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21화 (221/502)

00221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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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데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왔다는 건, 원하는 게 더 있다는 거 아닌가요?]

[그게... 사람이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며칠 전 전용기 내에서 나눴던 관리사님의 보고가 떠올랐는지라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옆에서 나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을 사람이 내게 신경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 아니야. 그냥 요즘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딱히 말 못할 건 없었다. 숙모님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대부분의 일은 태현 형을 통해서 진행했지만 그렇다고 삼촌한테 아예 말도 안 한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지금 일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밥은 먹고 다녀야지. 안 본 사이에 홀쭉해져있으면 삼촌 마음이 좋을 수가 없잖아.”

어찌나 초조한지, 자리에 앉아 있질 못하고 정신없이 병실 앞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하는 삼촌에게 지금 추진 중인 일 얘기는 안 하니 못한 내용일 테니까.

“참나. 저기요. 사장님. 내 걱정은 하지 마시고 숙모님 걱정이나 해. 애도 아닌데 무슨 내 걱정이야.”

“이게! 머리 좀 컸다고 삼촌한테! 네가 아무리 나이 먹었다고 해도 삼촌한테는 애야. 애. 너 기저귀까지 내가,”

어쨌든 극도로 초조해하는 삼촌을 보니 새삼 실감이 났다. 오늘이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날이라는 게.

“하아. 삼촌 들어가야 된다며. 안 들어 갈 거야?”

“갈아가면서 너 다 내가, 어, 어? 어! 들어가야지.”

“가서 머리 채 좀 뜯기고 와. 숙모님 힘들겠다.”

“머리채는 무슨. 우리 지혜는 그럴 애 아니야.”

하아. 저런 삼촌의 모습을 보다보니 나 또한 덩달아 초조해져버렸는지라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돼버렸다.

아니, 이미 나는 초조한 상태였던 것 같다. 어느새 땀으로 흥건히 젖어버린 손바닥과 등 상태로 보아하니, 그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

“삼촌.”

10시간이라는 기나긴 대기 시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묘했다. 난생 처음 새 생명의 탄생을 목격했다는 점을 떠나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세쌍둥이를 보는 삼촌의 모습이 꽤나 낯설게 다가왔으니까.

“너무 작아. 인형 같아...그치 형?”

“그, 그래. 봐, 봐봐! 눈 떴어! 눈!”

“어? 어디어디? 형 어디?”

“아! 조용 좀 해! 애 깨잖아. 오빠도 그렇고 지혁이 너도 진짜.”

남자로서 어른이 되려면 20살이 돼야 한다,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 가운데 가장 남자를 어른으로 만드는 조건은 결혼이고 또한 아빠가 되는 일인 것 같다.

뭔가 복잡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삼촌의 모습은 꽤나 진지해보였고 이는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자식들의 아버지라는 역할을 갖게 된 진짜 어른의 모습처럼 보였으니까.

어쨌든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되는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안정과 휴식을 위해서 병실을 빠져나오는 순간에도 그런 묘한 감정의 여운은 사라지지 않았는지라, 좀처럼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새로운 가족.

1명의 가족이 늘어남과 동시에 형이 생겼고 또 누나가 생겼는데 거기서 연달아 3명의 동생들까지 생겨서일까. 항상 조용하기만 했던 집안 분위기가 이제는 제법 떠들썩해질 거란 생각에 기분이 벅차올랐다.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숙소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

[타이틀 곡 ‘I Need You’에 뒤를 이은 ‘불타오르네’로 4주 연속 방송 4사 음악방송 싹쓸이! I Need You의 19관왕에 이은 ‘불타오르네’ 16관왕으로 이번 앨범 활동에서만 35관왕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대세로 자리매김...... 일본 오리콘 차트 1위 달성과 더불어 UK차트 앨범 98위, 댄스 68위, 빌보드 탑 200 차트 171위에 랭크됨과 동시에 빌보드 K-pop차트와 월드앨범 그리고...... 발매 9주 만에 196만 493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9월 1일 미니앨범 컴백을 앞두고 있는 같은 소속사 Trendy에게 이 바통을 넘겨줄 수 있을 지에......]

수많은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것이 나의 기분을 오르락내리락 만들었다.

물론 기분 좋을만한 소식들이 더욱 많은 것은 사실이다. 대박을 넘어선 초대박을 터뜨린 갓식스가 9주 동안의 국내 활동에서 35관왕을 달성한 것과 더불어 196만 496장이라는 경이로운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는 점 그리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일본과 대만 그리고 나머지 아시아지역 활동에 돌입한다는 점은 절로 날 흐뭇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에 비례해 걱정 또한 드는 게 사실이었다.

[보이그룹 대전이 일어났던 7월! 이제는 걸 그룹 대전이다! 9월 컴백을 앞둔 걸 그룹들이 즐비한 가운데...... 그 중 9월 1일 컴백을 선언한 JS ENTERTAINMENT Trendy와 SD ENTERTAINMENT Twinkle의 대형 기획사 자존심 싸움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보다 너무 큰 성과를 거둔 갓식스 덕에 9월 1일 컴백을 앞두고 있는 Trendy와 Twinkle이 치룰 SD와 JS 양사의 자존심 싸움 2차전이 더욱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는지라, Trendy 멤버들이 느끼고 있을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할게 분명했으니까.

더군다나, 그런 걸 떠나서 내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사도 속속들이 보였으니 오죽할까.

[베일에 쌓여있던 대한민국 대표 스타작가 이은숙의 차기작 드디어 공개되나?......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관련 캐스팅 보도와 더불어 제작발표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된 만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은숙 작가의 작품과 경쟁을 하게 될 MBC 대작 드라마 ‘안녕! 내 사랑 미스터’의 제작비가 당초 예정되었던 100억......]

10월 1일로 잡힌 촬영 일정과 8월 말 또는 9월 초 사이로 예정된 제작 발표회로 인한 주연으로서의 부담감 그리고 Trendy에 대한 걱정, 부담감이 꽤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와 어깨를 짓눌렀는지라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게다가 경쟁 작으로 확정된 MBC의 대작 드라마가 또다시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MBC 대작 드라마 ‘안녕! 내 사랑 미스터’ 추가 촬영 분에 따른 제작비 증가? 당초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자랑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PPL 수익으로 40억에 가까운 수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결과물에 대한 확고한 자신으로 PPL 수익 40억이 추가 제작비로 할당됨에 따라 총 제작비 140억에 달하는 대작 드라마의 탄생을 알리는...... ‘안녕! 내 사랑 미스터’는 오는 1월 제작에 들어가며 종영과 동시에 아시아 각국으로의 판권 협약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100억이라는 제작비 그리고 PPL수익이 벌써부터 40억이라는 언론의 보도도 기가 막힐 진데, 4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PPL수익을 다시금 제작비로 재투자한다는 결정은 작품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는 결과이기에 더욱 긴장이 됐다. 물론 제작비라는 것이 작품의 질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동 시간 편성되는 작품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이점이었으니까.

후우.

아무래도 공지연과의 만남을 다시금 늘려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는지라 크게 쉼 호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연기력 그리고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 자명했으니까.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걱정이 됐다.

주인공 남자의 주인공 여자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크다는 점이 대본만 슬쩍 봐도 느껴질 정도인데, 나는 그 남자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그 남자가 돼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기사를 보다 다시금 책상에 놓인 대본을 보려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스케줄이 없어진 지금 내가 봐야 될 최우선 순위는 핸드폰이 아닌 대본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보던 기사를 마저 보려던 생각으로 기사의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던 내게 충격적인 사진이 보인 것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 정도로 지금 내가 본 사진은,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어야만 했으니까.

떨리는 손으로 손가락을 그 사진으로 가져가야만 했다. 지금 이 사진이 어째서, 왜 이곳에 개제되어 있는지를 알아야만 했으니까.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강지혁! 속옷 모델이 되다? 아시아 모델들이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졌던 비 아시아지역에서의 속옷모델에]

하아. 세상은 썩었어.

*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강지혁! 속옷 모델이 되다? 아시아 모델들이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졌던 비 아시아지역에서의 속옷모델에 강지혁이 발탁된 사실 뒤늦게 알려져! 조르쟌 아르마 측의...... 오는 9월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W의 북미, 남미, 유럽 판에 강지혁의 조르쟌 아르마 속옷 화보가 개제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패션 매거진 W측에서 선 공개한 강지혁의 이번 속옷 화보 B컷 5장이 온라인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음에 따라 W의 9월 분 예약 주문이 쇄도하는 것으로......]

-하아...

-......

-자괴감 든다. 자살할까?

-미친 저게 사람... 하아...

올라온 지 20분도 되지 않은 기사가 어느덧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하자, 그냥 체념하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체념을 빙자한 좌절감을 느꼈을 뿐.

물론 속옷 화보를 찍겠다고 결심한 순간 이럴 거라고는 대충 예상했었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나마 전문 트레이너까지 고용해 운동을 했던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예상외의 시기에 B컷 공개라는 개 같은 명목으로 공개된 나의 속옷만 입은 사진에 비로소 실감하고 말았다. 내가 한 짓이 정말 미친 짓이라는 걸 그리고 이 짓을 내년 상반기에 또 해야 된다는 것을.

좀 전부터 끊임없이 진동을 토해내고 있는 핸드폰을 애써 외면한 채 생각했다. 여기 주변에 가장 가까운 쥐구멍이 어디 있을까 하고.

[...... 이번에 선공개된 5장의 B컷 사진은 일체의 보정이 없는...]

아니, 저런 문구를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굳이 저런 문구를 집어넣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상태였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불과 몇 분전 공지연과의 호흡 그리고 연기 실력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주연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그저 공지연 그녀에게 연락을 하는 것조차 머뭇거려질 정도로 패닉 그 자체였으니까.

[풋...]

심지어 상상까지 됐다. 공지연 그녀가 그 특유의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과 음성까지.

*

“대본 연습할 땐 대본 연습에 집중하지?”

역시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아! 미안해요. 너무 유명하신 분을 눈으로 직접 뵙다보니, 가슴이 절로 떨려,”

“1절만 하지. 1절만.”

대본 연습을 위해 직접 제주도까지 ‘모셔온’ 공지연의 얼굴 표정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굳이 복잡하고 시달릴 게 분명한 서울에 가는 것을 미뤄버렸다. 어차피 추가 스케줄이야 9월 첫째 주 컴백을 앞둔 Trendy의 첫 무대를 직접 보는 것 외에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일말의 고마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전용기는 아니더라도 비행기 표와 숙박까지 내가 잡아준다고는 했지만, 진짜로 이곳 제주도까지 와줄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데 그 마음 자체가 상당부분 희석되고 말았다.

“대단해요. 조르쟌 아르마 아시아 모델 안 쓰는 걸로 유명한데.”

아무래도 그녀가 이곳 제주도까지 온 이유에는 대본 연습뿐만이 아닌 듯 했으니까.

“거기다 아시아 지역 매거진에 실릴 화보도 아니라면서요? 북미, 남미, 유럽 쪽에 실릴 건데, 아시아 모델을 쓰다니, 대단해요.”

저번에 공지연 그녀의 볼륨감이 동생 유재연보다 확연히 떨어진다는 투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직접 보고 만져본 나이기에 누구보다 아니, 세상에서 유일하게 잘 안다고 이건 사실 그 자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 외로 꽤나 크게 다가갔나 보다. 저렇게 기를 쓰고 내게 덤비니 말이다.

어쨌든 희한하게 공지연 그녀의 놀림 아닌 놀림을 받다보니 어느 정도 면역이 된 듯 했다. 아직도 쏟아지는 휴대폰 톡 때문에 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으니까.

============================ 작품 후기 ============================

까리늑대님 후원쿠폰 3 장 감사합니다.

비비vivi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BARK님 감사합니다.

afterfuture님 감사합니다.

술로천국님 다음에 뵈용.

30분 내로 다음 작품 올리겠습니다.

오늘 결혼식장을 다녀와서 편집을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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