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5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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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호의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찝찝할 따름이었다.
“감사해요. 이번 한류월드 사업에서 힘을 써주셔서. 지혁 씨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예? 그게, 제가...”
한번 시작된 오해가, 그저 알아서 풀릴 거라 생각했던 오해가 이제는 해명하기도 힘들만한 사안이 돼버렸으니까.
“덕분에 저희 사성물산은 아레나 사업뿐만 아니라, 15억 달러의 사업비를 자랑하는 버즈 두바이 사업에서 주요 시공사로 참가할 수 있게 됐어요. 저희 쪽에서도 이 모든 게 지혁 씨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것을 모르지 않아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행사와 시공사 선정의 선택권을 자신에게 달라는 두바이 5왕자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 이번 아레나 사업과 버즈 두바이 사업의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내 입김이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 이 오해를 풀 자신이 내게 있는 것 또한 아니었는지라 부정도 긍정도 아닌 태도로 눈앞에 있는 이를 대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
“이건 저희 그룹 회장님께서 감사의 의미로 특별히 드리는 거에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실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내 영향이 전혀 없는 일을 가지고 어떤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그리고 설사 내 영향력이 있다 할지라도 이런 것을 받기위해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조심스럽게 봉투를 내미는 상대편의 행동을 똑같이 되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받지 않도록 할게요. 딱히 제가 한 일도 없고 이런 걸 받는 다는 게...”
그런 내 행동이 꽤나 복잡하게 다가갔는지 아무런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상대편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행동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런 내 행동을 ‘이걸로는 부족하다, 더 달라.’라는 의미로, 아니면 겸손의 행동을 보인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받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는 듯 했지만 말이다.
“그럼 이걸 건네 드려야겠군요.”
하아. 그런데 새로운 봉투를 내게 건네는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짐작한 대로인 듯 했다. 내 입장에서 그런 그녀의 행동은 방금 전 생각한 것들 가운데 하나인, 내가 더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첫 제안을 거절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또 다른 봉투를 건네는 것으로 느꼈으니까. 그래서 확실히 내 마음을 알려주기 위해 다시금 거절하려했다. 이내 들려온 그녀의 말이 아니었다면.
“이건 광고 계약 연장 관련된 서류에요.”
“저는 이런 것 받지, 네?”
“풋.”
그런 내 행동에 살짝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자니,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서 그런 말이 흘러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당초 이번 자리가 광고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기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그녀가 광고 관련된 서류를 내게 건네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 일진데, 정작 나는 지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 상태였는지라 이에 놀라게 된 것이었으니까.
“처음 봉투를 받으셨으면 그걸로 그냥 드리려고 했어요.”
“예?”
“지혁 씨에게 감사의 뜻을 꼭 표현하라고 하셨으니 까요.”
“네? 저한테요? 누가...?”
다만, 처음의 봉투가 의미하는 것은 얼추 맞춘 듯 했지만.
“회장님의 뜻이 그러하셨어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꼭 하라고.”
어쨌든 이어진 그녀의 말에 서둘러 정신을 차린 뒤, 서류 뭉치들을 간략하게나마 바라보았다.
“월드 스타에 어울리는 조건으로 재조정한 만큼 불만 사항 같은 건 없으실 거라 생각해요. 물론 혹시라도 불만사항이 있으시다면 즉시 조정할 의사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장기 계약이 부담스럽다고 하셨는지라 1년 단기계약이고 다만, 지혁 씨가 원한다면 추후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시킬 수 있는 단서 조항이...... ”
그로인해 방금 전 그녀의 말마따나 그 전 대우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계약 조건이 실제로 계약서에 그대로 적혀있는 것을 알게 되어 또다시 놀라고 말았지만.
*
[두바이 몰에서 쇼핑하시고요. 약속장소인, 이곳! 이곳에서 식사하시면서 두바이 몰 분수 쇼도 볼 예정 인만큼 꼭 6시까지 오셔야 됩니다. 아셨죠?]
가이드의 신신당부에 한창 쇼핑을 하던 와중에 가족들을 챙겨 약속장소로 왔던 김지철은 이내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거기 가이드 양반! 이거 진짜 세계 3대 분수 쇼 맞소?”
이곳 두바이에 온 그 순간부터 세계 3대 분수 쇼에 대해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홍보를 하던 가이드의 말이, 안 그래도 두바이를 여행하기 전부터 분수 쇼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그와 그의 가족들을 들뜨게 만들었을 진데, 막상 식사를 하면서 보게 된 두바이 몰 분수 쇼의 모습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커다란 감흥을 가져다주질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질문에도 가이드를 맡고 있던 청년의 얼굴이 밝았다는 점
“선생님. 지금은 날이 밝아서 그래요. 이번 다음, 다음 타임. 그러니까 7시쯤 되면 두바이 몰 분수 쇼의 진가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크흠...”
“에이, 선생님. 정말이라니까요? 저 한번만 믿어주세요. 정말 후회안하실거에요.”
그리고 가이드 청년의 말마따나, 날이 아직 밝다는 것을 인지한 탓인지 김지철은 실망스러움을 애써 감출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건 두바이 몰 분수 쇼에 대한 가이드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으니까.
어쨌든 미리 예약한 식당이 꽤나 마음에 드는 곳이다는 점 덕분인지 분수 쇼에 대해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가족들이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김지철은 그럭저럭 만족했다.
자신들이 블로그나 각종 매체 그리고 가이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두바이 몰 분수 쇼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져서 그렇지, 계속해서 보다보니, 밝은 가운데 펼쳐지는 두바이 몰 분수 쇼 또한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급격히 어두워져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두바이 몰 앞 분수대에서 저녁 7시를 알리는 분수 쇼가 다시금 시작된 것은.
그는 솔직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에서 두바이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때마침 떠오른 가이드의 말과 더불어 한 타임만 더 보고 가자는 가족들의 말이 있었기에 그는 다시금 자리에 앉아 분수 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호텔 침대를 그리고 있었지만.
“우와! 아빠 저기 봐봐!”
“어, 어? 한국어?”
하지만 이내 그는 채 10초도 되지 않아 방금 전 그 결정을 그 어느 때보다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와 가족들 그리고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이내 들려오는 선율에 포크와 나이프를 저도 모르게 놓아버릴 정도로 7시 타임의 시작을 알리는 분수 쇼는 그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기 시작했으니까.
*
[Time To Say Goodbye]
나는 영광을 꿈꾸죠. 말문이 막힐 정도로 거대한.
태양이 없는 곳에 햇빛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찬란한 영광을 간직한 이곳일지라도
당신이 없다면 이곳은 의미가 없어요.
처음에는 식당에 있는 한국인들 모두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수 쇼와 함께 들려오는 노래 가사의 발음이 비록 약간의 어색함을 담고 있을지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한국어 가사임을 알 수 있는 한국어 음악일 것이라고는,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동의 두바이에서 들려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대를 꿈꾸죠.
나와 같이 있어주세요. 영원히.
Time To Say Goodbye.
심지어 지금껏 5박 6일 동안 그들을 안내했던 가이드조차 놀란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 그들은 저마다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채 일제히 카메라와 휴대폰을 분수 쇼를 향해 들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관광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황금과도 같이 찬란한 도시 두바이의 화려한 야경을 모두 포용해버리는 노래에, 가사가 낯선 언어라는 점은 하등의 장애조차 되질 못했으니까.
......
Time To Say Goodbye.
당신이 이곳에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요.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영광만이 가득한 이 도시가.
하지만, 그런 현상 또한 잠시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휴대폰과 카메라로 분수 쇼를 찍던 그들의 손이 살며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으니까. 모두가 세계 3대 분수 쇼라는 두바이 몰의 분수 쇼를 기대하고 또한 이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저마다 휴대폰, 카메라로 이를 촬영했었지만, 이내 지금껏 이곳에서 울려 퍼진 적 없는 낯선 노래와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는 분수를 카메라와 휴대폰에 담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그들 몸을 전율시키는 지금의 광경은 온전히 그들 귀와 눈에게만 허락된 환상임을 깨달았으니까.
때로는 포근한 태양빛으로,
때로는 자애로운 달빛으로 내 곁에 있어줘요.
Time To Say Goodbye.
“아...”
“벌써...”
[하아. 이건 도대체!]
그렇게 눈 깜짝 할 사이에 노래가 끝나고 분수가 사그라들자, 사람들의 입에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한숨과 감탄이 흘러나왔다.
한순간 이 넓디넓은 공간을 장악해버린 낯선 멜로디와 목소리에 너무나도 감동한 탓인지, 가사도 모르는 주제에 눈물까지 흘리는 관광객들부터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감동이 남긴 여운이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아쉬움의 한숨과 감탄을 흘리는 관광객까지. 모두들 방금 전 분수 쇼가 너무나도 짧게만 느껴졌는지라 그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으니까.
하지만 그 감탄과 한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Time To Say Goodbye.
그런 그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는 듯 또다시 들려오는,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아버린 나머지, 이제는 익숙해져버리기까지 한 선율이 그들을 다시금 환상의 세계로 불러 모으기 시작했으니까. 더군다나 방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쓰는 언어인 영어로 이를 노래하기 시작했으니 오죽할까.
그렇게 한국어, 영어 그리고 그 뒤로 아랍어까지. 똑같은 곡이 무려 3번이나 그것도 30분 간격으로 이루어지는 총 10타임으로 구성된 두바이 몰 분수 쇼의 한 타임을 모두 차지했다는 점과 더불어 그 곳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환상의 세계를 안겨다주었다는 점에서 그날의 분수 쇼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당장 낯선 땅에서 한국어로 이루어진 노래를 들은 한국어 관광객들부터가 한층 뭉클해진 마음으로 SNS에 이에 관련된 맨션을 남기기 시작했으니까.
*
[강지혁의 음악에 대한 재능! 그 끝은 어디까지인가! 12월 2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두바이 관광청 측 曰 “두바이 몰 분수 쇼를 세계 최고, 최대, 유일의 분수 쇼로 만들기 위해...... 한글로 쓰여진 가사의 아름다움과 지혁 강의 천재적인 재능에 감읍한 국왕폐하의 명으로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우뚝 설 버즈 두바이의 최상층에 위치할 10여 개의 최고급 스위트룸들 가운데 한 군데를 ‘GREAT KING SEJONG’으로 칭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또 다른 한 군데를 'GREAT ARTIST KANG‘으로 칭할......”]
-헐... 세, 세종?
-GREAT KING SEJONG? 이거 혹시 세종대왕? 헐... 그럼 GREAT ARTIST KANG은 강지혁?
-미쳤다... 기, 기저귀. 기, 기저귀!!!!!!
-대박! 저거 스위트룸 하루 묵는데 2천만 원도 더 된다고 함! 국위선양 지렸다. 세종대왕! 강지혁! 쏴리질럿!
-근데 진짜 강지혁 괴물임? 미친 이제 하다하다 팝페라까지함????? ㅅㅂ이러다가 랩까지 한다고 그러겠네 -- 와... 어떻게 저런 사람이 한국 사람이지? 소름이다. 소름.
[강지혁과 두바이 5왕자의 인연 연결고리 마지막 퍼즐이 드디어 풀리다! 12월 2일 독립기념일(National Day Festival)을 맞아 새롭게 선을 보인...... 두바이 5왕자의 부탁에 강지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알려진 노래가 두바이를 넘어서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대중가요의 여러 장르를 섭렵한 강지혁이 이제는 팝페라 분야에서까지 그 천재적인 재능을...... 금관문화훈장을 받아 일각에서 논란을 불러 모은 강지혁이 그 진가를 드러냄에 따라 국위선양에 있어 금관 급의 훈장이 과하지 않다는 대세론이 더욱 힘을 얻어......]
-조영필, 송애는 무슨...... 강지혁은 이미 국내급이 아니라니까? 금관 급 받았다고 조금 그렇다고 한 새끼들 대가리 박아라, 전부! 15억 달러나 되는 공사도 한국으로 갖다 줘, 아레나도 지어줘, 거기다 중동 땅에 한국노래 퍼지게 만들어서 국위선양까지해. 더 이상 뭘 바라냐?
-또 저번 별자리나 탄생석처럼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짓거리는 하지말자. 애새끼들아!
-탄생석, 별자리 ㅠㅠㅠㅠ 진짜 일주일에 세네 번씩 갔는데 ㅠㅠ 이젠 일주일에 한번 가기도 힘듬 ㅠㅠ너무 비싸서.ㅠㅠㅠ
-ㅇㅈㅆㅇㅈ 거기다 미성년자들은 아예 못 감. 술파는 곳이라서. 하여튼 좆같은 새끼들 때문에 하...
-이번에 강지혁 아레나 가지고 또 초치는 새끼 있으면 칼 들고 찾아간다. 씹새끼들이. 열등감에 쩔어 있으면 방에서 좆 잡고 딸딸이나 치치 ㅅㅂ 왜 일을 초쳐. 초치기를!
============================ 작품 후기 ============================
비비vivi님 8 장 감사합니다.
dolldread님 10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여기에 원고료 쿠폰까지 주신분들! 열심히 하겠습니다!
30분 뒤에 다음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