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30화 (230/502)

00230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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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은 안 돼?”

술을 먹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았다. 물론 술이라고 해봤자 맥주 한두 잔을 먹은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무리 없이 일어난 것은 아무래도 오늘 촬영 탓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첫 촬영 날, 공지연 그녀와 나 사이에 베드신 촬영이 있는 날이었으니까.

“그냥 너나 나나 처음이잖아. 베드신 찍는 거.”

딱 봐도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오후부터 있을 촬영 덕에 아직도 숙소에서 잠들어 있을 진우 형과 지현을 뒤로 한 채 조식을 함께 먹고 있는 공지연 그녀가.

그래서 말을 걸었던 것인데 대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긴장해서 대답할 마음이 없는 건 줄만 알았던 공지연의 말이 꽤나 날카로웠는지라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베드신 찍는 건 처음이지만, 그 상대배우랑 이것과 ‘유사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는지라 딱히.”

솔직히 방금 전 공지연이 한 말을 내가 먼저 하려했다. 그녀가 생각 이상으로 긴장을 하고 있어 그럴 마음이 없어졌지만.

어찌됐든 제주도 온천에서 나의 무릎에 대담하게 올라와 낯부끄러운 자세를 취하던 그녀가 오늘 촬영에 있어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는 게 이해가 안됐는데 모두 다 내 착각이었나 보다. 아침부터 시비를 거는 것을 보면.

“근데 그 눈빛. 왜 그래요?”

“뭐가?”

아무리 공지연 그녀가 차가운 이미지라 할지라도 사람 눈빛가지고 뭐라 한 적은 없었는지라 이는 명백했다. 기분이 나쁜 일이 있거나 아니면 오늘 마법이 걸린 날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거나.

“하아. 모르면 됐어요.”

“뭔데?”

어쨌든 호기심을 자극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라 계속해서 물고 늘어졌다. 마저 조식을 먹으려던 그녀의 접시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까지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녀의 눈빛 관련된 얘기를 마저 듣고 나자 움찔하고 말았다.

“느끼해. 그쪽 지금 강세진 아니고 강지혁 이거든요? 아직 카메라 불도 안 들어 왔는데.”

“뭐?”

“그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 그만 좀 보내요.”

어느새 내 자신이 강세진이 되었다는 듯,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내심 놀라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렇게 대꾸했던 것 같다.

“착각도 유분수지. 나 참.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뭐라고요?”

“어? 저기 차 왔다. 얼른 가자. 첫 촬영부터 늦어지면 조금 그러니까.”

그건 공지연 너의 상상일 뿐이라는 듯.

*

“유미연 선생! 유 선생! 괜찮아요?”

[후우 후우]

운전 미숙으로 절벽에 차를 간신히 걸쳐놓은 상태로 남자 주인공을 부른 여자 주인공에 나는 기꺼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차를 절벽으로 밀어 넣었다.

‘아니, 거길 어디라고 네가 들어가. 네가 들어가는 바람에 차가 절벽으로 더 기울었어.’ ‘미쳤다고 거기서 에어백을 터트리고 자를 절벽으로 밀어 넣어. 이 여자가 뭐라고.’와 같은 지금 상황이 이해되질 않아 수많은 의문이 튀어나왔어야 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그렇게 행동했다.

지금 상황에서, 지금의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심장마사지를 하는 손에서 물컹한 감각이 몰려왔지만 애써 이를 물리친 채, 그저 지금은 눈앞의 그녀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심장 마사지와 인공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콜록 콜록]

“괜찮아요?”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내, 공지연 그녀가 나의 심장마사지 덕에 그랬는지 아니면 이때다 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때맞춰 물을 내뱉으며 기침을 함으로서 이곳에서의 첫 번째 신은 비교적 쉽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물론 카메라 각도에 따라 같은 장면을 6번 가량 더 찍어야 했지만.

어쨌든 처음 시작이 좋아서일까.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여긴 어디에요?]

[기억 안 납니까? 유선생이 날,]

[아! 잠깐만. 잠깐만요.]

정신을 차린 유미연이 강세진에 대한 고마움, 무모함에 역정을 내는 장면을 시작으로,

[어머! 세상에. 미쳤어. 미쳤어! 그 상태에서 그대로 떨어지면 어떡해요!]

[결과적으로 그쪽 살렸고 나 살았고.]

[뭐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외진 섬에 이렇게 예쁜 여자랑 단둘이. 그것도 이렇게 물에 젖어서 다 보이,]

[꺄아아악! 얼른 눈 안 돌려요? 돌려요! 돌려! 이 변태가!]

흰 블라우스가 젖는 바람에 안에 입은 검은색 속옷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을 들어 능글맞게 유미연의 긴장을 풀어주는 신 그리고

[유미연 선생.]

[왜요. 어허! 눈 돌리지 말고!]

[나 안보고 싶었습니까?]

[뭐, 뭐라고요?]

[나 그렇게 차고도 안보고 싶었냐고 묻는 겁니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아직도 고민 중입니까? 내가 고백해야할지, 사과해야할지?]

[하아... 아까부터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요?]

[난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많이.]

[왜, 왜 이래요?]

모닥불을 피워놓은 채 젖어버린 옷들을 말리느라 서로 등을 돌린 채 별을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키스까지 이어지는 신까지 모두가 말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당초 나와 공지연을 긴장시켰던 베드신은 이미 걱정거리가 되질 못했다.

아무래도 베드신 촬영을 할 공지연을 배려해서인지 오늘 이곳에 대동한 제작진들 자체가 10여명 안팎의 매우 소수였고 또한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 몇을 제외한 전 스태프가 여자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그렇고 이미 나와 그녀가 강세진과 유미연에 몰입한 상태였는지라 베드신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만 그 자연스러움이 문제를 일으켰다.

군용 상의 재킷을 이불 삼아 내 몸을 침대삼아, 속옷만 입은 채 누워있는 그녀의 몸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나의 그곳이 힘을 얻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더욱 실감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지만 그녀도 그렇고 나도 모닥불에 붉어진 얼굴을 애써 숨겨야만 했다. 완전히 커져버린 내 물건이 그녀의 그곳과 맞닿았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곳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나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똑같은 신을 6번 정도 반복해서 찍은 뒤, 그날의 베드신과 촬영은 마무리 되었다. 물론 베드신이라고 할 수 없는 신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와 나는 숙소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질 못했다. 바로 옆방인 그녀와 내가 촬영 스태프들과 헤어져 복도에 오롯이 둘만 남았을 때 우리들의 침묵은 순간적으로 깨져버렸으니까.

*

“재연이한테는.”

“걱정 마. 말 할 생각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하루 동안 축적된 감정들을 모두 풀어버리겠다는 듯, 그녀를 내 방으로 들인 순간부터 이는 확정된 사실이었고 이로써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난 이제 사랑 같은 건 안할라고.”

“뭐?”

“아니, 못하는 거지.”

다만 어째서 그녀가 이에 동조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비록 그저 그 순간 그녀와 하루를 보내고 싶었고 가슴 속에 담긴 감정의 건더기들을 풀어내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다지만, 거절당했다면 그대로 포기했었을 테니까.

어쨌든 몇 시간동안 정신없이 그녀를 안았고, 몇 시간 전 모래바닥에서 했던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지금 확실히 알게 됐다. 나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지금의 내가 나라고.

“슬희씨 때문인가요?”

공지연 그녀와 이런 얘기들을 나눌 지는 상상하지 못했으나, 섹스를 하게 된 것 자체가 상상했던 것이 아니었는지라 그저 그러려니 했다. 생각해보면 강슬희와 나와의 관계, 유재연과 나의 관계를 둘 다 아는 것도 삼촌들을 제외하고는 공지연이 유일했으니까.

“매순간마다 영원할거라고 생각했어.”

격렬한 섹스가 가져다준 허탈함과 허무함이 깊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했고 개운했다.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의 유재연 답지 않게 능숙했고 격렬했던 공지연 그녀가 안겨다준 쾌감은 둘째 치고 이렇게 누군가에게 내 속내를 얘기하는 게 그다지 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힘들었던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내 곁에 누군가가 있을 땐 행복했어. 그 순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지.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남자애가 지 몸 하나 건사 못하는 놈이 결혼하고 싶다 부터 시작해서 애는 몇 명 낳고 싶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다 까지 아주 가지가지 했지.”

“그건...”

“유재연 잘잘못 가리자는 게 아니야. 그냥 그랬다고. 나는.”

뭐, 그녀가 유재연의 언니든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냥 나는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바랐던 것이지 유재연으로부터 느꼈던 아픔을 되새겨 공지연 그녀에게서 무엇인가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네 말이 맞아. 네 말대로, 내가 예전에 했던 말대로 후회하지 않아.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유재연을 만났을 거야.”

“그럼...”

“그런데, 강... 슬희는 아니야.”

어쨌든 예전이었으면 중요했을 강세진으로 분해 유미연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때 느꼈던 욕구에 숙소 방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공지연을 끌어들였던 것을 구분하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다. 강세진이든 강지혁이든 그때의 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안고 싶었고 이렇게 품에 가두고 싶었으니까.

“그냥 그게 끝인 것 같아. 나란 사람이 할 수 있었던 사랑이.”

물론 그게 현실화 될 줄은 몰랐지만.

“너무 달라서. 기존에 내가 살아왔던 방식이나 생각이랑 너무 달라서 애써 외면했어.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도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지,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냥 그렇게 안 살래. 그냥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 하는 게,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진 공지연이었지만 중요치는 않았다. 그저 그녀가 듣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으니까.

“연락해도 돼?”

하지만 계속해서 연락하자는 쓰레기 같은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귀자는 말은 아니야. 이러는 거 나쁜 행동인거 아는데, 그동안 계속 갈팡질팡했는데, 이제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려고.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은 이렇게 하라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을 넘어선 마음 같은 건 없었지만.

“너랑 유재연 이런 걸 떠나서 그냥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하고 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포장할게. 내가 숨겨놓은 속내들을 거의 다 알고 있는 여자가 너 밖에 없는 것도 있고. 뭐, 그래서 연상이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고.”

곧 날이 밝을 것 같았는지라 더 이상 얘기를 하는 것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지라 허리춤까지 내려와 있는 이불을 끌어올렸다.

“싫으면 말해. 책임감 같은 거 없는 대신 그렇다고 네 발목 잡진 않을 테니까. 뭐,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발로 차도 상관없어.”

그녀가 지금까지 품안에 안겨있는 것으로 볼 때, 지금 당장 자신의 방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

[고양시 농구단 강지혁 아레나 완공 뒤 홈구장 이전 발표! 관련 협의가 끝난 것으로 판단...... 고양 시에 따르면 실내 체육의 부흥을 목표로 펜싱, 배구, 농구 등 프로리그가 있는 수많은 실내 체육관들의 홈구장으로 강지혁 아레나는...... 연습 구장으로는 기존 고양시 체육관을 병행 사용하여...... 최대 8구획으로 나눠질 수 있는 아레나 구장의 특성상...... 한류월드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복을 입고도 다닐 수 있는 그런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고양시장과 이를 최우선 과제로 지원하겠다는 경기도지사의 발표에 따라......]

[강지혁 아레나 주요 투자처 공개! 연예계 일대 파란! 운영권과 수익권, 소유권을 가질 2100억 원에 달하는 지분 가운데 1500억은 강지혁 개인 그리고 600억은 각각 200억씩 YH ENTERTAINMENT와 JS ENTERTAINMENT 그리고 포이보스 뮤직의 동일 지분으로...... 강지혁, YH, JS, 포이보스가 이번 아레나 계약의 투자자로 밝혀짐에 따라 가수들의 최대 수입원인 공연 시장에서 이들 3개의 소속사가 높은...... 이 사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JS와 YH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함...... 반면 JS와 YH의 아레나 사업 소식과 달리,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D는 이번 계획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을......]

[규모만큼이나 대단한 강지혁 아레나 내부 시설의 임대와 더불어 강지혁 관, YH관, JS관, 포이보스 관(상기 박풀관 이름은 가칭)등 별도의 소속사별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고양시 한류월드의 관광 콘텐츠가 나날이...... 사성 물산 측의 구원투수 호텔 실라의 한류월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일각에서는 강지혁의 유일한 광고가 사성 본사와 계열사 광고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Trendy의 타이틀 곡, 갓식스의 타이틀 곡, 후속곡을 작사, 작곡, 디렉팅 한 신인 작곡가 ‘킹 메이커’, ‘퀸 메이커’는 누구? 동일 인물일까, 아닐까를 시작으로 벌써부터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 갓식스의 경우에서처럼 이것이 강지혁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조금씩 흘러......]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혼란기이자 과도기를 벗어나려는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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