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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22화 (222/502)

00222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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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녀는 정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30분에 가까운 시간이 정도에 맞는 시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의 시간 동안 실컷 놀리더니 이내 대본 연습에 돌입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2화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대본을 읽어보며 서로의 동선과 행동들을 얼추 맞춰 보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라 우리들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저녁 자리로 이어지게 되었다.

“엄청 운치 있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개인 별장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걸까나?”

딱히 거창하게 먹을 건 아니었고 비록 드라마 호흡 문제로 만난 것이긴 하지만, 아직 제작발표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공개된 장소에 있는 것이 노출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기에 그녀를 별장으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꽤나 아날로그적인 걸 좋아하나 봐요? 장작도 직접 해놓은 것 같고 여기 벽난로도? 이것도 직접 쓰는 것 같고요.”

어쨌든 제주도에 있는 동안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호텔이 아닌 이곳 별장에 있기로 한 만큼 재료들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였는지라 저녁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연기 외적인 얘기를 그녀와 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껄끄럽긴 했지만.

“재연이 아니 이번 Trendy 앨범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정말 손꼽아서 컴백날이 다가올 정도로요.”

애당초 포이보스 휴게실에 밥 먹듯이 찾아와 대본 연습을 한답시고 나를 귀찮게 하던 그녀였기에 이런 얘기를 꺼낼 것을 짐작은 했었다. 그런데 저번 보다 꽤나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얘기를 꺼낼 줄은, 거기다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짐짓 당황하긴 했다.

“가요계에서 강지혁 노래하나 받으면 무조건 뜬다는 속설이 있다던데. 가히 명불 허전이네요. 거리만 걸어 다녀도, TV채널 몇 번만 돌려봐도 갓식스 노래만 흘러나오니까요. 그러니까, 기대해도 되겠죠? Trendy 노래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울려 퍼질 거라고?”

그것도 나로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가요계의 속설이라는 것을 예로 드는 그녀의 초롱초롱 그 자체였으니까.

아무래도 방송활동을 하지 않다보니까, 이런 소문이 진짜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절로 낯빛이 붉어질 만한 이런 소문들이 아예 근거가 없는 소문은 아니었는지라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Trendy도 그렇게 되길 바라요. 진심으로.”

내가 당황했던 것은 안 그래도 부담이 되던 부분을 다시금 친절하게 되짚어주는 공지연의 행동과 더불어 나에 관련된 소문에 나 스스로도 조금 민망했으니까

다행히 공지연 그녀도 사람이었는지 그쪽 관련된 얘기를 짧게 끝냈는지라 밥 먹다 체할 위기는 넘길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금 전 얘기들 자체가 가벼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동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뭐, 그냥 편한 사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고,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사이 또는 철천지원수라 할 수도 없는 그녀와 나 사이이기에 이렇게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했다. 아마 드라마 배역에 서서히 몰입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식후 차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꽤나 놀랄만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소리에요. 우리도 제작비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대작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에요. 충분히.”

같은 드라마에서 상대역을 맡게 되었다는 점이 우리들을 접촉하게 만든 만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경쟁 작에 대한 얘기를 건너뛸 수 없었는데 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그녀에게 몰랐던 사실을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몰랐어요? 우리 드라마 제작비? 무슨 주연 배우가 그런 것도 몰라요? 뭐, 하긴 내가 상대역인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니까. 진짜 무신경한 사람이네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작비 100억 거기다 이미 투자 계약이 체결된 PPL이 40억 그런데 그 40억까지 재투자한 결과 총 제작비 140억이라는 경쟁 작의 기사를 며칠 전에 본 기억이 있었기에 공지연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나보다. 단순히 내 출연료만 계산하더라도 제작비가 수십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도 변명할 거리는 있었다.

애당초 내 출연료 자체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뿐더러 각종 시청률 인센티브 그리고 해외 시장 개척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꽤나 많은 조건들이 있었기에, 전체 제작비에서 출연료를 배제했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놀란 건 사실이었다.

“해외 로케 일정까지 잡혀 있고 그쪽까지 캐스팅 할 정도면 대충 계산 나오잖아요. 본인 출연료가 얼마라는 것까지 따져보면,”

“그래서 얼마라고? 용건만.”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몰라요. 대표님 통해서 얼핏 들은 거라서요.”

“뭐?”

“그래도 100억은 가뿐히 넘기는 걸로 알고 있어요. 140억까지는 모르겠지만.”

“뭐?”

비록 공지연 그녀도 자세히는 모르는, 그저 얼핏 들어본 수준인 것 같았지만 경쟁 작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작이라 칭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작비라는, 제작비가 100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그녀로부터 들을 수 있었으니까.

“아직 언론에 공개된 게 없어서 그렇지, 애당초 사전제작으로 일본, 중국, 대만 동시 방영인데 그 정도 제작비 아니고서야 가능이나 하겠어요? 그리고 이은숙 작가님 정도면 그 정도 제작비 투자야 얼마든지 받을 수 있어요. 뭐, 당사자 앞에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강지혁 씨 출연했던 상속인들 해외 시장 개척부터해서 각종 광고까지 지금까지 수익이 수백억정도...... 어쨌든 우리도 제작비 면에서는 꿇리지 않아요. 절대.”

뭔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부담감이 한층 더해져버렸다. 아울러 대본 연습을 위해 그녀를 이곳까지 부른 게 꽤나 잘 한 일이라는 걸, 그녀가 어째서 제주도까지 친히 내려왔는지도 알게 됐고 말이다.

하아. 잘하자. 잘해.

*

제주도에서 대본 연습도 하고 새롭게 태어난 동생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아직 서울을 오는 게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보통 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지수, 여기서 뭐해?”

“어, 어? 오빠!”

Trendy의 컴백한 첫 주, 첫 음악방송은 직접 지켜보기로 약속했고 또 그렇게 마음을 먹었었기에 발걸음 자체가 가벼우면서도 또 무겁기도 했다. 어찌됐든 갓식스의 어마어마한 성공 바로 뒤에 컴백의 바통을 넘겨받은 만큼 Trendy가 부디 잘해줬으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으니까.

“긴장 돼?”

“응? 음... 조금?”

물론 이런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부담감 자체가 아무래도 녀석들에 비하면 덜한 게 사실이었다. 나야 제작자 입장에다가 몇몇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담감일 테지만, Trendy 멤버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일로부터 비롯된 부담감일 테니까.

“조금?”

“음...”

이렇게 대기실 옆쪽 그늘진 곳에 혼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는 지수를 보니 그게 새삼 실감이 됐다. 10년이 넘는 연습생 생활동안 못 볼꼴, 볼꼴 전부 경험했는지라 정신적인 면이 꽤나 강한 편인 지수가 이 정도로 부담감을 느끼고 초조해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답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줄 수 없었으니까. 최선을 다해 만든 곡 그리고 내가 가장 믿고 있는 이들에게 맡겨 탄생시킨 안무까지 이미 내가 할 일은 다 마무리된 상태였으니까.

“지수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오빠는 그렇게 믿어.”

“정말?”

그렇게 이미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준 상태에서 그저 진심이 담긴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었는지라 미안하기까지 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내 말이 얼마나 와 닿을지를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럼 누구 동생인데?”

“동생?”

“어?”

“치. 아니야.”

누구 동생이냐는 말에 더한 부담감을 느낀 것인지 녀석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그 후 표정이 꽤나 밝아진 것으로 보아 내 위로 같지 않은 위로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나보다.

“중간에 가사랑 노래 제목 바뀌었는데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라 믿어. 오빠는. 그리고 우리 지수 엄청 예쁘니까, 팬들도 엄청 좋아할 거야.”

“진짜?”

“그럼 지수 팬들이 엄청 좋아할 거야.”

“아니, 그거 말고.”

“응?”

“나 예쁘냐고.”

“물론이지. 우리 지수가 얼마나 예쁜데?”

어쨌든 준비기간 동안 노래 제목과 가사가 여러 번 바뀌고 심지어 안무까지 뮤직 비디오를 찍기 직전에서야 확정되었다는 점 등 수많은 장애요소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컴백까지 무사히,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따라와 준 녀석이 대견하기까지 했는지라 절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다.

“그럼 나 1위하면 소원 들어 줄 거야?”

“응? 소원?”

이내 들려온 소원타령에 그 손을 내려야 했지만 말이다.

“응, 소원.”

“무슨 소원인데?”

“들어 줄 거야?”

다짜고짜 소원타령을 하는 지수의 평소 같지 않은 모습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벌써부터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1위하면 지수가 말하는 소원 오빠가 들어줄게.”

“진짜지? 약속!”

뭐가 됐든 어떤 동기가 있으면 힘이 나는 게 사람의 심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뿐더러, 그동안 스케줄과 개인사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신경 쓰지 못했던 지수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그래, 약속. 음... 그리고 그거에다가 오늘 무대에서 실수 안하면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까?”

그래서 달콤한 당근을 하나 더 제안을 했던 것 같다. 이제부터 한창 스케줄을 소화해야할 녀석과 더불어 Trendy멤버들 전체에게 보양식이라도 사줄 생각을 여기 오기 전부터 하긴 했으니까.

“음... 그러면 오빠, 나 그거 말고.”

“응?”

그런데 그게 내 무덤을 파버렸다,

“오빠 화보 나오면 나 사인해주면 안 돼? 그... 속옷화보?”

[푸와악]

[콜록 콜록]

순간 마시고 있던 차 음료를 바닥으로 뿜어버렸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서울에 왔던 것을 그리고 그동안 모른 채 무시하고 있던 톡에는 지수의 톡도 있었다는 것을.

하아. 세상은 썩었어.

*

[Hang in there]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리는 전화벨.

이제는 지겨워.

자꾸만 보게 되는 전화기

이제는 지겨워.

솔직히 어떻게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 잘은 기억이 안 났다. 그냥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연인들 사이의 속칭 ‘썸’에 관한 얘깃거리들과 댓글들을 보게 됐고 그로인해 순간적으로 떠오른 멜로디와 가사들을 적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Trendy 멤버들이 꽤나 고생을 하게 됐다.

나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얘기들.

이제는 지겨워.

심장이 떨려 죽겠다는 얘기들

이제는 지겨워.

......

지금의 가사가 나오기 전까지 꽤나 오글거리던 가사들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걸 그룹 노래의 특성상 강력한 중독성을 집어넣어야 했기에 마찬가지로 멜로디도 꽤나 많은 수정을 해야만 했는지라 정작 이를 숙지해야 할 Trendy 멤버들은 막말로 죽을 맛이었을 테니까.

흔히 하는 밀고 당기기.

이제는 지겨워.

내 마음을 가지려면 조금 더 보여줘.

조금 더 힘을 내.

만약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면 더욱 미안했을 테지만 그래도 그런 수정 작업을 반복한 끝에 꽤나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는지라, 곡 자체가 지닌 매력으로 보답을 하고 싶었다. 물론 대중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서 그 보답이 대단하고 값진 것이 될 수도, 아니면 그냥 헛수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Hang in there, Hang in there

조금 더 힘을 내.

쉽게 마음을 주긴 싫어.

그래서 네 마음 쉽게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래도 무대가 끝난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한 듯, 어느 멤버들 또한 실수를 하지 않고 오히려 100%가 넘는 기량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무대가 끝난 뒤 관객들의 반응 자체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관객석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나게 박수와 함성을 질러댈 정도로.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내 이어진 다음 무대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거짓말처럼 나의 그런 반응과 기분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으니까.

[다음 무대는 Twinkle의......]

============================ 작품 후기 ============================

오늘 아버지 친구분 자제 결혼식장을 대신 갔다왔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나는 아직 나이가 든 게 실감이 안나는데, 하나, 둘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이가 들어가는 게 보이고 또 그게 저로 치환되서 느껴지는 게요.

뭐, 신부가 너무 예뻐서 그런거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 수고하셨고 좋은 꿈 꾸세요. 저도 맥주 한 캔 먹고 자야곘습니다.

추천도 꼭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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