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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25화 (225/502)

00225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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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사업이라? 미스터 강이 사업을? 실례가 안 된다면 한번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망설였다. 너무 과한 보상을 해줄 것만 같은 두바이 왕자와의 화제를 돌리고자 다소 부풀려서 말한 감이 없지 않았고 솔직히 이 왕자와 연관되는 이 일이 많아질수록 내 자신이 피곤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뭔가 비밀이 요구되는 사업인 것 같군요.]

[네? 아, 그게 아니라...]

하지만 이내 입을 열게 되었다.

[사실 제가 이번에 공연장을 하나 만들려고 하거든요.]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이 왕자와의 관계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내보이는 청와대 측의 행동이 번거롭고 귀찮다고 해서 내게 호의를 베푸는 이를 꺼리고는 싶지 않았으니까.

눈앞 왕자는 높디높은 신분을 지녔고 또 가진바 재산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순수했고 또 어떻게 보면 엉뚱했다. 마치 지금처럼.

[과연 미스터 강의 혜안은 돋보이는 군요. 조국의 현실에 분개한 나머지 사재를 털어......]

내 노래에 특별한 의미를 ‘본인’이 직접 창조해 더한 감동을 받은 것과 같이 왕자는 내 의도를 꽤나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는지라 아까와 마찬가지로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분개까지는...]

[하하! 이런 걸 한국에서는 겸손이라고 한다지요? 겸손한 모습을 보니 역시 미스터 강도 한국인인 것 같습니다. 하하!]

[네?]

그도 그럴 것이, 공연장을 만들려고 했던 것에는 물론 아레나라 칭할 수 있는 수만 명 규모의 다목적 홀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조국의 현실에 ‘분개’까지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저번에 왕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서 청와대에서 사람이 왔었어요.]

어쨌든 또다시 내 칭송을 이어가려는 두바이 왕자에게 다른 화두를 던져버렸다. 어차피 분위기가 이런 이상, 오늘 왕자에게 얘기하려했던 조금은 껄끄러운 얘기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청와대라면? 아! 한국의 왕궁이름이군요?]

그러자 호탕하게 웃던 왕자 또한 내 얘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 아! 음... 네, 대충 비슷한 거죠.]

뭐, 아무래도 내 나름대로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얘기를 꺼낸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사람이 나왔다함은?]

[왕자님과의 대화를 묻더라고요. 무슨 대화를 했는지요.]

그런데 이어진 내 얘기를 듣던 왕자의 표정이 내 예상보다 훨씬 진중해졌는지라 덜컥 겁이 나버렸다. 솔직히 저번에 왕자가 내게 꽤나 간절히 부탁했던 것을 나 나름대로 지켜줬던 터라, 내 입장에서는 딱히 잘못한 게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무런 말을 안했는데 저한테 유익했던 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별거아닐수도 있는데, 괜히 마음이 걸려서...]

[흠...]

이거 생각보다 큰일이었던 것 같다. 왕자의 제안대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음에도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리를 벗어난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 이렇게 왕자에게 털어놓았는데, 당사자의 얼굴이 꽤나 진중했으니까.

[사실 저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지만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왕자님이 제게 건넸던 제안 그거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실수를 한 것이라면 사과를 하고 싶었다. 비록 저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도 나이고 이를 지켰다고 나 스스로 생각했지만 ‘혹시’라는 게 있고 또 저 사람에게 지금 시기가 꽤나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았으니까.

[미스터 강은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와의 대화를 함구하셨군요?]

[네? 아, 네. 일단 뭐, 국가에 위협이 될 만한 사항은 아닌 것 같아서...]

[국가에 위협이 되었다면?]

[그, 그게... 제가 아직 예비군이라서 당연히...]

하아. 괜히 말했나?

*

[하하하! 역시 제가 인복은 있나봅니다!]

괜한 기우였다. 비록 흘리듯이 건넨 말이긴 하지만, 왕가의 시험이니 뭐니 하면서 너무나도 무겁고 짙은 말투로 그 중요성을 은연중에 드러내던 왕자였기에 지레 나 스스로 실수를 자책했던 것들이 말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쩌면 왕자는 이런 것들까지도 미리 예상했던 것 같다. 비록 내 앞에서는 열혈 팬으로서 때로는 조금 바보 같고 순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할지라도 이 사람은 엄연한 왕족,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쟁과 상황을 겪었을 사람일 테니까.

[이미 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얻을 걸 얻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겁니다.]

[예? 그렇지만 저는 아무 말도.]

그런 왕자의 말을 듣다보니 나 스스로가 아차 할 만한 것들이 많았는지라 절로 머리가 아파왔다.

[물론 미스터 강은 저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제가 건넨 제안까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저와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는 것을, 제가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건넸겠지요.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내 스스로가 왕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수석비서관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런 내 태도와 말 속에서 은연히 들어나는 것들로 수석비서관은 충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의 정보는 얻었을 것이라는 게 왕자의 말이었고 진실인 듯 했으니까.

[한국 정부 측과 관련 기업들의 면담제의가 꽤나 많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대규모 건설 공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안이고 정작 중요한 정보는 이 계획들의 시기와 시공사 그리고 염두에 두고 있는 제 심증일 테니까요.]

[죄송해요.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는데.]

[아닙니다. 미스터 강에게는 오히려 제가 사과를 드려야겠지요.]

[예?]

그런데 왕자의 말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아무래도 왕자가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것에는 꽤나 깊고 복잡한 셈이 깔려있는 듯 했다. 갑작스럽게 내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왕자의 말과 더불어 이어진 말은 꽤나 강력한 놀람을 내게 안겨다주었으니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런 결과를 예상했고 또 어느 정도 노린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미스터 강이 청와대 측 인사에게 저와 관련된 정보를 넘겼을 때 그리고 지금처럼 넘기지 않았을 때의 반응들을 저는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아무리 이런 머리계산에 무지하다 할지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왕자의 방금 전 말이 나를 시험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건 기분이 ‘나쁘다’, ‘안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었는지라 절로 등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왕자의 제안을 받아들였음에도 이를 지켜주지 않았을 때 왕자는 내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을 테지만, 자신의 본심으로는 내게 팬과 가수까지의 선을 그어놓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이를 눈치도 채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저로서는 굉장히 기쁩니다. 미스터 강이 이렇게 신의 있는 분이시라는 걸 알 수 있어서요. 그리고 국가를 위하는 마음에 또한 감탄했습니다. 한국의 예비군? 그것은 정말 대단한 군대이군요. 이렇게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다니. 그래도 그런 대단한 마음조차 저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접어두셨다는 점이 저를 감동시키는 군요. 거기다 조국에 위험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그 대단한 신의조차 져버릴 수 있다는 희생정신까지! 정말 미스터 강은 대단한 인물입니다!]

오늘 왕자가 나를 보며 매우 밝은 얼굴 표정으로, 시종일관 나를 찬양했던 것에는 이런 점들도 밑에 깔려있다고 생각하니, 내 눈앞에 있는 이를 마냥 순수하고 순박한, 약간은 바보 같은 열혈 팬으로 여겼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돈으로 사람을 살 수는 있지만 신의 있는 친구는 결코 살 수가 없다. 이 말을 국왕폐하께서 직접 제게 해주셨을 때가 5살. 그때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았고 한동안 그래왔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제 스스로 가정을 꾸리고 일족을 이끌어가게 되면서 깨달았습니다. 돈에 이끌린 이가 아닌, 신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예전 수석비서관 말마따나,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국에서도 수위에 꼽는 국가 두바이의 왕자이자 현 국왕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정말이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으니까.

[이건 제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계획입니다만, 한번 보시겠습니까?]

내가 자신의 시험에 통과해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왕자의 태도는 한결 격의 없어졌고 또한 친근해졌다. 심지어 그런 모습을 불편하게 여기던 경호원들에게 또다시 강렬한 호통을 내뱉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걸 제가 봐도,,,?]

[괜찮습니다.]

더군다나, 꽤나 중요한 것들인지 지문부터 시작해 홍채인식 그리고 목소리 인식까지 거친 후에서야 열린 컴퓨터 파일들을 내게 보여줬으니 오죽할까. 그저 왕자의 이런 행동들이 더욱 부담스러웠을 뿐.

어쨌든 그로인해 바라보게 된 컴퓨터 화면에는 꽤나 멋있어 보이는 건물의 조감도가 있었는데, 덩달아 들려오는 왕자의 말에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버즈 두바이. 국왕 폐하께서 제게 전적으로 일임하신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왕가에서 제게 내리는 마지막 시험의 메인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말은 내가 들어선 안 될 것 같은 향기를 짙게 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왕자가 또다시 나를 시험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으니까.

*

[제가 투자하겠습니다. 물론 경영의결권 아니, 손익 지분 또한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단지 미스터 강의 이름으로 지어질 다목적 아레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제일의 아레나가 되게끔 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다만, 미스터 강이 약간의 호의를 베풀어주신다면...]

왕자가 'Time To Say Good Bye'의 대가로 내민 것은 바로 아레나 건설의 투자 금이었다.

[모든 소유권과 운영권 그리고 수익권은 미스터 강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다만, 시행사 선정과 더불어 시공사 선정 권한 또한 제게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이를 제게 맡겨주셨을 때 미스터 강에게 절대 손해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왕자가 내건 조건 자체가 너무 파격적이었는지라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 정도로 왕자는 자신이 어째서 석유국의 왕자인지를 보여주었으니까.

그래서 그때는 잘 이해가 안 갔다. 왕자가 어째서 시행사 선정과 더불어 시공사 선정까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는지 그리고 내게 절대 손해가 없을 거란 말을 했는지를 말이다.

어쨌든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그날 왕자와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많은 의문을 남긴 채.

*

[세계 최대 규모의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자 두바이 금융 시장에 상장된 두바이 국영건설기업 에마르사(Emaar Properties, إعمار)가 세계 최고층 높이 건물을 발주한다는 소식에......이 건물의 연면적은 50만m2로 국내 코엑스 몰의 4배, 잠실종합운동장의 56배이며, 초속 55m 바람과 규모 7의 지진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이 건물과 연계될 두바이 몰은 총면적 112만㎡(약 34만 평)로 쇼핑몰 중 세계 최대이고 임대가능면적(GLA·35만㎡)은 14번째다. 더욱이 1천200여 개 가게가 입점했고 식당만 200곳이 넘는 상태에서 버즈 두바이는 대규모 복합 시설로서......  총공사비 15억 달러에 이르는, 162층, 828m 규모의 세계 최고층 건물 계획에 국제적인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버즈 두바이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가 현재 한국에 휴가차 내한중인 두바이 왕가 5왕자에게 전적으로 일임된......]

[두바이 왕가 5왕자 충격 발언! 한국 건설사들에게 15억 달러에 이르는 공사 시공을 맡길 수도 있다는 발언과 함께 믿을만한 친우로부터 한국 건설사 중 어떤 건설사가 믿을 만한 곳인지에 관해 조언을 얻고 있다는 발언을...... 버즈 두바이 프로젝트가 단순 초고층 빌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추후 140억 달러에 이르는 두바이 건설 공사에서...... 5왕자가 말한 믿을 만한 친우가 누구인지에 관해 언론과 대중 그리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한번씩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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