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23화 (223/502)

00223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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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이미 한국에서만 듣는 음악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초기 한류라는 이름아래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K팝은 오늘날에 이르러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으며 더욱이 강지혁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한 이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까지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따라서 웬만한 아이돌 스타들은 예전이라면 꿈에도 꾸지 못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월드투어를 한해에도 여러 번씩 소화하곤 했다. 그런데 그게 뜻밖의 문제를 발생시켜 버렸다.

[음악방송 1위를 만들어 준 것도 우리고 CD를 가장 많이 사준 것도 우린데 왜 한국에서는 콘서트를 잘 안하느냐.]

[떴다고 국내 팬들 무시하는 거냐?]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저변을 넓혀감에 아이돌 스타들의 해외 활동이 늘어났고 이는 국내 팬들로 하여금 상대적인 홀대로 다가왔으니까.

[음악방송 딸랑 몇 주하는 걸로 국내 활동 끝내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

[음악방송 3,4주하고 바로 해외활동만 하면 음악방송은 해외 인지도 쌓으려고 하는 거냐! 국내 팬들은 안중에도 없냐!]

하지만 각 소속사들에게도 억울한 면은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음악 방송 자체의 출연료가 많은 편이 아니었고 그 출연에 따른 비용이 적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10만원에서 40만원.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전자가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료라면 후자가 그 방송에 출연하기 위한 의상 비, 댄서 또는 코디네이터 고용 비, 식대 등이라면 사람들이 믿을까. 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이었다.

이미 음악순위프로그램의 출연료는 소요경비의 10분의 1정도일 정도로 너무 작았고, 방송사마다 다른 의상을 요구해 지출이 큰 게 사실이었으니까.

따라서 대형 기획사들조차도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3, 4주의 방송 출연이 팬들 입장에서는 짧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기간 동안 소속사들은 주 4회, 총 12회에서 16회까지의 음악방송에 소속 아이돌 스타들을 내보내기위해 억 소리 나는 돈을 쏟아부어야했고 그에 비하면 초라한 몇 백만 원의 출연료를 받아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각 소속사들은 소속 아이돌스타를 어느 정도의 체면치레를 할 정도만 음악방송에 출연시킨 뒤 곧장 손실분을 보전시키기 위한 수익 활동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수익 활동이라는 게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국내활동보다 해외 활동인 것은 자명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음악 시장 내부의 일. 따라서 일반 대중들은 이를 알지도, 알 수도 없었기에 팬들의 원성은 갈수록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일회성인데다가 멤버 전체가 출연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논외로 치고 봄, 여름, 가을 때 야외 공연장에서 팬들을 위한 콘서트를 연다 할지라도 막상 겨울이 되면 실내 공연을 할 수 있는, 막대한 무대 설치비 및 관련 인건비를 감당할 만한 대형 공연장을 대관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았으니까.

더군다나, 겨울을 제외한 시기에 콘서트를 여는 것도 준비 기간이라든지, 활동 시기의 고려라든지 여러 문제들을 고려해야 했으니 오죽할까.

어쨌든 기본이 5명 이상의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로서는 고척 돔구장, 올림픽 체조 경기장 등 과 같은 콘서트 장 규모 자체가 몇 만 명 정도는 되는 곳에서 공연을 해야 어느 정도의 수익이나마 맛볼 수 있는 상황에서 콘서트를 열기에 가장 최적의 시기인 겨울 시기의 국내 콘서트는 아직까지도 넘어야할 산이 많았기에 오늘도 아이돌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국내 팬들을 외면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

“...... 기부채납을 통해 3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하는 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는지라 저희로서는,”

“무상임대든 뭐든 일단 국가 아니 해당 지역구 아니? 서울시인가? 어쨌든 그쪽 소유가 되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공공시설물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할뿐더러...... 하지만 지혁 씨의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교통이 편리한 부지는 현재로서는 강서구, 도봉구, 송파구가 제안한 부지가 최적입니다.”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 필리핀 아레나, LA Staples Center 등 해외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실내 장소에서 팬들을 만났고 그 무대의 웅장함과 편리성에 감탄한 적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꽤나 의외였다.

북미, 남미, 유럽 지역에서의 K팝이 아직까지는 마니아들의 음악으로 여겨질지라도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진데, 아직까지 K팝 전용 아레나는커녕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아레나도 없다는 것이 의아했고 또 놀라웠으니까.

물론 국가,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를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닌 듯 했다. 내가 원하는 부지가 단번에 나올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이 같은 K팝 전용 아레나의 건축을 시도했다는 것에 있었으니까. 뭐 결정적으로 그 계획이 좌초되는 바람에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데 생각을 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관리사님이 내게 미리 언급했던 제안은 총 4군데였으니까.

“근데 그때 4군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 기억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런 내 물음에 관리사님이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관리사님이 내게 당초 말했던 4군데의 제안을 모두 알려주지 않은 것에는 말이다.

“유일하게 기부채납 후 장기 무상 임대 방식을 제안하지 않은 곳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게... 일단 그 제안을 건넨 쪽은 고양시입니다.”

“고양시요?”

일단 관리사님이 말하지 않은 제안을 건넨 쪽은 앞선 강서구, 도봉구, 송파구와 같은 국가지자체였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고양시는 서울에 속한 지역구가 아닌 하나의 시라는 점이었지만.

“일단 서울 지역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쪽에서 제안한 부지 자체가 너무...”

어쨌든 관리사님의 말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의문이 풀리기는커녕 쌓여만 갔다.

“그 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예?”

“일단 이 자료를 한번 보시죠.”

정작 관리사님이 평소답지 않게 속 시원하게 결론부터 딱 내놓지 않고 서류 더미에서 일련의 서류들을 내게 건넸으니까.

[......한류월드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공연장, 호텔, 방송통신시설 등의 인프라를 갖춘 총 99만㎡(30만평)규모의 관광문화복합단지다. 현재 관련 부지의 매입이 완료된 상태이며...... 방송통신시설에 해당하는 EBS디지털 통합사옥이 완공돼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가 출범한 상태이며...... 공연장과 호텔,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에 관한......]

그렇게 몇 분간의 시간을 들여 관리사님의 건네준 몇 장의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니, 간략하게나마 고양시에서 왜 내게 그런 제안을 건넸는지는 알게 되었다.

“여기 보는 공연장이라는 게 우리들 경우겠네요.”

“맞습니다. 당초 고양시는 강서구, 도봉구, 송파구와 함께 정부가 주도한 K팝 전용 아레나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부의 지원계획이 철회됨에 따라 한류월드 계획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있는지라 더욱 적극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서울 내 지역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자한 만큼 사업의 좌초는 고양시뿐만 아니라, 뒤에서 전적으로 지원을 담당했던 경기도 자체에도 부담이 될 테니까요.”

다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뭐죠? 이 기사만 보면 오히려 좋은 것 같은데요. 기존 한류월드? 이 부지를 고양시에서 전부 매입한 상태인데 우리들에게 기부 채납 후 장기 무상 임대 방식을 제안한 게 아니라면 오히려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로 들리는 데요?”

서울에 있지 않다는 것만 빼고는 상대적으로 내게 호의적인 조건으로 제안을 건넨 고양시의 제안을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가.

“맞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보시죠.”

그런 내게 관리사님이 앞서 건넸던 문서들의 중간쯤에 있는 부분을 지적하자 내 시선은 그대로 이를 따라가게 되었고 이내 알 수 있었다.

[한류 월드의 전체부지 99만㎡(30만평)에서 K팝 전용 아레나는 중앙 핵심위치에 자리 잡을 것이며 그 면적은 최소 79,359㎡(24,000평)에 이를 것으로...... 하지만 K팝 전용 아레나 사업이 좌초됨에 따라 한류월드의 메인 콘텐츠가 사라져 버린 까닭에......]

어째서 관리사님이 내게 이를 알려주지 않았는지.

“2, 2만 4천 평? 설마 이 부지 전체를...?”

“기부 채납 후 장기 무상 임대 방식을 제안하지 않고 저가에 토지를 매도하는 대신 이 토지 전체를 한꺼번에 매입, 개발 해줄 이를 찾고 있다는 게 고양시의 전제조건이었습니다.”

그랬다. 고양시의 제안은 모든 게 좋았다. 내가 다른 제안들을 꺼려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기부 채납 후 장기 무상 임대 방식을 전제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세금문제를 떠나 토지를 저가로 매도해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결정적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의 부지 면적이 45,007㎡, 건축면적이 43,730㎡인 것으로 볼 때, 고양시가 원하는 수준은 부지면적이 88,257.9㎡에 달하는 LA Staples Center와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바, 지금의 저희 측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고 생각하여 이 안을 제외시켰던 것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그게 1인분을 넘어서 10인분, 100인분, 더 나아가 끝도 없이 먹어야 한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닌 고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고양시의 제안이 딱 그 짝이었다.

“최대 3만 7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대지면적 4만 5007㎡ 건축연면적 13만 2398㎡,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서 예상 공사비는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3천억 가까이 될 것입니다. 또한 LA Staples Center 최대 수용인원은 적지만 전체적인 시설의 다목적 사용에 중심을 둔 것인지라 오히려 공사비는 더욱...... 또한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더라도 3천억에 가까운 건설비를 자랑하는 지라 아무래도 이와 유사한 규모가 될 고양시 K팝 아레나 부지는 저희가 손대기에는......”

내가 아무리 자금 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다지만 일개 개인이 이다지도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

“부지 자체는 수십억 정도에 매입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공사비가 최소 2천억 가까이 든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유한 주식부터 관련 건물까지 모조리 처분한다면 고양시의 제안을 받아들일뿐더러 정말 멋들어진 수만 명 규모의 아레나를 만들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모험성이 짙은 사업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대박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1만 명, 최대 1만 5천명 규모의 실내 공연장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이 정도 규모의 부지에 걸 맞는, 고양시가 원하는 수준은 최소 3만 명 정도의 아레나인 것 같았으니까.

“일단 다른 쪽도 한번 알아보죠. 힘 드시겠지만요.”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될 일인걸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기운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냥 일이 쉽게 풀려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아. 어쩐지 잘 되어간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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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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