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4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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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보스 휴게실에서 신나게 기사들을 훑어보는 게 요즘 나의 낙이었다. 물론 새로 태어난 동생들이 아직 제주도에 있어서 그런 것이 크지만.
어쨌든 너무 좋았다. 갓식스 뿐만 아니라 Trendy또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부터, JS의 주가가 이에 반응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점까지 모두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냥 기분 좋아할 기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애매했다.
[강지혁 속옷 화보! 일을 내도...... 북미 현지에서 한 달 평균 20만 부를 판매하던 패션 매거진 W 현지 판매량에서도 30만부에 육박한 것을 시작으로...... 당초 예상했던 수요를 뛰어넘는 구매 요청에 물량이 턱없이도 부족하여 구매 요청 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추가적인 인쇄에 들어갔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공급량으로 벌써부터 중고가가 100만원을 넘는 등...... 중국 등 아시아 등지에서 잡지의 스캔본이 떠돌아다니는 등......]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매거진의 전체 화보를 찍은 모델도 아니고 겨우 네다섯 장 남짓한 지면을 배정받은 조르쟌 아르마의 속옷 모델일 뿐인데 W 매거진의 판매 부수가 역대 급에 이를 것이라는 기사가 났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게 일반 화보로 찍힌 것도 아니고 속옷 화보로 찍힌 것인데 오죽할까. 그저 기쁨과 더불어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회사 내부에서 이번 일을 두고...... 회사 내의 입지가 너무나도 확고해졌는지라 너무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회사 내부에서 미스터 강의 아시아 지역에 걸친 영향력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화보 이후에도 속옷 모델을...... 지금의 계약 조건을 넘어선 업계 최고의......]
어쨌든 조르쟌 아르마 수석 디자이너이자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산탈 토마스의 말에 기겁을 하며 그의 제안에 더 이상 민망함의 역사를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거절을 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걸 떠나서 이 속옷 화보를 내년 상반기에 또 찍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형 이거 가져가라고 놔둔 거?”
그렇게 애써 속옷 화보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다. 더 이상 이 생각을 하고 있기엔 오늘 일정 자체가 꽤나 빡빡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저 녀석이 방해해버렸다.
“그거 가져가서 뭐하게? 니가?”
패션 매거진 W측에서 남미, 북미, 유럽 판 각각의 매거진 100부, 총 300부 가량을 보내줬는데 이게 골칫덩이가 되어버렸다. 내 입장으로서는 이를 친한 지인들에게 줄 만큼의 깜냥은 못 될뿐더러, 애당초 주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으니까. 아니 그냥 불태우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정승현 저 녀석이 저 것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라,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 녀석의 성 취향을 떠올리게 되었으니까.
“팔아야지. 이거 지금 인터넷에서 100만원도 넘게, 악! 아! 왜 때려!”
그래도 다행이었다. 녀석의 성 취향을 의심하지 않아도 돼서 녀석에게는 이 매거진의 중고가가 주 관심사인 듯해서 말이다.
“형 근데 진짜 이거 무 보정이야?”
“뭐?”
“뭐, 하긴. 무보정인 것도 같네. 그때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어쨌든 녀석의 헛소리들을 대충 흘려들으면서 서서히 나갈 준비를 했다.
“이 여자 진짜 예쁘다. 근데 키가 엄청 크네?”
“185.”
“응?”
“그 여자 키가 185라고.”
“헐, 대박. 진짜? 185면 형보다 큰 거 아님?”
녀석의 관심사가 같이 화보를 찍은 칼리 켈로스에게로 번져나간 듯 했지만 오늘 중요한 일정을 두 개나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녀석의 말에 맞장구를 쳐줄 여유가 없었으니까.
*
“내년 2월 중순에 방영될 KBS의 새 드라마 제목은 배달의 후예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저녁 선약만큼 이나.
“이번 드라마의 주연을 맡아주신 배우 분들입니다.
나와 공지연의 부탁으로 미루고 미뤘던 드라마 제작발표회라는 것을 내 인생 처음으로 그것도 주연으로서 참석하게 됐다는 점에서 막대한 부담감이 몰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배달의 후예에서 남자 주인공 강세진 역을 맡게 된 강지혁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배달의 후예에서 여자 주인공 유미연 역을 맡게 된 공지연입니다.”
이렇게 감독님과 이은숙 작가님을 제외한 그 누구보다 먼저 소개를 하게 됐고 그에 따라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사실 제작발표회가 열린 이곳 호텔 실라 컨퍼런스 룸에 오기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긴장은 안 되었다. 그저 한창 잘 나가고 있는 Trendy가 유재연 때문에 발목을 잡힐까 그것이 걱정되었는지라 다른 생각은 좀처럼 하기가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때를 후회하게 되었다.
하아. 미리 준비라도 좀 해둘걸.
주연으로서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간과하고 있었던 터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수 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밥 먹듯이 불렀는데도 말이다.
“신사의 품위 그리고 상속인들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강지혁 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자들의 질문이 이은숙 작가에게로 쏠렸다는 것이었다.
“외모? 일단 잘생겼잖아요?”
“예?”
다만, 그 질문 자체가 나와 연관된 것들이 많았는지라 긴장감을 풀 수는 없었지만.
“사실 이번에 강세진 역을 맡아주실 강지혁 씨는 대한민국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이시고 월드스타시잖아요? 그래서 지혁 씨를 이 드라마에 끌어들이는 게 엄청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제작 발표회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괜히 스타 작가가 아닌 듯, 이런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은숙 작가님은 노련한 기자들조차 휘어잡을 만한 언변으로 제작발표회 현장의 분위기를 장악했으니까.
“사실 저번 상속인들 때 약속을 한 게 있었어요. 시청률 40%가 넘으면 제게 무조건 캐스팅 권한을 주기로요.”
그렇게 내가 이 드라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재밌게 각색하여 기자들에게 풀어놓는 이은숙 작가님을 보니 절로 든든해졌다.
“이 드라마 집필할 때 사실 지혁 씨가 예비군 복장을 한 기사를...... 그래서 그때다 싶어서 제안했던 건데 지혁씨가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지혁씨는 상속인들의 시청률이 절대 40%를 안 넘을 거라 생각하는 구나. 하고요.”
“강지혁 씨는 상속인들의 시청률이 그 정도까지는 안 나올 것이라 확신했던 것이군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그래서 더 오기가 돋았던 것 같아요. 웬만해서는 대본 수정 같은 거 잘 안하는데, 그것 때문에 꽤 고생했어요. 어떻게 하면 시청률 40%를 넘길까 하는 생각이...... 어쨌든 너무 잘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캐스팅뿐만 아니라 제작비도 충원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나도 몰랐던 사실을, 내가 시청률 40%를 절대 불가능한 시청률이라 여겼다는 것을 작가님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라 당황하긴 했지만 말이다.
“저희 배달의 후예는 총 제작비 130억에 달하는 대작이고요. 그리고 그리스 현지 로케 그리고 삼척 지역에 세트장을 꾸릴 생각...... 이번 드라마가 대박이 날 거라고, 한 번도 의심한 적 없고요. 그만큼 자신감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그런 몇몇 부분들에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꽤나 좋았다. 지금껏 드라마에 관해선 철저히 신비주의를 택했던 우리 측의 말 하나, 하나를 열심히 타이핑하는 기자들의 손놀림과 더불어 그 내용을 풀어놓는 작가님의 말에 담긴 확고한 자신감까지 전부, 일종의 자신감을 내게 안겨다 주었으니까.
“여기 있는 김현주 역의 지현이와는 상속인들 때부터 서로 오빠, 동생하는 사이여서 그런지 첫 만남 때부터 편했고요. 진우 형이랑도 많이 친해져서 아무래도 촬영 내내 좋은 호흡을 이룰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상대역인 공지연 씨도...”
그렇게 배우들의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소감을 말하는 것으로 그날의 제작발표회는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내 차례에서 공지연과의 관계에 대해 말할 때 살짝 움찔하는 바람에 공지연 본인의 차가운 눈동자를 마주봐야 했지만 말이다.
“예전에 화보촬영을 같이 했고 예능 프로그램 때도 마주친 적이 있어서요. 상대적으로 좋은 호흡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간 예전에 유재연이 언니 공지연이 무섭다고 자기한테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고 표현한 게 떠올랐는지라 잽싸게 말을 이어갔지만 아무래도 뒤끝 강한 그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는지라 불안하긴 했다.
하아. 저 여자가 입은 웃고 있으면서 눈이 그렇게 차가우면! 그 눈으로 날 보면 내가 어떻게 움찔 안하냐? 거짓말해서 움찔 안 해도 네 눈이랑 마주치면 그냥 움찔하겠다. 이 독한 년.
*
[지혁 씨의 패션 매거진 W 화보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 이슈잖아요? 이렇게 대단한 분이 제 상대역이라서 정말 좋은 것 같고요.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로 시청자 분들에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빌어먹을 독한 년.
뒤끝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내 속옷 화보 얘기를 할 줄은 몰랐는지라 이가 갈렸다. 그 독한 년 때문에 제작 발표회가 순간 나의 근황 인터뷰로 바뀔 뻔 했으니까.
[너무나도 완벽한 곡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
그 독한 년만 생각하면 어떻게 복수를 할까라는 생각에 밤도 새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눈앞에 있는 이의 신분을 생각해 애써 그 생각들을 머리 저편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제 부친이신 국왕께서도 극찬을 하셨습니다! 제 나이 평생 국왕께서 그렇게 극찬을 하시며 웃으시는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한 일입니다!]
두바이 왕가의 5왕자이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왕자가 또다시 내한을 했다. 그것도 공식적인 업무 때문이 아닌 순전히 나 때문에 말이다.
본인 말로는 휴가를 왔다고 하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저번에 의뢰받은 곡을 그쪽으로 보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적잖이 놓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의 말마따나 내 눈앞에 있는 왕자는 꽤나 지고한 존재였는지라 솔직히 이 제안 때문에 한 가득 부담을 안아야 했으니까.
뭐, 지금 또다시 노래를 재생한 채, 두 눈을 감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오죽할까.
아니 저 아저씨, 아니 저 왕자 가사가 한국어인데 알아는 듣고 저러나?
[Time To Say Goodbye]
나는 영광을 꿈꾸죠. 말문이 막힐 정도로 거대한.
태양이 없는 곳에 햇빛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찬란한 영광을 간직한 이곳일지라도
당신이 없다면 이곳은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그대를 꿈꾸죠.
나와 같이 있어주세요. 영원히.
Time To Say Goodbye
......
Time To Say Goodbye
당신이 이곳에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요.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영광만이 가득한 이 도시가.
때로는 포근한 태양빛으로,
때로는 자애로운 달빛으로 내 곁에 있어줘요.
Time To Say Goodbye
[아버지를 태양으로 어머니를 달로 비유한 이 아름다운 시 같은 노래 가사가 어찌나 와 닿던지! 저 또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저 왕자를 비롯해서 두바이 왕가의 국왕이라는 사람이 이 곡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에는 다른 이유 또한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이유가 주된 이유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가사를 써내려간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의도를 본인들이 창조해가면서까지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예, 예? 아, 네...]
‘사실 태양은 두바이 왕가의 국왕이 아니고 어머니도 달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질 못했다. 어찌됐든 그는 정말 높고 높은 사람을 뿐더러,
[국왕께서 이 노래를 당장 두바이 몰 분수 쇼의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하실 것을 명하셨고 더불어 이 노래를 한국어 가사 그대로 사용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예? 하지만...]
이미 그 노래를 그렇게 받아들인 채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물론 미스터 강께서 허락하신다면 영어와 아랍어로 번역을 하는 것도 동시에 사용하라 하셨습니다.]
심지어 한국어 가사인 노래를 그대로 분수 쇼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내 허락 하에 영어와 아랍어로 번역까지 한다고 하니 오죽할까. 그저 ‘황공합니다.’ 하면서 바짝 엎드릴 수밖에.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어떤 대가를 드려야할지...]
[제 팬이시니까, 그냥 저작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니 될 말입니다. 국왕께서도 이번 일에 관심이 깊으신 만큼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장르를 뛰어넘는 팝페라 곡을, 두바이 왕가와 두바이를 위해서......]
그런데 이 눈앞 왕자의 태도가 점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았는지라, 속으로 진땀 꽤나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글쎄 두바이 왕가를 위해서 쓴 곡이 아니라니까요. 하, 나 원 참.
[제가 요즘에 일을 벌여놓은 게, 아니 하고 있는 음... 일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있어서요. 그것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가능할까요?]
어쨌든 괜히 이 사람과 더 얽혀서 청와대 높은 사람들의 방문을 또다시 받고 싶지는 않았는지라, 내 사정을 조금 부풀려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뭐,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
[오호... 사업이라? 미스터 강이 사업을? 실례가 안 된다면 한번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보수에 대한 얘기는 잠시나마 소강상태를 이룬 것 같았다. 다만, 이를 위해 꺼냈던 얘기가 이 왕자의 더한 관심을 불러 모은 듯 했지만.
그러고 보니까, 이 왕자. 두바이에서 알아주는... 두바이 몰도 자기가... 사업 광... 하아.
============================ 작품 후기 ============================
비비vivi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하안숨님 후원쿠폰 3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이제 주말 끝이군요 ㅠㅠ
다들 새로운 월요일 맞아 힘내시고. 정 힘드시면 제 작품 정주행 하시는건 어떠신지?
하시는 김에 못하신 추천 정주행도...?
죄, 죄송합니다.
쩝....
좋은 밤 되세요!
보나보너님 군대 잘 갔다오셔요!
그래도 한번쯤은 갈만한...하아..................................
군대가도 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가세요
훈련소 밥 쓰레기.
Rukia님 감사합니다.
불끈불끈FM님 추천버튼 불편해도 추천 눌러주셨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