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0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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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내려갈 거야?]
[왜? 이제 가야지. 누나 곧 출산인데.]
[아니, 갈 거면 같이 가자고. 나 전용기 타고 갈 때.]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모레나 글피에.]
간만에 만난 태현 형은 여전히 서류 더미에서 푹 빠져 살고 있었다. 뭐, 전과는 다르게 그래도 회사 생활에 꽤나 적응한 듯 표정에 나름 여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오늘 이곳을 찾은 게 제주도에 같이 내려가자는 간단한 말 때문만은 아니었는지라, 태현 형을 서류 더미에서 소파로 끌어왔다.
“그래서 투자를 해라?”
그런 내 행동과 더불어 이어진 말에 태현 형이 당황했음은 두 말 할 것 없었고 말이다.
“뭐, 정확히 말하면 투자를 해라가 아니라, 기회를 주는 거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태현 형 입장에선 내가 투자 제안을 하러 온 것이고 내 입장에선 투자할 기회를 주기 위해 방문한 것이니까.
“흠...”
그런데 생각 외로 태현 형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는지라 뭔가 억울했다.
아니, 이거 진짜 기회 맞는데 이 사람이!
“JS는 딱히 끼워줄 생각 없었어. 애당초.”
“뭐?”
“포이보스 껴서 해도 충분해. 근데도 내가 JS에 이 제안을 건네는 이유 진짜 몰라? 아니,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형 나보다 머리 5배는 좋으니까.”
더군다나, 이 기회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말해줬음에도 반응이 그다지 변한 게 없으니 오죽할까.
아니 이 사람이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하아. 안되겠다. 이 방법까진 안 쓰려고 했는데.
“음... JS가 안 한다고 하면 YH나 가볼까나? 연혁 삼촌은 아주 적극적으로 반응할 텐데.”
“너!”
역시 이 방법은 만능 키인 것 같다. 눈앞 태현 형이나 제주도에 있을 삼촌한테도.
“너 원래 이렇게 사악한 놈이었냐?”
“에이. 그때는 초면이기도 하고 친해질 단계여서 그랬지. 우리 이제 가족인데 왜 그래? 가족끼리 체면치레하고 그러길 원해? 아니 원하세요? 형?”
“어휴, 말이나 못하면.”
뭐, 그런 내 행동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태현 형은 아직 멀었다는 게 차이지만.
“내가 JS랑 껴서 하려는 이유는 내가 이 회사 2대 주주라는 점 그 것과 더불어.”
어쨌든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간단한 말과 달리 이 안에 품고 있는 의도는 그다지 간단한 게 아니었는지라 입 아프게 꺼내지 않으려 했다.
“형 때문인 것도 있는 거 알지?”
저 대쪽 같은 사람이 생각 외로 반응이 미적지근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관리사님이 그러던데. 갓식스로 회사 내 입지가 꽤나 늘었다고.”
“그래, 직책으로 업무를 맡는다는 게 관료제의 핵심이긴 하지만 그래도 실력 증명 없는 낙하산이 하는 말에 직원들이 진심으로 따라줄 리는 없어서 꽤 곤란했었어. 그런데 이번 갓식스 덕분에 회사 내에서 입지가 꽤 높아졌어. 직원들 업무 능률도 꽤 높아진 것 같고.”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초 예상했던 대박을 넘어선 초대박을 갓식스가 터트렸고 이는 고스란히 태현 형의 입지 확장에 기여했을 텐데도 이런 반응이라는 게. 더군다나,
“어쨌든 Trendy도 컴백 준비 잘 하는 걸로 알고 있어. 우리 원래 계획이 Trendy까지 예상대로 성과를 거두면 임시 주총 열려고 했잖아.”
“그 건에 대해선 내가 며칠 전에 말했잖아. 아무래도 무리인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원래 예상보다 훨씬 잘되었는데 정작 마무리를 하지 않으려는 며칠 전 말까지 더해지니 오죽할까. 경영에 무지한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될 수밖에.
“그래서 이번 건에 JS도 넣으려고 한거야. 원래 나 8, 포이보스 2로 하려고 했어. 그런데도 JS를 집어넣은 건 전적으로 형이 이 일을 도맡아서 그 성과도 형이 쟁취하라는 의도였어. 형도 알잖아?”
“누구보다 잘 알아. 하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마냥 좋은 뜻으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야. 지혁아.”
그래서 궁금해졌다. 융통성보다는 원칙과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대쪽 같은 성격과 더불어 그에 비례하는 책임감을 지닌 사람이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태현 형의 반응은 그걸 고려하고서라도 너무나 신중했으니까.
“갓식스도 그렇고 Trendy도 잘 될 텐데 뭐가 문젠데?”
“그동안 꽤 엉망인 데가 많아서 그곳에 들일 자금이 적지 않을 것 같거든. 일단 네가 말한 것 자체는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회사에 자금이 조금만 더 여유 있었다면 바로 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렇지만 내 위치에서는 새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아무리 좋아도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 사업 그 자체의 위험성이 아주 낮다 해도 그 투자 때문에 유동성이나 다른 곳에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태현 형의 말을 듣고 보니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뭔가 맞는 말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잘 이해가 안 가는 말들이었으니까.
“그래? 흠...”
“어쨌든 알겠다. 갓식스 덕에 자금 사정이 괜찮아지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
하아. 어쨌든 내가 너무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지라 더 이상 형에게 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뭐, 형이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 내가 너무 형한테 생 때를 부렸네. 아! 그리고 갓식스 멤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회사에서 지원 잘 나오고 그동안 불편했던 것들 대폭 개선됐다고. 뭐, 매니저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동안 너무 비효율적이었어. 회사 시스템 자체가. 뭐, 갓식스가 이번에 제대로 터뜨려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 관리사님한테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일 규모가 규모인지라 단 시간 내로 구해지진 않을 거야. 아직 시간 있으니까, 충분히 생각해보고 말해줘.”
뭐, 적은 돈이 오가는 투자도 아니고 어차피 시간도 많이 남아있기에 굳이 이 자리에서 확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 그리고 대충 내가 원하는 건 포이보스랑 비슷한 수준까지는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비율이 나 6, JS 2, 포이보스 2가 되겠지.”
더욱이 형이 회사 일을 맡게 되면서 갓식스도 그렇고 JS 관계자들이 훨씬 일하기 편해졌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됐는지라, 형에 대한 믿음이 꽤나 굳건해진 상태였으니 말이다.
*
“너 이번에 화보 찍은 칼리 켈로스랑 잤지.”
오늘 저녁 전용기로 제주도에 내려가야 됐기에 열심히 짐을 싸고 있던 내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인지 그대로 굳고 말았다.
“뭐, 뭐? 뭐라고 삼촌?”
“이 녀석이!”
삼촌의 꿀밤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한 채 말이다.
진짜 상상도 못했다. 삼촌의 입에서 칼리 켈로스가 튀어나올 줄은.
“너 잠실 타워 집 그동안 삼촌이 가서 거기 사람들 불러서 청소시키고 관리해주고 있었는데, 그날 삼촌이,”
“서, 설마.”
더군다나 이어진 삼촌의 말이 너무나도 결정타였는지라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뭐, 이미 당황한 내 기색 덕에 부정을 한다 해도 부정한 게 아닐 테지만.
“이것아! 삼촌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그, 그게...”
어쨌든 한순간에 죄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사생활 측면이기에 이렇게 죄인 신세까지 될 필요는 없었다. 그게 단순 기획사 대표와 소속 가수의 사이였다면 말이다.
“콘돔은.”
“어?”
그렇게 이미 재성 삼촌과 비슷할 정도로 가족의 울타리에 들어와 버린 민재 삼촌이기에 소속 가수가 아닌 조카의 입장에서 삼촌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아내야만 했다.
“피임은 했냐고.”
“해, 했지...”
그게 비록 지극히 사적인 얘기라도 말이다.
“후우...”
사랑이 없는 섹스에 거리낌 없이 욕구를 해소하곤 했지만 내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이 진행 중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지도 모른다. 내 스스로가 완전 당당했다면 조카 입장에서 삼촌의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아냈을지 언정, 내 스스로가 잘못된 일을 한 마냥 고개를 숙이진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삼촌의 한숨이 남긴 여운이 적당히 사라질 때쯤 다시금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어진 삼촌의 목소리는 꽤나 다른 기색을 담고 있었다.
“이제는 괜찮은 거야? 그러면?”
“어?”
“삼촌이 여자 만나고 그래서 뭐라 하는 게 아니야.”
그것도 내가 방금 전과 다른 유형으로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나이가 젊으니까 이렇게도 만나보고 저렇게도 만나보는 거지. 삼촌도 그런 거 가지고 뭐라 안 해. 너무 과하지만 않게 피임도 하고 알아서 언론에 공개 안 되게 조심하면 되는 거지. 그래서 삼촌이 묻고 싶은 거는 이제는 여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 건지야.”
삼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피임이니 언론에 공개되지 않게 하면 된다는 것들은 대충 삼촌의 성격상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사랑하는 게 두려워서 그냥 그걸로 도피하려는 게 아닌 지 묻는 거야.”
사랑이 두려워 새로운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아니 이제는 못할 것 같다는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는 듯 삼촌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나를 뜨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그 짧은 순간 수십, 수백 번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를 고민했던 게 아닌,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뭘 어떻게 말해야 할까를 말이다.
그래서 그냥 테일러로 인해 꽤나 변해버린 지금의 상태를 간략하게 말해버렸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테일러 알게 된 후로 조금... 뭔가 내가 바뀐 것뿐이야. 예전에는 의미를 엄청 집어넣었는데 지금은 그냥... 복잡한 의미들은 빼버린 그런 느낌?”
“테일러 랑도 그런 사이야?”
“어?”
“아니다. 그런 것 까지 삼촌이 간섭하는 건 아니지.”
그게 약간의 실수를 더해버린 것 같았지만. 어쨌든 삼촌의 표정이 그래도 가벼워진 듯 해 나 또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삼촌이 내 마음을 이렇게나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느끼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내가 아는 삼촌은 이런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 것이.
“좋디?”
“응?”
“하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뭐?”
“우리 지혁이가 이제는 국제적으로,”
“삼촌!”
하아. 이 사람이 진짜.
그래, 이래야 삼촌이지. 암, 그렇고말고.
10년만 젊었어도 라고 했지? 그래, 간만에 안부 전화 드려야겠네. 누구? 하하. 그건 비밀.
*
Trendy의 컴백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나 또한 꽤나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갓식스가 예상대로 대박을 터뜨린 바람에 Trendy 멤버들도 알게 모르게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덩달아 이것이 내게 더 큰 부담을 안겨다 주었으니까.
그래도 Trendy 멤버들을 믿기로 했다. 같이 컴백을 준비하던 갓식스가 대박을 넘어선 초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에서 힘을 얻은 것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안무 연습부터 노래 연습까지 게을리 하지 않는 Trendy의 행동들을 너무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못했던 전화가 꽤나 반가운 소식을 전달해왔는지라 조금이나가 어깨에 쌓인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예상외로 말씀하신 조건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된 부지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부지를 가진 측에서 생각보다 너무 적극적으로 임했는지라...]
적어도 몇 개월, 대충 1년은 잡고 부탁했던 사안들인데 고작 한 달도 안 되어서 결과물을 전달해온 관리사님의 말에 한순간 말을 잊어버렸다.
아니, 조 관리사님 무슨 워커홀릭인가? 이거 이러다가 건강이라도 안 좋아지시면 안 되는데.
솔직히 말이 안 되었다. 그래서 의심부터 들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데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왔다는 건, 원하는 게 더 있다는 거 아닌가요?”
처음 시작이 반이라고 이 일은 이렇게 쉽게 돌파구가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것 뿐만이 아닌 듯 했다.
[그게... 사람이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그런 내 의심 섞인 질문이 가져온 것은 더한 의아함을 뿐이었으니까.
============================ 작품 후기 ============================
낙월희 홈택스는 잘 해결하셨나요 ㅇㅅㅇㅋ
-아버지가 교육비 내주신것 공제받으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못받을 것 같네요 ㅠ 쩝
하라레이크 ㅈ을 ㅈ대로 놀리면 ㅈ되는데....아랫도리에 이성을 빼앗기면 안대... (2017.02.04 00:20)삭제
-아무래도 유민재가 그걸 걱정한 듯 합니다.
하안숨 오늘도 잘 보고 가요~ (2017.02.04 00:05)삭제
-감사합니다. 하얀숨님.