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3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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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래도 후회 안하겠어?]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몇 라이브 카페들을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후회하지 않겠냐는 민재 삼촌의 말에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지만, 털어놓고 보니 너무나도 개운하고 후련했는지라 그 여운마저 즐기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말없이 내 등을 두드려주는 삼촌의 온기에 잠시나마 다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도 이내 앨범 관련된 사안들을 꺼내는 삼촌으로 인해 오래될 수 없었지만.
“세월의 파편, 잊고 싶은 아픔. 진짜 이렇게 해?”
앨범 녹음이 끝난 마당에 딱히 내가 할 일은 없었지만, 앨범의 제목을 짓는 것만큼은 다른 이가 직접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는지라 어렵사리 고민한 끝에 삼촌에게 넌지시 앨범의 제목을 건넸었다.
그런데 다시금 이에 대해 묻는 삼촌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나 나름대로 꽤나 많은 의미를 담아 결정한 만큼, 이런 경우에 있어 번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삼촌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른 걸로 테마를 잡기도 애매하잖아. 삼촌이 들어봐도.”
물론 ‘기억하고 싶은 아픔’으로 정한 정규 1집의 제목 후에 앨범의 제목이라는 것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앨범에 무엇인가 제목을 정하는 게 의미 있었던 적은 정규 1집, 그때뿐이라 내 스스로 생각했었는지 그 후로는 딱히 제목에 중요성을 두지 않았으니까.
“그냥 이걸로 딱 끝내려고.”
“뭘?”
뭐 생각해보니 삼촌의 이런 반응이 이해 못할 것은 아닌 듯 했다. 제목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던 내가 갑작스레 심상치 않은 제목을 자신에게 건넸는지라 삼촌 입장에서 괜스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묵혀두기 아까워서 이렇게 편집했다고 생각해. 그냥. 다시는 이걸로 음악 같은 거 안 만들 거야. 그래서 그냥 이렇게라도 털어내 버리려고 그런 거고.”
그래서 그냥 속 시원하게 말했다. 슬픈 노래, 후회하는 노래, 즐거운 노래, 행복해지는 노래 등 수많은 테마로 뒤죽박죽되어있는 이번 정규 4집 앨범의 수록곡 특성상 이는 모두 세월의 파편 그 자체일 것이고 또한 잊고 싶은 아픔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
“알겠다. 화보는 이미 준비됐고 포토카드는 수아만 추가촬영하면 될 거야. 뭐 그래봤자 얼추 네가 해외 활동 끝내고 돌아올 때쯤이면 끝날 테지만.”
다행히 삼촌 또한 이런 내 반응에 수긍하는 듯, 화제를 돌리려했는지라 나 또한 별 다른 반응 없이 넘어가버렸다.
한번 말했으면 됐지 굳이 다시금 이 얘기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
“수아는 음반작업 잘하고 있어? 나머지는?”
이번에도 정규 3집 때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듀엣 곡 가수 포토 카드를 일종의 히든 포토 카드로 1천매 한정 동봉 될 것이기에 수아에 대해 관심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평소에 뺀질뺀질 거리며 빈둥거리기만 하던 승현 녀석이 정작 정규 앨범에 있어서 수아보다 앞서 발매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고 말이다.
“수아도 그렇고 나머지도 전부 이번 해에 정규앨범 하나씩 낼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으니까. 너는 네 걱정만 해. 아까도 말했지만, 삼촌은 지금 네가 남 걱정할 땐 아닌 것 같으니까.”
뭐, 그런 내 걱정 섞인 물음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한 민재 삼촌의 말에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는 있었지만.
어쨌든 갑작스레 생긴 해외 스케줄도 있거니와, 시간도 꽤 늦었는지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민재 삼촌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리고 CI E&M에서 연락 왔었다.”
솔직히 의아했다. 지금껏 내가 CI쪽에게 어떤 자세로 일관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이번 사태에 대응했는지를 모르지 않을 진데, 굳이 내게 이와 관련된 사안을 말하는 삼촌이.
“그냥 무시하라니까. 어차피 기자회견 봐서 알잖아. 그쪽 태도. WMC고 CI E&M이고 상대해줄 가치도 없어.”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무시로 일관해달라고 하려했다. 괜히 전화를 받아 저들과 엮이게 되면 삼촌만 피곤해질뿐더러 그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 너무나도 뻔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뜻과는 달리 삼촌의 표정이 꽤나 심상치 않았는지라 일단 들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삼촌이 어째서 내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 그리고 어째서 지금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말하면 CI E&M이 아니라 CI 본사 사람인 것 같아. 전략기획실 본부장이라나, 뭐라나.”
“CI 본사? 전략기획실 본부장?”
“시간 될 때 만나달라고 직접 사람 보냈더라. 무슨 비서라던데, 어쨌든 사람 보내서 전화받아달라고 하는데 딱히 거절하기도 그래서 받아만 보자 해서 받았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그냥 만나달라고 하지. 시간 내서.”
결과적으로 삼촌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꽤나 흥미가 돋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경우는 지금껏 말도 안 되는 기자회견을 한 주제에 뻔뻔하게도 사람을 보내 사과를 하겠다는 둥, 일부 인사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둥 거지같은 변명만 내뱉던 이들의 대응과는 조금 다른 듯 했으니까.
“어떻게 할 거야? 이번에도 그냥 거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저들의 요구대로 만나준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는지라 삼촌에게 물어보았다.
“삼촌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저들을 만난 사람은 삼촌이기에 간접적으로 이를 보고받듯이 들었던 나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보다 수월할 듯싶었으니까.
“일단 만나봐.”
결과적으로 삼촌의 판단은 역시나였다.
“이번에 본부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 대신해서 왔던 비서. 예전에 너 찾아왔던 CI E&M쪽 사람이랑은 뭔가 달랐어. 그 본부장이라는 사람 전화하는 태도도 그렇고.”
내 느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전과 달리 무엇인가 다름을 느껴서인지, 삼촌도 일단 그 본부장이라는 사람 만나보기를 추천했으니까.
*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부드럽게 손안에 감기는 감촉에 마치 중독된 듯 취해있을 때 들려온 그녀의 말에 두 눈을 떴다. 내 손놀림에 단어 사이사이에 비음이 섞여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매력적으로 내게 다가왔으니까.
“내일 만나기로 했어. 저녁에.”
이틀 후부터 아시아 4개국을 졸지에 돌아야 됐는지라, 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다보니 또다시 같이 밤을 보내게 됐다. 기본적인 현지 언어 인사말과 더불어 간단한 노래 한 소절을 준비하다보니 같이 할게 너무 많았으니까.
뭐, 기본적으로 나 같은 경우 정규 앨범에 수록된 중국어, 일본어, 영어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인지라 공지연 그녀를 가르치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어쨌든 속에 있는 얘기를 그저 속 시원해지라고 잔뜩 털어놓은 까닭에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을 받게 됐는지라 살짝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복잡한 얘기 안하면 안 돼? 널 부른 건 이런 얘기 반복하려고 부른 게 아닌데?”
당장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손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복잡한 생각 따위는 씻은 듯이 날려 보냈는지라 꽤나 편안한 상태였었으니까.
“그럼 뭐 땜에 부른 건데? 이 짐승아.”
정작 공지연은 그런 내 대답에 불만인 것 같았지만.
“그냥 이렇게 누워 있으려고. 이런 거 해줄만한 사람이 얼마 없거든. 그 중에서 오늘 해줄 사람은 너 밖에 없었고. 그리고 너 오늘 내가 가르쳐 준게 몇 갠데, 자꾸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군다? 이렇게 언어에 다재다능한 사람 드물다? 너 돈 번거야. 오늘.”
물론 내가 생각해도 공지연 입장에선 이런 내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을 것 같았다. 정작 실컷 지 얘기만 해놓고서 막상 이와 관련된 물음은 껄끄러워하는 것이 솔직히 정상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랬으니까.
그래서 짐짓 삐진 듯 고개를 돌려버린 그녀에게 장난을 걸었던 것 같다. 부지런히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길은 멈추질 않은 채 말이다.
“왜? 아쉽냐?”
“뭐래.”
그런데 그 장난이라는 게 이제는 공지연 그녀에게 꽤나 익숙한 전개였는지라 별 효과를 발휘하질 못한 듯 했다. 숨소리에서 비음이 섞여 나오고 어느덧 얼굴은 몇 십분 전처럼 붉게 변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근데 조금 감동하긴 했어.”
“착각하지 마. 나도 마침 시간이 됐고 해외 일정 때문에 말 할 것도 있어서 온 거니까.”
“난 그것 때문에 감동했다고 한 거 아닌데.”
“뭐?”
이런 그녀의 차가움을 무너뜨릴만한 보편적인 방법이 방금 전이었다면, 지금 상황은 보다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듯 했으니까.
“제모한거. 절대 안 할 것처럼 그러더니, 했잖아. 내 생각해서?”
그녀 스스로 취한 행동들을, 그녀 스스로가 부끄러워할만한 일들을 꺼내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차가움을 무너뜨리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었는지라 주저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좀 전의 행위만으로 오늘 밤을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꺼져.”
“한번하면 따가워서 계속해야 된다던데, 또 했어?”
“나 간다.”
뭐, 꽤나 그 반응이 격렬했는지라 그녀를 잡는 데 힘이 들긴 들었지만 걱정은 없었다. 공지연의 성격상 본인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힘들 때 저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또한 애당초 진짜로 집에 가겠다는 뜻 따위 그녀 마음 속에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물론 간다고 할 때 안 잡았다면 그녀 자존심상 진짜 가버렸을 테지만.
“여자들 이런 말 해주면 좋아한다던데. 그 말 해주면 안 갈래?”
“그냥 안 듣고 이것 좀 놔주면 안 될까?”
“좋으면서 꼭 이렇더라. 넌.”
“뭐? 진짜 놔. 나 갈 거야.”
어쨌든 이런 모습조차 꽤나 볼만했는지라 이 점에 있어서는 힘들었다. 계속해서 보고 싶은 모습이었는지라, 좀처럼 정도 조절이 안 되었으니까.
“그럼 방금 전에는 가짜였나 보네? 이번엔 진짜 놓으라고 하는 걸 보니까?”
그래도 오늘만큼은 꽤나 타이밍을 잘 맞춘 것 같았다.
“네가 조금 더 잘하는 것 같아.”
“뭐? 이 변태새끼가!”
물론 시나리오가 자체가 완벽했던 덕도 있지만.
“뭐래, 누구보다 잘하는 것 같다고는 안했잖아.”
“뭐?”
“괜히 지가 찔려서는.”
어쨌든 복잡한 얘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좋았다. 더욱이 등을 돌린 채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그녀가 어느새 내 품안에서 나와 눈을 맞추고 또한 입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흡족했으니까.
그나저나 너 무슨 자격지심있냐? 꼭 이럴 때면 특히 발광을. 크흠.
*
“안녕하십니까. CI 전략기획실 본부장 이진호입니다.”
고급스러운 중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훤칠한 사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할 정도로 큰 키에 머리를 과감하게 뒤로 넘겨 단정함의 끝을 보여주는 남자, 얼추 봐도 입고 있는 옷의 가격이 장난 아닐 것 같은 남자, 뚜렷한 이목구비에 한 눈에 봐도 부티가 잘잘 흐르는 남자.
이게 남자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네.”
어쨌든, 딱히 반가울 것 없는 사이로 만났는지라, 반갑다는 듯 건네는 안수를 받긴 받았지만 말이 짧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렇게 유명한 월드 스타 분을 만나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 이거 ‘의도치 않은’ 저희 측 대응으로 많이 ‘불편’하셨을 텐데 이렇게 자리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뭐... 무슨 말 할지 그냥 궁금해서 나왔어요. 기자회견으로 재밌는 말들을 워낙 많이 하셔서.”
막상 사내의 의중을 알기위해 던진 말도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하하. 그럼 기대하셔도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재밌는 얘기들을 워낙 많이 준비해와서요.”
“흠...”
“식사부터 할까요?”
“네.”
어쨌든 자리에 온 만큼 무슨 이유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는지를 들어봐야 할 테지만, 방금 전 사내의 말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 과연 그 재밌는 얘기들이라는 게 사내에게 있어 재밌는 일일이지 아니면 내게도 재밌는 일일지 꽤나 호기심이 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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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7분 미리보기 아이템 연재분입니다.
비비vivi님 9 장 2017.02.15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12시 7분 - 1회분 연재.
12시 17분 - 1회분 연재.
미리보기 연재분입니다.
추천 선작 코멘트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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