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7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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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집 가고 싶어. 잠실 타워, 수영장 있는 집.”
“오빠 집? 수영장?”
수영장을 가고 싶은 것인지 잠실 타워 집에 가보고 싶다는 지수의 말에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그런 지수의 마음이 이해되었는지라 수긍하게 되었다.
“따뜻한 물에서 마음껏 수영도 하고 오빠랑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고 싶어.”
아이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양분 삼아,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빛나는 이들이지만 무대 밖에서의 생활까지 빛나는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데뷔한 지 꽤 되었음에도 지금껏 3일을 넘긴 휴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고 거기다 Trendy같은 여자 아이돌은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도 있으니 오죽할까.
“그래 오빠가 그 정도도 못해줄 거면 지수한테 애초에 소원 들어준다고 하면 안됐겠지. 그럼 이번에 국내 활동 곧 마무리되니까, 해외활동 하기 전에 지수랑 다른 멤버들까지 해서,”
“아니, 이건 내 소원이니까, 나만 갈래.”
“그럼 날짜 언제 잡을... 어, 어?”
다만, 마음이 깊고 이해심이 많아 항상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지수답지 않게 이번에는 자신의 소원을 오롯이 자신에게만 쓰려하는 것 같아 의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다지 어려운 소원도 아니었기에 흔쾌히 들어주겠다는 확답을 건넸다.
“1위 소원은 그거야. 나 혼자 오빠랑 같이 수영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거. 그리고 여행은... 일단 오빠 바쁘니까.”
그런 내 말에 기쁘지만, 방금 전까지 삐져있었다는 것 때문에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다시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지수 말마따나, 포이보스 녀석들이랑 여행 가기로 한 때가 한참 지났는데 녀석들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년 초에 앨범 발매한다고 바쁜 것 같던데.
*
난생 처음 와본 KBS 연기대상이기에 긴장을 하긴 했다. 비록 그것이 수상자나 후보자가 아닌 시상식 도우미로서 온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신인상 후보를 발표하기 위해 공지연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길 때가 되자, 그 긴장감이라는 게 금방 사라져버렸다. 어차피 내가 상 받을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나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시선은 지금에 와서 나를 긴장시킬만한 요인이 되질 못했으니까.
“안녕하세요. 이번 신인상 후보 시상의 도우미 역할을 맡은 배우 강지혁.”
“배우 공지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와! 멋있다!]
[예쁘다!]
[와와와와!]
더욱이 고작해야 10분도 안될 시간동안 이 무대를 차지한다는 것도 큰 몫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관객들과 선, 후배 배우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가운데 꽤나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라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인 공지연의 손끝이 눈에 띌 정도로 떨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저 떨림이 단순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휴, 저 똥고집.
나로서는 군대시절의 경험으로 추위는 사람을 애타게 만들고 이는 긴장감을 더욱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럴 줄 알고 내 정장 마이를 그녀의 훤히 드러난 어깨에 덮어주려 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훤히 어깨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차림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내 제안은 단호하게 거절당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고.
어쨌든 그런 그녀의 행동이 자업자득인 것을 떠나서 당장 KBS 연기대상의 진행에 차질을 줄 수는 없었는지라 서둘러 마이를 벗었다.
더 이상 가만히 놔뒀다가는 상당한 실수를 할 것 같았으니까.
“KBS 연기대상에 처음으로 이렇게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렇게 미인인 여배우에게 정장 마이를 벗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여러분?”
물론 남자 신인상 후보에 관한 영상소개 멘트를 좀처럼 하지 못하는, 입술이 안 떨어진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상태인 공지연이기에 이런 내 행동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마냥 환영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녀 성격상 이런 행동은 결코 좋아하지 않을 아니, 행동 자체는 엄청 좋아할 테지만 겉으로는 엄청 뭐라고 할 행동이었으니까.
그래도 딱히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나와 공지연의 등장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쳐주느라 공지연의 이상 상태를 딱히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사람들이지만 조금만 더 늦었다면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눈치챌 것이고 공지연 그녀의 이미지에 결코 좋은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을 알았으니까.
[우와! 강지혁! 강지혁!]
[휘이익!]
[잘 어울린다! 배달의 후예 꼭 본다!]
*
생각 외로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 모았는지라 공지연 그녀가 더욱 얼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는 나의 기우였다.
“정말 축하드려요. 음... 그럼 여자 신인상 후보 소개영상을 보기 전에 간단히 근황에 대해서 소개해달라는 멘트가 대본에 있어서요. 우리 대본대로 한번해볼까요?”
“하하! 여러분 너무 대놓고 홍보한다고 뭐라하지 말아주세요. 아셨죠?”
순간적으로 그녀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와 마주쳐 움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원래의 그녀로 이미 되돌아간 상태였으니까.
아니, 나에 대한 분노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냐?
어쨌든 이 정도 앙탈쯤이야 감당할 생각으로 웃어넘기려 했다. 어차피 괴로움은 이곳이 아닌 무대 밖에서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공지연의 차가운 눈빛은 나중을 기약했던 것이 아닌 듯 했다.
내일만 사는 사람은 오늘만 사는 사람한테 죽는다. 갑자기 왜 이 말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초 우리들의 출연작이자 내년 2월 중순 방영될 배달의 후예 홍보를 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에 그녀가 대본에 적혀있지 않던 멘트를 던지자 당황하고 말았다. 진심.
“지혁씨는 최근에 좋은 일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네?”
그리고 그 당황은 이내 좌절과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며칠 전에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되셨던데, 정말 축하드려요.”
[쿨럭 쿨럭]
일부러 수많은 인터뷰요청을 거절했었다. 아니 원래부터 인터뷰 요청을 잘 받아들이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했다. 기존에 내게 적합한 인터뷰 기사를 써줘, 나름의 소통창구로 여기던 인터뷰 기자들의 요청 또한 철저히 거부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조금 사그라들겠거니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의 언급 또한 현저히 줄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공지연이 이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금 지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두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이 년이.
하아. 세상은 썩었어.
*
[저와 옆에 계시는 아름다운 여배우 공지연 씨가 호흡을 맞춘 배달의 후예!]
[내년 2월 중순에 방영되는 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고작해야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장 섹시한 남자 강지혁! 공지연을 사로잡다! 정장 마이를 건네는 강지혁의 매너에 여성 팬들의 관심이......]
[가장 섹시한 남자 강지혁의 우월함! 동양인 최초로 선정된......]
아예 공중파에서 대놓고 이를 언급한 공지연 덕에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한국, 중국, 일본 거기다 대만까지 동시 생중계된 이번 KBS연기대상인 만큼 그저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나마 Trendy와 관련된 기사들이 있어 다행이지 진짜 공지연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전력으로 싸웠을 만큼 심신의 타격이 컸는지라 오늘 일정이 걱정될 정도였다.
[KBS 연기대상 축하무대에 선 요즘 대세 Trendy의 입에서 퀸 메이커에 대한 단서가? 기존에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Trendy의 이번 타이틀 곡 작곡, 작사가인 퀸 메이커에 대한...... Trendy의 리더 지수는 “저희 멤버들 힘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기에 본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퀸 메이커 작곡가님은 저희들을 믿어주셨어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서 좋고 저희 힘으로 일어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 그리고 그 덕에 이렇게 KBS 연기대상 축하무대라는 엄청나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그래서 자꾸만 어제 있었던 KBS연기대상에서 Trendy와 관련된 기사들만 살펴보고 있었다. 완전 너덜너덜해져버린 정신을 그렇게나마 치유해보고 싶었으니까.
어쨌든 오늘 KBS 가요대전에서 2부 사회를 맡게 된 만큼 이렇게라도 해야 됐다. 뭐, 내일 쯤 되면 갓식스의 인터뷰와 관련돼 또다시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을 장식할 테고 그쯤 되면 정신적인 부분은 얼추 치유시킬 수 있을 테니까.
*
“수많은 사람들이 지혁 씨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 해에는 좋은 소식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내년에는 기대해도 될까요?”
제 딴에는 복수를 했다는 것일까. 차가움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눈동자로 나를 태연스레 바라보는 공지연의 행동에 치가 떨렸다. 그렇다고 수십 대의 카메라들이 나를 찍고 있는 와중에 이를 티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는 말처럼 지금은 가요대전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행사를 무사히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었기에 개인의 감정을 잠시 치워둘 수밖에 없었다. 뭐, 때마침 그녀가 내게 건넨 질문이 나와 관련되어 있었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 내게 쏟아지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아쉽고 또 죄송하게도 이번 해에 음악 활동을 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나 또한 마음에 걸려했었으니까.
더욱이 내년 상반기에도 음악 관련 활동으로 팬들을 찾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렇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이들에게 알려야 했으니 오죽할까.
“내년 2월 중순에 방영될 배달의 후예가 종영되고 정말 그 결과가 좋다면 해외 팬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내년 상반기에는 음악 팬 여러분들을 만나 뵙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
역시나 그런 내 예상과 다르지 않게 내년 상반기까지도 음악 관련해서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 말에 관객들의 반응은 일제히 아쉬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는지라 서둘러 다음 말을 이어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건 지금 상황에서 내 음악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당근은 이것뿐일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희소식은... 이미 정규 4집의 녹음이 모두 완료되었다는 점이고.”
[와와오아!]
[대박!]
[갓지혁! 갓지혁!]
“내년 드라마 관련 해외 활동이 끝나면 정규 4집 앨범이 발매될 것이 확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결과적으로 내 생각과 멘트는 최선의 결과를 자아냈다. 그래서 그저 고맙고도 미안했다. 2부 사회자로서 축제인 가요대전의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는 없을 진데, 팬들은 내년에 정규 4집 앨범 발매가 확정되었다는 점만으로도 내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주었으니까.
더욱이 다음 차례가 이번해 KBS 가요대전의 마지막 무대이자, 내게 무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두 그룹 중 하나의 무대였으니 오죽할까.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그들에게 건넬 수 있어서 그저 좋아할 수밖에.
“자 다음무대는 이번 KBS 가요대전의 마지막 무대인데요. 여러분 아쉬우시죠? 저도 너무 아쉬운데요. 지혁씨 그럼 다음 무대 소개해주실래요?”
“그런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 보내줄 대세 보이그룹입니다. 지금 일본 돔 투어를 막 마치고 돌아온 갓식스! 갓식스 여러분들을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치고들어온 공지연의 멘트에 서둘러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들을 불렀다. 내일이면 연예면 인터넷 포털을 뜨겁게 달굴, 요즘 대세답게 가요대전의 마지막 무대를 배정받을 갓식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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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vivi님 후원쿠폰 8 장 감사합니다.
만안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비비vivi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이름없음a님 후원쿠폰 10 장 감사합니다.
쿠폰 주신분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호작, 코멘트랑 추천 그리고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정말 열심히 하란 의미로 알고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선추코쿠는 사랑입니다.
30분 뒤에 다음편이 올라갑니다. 기다려주세요 제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