서서도 못 사먹으면 어떡하죠? 그럼 제 손해일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네?“

“대량 생산은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술이 아닌 전통과 문화에 정당한 값을 매겨주시는 분은 언제나 저에게 최우선이니까요. 뭐 병당 40만원이라는 금액을 주시는 바람에 그 값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금도 밤 새워 술을 빚고 있는 건 조금 그렇지만요. 하하.”

다만 짐짓 너스레를 떨었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아니, 이 사람 나보다 한 살인가, 두 살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애늙은이처럼 행동하는지. 뭐, 이런 행동, 말투니 더욱 믿음직스럽게 보였던 것 같긴 하지만.

*

감홍로와 더불어 요즘 그 맛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또 다른 조선 3대 명주들인 죽력고와 이강주 그리고 요즘 술을 빚는 데 꽤나 애를 먹이고 있다는, 그 향이 좋아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뜻에서 석탄주(惜呑酒)라고도 불린다는 자희향과 그 역사가 1천년이나 됐다는 추성주 등 그 밖의 수많은 술들의 맛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정작 운전을 해야 할 석현 형은 방구석 한쪽에서 잠든 지 오래였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게 이곳에서 하루를 묵게 돼버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분이 안 좋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광주의 외곽지역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빈대떡과 김치전을 안주삼아 하나, 하나가 약이라는 술들을 마시며 마음 편히 있다는 게 나를 홀가분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었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 상관없이.

“아! 그럼 혹시 브랜드 홍보에 관심 있으신가요?”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

“예? 그게 무슨?”

물론 술에 취했다고는 해도 정신을 놓거나 이성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꽤나 즉흥적인 내 평소 성격이 상당 부분 플러스 됐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게... 기계식 대량 생산이나 뭐 그 쪽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에, 왠지... 장인?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음... 술로 인생이나 삶을 녹여내는? 아무래도 그 쪽이 연상돼서요.”

어쨌든 눈앞 사내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꽤나 느낀 게 많았는지라 뜻밖의 생각이 떠올랐던 것 같다. 지금 당장 연예인을 해도 어색함 없을 사내가 오로지 술 하나에 매달리고 있다는, 그런데 그 행동의 밑바탕에 진정성과 장인의 자부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느낌이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느껴졌으니까.

“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관심 있으시면 브랜드 홍보 같은 거 하실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상점을 내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단순히 상품을 팔 공간이 아니라요. 음... 그게 그냥 해외 가면 멋들어지게 술 같은 거 전시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잖아요.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술 안에 어떤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지 알려주는 듯한?”

뭐, 해외를 그래도 많이 다녀서 나름 본 게 있는지라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아!”

“관심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매장 인테리어부터 하시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눈앞 사내에게는 꽤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 저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긴 사내의 이런 행동이 이해는 됐다. 계약에 대한 선금으로 대금의 절반가까이를 보냈을 때 사내의 행동과 더불어, 그 값에 해당하는 술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밤을 샜다는 것만 봐도 사내는 그냥 ‘이런’ 인물이었으니까.

“그냥요.”

“예?”

“제가 꽤 즉흥적이에요. 뭐 술을 먹어서 더 그런 거 일수도 있겠지만.”

“네?”

어쨌든 굳이 미사여구를 보태 답을 꾸며서 전할 생각은 없었는지라 그냥 솔직히 얘기했다. 내가 건넨 이 제안이 꽤나 즉흥적인 것이고 그 즉흥성이 취기의 영향 때문에 플러스 된 점이 없지는 않다고.

“그냥 그동안 대화를 하다보니까,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뭐, 처음엔 해외 다니면서 선물로 줄 만한 것들 가운데 딱히 뭔가 떠오르지 않아서 여길 찾았는데요. 그냥 그동안 대화를 하다보니까 느껴지는 게 있더라고요.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는데, 아무튼 그래요.”

뭐, 정작 눈앞 사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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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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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보니 우리 회장님(?)이 바뀌셨네요. 뭐로할지고민하다20분님 축하해요! 후원쿠폰 회장님...ㅋㅋㅋㅋㅋㅋㅋ

-인페르니우스님... 요즘 다른 작품에서 많이 보이시던데... 반가웠어요. 아는 분 닉네임이 있어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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