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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45화 (245/502)

0024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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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가득 채운, 3만 5천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팬들을 대상으로 드라마 홍보 행사를 치루고 와서인지 피로감이 꽤나 쌓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숙소로 돌아와 씻고 보니, 그 피로라는 게 금방 해소됐는지라 잠시 고민을 했었다.

시간도 남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밖이라도 둘러볼까 싶었으니까.

하지만 뜻밖에 내 방을 찾아온 공지연 덕에 이런 고민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일견 보기에도 막 샤워를 하고 온 듯, 꽤나 촉촉해 보이는 머릿결과 피부를 내보인 채 나를 찾아온 그녀의 손에는 와인과 와인 잔이 들려있었으니까.

어쨌든 다짜고짜 나를 침대로 이끌더니, 내 팔을 제멋대로 움직여 자신에게 편한 형태로 만들어 기댄 채 와인을 마시는 공지연의 행동 덕에 졸지에 나도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물론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물컹함에 먼저 취하게 됐지만.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와인을 마시며 바깥 야경을 구경하다보니, 절로 감성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와인과 그녀가 주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은 그만큼 대단한 무엇인가를 내게 가져다주었으니까.

그래서일까. 문득 떠오른 의문에 입을 열게 되었다.

“나 뭐하나 물어봐도 돼?”

“안 돼.”

“야, 이씨.”

전부터 꽤나 궁금했던 점이 지금의 분위기에 힘입어 내 입을 열게 만들었으니까.

“이 짐승아! 손 좀 그만!”

“물어봐도 돼?”

“하아... 그래 물어봐라. 물어봐! 이 초딩아!”

“음... 너 처음 나랑 잔 후로 왜 무시 안했냐? 내가 전화 걸 때마다?”

“뭐?”

“그리스에서 처음... 그때는 그렇다 쳐도, 그 후로는 무시할 수 있었잖아.”

처음 그리스에서 관계를 가졌을 때, 베드신을 찍는 내내 날 들끓어 오르게 만들었던 그녀의 몸과 눈빛에 취해 그녀를 안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를 다시 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서로가 흥분에 겨워 제 자신이 드라마의 배역인지 아니면 강지혁, 공지연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나와의 관계를 거부하지 않았다. 비록 한 번도 먼저 내게 전화를 걸거나 관계를 요구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접근하는 나를 거부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어째서 그녀가 내 연락을 무시하지 않는지, 어째서 내 품에 안겨 미친 듯이 신음을 흘리는지가.

“그러는 넌 뭔데?”

하지만 그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관계를 가질 때면 내게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듯 달려드는 것과 달리, 평상시의 그녀는 좀처럼 뭐하나 쉽게 대답해주는 법이 없었으니까.

“나? 내가 뭐?”

“그리스 때 왜 나한테 달려들었는지는 안 물을게. 넌 쓰레기이니까.”

“뭐?”

“왜 그 후로 계속해서 연락하겠다고 한 거야? 너 나 껄끄럽게 여겼잖아.”

더군다나, 대답을 해 달랬더니 도리어 질문을 하고 자빠졌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그녀의 대답을 듣기위해선 그녀의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해야 될 판국이었는지라 대놓고 말해버렸다.

“난 그냥 너랑 자고 싶었어.”

“뭐?”

그런 내 직설적이고 본능적인 대답에 공지연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그저,

“이 정도면 얼굴도 예쁘고.”

[쪽]

와인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그 순간 꽤나 ‘먹음직’해 보였다는 점과

“몸매도 꽤 괜찮은 편이고.”

[쪽]

한 손에서 계속해서 느껴지는 탄력 있는 물컹함에 취해서.

“넌 일단 비밀보장이 되는 사람이잖아.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속에 있는 얘기 다 털어놔도 되니까.”

뭐, 궁극적으로 공지연과 나 사이에 굳이 따로 미사여구까지 써가며 대답을 해줘야하나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거 된통 당해 버렸다.

“자 그럼 이제 내 차례지? 넌 뭔데?”

“뭘?”

“왜 내 전화 무시 안했냐고. 그새 까먹었냐?”

“그게 왜?”

“뭐?”

“네가 알아서 뭐하게?”

“뭐?”

정작 저 싸가지, 아니 공지연이 내 대답만 쑥 듣고 고개를 바깥 창문 쪽으로 획 돌려버렸으니까.

이런 치고 빠지기를 봤나.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대답은 듣지도 못한 채, 졸지에 입만 아프게 됐는지라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난 말했는데 빼기냐? 빨리 말 안할래?”

“누가 말하래?”

“이게, 어휴.”

그래봤자, 결과적으로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지만.

“오빠가 넓은 마음으로 봐준다. 봐줘.”

“뭐래. 나이도 어린 게 오빠는 무슨.”

“아! 그러셔?”

그래서 심술이 돋은 나머지 그녀에게 대놓고 시비를 걸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으니까.

“어이구 이모! 이제 낼 모래면 서른이신데, 그래가지고 시집이나 가시겠습니까? 네?”

“너 죽을래?”

“왜? 방금 이렇게 대우해달라는 거 아니었음?”

그래, 나이도 많으신데, 와인 잔은 들 수 있겠수? 수저로 퍼 먹여드릴까?

*

언제나처럼 관계가 끝날 때면 내 품 안에 틀어박혀 고개만 삐쭉 내민 채 나를 바라보는 공지연이기에 지금 상황자체가 어색하진 않았다. 낮과 밤이 극단적으로 다른 공지연이기에 그 큰 눈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게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예전엔 조금 아파하더니, 이제는 괜찮나보네?”

다만 그렇다 할지라도, 여전히 자신이 대답하기 꺼려하는 질문을 할 때면 무시를 당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넓어진 건가? 아! 야! 자꾸 폭력 쓸래?”

“그게 여자한테 할 말이냐? 이 저질아?”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말로 대답을 듣겠다고 한 질문이 아니었을 뿐더러,

“야 진짜 언밸런스 한 거 아냐?”

“뭐가.”

이 정도쯤이야, 행동과 눈빛, 표정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꼬집을 땐 언제고 정색하면서 내 품으로 더 파고드는 건 뭔데?”

“그래서 불만?”

어쨌든 정색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짐짓 무시하듯 행동하는 공지연의 태도만 보더라도 답은 너무나도 뻔했다.

그래서일까. 내 품안으로 고개를 묻어버린 공지연이 새삼 예뻐 보였다. 뭐, 언제나 예쁜 편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그 특유의 싸가지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차가운 눈빛과 냉소적인 말투는 나로 하여금 이를 잠시나마 잊게 하기에 충분했는지라 이럴 때가 아니면 이를 자각하는 게 생각 외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하긴 뭐, 덕분에 좋은 광경 많이 봤으니까. 내가 이해한다. 이해해.”

“뭐?”

그래도 공지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는 것이, 사소한 것조차 눈치챌만한 사이가 됐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취감마저 느껴졌는지라 뿌듯하기까지 했다.

처음 유재연을 통해서 만났을 때, 그 후 화보 촬영으로 재회했을 때 그리고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서 만났을 때 마지막으로 그리스에서 관계를 맺었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내 자신은 공지연에 대해서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 테니까.

“뭔데, 그 좋은 광경이라는 게.”

“됐다. 내가 말하면 또 안 할 거 아냐?”

“죽을래? 빨리 말해.”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몇 몇은 차마 말하기 애매한 것들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근데 너 혹시 자격지심... 아니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이 헛 나왔다. 됐냐?”

뭐,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내 감으로 판단하건대, 그녀가 일종의 자격지심 같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녀에게 말해주길 포기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얘기를 마저 꺼낸다면, 그녀는 지금 당장 내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방을 나설 테니까.

그래서 화제를 돌려버렸다. 자격지심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본인 스스로도 조금은 눈치 채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껴버렸으니까.

“근데 조금 더 커진 거 같다. 그치?”

“뭐가.”

뭐, 그래도 그녀가 가장 민감해하는 곳을 공략하며 건넨 미끼가 꽤나 효과를 발휘한 듯 했다.

“너도 그렇게 느끼지 않아?”

“윽. 손 치워. 멍청아.”

귓가에 속삭이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내 행동으로 인해 그녀가 좀 전의 차가운 눈빛을 유지하지 못한 채 비음을 흘리기 시작했으니까.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남들은 돈 주고 수술해서 겨우 키우는 데, 넌...”

“치, 치우라고! 하아...”

어쨌든 쉴 만큼 쉬었겠다, 내일 스케줄도 오후부터 시작하겠다, 더 이상 주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더 민감해졌네?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처음엔?”

“하아...”

더욱이,

“진짜 치워?”

어느새 내 행동을 거부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그녀의 손이 나의 그곳을 찾아왔으니 오죽할까.

“네가 더 잘해. 확실히.”

“뭐, 뭐? 너! 흐윽... 하아...”

귓가에 마지막 한 말을 건넨 뒤, 거추장스러운 이불을 치워버렸다. 비록 오늘 하루가 고됐다고는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공지연이 나의 비타민이었으니까.

*

[충격! CI E&M! 모든 사실을 자백...... 이날 CI E&M의 발표를 맡은 CI 전략기획실 본부장 이진호...... 자체 감사결과 CI E&M소속 사업부서 가운데...... 김 모 상무와 이 모 부장이 공모하여 SD ENTERTAINMENT 이수재 회장과 이 모 이사, 김 모 이사로부터 시상식 수상과 각종 방송 프로그램 섭외 관련하여 5차례 총금액 10억에 가까운 대가성 현금을 수수하였다는......]

대기업이 마음먹고 움직이는 것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해외활동을 끝내자마자, 들려오는 소식들에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혁아! 아! 여기 있었구나! 지금 기사 봤지? CI.”

“어, 어? 어, 삼촌. 방금.”

“지금 난리 났다. 난리 났어.”

일단, 연예면, 경제면을 거의 뒤덮다시피 관련된 내용들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은 둘째치고서라도

[CI 그룹 적자의 충격적인 발언에 재계는 물론이고 연예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성역 없이, 관련자들 모두를 직위해제, 이 사태에 관한 책임을 모두 묻겠다는...... 일각에서는 잘못을 덮기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내, CI E&M의 기존 사장이던 홍덕영 사장과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면서까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및 배임수재, 배임수증 등 관련자들을 향한 검찰의 수사에 적극...... CI 그룹 적자의 결단에 새로운 평가가......]

관련자들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사내의 과감함과 결단력 그리고 신속함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CI 그룹! 고양시 한류월드에 8천억 투자한다! 방송 사업부분, 영화 사업부분, 음악 사업부분, 공연 사업부분, 게임 사업부분, 스마트미디어 사업부분 등 총 6개 분야를 CI 그룹의 주된 영업으로...... 한류월드 내에 CI E&M의 복합 신사옥을 건립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강지혁의 용서를 전제조건으로 걸어 이 모든 투자의 향방은 오로지 강지혁에게로......]

괜히 대기업이 아니라는 듯,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내게 약속을 지키라는 뜻을 드러냄과 동시에,

[수천, 수만 명의 인력고용 효과와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 줄 CI E&M 복합 신사옥 건립 소식에 고양시는 벌써부터 들썩! 기존 국제전시장에 강지혁 아레나와 그리고 호텔 실라의 호텔 및 한옥 게스트 하우스 투자 유치에 이어 또다시 8천억이라는 초대형 투자 유치의사에...... 잘못을 숨기기보다는 과감하게 드러내 이를 제거하려는...... 공개적인 사과와 더불어 기업의 리더로서......]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끔 하는 후속대처 그리고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 그리고 바닥까지 떨어진 회사의 이미지와 위상을 재고시키는 전략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볼만 한 게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날 있었던 협상 아닌 협상대로 저 쪽은 충실히 제 역할을 해냈다. 다만, 그 역할이라는 게 기대 이상이었다는 게 중요했지만.

뭐, 인터넷 상으로 보여 지는 댓글들을 보아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절반은 넘는 것 같으니 오죽할까.

============================ 작품 후기 ============================

비비vivi 후원쿠폰 9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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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후원쿠폰이 이렇게나 많이... 후원쿠폰 주신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기쁜 만큼 어깨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코멘트 상으로 원고료 쿠폰 주셨다고 말씀해주신분들 일일이 언급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가 부모님과 함께 광주로 왔는지라 아무래도 인터넷 쓰기가 조금 그래서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분, 한 분 너무너무 제가 감사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코멘트는 사랑이고 추천과 선작 눌러주신 분들더 너무 감사드리고요.

광주집이 와이파이가 안돼서 제 전용 노트북으로 뭘 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다음편은 1시간 이내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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