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1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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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부터 방영될 저희 배달의 후예! 많은 시청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려요!]
녹화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지만 잠에 드는 그 순간까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의 잔상이.
당장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이주일 후면 텔레비전 전파를 타게 될 오늘 녹화분에서 내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나를 감쌌으니까.
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보다.
[지혁아 해피 투데이에서 무슨 일 있었냐?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일어나면 삼촌한테 바로 전화해라.]
[미안하다, 지혁아. 삼촌도 그렇고...... 함구시킨다고 시켰는데, 워낙 사안이 그렇다보니까. 삼촌이 지혁이한테 도움이 되야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각종 톡들과 부재중 전화들이 핸드폰을 뜨겁게 달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배달의 후예 홍보를 위해 해피 투데이에 출격한 강지혁! 충격발언?]
[2주일 뒤에 방영될 해피 투데이 강지혁, 공지연 편에 관련된 입소문이......]
역시나 말보다 빠른 게 사람의 입이라고 애당초 그 발언을 하는 순간부터 완벽한 함구는 없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언론을 통해 퍼져나갈 줄은 몰랐는지라 놀라긴 했다.
다만 그 뿐이었지만.
석재 삼촌을 비롯해 걱정 담긴 톡을 보낸 몇 몇 지인들에게 괜찮다는 짧은 답을 보낸 뒤, 다시금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달라던 민재 삼촌의 톡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그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소문들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으니까.
[강지혁! SD ENTERTAINMENT 최대주주로 등극! 지난 12월 29일을 기점으로,...... 20.21%의 지분을 취득해 기존 최대주주인 20.19% 지분의 이수재를 앞지른,...... 방송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온, 오프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WMC, SD ENTERTAINMENT, 강지혁 간의,......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으로 나와 화제를 불러 모을......]
[강지혁이 작곡, 작사한 전곡 WMC 음악 차트에서 들을 수 없다! 어제 있었던 해피 투데이의 녹화현장에서...... 기존 정규앨범에 실린 전곡 유통 금지에서 더 나아가 본인이 작사, 작곡한 전곡의 유통 금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들 상당수에게 이미 양해를 얻은 것으로......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준 WMC 차트가 한해 대한민국 음원 수익에서 결코 작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강지혁......]
[WMC 차트의 몰락은 연쇄 몰락의 시발점? WMC 뿐만 아니라, 문화 사업의 공룡 기업 CI E&M의 사업에서 음악 사업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그칠 줄 모르는 강지혁의 행보에...... 이와 관련된 발언이 어제 있었던 해피 투데이 녹화현장에서 있었다는 관련 소식통의......]
수십여 개의 기사들을 하나, 하나 보다보니 알 수 있었다. 생각 외로 어제 녹화 현장에서의 내 발언들이 구체적으로 외부 언론에 노출되었음을.
물론 SD의 창업주이자 대표경영자로서 오랜 시간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군림해왔던 이수재를 제치고 SD의 최대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어차피 주식에 관심이 깊은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언제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한들 그다지 놀랄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규 앨범과 관련된 음원을 모두 유통 금지하겠다는 발언이라면 몰라도 어제 이전에는 전혀 언급한 적 없는 추가적인 대응과 관련된 사안이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앞선 SD의 경우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방송이 되기도 전에 오로지 해피 투데이에서만 언급한 내용이 온라인상에 떠돈다는 것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수많은 추측성 기사들을 모두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라 민재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히 나 혼자 후련해져보겠다고 민재 삼촌에게 날벼락을 날린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
“일처리를 이렇게 밖에 못하는 게 정상입니까?”
고작해야 서른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사내의 말 한마디에 장내의 수많은 이들이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머리카락에 흰색이 거뭇거뭇 묻어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아니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지 사내의 행동은 시종일관 당당할 뿐이었다.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죄송합니다.”
“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죄송하다는 말 뿐인데 뭘 바라겠습니까. 정작 내가 원하는 답을 줄 사람이 이 중에서 한명도 없는 것을.”
사소하다고 여긴 일이 계속해서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이 이곳까지 와서 이를 담당해야 된다는 점이 주는 분노가 컸음일까.
전형적인 엘리트 외형에 걸맞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대로 내뱉기보단 차가움 속에 분노를 담아 건네는 사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CI E&M 경영진들과 등기 이사들의 속내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작년 CI E&M 영업이익 전년 대비 30% 감소, WMC 관련 음원 수익이 50% 감소.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정도라면 우리 측에서 취해야 할 대응 정도는 초등학생도 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도 그럴 것이, 겉으로 드러난 사내의 그룹 내 직위, CI 본사의 전략 기획실 본부장은 사내를 나타내는 모든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CI 그룹의 적자. 바꿔 말하면 현 회장의 유일한 남자 자식이자, CI 그룹을 물려받을 이라는 점이 주는 무게감은 제 아무리 한 회사의 등기 이사, 경영진이라 할지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명함인지라 장내의 분위기는 싸늘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사내의 추궁 섞인 질문에도 조용함을 유지할 정도로.
“이젠 대답조차 안하겠다는 겁니까? 이러고도 당신들이 한 회사의 이사들입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침묵으로 이를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는지라, 비교적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지는 CI E&M의 타부서 전담 이사들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음원 사이트 성격상, 정액제를 통해 수많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들의 핵심 결제 요인일진데, 국내에서 한 해 창출되는 음원 수익에서 강지혁의 비율이 작지 않는지라 고객들이 어렵지 않게 경쟁사의...”
“그래서 강지혁 음악을 들을 수 없어서 전체 수익이 50%나 감소했다? 경쟁사는 그 덕에 배가 불렀고?”
물론 이는 마치 그들이 이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이빨을 드러내는 후계자의 행동에 다시금 원상복구 되어버렸지만.
하지만 한번 뚫린 이사들의 입이 계속해서 닫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처를 왜 이렇게 밖에 못했습니까. 보고는 왜 중간에 끊겼고.”
“그것이...”
그룹의 후계자로서 한창 그룹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자신의 능력 검증을 위해 애를 쓰고 있던 터라 당면의 사태는 그의 커리어에 있어 오점으로 남을 것이 자명했으니까.
“한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업부 수익이 50%나 깎였는데 어떻게 된 게 경영진까지 보고가 안 올라옵니까? 이게 정상입니까? 최선입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 끝나는 겁니까? 보고조차 안 되는 회사가 동네 구멍가게지 회사입니까?”
“죄송합니다.”
“후속 대처만 잘했어도 이 정도까진 안 되었을 것 아닙니까! 할 말이 있으면 좀 해보세요. 좀!”
“죄송합니다.”
하물며 당장 한 회사의 매출액이 4분지 1가량 깎인 상태에서 가장 기본적인 보고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오죽할까. 전략기획실 본부장이라는 그룹 본사뿐만 아니라, 자회사의 경영 방향까지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에 오른 그인 만큼 고스란히 그의 경영 커리어에 이 사태가 남을 수밖에.
“지금 이 자리에서 단언하건대, 관련된 책임자들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할 겁니다. 직위 해제든 손실 보전이든 그게 뭐가 됐든.”
어쨌든 그는 손쉽게, 비교적 소리, 소문 없이 해결될 수 있었던 이번 일을, 2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더욱더 크게 벌려버린 이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하필이면 자신이 아버지이자 CI 그룹의 총수인 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맡게 된 때에 벌어진 이번 사태로 인해 그 자신이 잃게 될 주변의 기대, 믿음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걷게 될 행보 또한 이로 인해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
그렇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이사진들의 모습이, 당장 눈앞에서 자신의 목이 달아나진 않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는 늙은이들을 보니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사내가 서둘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자리 잡으세요.”
“예?”
“강지혁 그 청년이랑 자리를 만들라 이겁니다.”
“그것이 그쪽에서 일체의 연락을...”
“그쪽이 진짜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자리만 어떻게든 만들어요. 그게 그쪽이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
“예? 그게 무슨...”
하지만 이마저도 해낼 자신이 없는지 또다시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해대는 이사진들의 모습에 사내의 인내심이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더 이상 화를 눌러 담을 필요가 없다는 듯, 그의 입에서 제 밥그릇에만 신경 쓰고 있는 이사들을 향한 고함이 터져 나왔으니까.
“최대한 빨리 수습하라는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어.”
그렇게 이미 한번 폭발한 사내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이사진들에게는 배려조차 아깝다는 듯 그의 눈에는 경멸의 기색마저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만약 시건방진 행동으로 만남이 주선되지 않거나, 앞으로의 일에 차질이 생긴다.”
마치 최후의 통첩을 보내듯 이사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눈을 맞춘 사내의 말에 이번 일에 대한 책임 유무를 떠나 모든 이사들의 고개가 들릴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땐 기대해도 좋아. 내가 작살나기 전에 당신들부터 박살낼 테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기업의 후계자로서 자신들의 모가지를 전부 잘라낼 수도 있는 이가 바로 눈앞의 사내였으니까.
*
스케줄이 없다는 점 때문일까. 같은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번 데이트를 할까, 말까하던 둘은 요즘 들어 만나는 빈도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뭐, 이것도 드라마 촬영에 돌입한 김영진만 아니었다면 매일, 매일 만났을 정도에서 상당히 준 것이지만.
“많이 힘들지?”
“응? 아니, 별로.”
어쨌든 언론에서 연신 보도되는 내용들로 인해 자신이 속한 그룹 IP와 SD ENTERTAINMENT 회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영진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세월의 힘에 의해 덮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자신은 대작 드라마의 주연으로서 그리고 자신이 오랜 세월동안 가지고 싶었던 여자의 남자로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난 후회 안 해. 절대.”
그렇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이 인적 없는 한강변이라는 점과 짙게 썬팅된 차 안이라는 점에서 힘을 얻어서일까. 김영진이 좀처럼 밝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 슬희의 어깨를 부여잡고 시선을 자신에게로 고정시켰다.
“널 외롭게 만든 그 자식이 잘 못 한거니까.”
비록 그 시작이 비교적 떳떳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지금 그녀의 옆에 있는 건 자신이고 이를 허락한 것 또한 결국 그녀였으니까.
[쪽]
가볍게 시작한 이마 키스가 농도 짙은 키스로 이어질 때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절하는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동조했으니까.
그렇게 한창 무르익은 분위기에 어느새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자신의 손에 들려오는 희미한 비음에 김영진의 상체가 다시금 운전석으로 되돌아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인가 일을 벌이기엔 오늘 그가 준비한 것이 적지 않았으니까.
*
“요즘 한창 드라마 촬영하고 있어. 처음에 사전 제작이었다가 바뀐 거라서 조금 산만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잘 될 것 같아.”
어둠 속에서도 붉게 빛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김영진이 짐짓 활기찬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본방 봐 줄 거지? 피드백도 해주고?”
당장 IP와 SD ENTERTAINMENT 그리고 이번 해에 새롭게 데뷔할 보이 그룹까지 전부 논란의 범주 안에 들어갔지만 그래도 최근 있었던 SD ENTERTAINMENT의 공식발표를 기점으로 팬들의 반응이 상당부분 긍정적으로 변한 것을 보며 이번 드라마가 이런 현상의 기폭제가 돼줄 것임을 자신했으니까.
“내일 스케줄 있어?”
“응? 아니. 당분간은... 휴식이야.”
그렇게 김영진은 행복했다. 비록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 안 좋다 할지라도 SD의 영향력과 더불어 IP의 팬덤은 결코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으니까.
“나 내일 촬영 없는데 오늘 같이 있으면 안 돼?”
“응?”
“숙소 들어 가야해?”
“아니.”
“예약한 곳 있는데 거기가자. 외곽 쪽 무인 텔이라서 사람들 눈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더불어 그토록 원했던 이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충족감까지 있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그는 간과했다. 자신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얼굴이 여전히 어두웠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그녀의 얼굴이 근래 들어 평범한 얼굴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 작품 후기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올라오셔서요.
금요일날 내려가겠다고 했는데, 기어코...
다음편은 오늘 오전중으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155 비비vivi 8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154 비비vivi 1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153 kman1023 1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152 Mr.Smith 10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151 MoriyaSuwako 20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150 하안숨 2 장 2017.02.14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셨는데요.
저 정말 지금까지 코멘트 삭제한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